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문제 해결 원한다면 원인부터 찾아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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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문제 해결 원한다면 원인부터 찾아라
  • 정진호 기자
  • 승인 2021.04.27 19:2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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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질 모르고 대증요법에만 골몰…국정 운영에 책임감 가져야

[시사오늘·시사ON·시사온= 정진호 기자]

2030 세대가 가상화폐에 열광하는 건 기회의 사다리가 소멸된 데 대한 반작용의 성격이 강하다. ⓒ뉴시스
2030 세대가 가상화폐에 열광하는 건 기회의 사다리가 소멸된 데 대한 반작용의 성격이 강하다. ⓒ뉴시스

4·7 재보궐선거에서 충격적 패배를 맛본 더불어민주당이 20대 남성에 대한 구애 작전에 나섰습니다. 전용기 의원이 지난 15일 공기업 승진평가에 군 경력 반영을 의무화하는 제대군인지원법 개정안을 발의한 데 이어, 김남국 의원도 같은 날 “국가공무원법 개정을 통해 지자체 채용 시 군 전문 경력이 인정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습니다.

대선 출마를 선언한 박용진 의원은 18일 모병제 전환과 함께 여성을 포함한 전 국민이 기초군사훈련을 받도록 하는 ‘남녀평등복무제’를 제안했습니다. 재보궐선거에서 나타난 20대 남성의 ‘민주당 비토(veto)’ 정서를 극복하기 위한 방안으로 20대 남성에게 ‘혜택’을 주는 정책을 쏟아내고 있는 겁니다.

하지만 이런 모습을 보고 있으면, 민주당이 여전히 ‘문제의 본질’을 인식하지 못하고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당초 여성들이 성 차별 문제를 지적하고 나선 건 우리 사회가 공정하지 않다는 인식 때문이었습니다. 또한 남성들이 역차별을 주장하고 있는 것도 여성에 대한 민주당의 정책이 공정성을 해치고 있다는 생각 때문이죠.

그렇다면 민주당이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은 남녀가 동의할 수 있는 ‘공정’의 기준을 찾는 일입니다. 현 상황을 정확히 파악하고 대화와 타협을 통해 공정의 기준을 확립해야 갈등을 해소하면서 불공정도 줄여나갈 수 있습니다. 어렵고 지난하겠지만, 이 과정이 없으면 갈등이 증폭되기만 할 뿐 문제는 해결되지 않습니다.

하지만 정부여당은 그저 이쪽에 혜택을 줬다가 저쪽이 반발하니 당근을 던져주는 식으로 순간순간 면피하기에 급급합니다. 국정을 책임지는 정부여당이라면 일시적인 비난을 감수하더라도 본질적 해결책을 찾아야할 의무가 있지만, 현 정부여당은 눈앞의 비판에 예민하게 반응하다 보니 문제의 근원을 찾아내지는 못하는 모양새입니다.

가상화폐에 대한 규제도 마찬가지입니다. 2030 세대가 가상화폐에 열광하는 건 단순히 ‘쉽게 부자가 되고 싶어서’ 같은 단순한 이유가 아닙니다. 가진 재산을 총동원해 ‘도박’을 하지 않으면 ‘평범한 삶’조차도 꿈꿀 수 없는 기회의 소멸이 만들어낸 사회현상입니다. 그렇다면 정부가 해야 할 일은 기회의 사다리를 복원하고 평범한 사람들이 평범하게 살 수 있는 토양을 만들어주는 일입니다.

그러나 정부여당은 안전하지 못한 자산에 대한 2030 세대의 투자 자체에만 초점을 맞추고 있습니다. 은성수 금융위원장의 ‘가상화폐 투자는 잘못된 길’이라는 발언에 2030 세대가 분노하는 건, 젊은 세대가 가상화폐 규제를 ‘사다리 걷어차기’로 인식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그럼에도 정부여당은 대증요법에만 혈안이 돼있고, 그마저도 여론에 따라 갈팡질팡하며 혼란을 부추기고 있습니다.

정치는 얽히고설킨 이해관계의 조정이라고 합니다. 그리고 이해관계의 조정은 모두가 납득할 수 있는 원칙에 따라 이뤄져야 갈등을 최소화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현 정부여당은 사회적 공감대를 이뤄 기준을 세우는 데는 무관심하고, ‘우는 아이 떡 하나 더 주는’ 식으로 국정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이러니 갈등은 증폭되고, 신뢰는 무너집니다. 부디 눈앞의 지지율에 일희일비하지 말고, 표피보다 내용에 집중하는 미래지향적 정치의 모습을 보여주기 바랍니다.

담당업무 : 국회 및 국민의힘 출입합니다.
좌우명 : 인생 짧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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