[이병도의 時代架橋] 文 지지율 최저…배경과 과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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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병도의 時代架橋] 文 지지율 최저…배경과 과제
  • 이병도 주필
  • 승인 2021.04.03 13:31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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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심(民心) 돌아선 까닭
'갈등 정치'와 '헛발 정책' 합작품
경제성적표부터 돌아보라
미 국무부 인권보고서도 주목
3류 인권 국가로 전락했나
또 임기말 낙하산인가

[시사오늘·시사ON·시사온=이병도 주필)

문재인 대통령과 여당의 지지율이 현 정부 들어 최저치로 떨어졌다. 긍정평가는 최저치, 부정평가는 최고치였다. 전국 대부분 지역과 전 연령층에서 지지율이 추락했다. 

한국갤럽과 리얼미터, 그리고 한국사회여론연구소(KSOI)등 주요 여론 조사 기관의 최근 조사 결과 모두가 동일한 흐름을 보였다. 이같은 현상은 민심이 여권에 던지는 엄중한 경고다. 

곤두박질치는 지지율의 의미를 결코 간과해선 안 된다. LH(한국토지주택공사) 직원들의 부동산 투기 파문이 불거진 후 문 대통령이 대국민 사과를 비롯해 여러 대응에 나섰으나 민심 이반이 계속되는 상황이다. 

그 외에도, 공무원 부패와 성추행, 표현의 자유 억압, 북한 인권에 대한 외면 등 실책이 한두 가지가 아니다. 미국 국무부의 ‘2020 국가별 인권보고서’의 내용에도 그런 실책들이 포함됐다. 

미 국무부 인권보고서에는 그동안 북한의 인권 문제가 주로 지적됐으나, 이번에는 문재인 정권 인사들의 부정부패와 성추행이 언급됐다. 민주화·산업화를 동시에 성취한 나라로 격찬을 받았던 이 나라가 어쩌다 부패·성추행으로 손가락질을 받게 됐는지 참담하다.

문재인 대통령과 여당의 지지율이 현 정부 들어 최저치로 떨어졌다.ⓒ뉴시스
문재인 대통령과 여당의 지지율이 현 정부 들어 최저치로 떨어졌다.ⓒ뉴시스

'한국 인권보고서' 참담

미 국무부 '2020 국가별 인권보고서' 내용을 자세히 보면, 지난해 한국의 인권 관련 이슈로 조국 전(前) 법무장관과 고(故) 박원순 전 서울시장, 오거돈 전 부산시장, 윤미향 더불어민주당 의원 등 여권 인사의 부패와 성추행 사건을 적시했다. 

이와 함께 홈페이지에 공개한 2020 인권보고서 한국 편에서는 △대북 전단 살포 불법화를 포함한 표현의 자유 제한 △부패 △형사상 명예훼손법의 존재 △군대 내 동성애 불법화 법률 등을 꼽았다. 

구체적으로는, 작년 10월 조국 전 법무부 장관과 부인 등에 대한 부패 혐의 수사가 계속됐다고 적시했고, 작년 9월 윤미향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위안부 단체 운영 중 업무상 횡령 등 혐의로 기소된 사실을 전했다. 조 전 장관은 2019년 보고서에 이어 2년 연속 사례로 올랐다. 

그러면서 보고서는 "성추행이 중대한 사회적 문제였다"며 "공직자가 연루된 유명인사의 많은 성추행 혐의 사건이 일 년 내내 언론에 보도됐다"고 적었다. 

이어, 박 전 시장의 비서 성추행 사건에 대해 부적절한 메시지 등을 보낸 것을 언급하며 박 전 시장이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고 했다. 하지만 사건은 여전히 진행 중이라고 전했다. 오거돈 전 부산시장에 대해서도 불필요한 신체 접촉을 인정하고 자신 사임했다고 했다. 

이명박·박근혜 정권보다 더 침몰

이같은 상황에서 문 대통령의 지지율이 35% 아래로 떨어진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심리적 마지노선이 뚫렸다는 분석들이다. 청와대와 여권은 부정부패 등에 대한 철저한 수사 약속 등으로 지지율 반등을 모색하고 있지만, 이미 등 돌린 민심을 되돌리기 쉽지 않다. 

약자를 위한다던 최저임금 과속 인상과 비정규직 전환은 오히려 노동약자들을 고용시장에서 쫓아냈다. 한·미 동맹은 금이 가고, 한·일 관계는 더 악화됐으며, 중국으로부터 무시당하고, 북한으로부터는 조롱받는 외교는 또 어떤가.

당초 부패 척결을 앞세운 문 정권에는 국민 기대가 컸다. 인권변호사 출신 대통령 시대에 인권 신장도 기대했다. 그러나 정권 인사들의 끊이지 않는 부패에 LH 땅 투기 의혹까지 터졌다. 문 대통령과 정권이 적폐로 몰아 공격한 이명박·박근혜 정권보다 되레 더 못한 수준으로 나라가 굴러떨어졌다. 

