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공학③> 문재인, ´탈노무현´ 위험하다
스크롤 이동 상태바
<정치공학③> 문재인, ´탈노무현´ 위험하다
  • 윤진희 기자
  • 승인 2012.04.26 09:35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버릴 것과 버리지 말 것 구별해야

[시사오늘·시사ON·시사온=윤진희 기자]

문재인 상임고문은 야당에서 가장 많은 지지를 받고 있는 대선주자이다. 현재 민주통합당 대선주자로 정세균 의원, 손학규 전 대표, 정동영 상임고문이 거론되고 있지만 이들 모두 문 고문에 비하면 낮은 지지율을 보이고 있다. 또 최근 김두관 경남지사가 대권주자 다크호스로 부상하며, 눈길을 끌고 있지만 이 역시 문 고문에 비하면 인지도나 지지도 면에서는 아직 경미한 수준에 그치고 있다.

하지만 안철수 서울대 융합기술과학대학원장이 대권 레이스에 본격 등장하게 되면 얘기는 달라진다. 안 원장은 기존 여론조사에서 문 고문을 거뜬히 앞질러왔다. 그는 또한 박근혜 새누리당 비상대책위원장과의 양자간 대결구도에서도 엎치락뒤치락하며 접전양상을 보이는 중이다. 반면, 문 고문은 두 대권주자들에 비해 지지율이 낮은 데다, 최근에는 눈에 띄는 하락세까지 보이고 있다.

<한겨레신문>과 한국사회여론연구소(KSOI)가 지난 21일 실시한 다자간 대결 여론조사를 보면 박근혜 위원장은 40.6%, 안철수 원장은 23.8%, 문재인 고문은 11.1%을 나타냈다. 같은 기관에서 실시한 전 달(3월)조사와 비교하면, 박 위원장과 안 원장은 각각 6.6%p, 4.4%p 상승한 데 반해, 문 고문의 경우는 5.2%p나 하락한 수치를 보였다.

이와 관련, 문 고문은 박 위원장과의 양자대결에서도 상대적으로 게임이 안 되는 위치에 있다. <중앙일보>와 <JTBC>가 지난 18~19일 양일간 실시한 양자대결 여론조사 결과를 보면, 박 위원장은 56.2%, 문 고문은 36.4%로 두 대권주자의 격차는 19.8%p에 달하고 있다.

이처럼 문 고문은 안 원장에게도 뒤지는 것은 물론 박 위원장에는 상대도 안 되는 상황이다. 때문에 범야권 대선단일후보를 선출할 경우, 문 고문 보다는 안 원장이 상대적으로 유리하다는 의견들이 많다. 물론 안 원장이 민주통합당으로 들어와 경선을 치를 경우는 당 내 조직력을 겸비한 문 고문에게 승산이 있을 수 있다. 그러나 안 원장이 당에 들어와 당헌에 따라 경선을 치룰 가능성은 낮은 편에 속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문 고문이 안 원장과의 '빅텐트'를 조성해야 한다는 게 야권 전체의 중론이다. 국민들은 단일 리그 안에서 펼쳐지는 선의의 경쟁, 일생일대의 승패를 좌우하는 감동적인 국민 경선을 원하고 있다는 것이다. 또 그럴 때에만 어느 누가 되더라도 힘있는 대권주자로서 국민의 지지를 받을 수 있다는 얘기다.

따라서 문 고문이 정권재창출을 위한 일념으로 마음을 비우고 안 원장과의 빅텐트를 실현할 수 있을지가 향후 관건이 될 전망이다.

▲ 문재인 민주통합당 상임고문 ⓒ뉴시스
어쨌든 문 고문은 현재 민주통합당 잠룡들 중에서 가장 강력한 대권주임에는 틀림없다. 특히 당내 친노 인사들이 주류로 있는 데다, 새로 합류한 ‘혁신과 통합’ 측의 지원을 받고 있는 점은 문 고문의 대권레이스에 탄력을 줄 것으로 예건된다. 그렇다면 이를 기준으로 문 고문이 대권주자로 각인 받고 박근혜 위원장을 이기기 위해서는 어떠한 전략을 써야 할까.

먼저, 문 고문의 강점을 보면, 진정어린 모습과 청렴하고 강직한 이미지를 들 수 있다. 합리적인 이미지로 인해 그를 바라보는 보수권의 거부감 역시 적다는 것도 장점 중 하나이다. 또한 노 전 대통령의 비서실장, 정무수석, 남북정상회담추진위원장 등 풍부한 국정경험 역시 장점으로 꼽힌다. 하지만 인품만으로 정치적 신뢰를 쌓기는 어려운 것이 현실이며, 국정경험만으로 정치적 리더십을 검증받을 수는 없는 노릇이다.

윤희웅 한국사회여론연구소 팀장은 지난 21일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문 고문은 정치에 입문한지 얼마 되지 않았지만, 친노 계파 세력의 중심에 있는 인물로 주목받게 됐다"고 말한다. 때문에 "친노 세력이 주류로 있는 야당 내 경선에서도 당내 다른 주자들에 비해 상황이 좋다"고 전했다.

