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프라인의 역습②] ‘온라인’ 구매하는데, 왜 ‘오프라인’에 힘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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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프라인의 역습②] ‘온라인’ 구매하는데, 왜 ‘오프라인’에 힘주세요?
  • 손정은 기자
  • 승인 2021.04.17 09: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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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화점은 ‘힐링’ 공간…전자제품전문점은 ‘체험’ 공간으로

[시사오늘·시사ON·시사온= 손정은 기자]

백화점은 힐링, 전자제품전문점은 체험 공간으로 변모하고 있다. ⓒ 시사오늘
백화점은 힐링, 전자제품전문점은 체험 공간으로 변모하고 있다. ⓒ 시사오늘

"당신은 '쇼루밍족' 인가요?"

매장에서 직접 보고, 구매는 온라인으로 하는 쇼루밍족이 갈수록 늘면서 유통가가 변화하고 있다. '라이브 방송'에 공을 들이거나 '비대면 플랫폼'을 인수하고, '이커머스 채널'을 마련하는 등 쇼루밍 쇼핑 트렌드에 맞춰 온라인 판매망을 확대하고 있는 것이다.

이 같은 흐름 가운데 일각에서는 다소 궤를 달리하는 파장도 감지된다. 그 파장의 근원지 역시 유통업계다. 그들도 알고 있다. 요즘 소비자들은 매장에서 보고 온라인으로 구매한다는 것을. 그렇지만 그들은 믿고 있다. 매장에서 구매가 이뤄지지 않아도 더 큰 가치를 창출할 수 있다는 것을. 그들의 믿음에는 그간 '오프라인'에서 일궈 놓은 것에 대한 자신감과 자부심이 깔려있다.

오프라인의 전통적 기능인 단순 물품 판매를 넘어 차별화된 인프라를 조성해 도시형 라이프스타일 서비스를 제공한다는 게 그들의 포부다. 눈앞의 이익이 아닌 고객 가치 제공을 통해 고객과의 신뢰를 쌓는, 미래를 내다보는 그들만의 전략인 셈이다.

'힐링'의 공간으로 탈바꿈한 백화점…매출 증대로 이어져

자연친화형 미래 백화점'을 자부하는 더현대 서울은 도심 속 자연주의를 콘셉트로 꾸며졌으며, '리테일 테라피'(쇼핑을 통한 힐링) 개념이 적용됐다. ⓒ현대백화점
자연친화형 미래 백화점'을 자부하는 더현대 서울은 도심 속 자연주의를 콘셉트로 꾸며졌으며, '리테일 테라피'(쇼핑을 통한 힐링) 개념이 적용됐다. ⓒ현대백화점

최근 현대백화점은 '더현대 서울'을 오픈하며 백화점의 새로운 틀을 제시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자연친화형 미래 백화점'을 자부하는 더현대 서울은 도심 속 자연주의를 콘셉트로 꾸며졌으며, '리테일 테라피'(쇼핑을 통한 힐링) 개념이 적용됐다.

오픈 당시 더현대 서울 주차장까지 진입하는 데만 1시간이 넘게 걸릴 정도로 소비자들의 관심이 뜨거웠고, 이는 고스란히 매출로 이어졌다. 현대백화점에 따르면 더현대 서울은 지난 2월 24일부터 3월 1일까지 6일간 약 370억 원 규모의 매출을 거뒀다. 탈바꿈한 오프라인의 저력을 여지없이 보여준 셈이다. 특히 사전 오픈 기간인 지난 2월 24일에는 코로나19로 인해 별다른 오픈 행사가 없었음에도 20억4000만 원의 매출을 기록했으며, 3월 1일 삼일절 연휴 기간에는 100만 명 이상의 방문객을 동원하기도 했다.

신세계와 롯데도 반격에 나서고 있다. 신세계백화점은 오는 8월 대전 유성구에 '신세계 대전 엑스포점'을 오픈할 예정이다. 해당 매장은 '사이언스 콤플렉스'를 모토로 쇼핑과 함께 과학, 문화, 자연을 체험할 수 있는 복합공간으로 알려졌다. 지하 5층~지상 43층 규모 건물로 연면적만 28만3466㎡(약 8만5700평)에 달한다.

롯데백화점은 오는 6월과 9월 각각 '롯데백화점 동탄점'과 '롯데 프리미엄아울렛 타임빌라스' 개장을 앞두고 있다. 롯데백화점 동탄점은 지하 2층~지상 6층, 영업면적 2만3000평으로, 전국 롯데백화점 중 잠실점에 이어 두 번째로 큰 규모다. 여기에는 체험형 복합문화공간 오픈하우스, 개방형 명품관 아트리움, 중층의 테라스파크가 도입될 전망이다.