국민 행복 수준을 악화시킨 주범은 경제 부진이다. 카드사태(2004년 4분기)나 글로벌 금융위기(2009년 1분기) 때보다도 오히려 지표가 퇴보했다. 나랏빚과 가계빚이 늘고, 일자리는 줄고, 양극화가 심해지고, 물가와 빈곤율은 껑충 뛰었다. 집값 급등만 문제가 아니라 총체적 난국이다.

허지만, 임기 말 정부가 거꾸로 다음 정부에선 공공기관 물갈이가 어려울 것으로 보고 '알박기 인사'에 열을 올리고 있으니 혀를 찰 일이다. 소득주도성장론(소주성) 등 이미 실패한 정책을 수행했던 인사들이 낙하산을 타고 복귀할 태세다. 

국민들은 지난 4년동안 벌였던 '적폐청산'의 결과가 이것이냐고 묻고 싶을 것이다. 문 대통령은 국민이 왜 분노하고 있는지 더 겸손한 자세로 진지하게 성찰해야 한다. 

국정운영 성적표 낙제점 

오늘 문재인 정부가 과거 정부와의 비교는 물론 주요국과의 현 시점 비교에서 모두 ‘낙제점’을 받은 것은 국리민복(國利民福)과는 거리가 먼 정치권의 책임이 크다. 

물론, 집권 5년차 문 대통령의 지지율이 역대 대통령과 비교해 낮은 편은 아니다. 그러나 모든 연령층에서 부정 평가가 긍정을 앞선 데다 ‘콘크리트 지지’를 받쳐주던 호남과 진보층, 30~40대, 여성 그룹에서마저 지지율 하락세를 보인 것은 민심 이반 징후로 봐야 할 것이다. ‘스윙보터’인 30~40대 생활인들의 실망이 지지율 붕괴를 이끌었다는 점에서 더욱 그렇다.

지지율 추락은 한국토지주택공사(LH) 직원 투기 의혹 사태가 결정타가 됐다. 가뜩이나 천정부지로 치솟은 부동산 가격으로 서민은 내 집 한 칸 마련조차 힘들어진 판에 공공개발 정보를 이용한 투기가 횡행했으니 화가 잔뜩 난 것이다. 

지금, 우리 사회의 부패와 인권 제약 문제는 실제론 더 심각하다. 최근 발생한 LH 사건을 보면 공직자의 부패가 도를 넘고 있다. 

지금의 지지율은 결국 지난 4년간 국정운영 성적표다. 당장 눈에 띄는 것만 해도 낙제점을 받아 마땅한 정책이 한둘이 아니다. 시장과 맞서다 헝클어진 부동산 정책, 경제논리는 없고 선거만 의식한 가덕도 신공항 추진, 코로나 백신 접종 늑장 대처, 최악의 고용 참사 등 일일이 적시하기도 힘들 정도다.

인사도 그렇다. 능력과 성과를 도외시한 채 오로지 보은에만 초점이 맞춰진 낙하산 투하라면 그 휴유증은 자못 심각할 것이다. 이들이 잘못된 정책 경로를 그대로 답습하게 되면 현 정부 '부실 국정'의 목록을 보태 나라의 미래도 어두워지게 된다.

청와대는 아직도 30%대의 지지율을 유지하고 있어 역대 정부 임기 말 중 가장 높다고 항변할지 모른다. 하지만 바로 그 콘크리트 지지층만 믿는 진영적 사고가 여론 악화의 주범이라는 것을 깨달아야 한다. 

경제 성적표, 민심이 떠난 원인

틈만 나면 ‘공정과 정의’를 외쳐온 정부에서 국민이 느끼는 배신감은 훨씬 클 수밖에 없다. 

이 같은 현상은 LH 직원의 투기, 폭등한 부동산 보유세, 윤석열 검찰총장 사퇴의 영향이 클 것이다. 가뜩이나 집값 폭등으로 내집 마련 꿈이 더 아득해진 무주택자와 청년세대들에게 공기업직원의 내부정보를 이용한 투기는 엄청난 박탈감을 안겼다. 하루하루 힘겹게 살아가는 서민들에게 투기로 수억 수십억의 부당이익을 챙기는 모습을 보면서 절망감과 분노를 느끼지 않는다면 비정상일 것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국민의 감정이 얼마나 격앙돼 있는지 체감하지 못하는 것 같다. 청와대 비서진과의 회의에서도 LH투기를 "개발과 성장의 그늘에서 자라온 부동산 부패의 고리"라며 과거로부터 축적된 탓으로 돌리는 듯한 말을 했다. 집권 4년이나 되어가는 정부가 언제까지 전 정권을 들추며 과거 탓만 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작년 말 대통령 지지율이 40%선 밑으로 추락했을 때도 여당은 반성은커녕 기업규제 3법, 고위공직자수사처법, 노조 기득권을 더 강화한 노동 관련법 등을 일방 처리하는 오만을 보였다. 국민 여론을 존중하기보다 지지층 결집 쪽으로 간 것이다. 이런 민심에 대한 오독과 LH 사태가 겹쳐서 나타난 필연적 결과가 지지율 최저다. 