그러면서도 윤 팀장은 “야당을 넘어선 강력한 대권주자가 되기 위해서는 문 고문이 풀어야 할 숙제들은 아직 많은 실정”이라고 진단했다. 그 이유로 "문 고문은 ‘친노의 좌장’ 이미지, ‘노무현 전 대통령의 참모’이미지가 강한 인물"이라며 "이러한 이미지들을 뛰어 넘어야 대선 레이스에서 승산이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아울러 "문 고문이 친노계를 넘어서려면 야당 내 다른 세력들을 포용하고 완화시켜주는 리더십을 갖춰야 한다"고 전했다. 또 "현재 문 고문을 바라보는 국민들의 인식에는 대권주자로서의 진짜 내용물이 없다"며 "문 고문이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국가와 미래에 대한 비전을 국민들로부터 먼저, 검증받는 것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와 함께 "안철수 원장에게서 느껴지는 새로운 기대감과 열망, 정치적 비전 등을 흡수해 국민들에게 보여줘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앞서도 언급한 바 있지만, 현재 문 고문은 지지율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그 이유로 '문재인 바람'이 지난 19대 총선에서 기대에 못 미쳤다는 얘기들이 흘러나오고 있다.

문 고문은 4.11 총선에서 낙동강 전선을 진두지휘하며 대권주자로서의 문재인 바람을 일으키는데 주력했다.

하지만, 총선 결과 문 고문의 행보는 절반의 성공에 그쳤다는 평가를 얻고 있다. 부산과 경남에서 문 고문은 자신을 포함해 단 3석을 얻는데 그쳤다. 다만, 야당의 불모지라고 할 수 있는 부산경남에서 지역주의 균열을 깨고 정당 득표율 40%대를 얻은 것은 소기의 성과라고 볼 수 있다.

한편, 문 고문은 최근 들어 '노무현 재단' 이사장직에서 물러나는 등 '탈 노무현' 행보를 보이고 있다. 비주류의 아이콘에서 '노무현의 빛'을 받으며 급성장을 하게 된 그이지만, 이제는 '노무현의 그림자'를 놓아야만 보다 야권 전체를 대표하고 국민을 대변할 수 있는 대권주자로 거듭날 수 있다는 분석 때문이다.

김기식 전 참여연대 사무처장(현 민주통합당 비례 당선자)은 타 매체를 통해 "문 고문은 친노 프레임에서 벗어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특히 노무현 정부의 과오를 털고 이를 뛰어넘는 비전을 보여줘야 한다"며 "그렇지 않고서는 문 고문과 민주당통합당의 미래 또한 모두 어둡다"고 언급했다.

하지만 이러한 견해에 대해 우려하는 목소리들도 적지 않다. 야권의 한 인사는 "현재 문 고문은 브랜드의 부재, 스토리의 부재를 겪고 있는 대표적인 케이스인데, 이를 커버할 수 있는 것이 바로 '노무현과의 인연'이다"고 강조했다.

한 예로 김두관 경남지사의 경우는 마을이장 출신에서 경남지사까지 오른 드라마틱한 스토리를 갖고 있어 국민에게 어필되는 면이 있다. 이에 문 고문 또한 자신만의 스토리를 부각시킬 일환으로 과거 노무현 전 대통령과 함께 했던 인권운동, 그리고 사람의 가치를 실현하고자 했던 정책과 비전 등을 설파해야 한다는 것이다.

수도권에서는 아직도 친노에 대한 지지가 상당하다는 것도 문 고문이 간과해서는 안 될 이유다. 그 예로 민주통합당 지도부 선거 당시 친노 인사들은 여론의 지지를 받으며 선출됐다. 또한 19대 총선만 봐도, 수도권에 출마한 친노 인사들 대부분은 좋은 성적을 거뒀다.

때문에 문 고문 역시 노무현 정부의 과오는 과감히 버리되, 좋은 점은 취해 이를 효과적으로 활용한다면, 정권심판론과 함께 문재인 바람도 다시금 불 수 있다는 분석이다.
이와 맞물려 문 고문이 정말로 버려야 할 것은 지나친 좌클릭으로 가는 당내 기류라는 얘기들도 적지 않다.

중도층의 표를 최대한 결집시키고 영남표를 얻으려면 대권주자로서의 희망적인 메시지와 함께 안보 및 주요 현안 문제에 대해서는 유연한 대처가 필요하다는 얘기다.

이와 관련 한 정치평론가는“지난 2002년 대선 당시를 보면, 노 전 대통령은 호남에서 90%넘는 압도적인 지지와 함께 영남권에서 30% 못 미치는 득표율을 얻어 대통령에 당선될 수 있었다”며 “올 대선에서도 문 고문이 호남을 아우르고, 영남에서까지 선전한다면 충분히 승산 있는 게임이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