롯데 프리미엄아울렛 타임빌라스는 4만3000㎡(1만3000평, 연면적 5만3000평) 규모로, 아웃도어 아웃렛이라는 콘셉트가 적용될 계획이다. 백운호수, 왕송호수, 바라산 휴양림 등 자연 생태 휴양도시의 중심에 위치한 만큼, 롯데백화점은 이곳에 소풍과 쇼핑을 함께 즐기는 신개념 유통 공간을 구현한다는 방침이다.

가전도 온라인으로…'체험' 공간으로 변신

롯데하이마트는 지난 3월 메가스토어 9호점인 '메가스토어 압구정점'을 오픈했다. ⓒ롯데하이마트
롯데하이마트는 지난 3월 메가스토어 9호점인 '메가스토어 압구정점'을 오픈했다. ⓒ롯데하이마트

고가인 데다, 사용 기간이 길기에 신중한 구매가 요구되는 가전 구매도 최근에는 오프라인이 아닌 온라인이 책임지고 있는 상황이다. 업계는 지난해 국내 온라인 가전 시장의 규모가 25조 원을 넘어섰다고 추정하고 있다. 실제로 전자랜드는 2020년 대형 가전 온라인 판매량을 분석한 결과를 공개하고 전년 동기 대비 냉장고는 77%, TV는 68%, 드럼세탁기는 16% 각각 더 많이 팔렸다고 밝힌 바 있다.

이처럼 가전도 온라인 구매가 대폭 늘었음에도 정작 롯데하이마트와 전자랜드는 오프라인 매장에 공을 들이고 있다.

롯데하이마트는 지난 3월 메가스토어 9호점인 '메가스토어 압구정점'을 오픈했다. 메가스토어 압구정점은 서울 강남구 신사동에 위치한 1851㎡(약 560평)의 3층 규모 매장으로, 프리미엄 가전제품부터 트렌디한 체험 공간과 편의시설까지 갖췄다. 눈여겨볼 공간은 1층에는 마련된 132㎡(약 40평) 규모 와인존이다. 해당 공간은 와인숍과 와인 셀러 등 관련 가전제품과 음향기기로 꾸며졌으며, 570여 가지 와인을 판매 중이고, 시음행사도 진행할 예정이다.

2층에는 IT기기, 게이밍존과 1인 미디어존 등 디지털가전은 물론, '이슈 주방·생활가전' 체험존이 도입됐으며, 3층에는 삼성전자, LG전자 등 유명 제조사 프리미엄 브랜드관과 자체상품(PB) '하이메이드', 홈케어 서비스 상담존 등이 마련됐다. 롯데하이마트 압구정점의 매출은 지난 3월 26일~28일까지 3일간 약 100억 원을 기록한 것으로 알려졌다.

전자랜드도 2017년 7월 용산본점을 체험형 프리미엄 매장인 '파워센터' 1호점으로 리뉴얼 오픈한 이래 꾸준히 전국 매장을 파워센터로 전환하고 있다. 비대면 소비가 대세로 떠올랐음에도 가전양판점은 오프라인에서 여전히 강점을 보이고 있다는 판단이다.

지난 2월 신규 오픈한 전자랜드 파워센터 쌍문점은 2019년 11월 파워센터 반포점 오픈 이후 약 1년 3개월 만에 서울 지역에 문을 연 신규 매장이다. 다양한 품목의 가전을 직접 사용해보고, 브랜드별로 손쉽게 비교할 수 있도록 체험형 프리미엄 가전 매장으로 꾸몄다. 이어 지난달에도 전자랜드는 경남 진주 상대동에 '파워센터 도동점'을 층간 이동 없이 손쉽게 가전을 비교·체험할 수 있도록 리뉴얼 오픈했다.

향후 전자랜드는 오프라인 매장의 장점을 극대화하고 체험을 강조한 프리미엄 매장을 확대한다는 방침이다. 실제로 전자랜드는 오프라인 매출이 더 높고, 파워센터 등 신규 매장을 지속적으로 오픈하면서 오히려 매출이 증가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최근 코로나19로 인해 온라인 쇼핑이 더욱 강세를 보이고 있음에도 유통가 내에선 여전히 오프라인에 투자를 이어가고 있다"라며 "오프라인은 단순한 구매를 넘어 고객 가치를 제고하며 차별화된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라고 강조했다.

담당업무 : 백화점, 편의점, 홈쇼핑, 제약 등을 담당합니다.
좌우명 : 매순간 최선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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