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 칼럼] 기후예측의 현황과 미래
스크롤 이동 상태바
[기후 칼럼] 기후예측의 현황과 미래
  • 유진호 APEC기후센터 기후사업본부장
  • 승인 2021.04.08 11:59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시사오늘·시사ON·시사온=유진호  APEC기후센터 기후사업본부장)

이상기후와 기후예측

전 세계가 이상기후로 몸살을 앓고 있다는 소식은 매년, 계절마다 심심치 않게 언론 지면을 장식하곤 한다. 이상기후는 지역적으로 다르게 나타나는데, 우리나라도 2018년에는 폭염, 2020년에는 기록적인 긴 장마를 겪었다. 이상기후가 나타나는 원인은 지역과 시기에 따라 다르지만, 전 지구적인 기후변화의 영향이 다양한 형태로 영향을 주는 것이라는 이해도 있다.

이상기후를 언급하기 전에 기후의 의미에 대해 잠시 정리해보자. 기후의 의미는 특정 지역에서 일정 기간에 발생한 날씨의 평균적인 상태다. 일반적으로 그 지역에서 특정 기간 동안(계절, 10년 등) 기대되는 날씨의 특성으로 해석할 수 있다. 우리나라의 여름은 비가 많고 무더운 것이 일반적, 즉 기대할 수 있는 상태이며 지중해 주변 지역의 여름은 건조하고 더운 것이 보통이다. 생태계를 비롯해 사회의 여러 체계들은 기대되는 날씨 특성에 장기간 적응한 상태로 유지되기 때문에 기대되는 상태를 벗어나는 상황이 발생하는 경우 큰 영향을 받게 된다. 따라서 이러한 미래의 날씨 상태를 사전에 예측하는 것은 사회적으로 큰 의미가 있다. 

기후예측은 가능한가?

간혹 며칠 뒤 날씨도 잘 못 맞히면서 몇 달 뒤 날씨를 맞히는 것이 가능한지에 관한 질문을 받을 때가 있다. 만일 매일 매일의 날씨를 예측하는 것이 대상이라면 보다 먼 미래의 특정 날짜에 발생할 날씨를 예측하기는 매우 어렵다. 날씨의 예측은 현재의 대기 상태를 기준으로 날씨 변화를 설명하는 물리적 법칙을 이용해 미래를 예측하는 것인데, 100% 정확한 현재의 날씨 상태를 전 지구에 대해 알아내는 것은 불가능하고 날씨 변화를 설명하는 물리적 법칙 역시 밝혀지지 않은 부분이 여전히 많다. 설사 물리적 법칙을 완벽히 알아낸다고 하더라도 현재 대기 상태에 대한 추정치는 여러 가지가 있을 수밖에 없고 그에 따라 예상되는 미래의 날씨도 여러 가지로 나타나게 된다. 예측 후 약 2주가 지나면 현재의 상태에서 예측 가능한 미래의 다양한 날씨 사이의 유의미한 특성을 찾을 수 없는, 즉 예측이 불가능한 시점에 도달하게 된다. 

그러나 어떤 시점의 날씨 상태가 아니라 특정 기간 동안의 날씨 상태는 이러한 일기예보의 한계 시점을 넘어서 일부나마 예측이 가능하다. 이는 대기 운동에 비해 천천히 변화하는 해양, 지면 특성 등과 같은 요소들로부터 대기가 영향을 받으면서 어느 정도 일관된 경향성을 가질 수 있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어떤 지역의 해수면 온도가 높은 상태로 유지될 때, 대기는 지속적으로 가열되어 그에 따른 대기 운동의 변화가 나타난다.

비록 개별 시점의 대기 상태는 카오스적 속성과 불안정성으로 인해 다양하게 변화할 수 있으나, 일정 기간 평균적으로 나타나는 날씨의 특성을 종합하면 일관된 특성이 존재하게 된다. 대표적인 기후예측 분야인 장기예보에서 기후의 예측성능은 매일 매일의 날씨 변화가 큰 중·고위도에서는 낮고 상대적으로 날씨 변화가 크지 않은 저위도 지역에서 높게 나타난다. 결국 기후예측은 변덕스러운 대기 운동과 현재 기상 상태에 대한 불완전한 이해에 따른 불확실성 속에서 앞으로 나타날 날씨의 유의미한 특성을 찾는 일이다. 

