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문제는 ‘코인’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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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문제는 ‘코인’이 아니다
  • 정우교 기자
  • 승인 2021.05.03 17:3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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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상화폐 시장 ‘혼란’…법과 제도로 이끌어 달라

[시사오늘·시사ON·시사온=정우교 기자]

지난달 23일 서울 강남구 업비트 라운지에서 직원이 암호화폐 시세를 살피고 있다. ©뉴시스
지난달 23일 서울 강남구 업비트 라운지에서 직원이 암호화폐 시세를 살피고 있다. ©뉴시스

가상화폐 시장이 혼란스럽다. 

일부 코인의 가격이 천정부지로 치솟았다가 이내 '수직낙하'했으며, 코스피·코스닥 거래대금을 상회하는 자금이 몰렸다. 또한 '억'소리 나는 성공담이 속속 소개되는가 하면, 투자에 실패해 안타깝게 세상을 등진 이들도 있었다. 정부·금융당국에서는 '가상화폐 투자자를 보호해야 하나'로 시끄러웠다. '기록하는 사람(記者)'의 입장에서 이들을 상세히 보도하기만 하면 됐지만, 씁쓸한 기분은 어쩔 수가 없었다. 

대표적인 것은 가상화폐 투자 열풍의 원인을 제대로 짚지 못한 정부·금융당국의 자세다. 최근 논란이 됐던 은성수 금융위원장의 발언이 이를 대변해준다. 가상화폐 투자를 '잘못된 길'이라고 표현한 것이다. 가상의 자산 자체를 인정하기 어려운 입장과 투자자들을 보호할 수 없다는 의견은 어느정도 이해할 수 있으나, 금융시장의 전반을 조망해야 하는 기관 수장의 소극적인 자세가 '잘못된 길'이라는 짧은 단어로 표현된 것 같아 씁쓸하다. 

현재 가상화폐 시장은 거대해지고 있다. 최근 코인마켓캡에 따르면, 국내 원화를 지원하는 가상화폐 거래소 14곳의 거래량은 약 13~15조 원 수준을 기록하고 있다. 20조 원을 상회했던 과거와 비교해 눈에 띄게 줄었지만, 여전히 코스피 거래대금과 유사한 수준이다. 그간 수많은 투자자들이 모였고, 주식의 상승장과 함께 투자의 한 '트렌드'가 됐다.

불어난 몸집에 따라 여러 문제도 나타났다. 투자를 위한 대출이 늘고 있으며, 이를 악용한 불법 리딩방도 난립하고 있다. 또한 거래소 시스템의 안전성에도 의문이 잇따라 제기되고 있다. 금융당국은 이러한 문제에 대한 대안을 제시해야 하지만 그저 '가상화폐를 금융상품으로 인정할 수 없다'고 할뿐이다.

이같은 '수수방관'은 2019년부터 불거진 '사모펀드 환매지연 사태' 속에서도 관측됐다. 이전 정부·금융당국의 가이드라인에, 결과적으로 부도덕한 자산운용사들이 아무 제재없이 사모펀드 시장에 진입했다. 또한 자산을 제대로 확인하지 않은 사무관리사·수탁사들과, 금융사(판매사)들의 무책임도 '사모펀드 환매지연 사태'를 불러왔다. 그리고 정부·금융당국도 문제가 많았다.

하지만 부각된 것은 판매사일뿐, 펀드의 유통을 제대로 관리·감독하지 못한 정부·금융당국은 이들(판매사)에게 제재를 가한다는 명목 하에 '책임론'에서는 이제 한발 물러난 듯 하다. '가상화폐'를 직면하는 현재 금융당국의 모습은 이때와 별반 다를게 없다. 

가상화폐 시장이 불어난 근본적인 원인은 '코로나19'다. 낮아진 금리로는 '제자리 걸음' 밖에 할 수 없다고 느낀 젊은 세대들이 상대적으로 조금 더 수익을 낼 수 있는 투자 시장으로 몰려든 것이다. 이 과정에서 'LH 땅 투기 의혹' 등은 불난 집에 기름을 부었다. 이제는 더 이상 열심히 해도 돈을 모을 수 없는 세상이 됐다. 은성수 금융위원장이 말한 '어른'들은 그동안 어디에 있었는가. 

금융당국이 해야 할 일은 적극적인 투자자 보호다. 손해를 보상해달라는 의미가 아니라, 감당할 수 있는 범위 내에서 건전한 투자가 될 수 있도록 법과 제도로 이끌어 달라는 이야기다. 젊은 세대들은 '잘못된 길'로 가는게 아니라, 불가항력에 의해 '잘못된 길'로 밀려났을 뿐이다. 

담당업무 : 증권·보험 등 제2금융권을 담당합니다.
좌우명 : 우공이산(愚公移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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