LH 직원 투기의혹이 민심에 불을 지른 가장 큰 이유는 현 정부의 부동산 정책의 실패에 있다는 점을 직시해야 한다. 올 초만 해도 4월 보궐선거가 정부·여당에 아주 불리하지는 않았다. 하지만 대통령 지지율과 여당 지지율이 이리 낮다면 참패를 예상하는 게 당연하다. LH 탓만 할 것도 아니다. 마차가 말을 끄는 것과 같은 소득주도 성장을 막무가내로 밀어붙인 끝에 받아든 초라한 경제성적표부터 보면 민심이 떠난 근본 원인을 더 선명하게 알 수 있다. 

국민 행복지수 뒷걸음

민심이반은 국가미래연구원의 ‘2020년 4분기 국민행복지수’조사에서도 드러난다. 2003년 지수 작성 이래 최저(50.88)로 떨어졌다. 유엔 산하 지속가능발전해법네트워크가 내놓은 ‘2021 세계 행복보고서’에서도 한국의 행복 수준은 95개국 중 50위에 그쳤다. “국민은 행복할 자격이 있다”던 문재인 대통령의 지난해 신년사가 무색하게 국민이 체감하는 ‘삶의 질’은 뒷걸음친 셈이다.

문 대통령은 대선 전에 네팔과 부탄을 여행한 뒤 “국민을 행복하게 못 하면, 정부의 존재 가치가 없다”고 단언했다. 하지만 집권 후 정작 실행에 옮긴 것은 소득주도 성장 같은 ‘헛발 정책’과 적폐청산 구호를 앞세운 ‘갈등의 정치’뿐이었다. 

경제·민생을 도외시하고, 갈등과 대립을 부추기는 식으로는 결코 국민을 행복하게 할 수 없다. 그럼에도, 임기 말 문재인정부에서 여권 인사들이 줄줄이 주요 공공기관 요직을 꿰찰 참이다. 

국책기관들까지 '낙하산' 인사로 채운다는 소문이 파다하다. 문 대통령이 4년 전 "지지 여부와 상관없이 삼고초려해 유능한 인재에게 일을 맡기겠다"고 한 취임사가 무색할 정도다. 한 언론이 36개 공기업의 현황을 조사한 결과 상임감사 60%(21곳)를 '캠코더' 인사들이 차지하고 있다니 더 큰 문제다. 고양이에게 생선을 맡긴 꼴이 된 LH 사태의 유사 버전이 불거질 소지를 배제할 수 없어서다. 

국민이 현직 대통령을 탄핵하면서까지 새 정권을 창출한 이유는 사회 전반의 적폐를 제대로 혁파해 달라는 것이었다. 하지만 기대와 달리 공기업 직원의 땅투기가 드러났고, 검찰개혁이 검찰총장 찍어내기식이나 특정인물 구하기식으로 산으로 갔다.

지난 4년의 정책 실패의 무게가 정부·여당을 짓누르는 상황에서, 민심을 돌릴 최고의 방법은 ‘국민을 위해 일하겠다는 초심’으로 되돌아가는 것 뿐이다.

레임덕은 국민 불행

청와대와 민주당은 이제부터라도 민심이 돌아선 까닭을 잘 헤아려야 한다. 선출된 권력이니 뭐든지 다 할 수 있다는 무소불위의 오만과 독선은 민심과 더 멀어지고, 임기 말 국정동력 약화와 레임덕을 부를 수도 있음을 명심해야 할 것이다.

민생을 최우선으로 생각하겠다는 정권 출범 초심을 잘 붙들면 된다. 정책 또한 지지층만이 아닌 모든 국민을 위한다는 진정성이 느껴지면 민심은 반드시 되돌아온다. 낮은 지지율을 극복하지 못하고 이대로 레임덕에 빠져든다면 현 정부는 물론 나라와 국민 모두의 불행이다.

 

이병도는…

부산고·서강대 신문방송학과를 졸업, 1979년 동양통신 정치부 기자로 출발한 후, 연합뉴스 정치·경제·외신부 기자·차장, YTN 차장, 평화방송(PBC) 정경부장, 가톨릭 출판사 편집주간을 지냈다. 연합뉴스 재직 중에는 한국기자협회 부회장으로 일했고, '홍콩 유령바이어 사기사건' 보도로 특종상을 수상했다. 일본 FOREIGN PRESS CENTER 초청으로 자민당을 연구하였고, 남북회담 취재차 평양을 방문하였다. 저서로는 <6공해제(解題)>, <최후의 승자>, <영원한 승부사>, <대한민국 60년>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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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종범 2021-04-04 09:55:36
신종코로나19 근본대책 제시
‘신종코로나19에 대한 영적인 정체규명과 발생원인 및 섭리적 근본대책 제시’의 제목(가덕도신공항 문제도 본문에 수록)으로 모정주의사상원(母情主義思想院, www.mojung.net) 홈페이지에 상세하게 밝혀놓았으니 참고하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