현재의 기후예측 기술

현대의 기후예측은 그 과학적 가능성이 1960-70년대에 들어서야 탐구돼 슈퍼컴퓨터를 이용한 일기예보가 1950년대에 시작된 것을 고려하면 상대적으로 최근에 시작한 분야로 볼 수 있다. 수 천km에 달하는 큰 규모의 대기 운동이 해양 수온의 영향을 받아 일정한 패턴을 유지하고 특정 지역의 날씨에 장기간 영향을 주는 관련성이 발견되어, 이러한 관련성을 이용하는 통계적인 기법을 바탕으로 기후예측 기술이 개발되기 시작하였다. 이후 1980년대에 들어 엘니뇨·라니냐와 같은 대규모 해수면 온도의 변동에 대한 물리적인 예측이 최초로 수행됐고 이를 기반으로 20세기 말에 컴퓨팅 기술의 진보와 더불어 크게 확장되어 현재와 같은 상태로 발전해왔다. 

현재의 기후예측은 기후예측모델을 바탕으로 수행되고 있는데, 기후예측모델은 대기와 해양, 해빙 등 기후시스템을 이루는 지구의 여러 요소가 따르는 물리 법칙을 설명하는 방정식을 수치적으로 풀어내어 미래의 기후 상태에 대한 답을 얻어내는 컴퓨터 프로그램이다. 현재 전 세계적으로 약 20여 기관에서 기후예측모델을 정기적으로 운영하여 예측정보를 생산하고 있고 이렇게 생산된 정보들은 각국에 공유되어 장기예보 생산의 기초 자료로 활용된다. 부산에 있는 APEC 기후센터는 매월 전 세계 15개 기관의 기후예측모델의 자료들을 수집, 가공해 제공하는 가장 대표적인 기후예측 데이터 플랫폼이다. 

ⓒAPEC 기후센터 제공
APEC 기후센터 다중모델 앙상블 참여 그룹. ⓒAPEC 기후센터 제공

보다 먼 미래에 대한 기후변화 전망 역시 기후예측의 중요한 분야다. 장기예보에 활용되는 기후예측모델과 유사한 모델을 이용하나, 고려하는 물리 과정과 상호작용이 더욱 다양해 ‘지구시스템모델’로 불리며 지난 IPCC 5차 보고서에 활용된 모델은 수십여 개에 이른다. 기후변화 전망은 대기 중 온실기체의 농도 변화에 따른 기후시스템의 반응을 예측하는 것으로 더욱 먼 미래에 대한 예측이라 불확실성은 더욱 커지지만, 온실기체 농도 변화에 따른 일관된 반응 역시 크게 나타나 전 지구적인 미래 위기 상황에 대처하기 위한 근거 자료로 활용될 수 있으며 이 전망을 생산하는 지구시스템모델의 성능이 점차 높아지는 추세임이 보고된 바 있다.

기후예측모델의 불확실성

21세기 들어 기후예측모델이 많은 부분 개선되었으나 긴 예측 시간에 따른 불확실성의 증가뿐 아니라 지역적 특성과 기후시스템의 상호작용을 충분히 구현하고 있지 못해 예측성능은 일기예보에 비해 매우 낮은 편이다. 전 세계 많은 기상청들에서는 기후예측모델의 예측 결과를 바탕으로 관측된 다양한 기후자료에서 나타나는 기후적 특성과 북극 진동과 같이 여러 지역에 영향을 주는 주요 기후 현상들의 물리적 영향을 고려해 실제 예보를 생산하고 있다. 다양한 모델 자료를 활용하거나 관측 자료 등을 이용해 모델 자료를 재해석하는 것은 현재의 기후예측모델이 가진 불확실성을 고려하고 극복하기 위해 수행해야 하는 일이다. 

반면 기후변화 전망은 과거에 나타나지 않은 먼 미래 상황에 대한 예측이기 때문에 장기예보의 경우와 같이 누적된 관측 자료를 이용한 모델 자료의 재해석이 쉽지 않다. 또한 비록 변하지 않는 물리 법칙을 따른다고는 하나 현재 혹은 과거 기후 상태를 잘 재현하도록 설계되어 조정된 모델들이 미래를 적절히 예측할 수 있을지에 대한 고려가 필요하다. 

고려해야 할 요소와 상호작용이 많을수록, 그리고 예측해야 할 대상 기간이 길수록 필요로 하는 계산량이 늘어난다. 가용한 컴퓨팅 자원을 고려할 때 일반적으로 기후예측모델은 일기예보 모델보다 해상도가 낮아 공간적인 상세함이 떨어지게 된다. 기후변화와 변동에 영향을 크게 미치는 현상들의 공간 규모가 커서 대규모 기후 패턴에 대한 예측은 비교적 높은 성능을 보일 수 있지만, 한반도와 같이 전지구 규모에 비해 작은 지역에 대한 상세한 예측은 모델의 해상도 등을 고려할 때 모델 자료에 대한 주의 깊은 해석이 불가피하다. 일반적으로 장기예보에 사용되는 모델은 약 100km 내외의 해상도를 갖는데, 이는 100km보다 가까운 지점의 기후는 모두 같은 값으로 취급된다는 의미이다. 기후변화 전망에 사용되는 모델의 해상도는 이보다 더 낮다. 따라서 현재의 기술 체계에서 먼 미래에 대한 예측일수록 공간적으로 상세한 예측정보의 불확실성은 더욱 크다고 볼 수 있다. 

더 나은 기후예측을 위해서 

과거에 경험하지 못한 이상기후가 연이어 발생하고 있어 보다 유용한 기후예측의 필요성은 더욱 커지고 있다. 과거에 나타나지 않았던 대기 상태와 기후시스템의 상호작용이 나타나고 있다는 것을 의미하고 우리가 과거 자료와 지식을 바탕으로 쌓아온 기후 관련 지식의 유용성이 감소할 수 있다는 점을 시사한다. 일례로, 지난겨울 열대 태평양에서 발생한 라니냐는 라니냐와 함께 동반되는 북태평양의 전형적인 대기 패턴을 만들어내지 않았고 오히려 라니냐의 반대 위상인 엘니뇨 상태에 가까운 대기 패턴이 나타났다. 기후예측 모델은 라니냐의 발생은 성공적으로 예측하였으나 그에 따르는 대기 패턴은 전형적인 라니냐와 관련된 패턴을 높은 확률로 예측하였다. 예측의 필요성은 증가하나 예측의 가능성이 작아지는 어려운 상황이다. 

지난 반세기 동안 일기예보 분야의 수치예보 기술은 지속해서 발전해 왔다. 일각에선 조용한 혁명(quiet revolution)이라는 표현을 쓰며 수십 년간 향상되어온 예보 정확도의 개선은 많은 사람의 연구와 노력이 누적되어 온 결과임을 역설하기도 했다. 기후예측도 그러한 개선 추세가 나타나고 있다. APEC 기후센터가 여러 기후예측 모델 자료를 종합해 전지구 기후예측을 매월 생산한 최근 10여 년간의 예측 정확도를 살펴보면 비록 절대적인 수준은 일기예보에 크게 미치지 못하더라도 정확도는 과거에 비해 꾸준히 상승하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 

ⓒAPEC 기후센터 제공
APEC 기후센터 다중모델 앙상블 3개월 평균 전 지구 기온, 강수 예측의 정확도(패턴 유사도), 과거 동일 기간에 대해 검증 ⓒAPEC 기후센터 제공

지속적인 기술개발을 통한 예측 정확도의 개선은 획기적인 지름길이 없으나 기후시스템의 변화와 기후예측모델의 복잡성이 증가하는 추세를 감안할 때 보다 효과적인 개선을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 우선 핵심이 되는 기후예측모델이 앞서 언급한 불확실성을 줄이고 보다 실제 지구에 가깝도록 개선해야 하며 이를 위해 해상도 증가와 고려하는 물리 과정의 개선이 동반되어야 한다. 더불어 이를 위해 필요한 방대한 계산량을 소화할 수 있는 컴퓨팅 환경의 변화 역시 함께 고려할 필요가 있다. 

또한 기계학습과 같은 신기술의 적극적인 활용을 통해 기후예측 모델 자체의 개선은 물론 모델 자료의 재해석 기술 역시 개선할 필요가 있다. 기후변화가 가속화될 수록 인간의 과거 경험이 설명할 수 있는 부분이 감소하는 데다가 기후예측은 일기예보처럼 자주 생산하지 않아 개인의 경험 축적에 한계가 있는 분야이다. 여러 기후예측모델을 포함해 가용한 모든 정보를 효과적으로 활용할 수 있도록 현재의 예측과정을 객관화해서 꾸준히 개선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끝으로 연구성과가 효과적으로 축적되어 기후예측 개선을 끌어낼 수 있는 기술의 집적 및 관리 체계가 필요하다. 기초 연구에서부터 실용화 단계까지 기후예측 개선을 위한 다양한 연구들이 수행되어야 하며 연구성과를 검증하고 재현해 실제 예측 활용까지 끌어내기 위한 일관된 실용화 체계를 구축하고, 실제 예측의 문제점이 다시 연구로 이어지는 선순환을 실현하기 위한 고민이 필요할 때다.

유진호는...

서울대학교 대기과학과를 졸업하고, 동 대학원에서 대기과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이탈리아의 국제이론물리연구센터(ICTP)에서 개발도상국의 기후예측 역량배양 지원 및 관련 연구를 수행하였다. 2010년 APEC기후센터에 입사해 센터의 여러 협력사업과 기후예측 기술개발을 추진하였으며 현재는 기후사업본부장으로 재직 중이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