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순신의 죽음과 요즘 정치인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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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순신의 죽음과 요즘 정치인들
  • 신원재 기자
  • 승인 2012.04.30 18:1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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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필사즉생(必死則生)’없이 ‘필생(必生)’ 만 있는 대선후보

[시사오늘·시사ON·시사온 = 신원재 기자]

이순신의 죽음이 자살 여부로 논의된 적이 있었다. 21세기를 맞아 노무현 전 대통령의 자살도 있었다. ‘죽음’이라는 진위와 상관없이 대상자는 시대를 막론하고 논란거리가 된다.

올해처럼 정치적으로 총선과 대선이라는 이슈가 함께하는 해도 드물다. 필사즉생 필생즉사(必死則生 必生則死)의 정신으로 남은 대선을 임하는 사람은 누구인가. 자신의 자리를 버릴 수 있는 정치인이 얼마나 있는가. 기왕 출마 했고 출마 할 사람도 이참에 제대로 죽을(?) 각오로 임해보는건 어떨까?

박정희 대통령 시대에 성웅(聖雄)으로 자리매김한 이순신은 1990년대 들어 점점 한 개인의 모습으로 그려졌다. 그리고 이를 뒷받침하는 논지가 바로 ‘이순신 자살설’이다. ‘이순신방전면주 자환이사’(李舜臣方戰免胄 自丸而死). 1598년 음력 11월 19일 오전 2시경 노량 앞바다 관음포에서 있었던 일에 대한 기록이다.

이는 “이순신은 바야흐로 적과 싸울 때 免胄하여 스스로 탄환을 맞고 죽었다”라고 해석할 수 있다. 조선 숙종 때 편찬된 <김충장공유사(金忠壯公遺事)>에는 의병장 김덕령 장군의 전기와 시문을 기록한 책으로 이순신의 마지막을 그렇게 표현했다. 사실 ‘이순신 자살설’의 빌미는 위의 한 문장밖에 없다.

이순신이 스스로 목숨을 내던졌다는 또 다른 근거는 이순신과 당시 조정(朝廷)과의 불화. 최후의 승전을 거두었더라도 당쟁의 결과로 어떤 모함이나 모략을 받아 원하지 않는 죽음을 맞기 쉬울 것임을 미리 짐작하고 있었다는 것이다.

1993년 <창작과 비평>에서 ‘동족의 모함과 박해, 그리고 조국에 배신당한 비극의 영웅 이순신’이라며 이 같은 주장을 뒷받침했다.

소설이기는 하나 김훈의 ‘칼의 노래’표지 글에는  ‘나는 세상의 모멸과 치욕을 살아 있는 몸으로 감당해 내면서 이 알 수 없는 무의미와 끝까지 싸우는 한 사내의 운명에 관해 말하고 싶었다.’라고 표현했다.

하지만 자살설의 근거인 ‘면주’에 관한 해석을 달리한 경우도 있다. 이순신연구소(순천향대) 노승석 교수는 “<춘추좌씨전>에 고사로 나오는 면주는 임금에 대한 충성심으로 적과 싸우면서 격분한 나머지 투구를 벗고 결사적으로 싸우는 모습”이라고 설명한다.

이에 정두희 전 서강대 역사학과 교수는 “음력 11월 살을 에이는 듯한 바닷바람의 추위에 갑옷을 벗은 것은… 순천과 사천 양쪽에서 일본군의 협공을 받아 생사의 고비를 넘나들며 죽기 살기로 싸우는 상황”이라는 해석이다.

하지만 학계 일각에선 이순신의 사생관이 분명했던 것에 비추어 그는 오히려 죽음에 초연했다고 보는 게 옳지 않겠느냐는 것이다. 더욱이 당시 임금인 선조와의 갈등을 그렇게 염려했다면 그 전에 출정하라는 왕명을 죽음을 무릅쓰고 어길 수가 있었겠느냐는 것이다.

<난중일기>에서는 선조에 대한 이순신의 정치적인 고뇌를 전혀 읽을 수 없다. 하지만 왕은 신하를 자주 입에 담는 편이었다. <선조실록>에는 이순신에 대한 선조의 격한 감정이 여과 없이 드러난다. “이순신의 죄는 용서할 수 없다. 마땅히 사형에 처할 것으로 돼 이제 고문을 가하여 그 죄상을 알고자 한다”(1597년 3월 13일 승정원 비망기).

결국 선조는 이순신의 죄상을 증명할 수 없었고, 한 차례 고문을 가한 뒤에 그를 석방했다. 자신의 적(敵)을 일본 수군과 임금으로 설정한 소설가 김훈의 ‘칼의 노래’에서 이순신은 항상 자신이 죽을 자리와 그 방식을 염두에 둔다. ‘나는 결국 자연사 이외의 방식으로는 죽을 수 없었다. 적탄에 쓰러져 죽는 나의 죽음까지도 결국 자연사인 것이다.’라며 이순신을 대신해 토로했다.

이를 두고 허명숙 숭실대 국어국문학과 교수는 “설령 목숨을 보존했다 하더라도 전쟁에서 패했다면 정치력에 의해 다시 죽을 위기에 처하게 되는 한 개인의 실존적 위기인 것이다”라고 풀이한 글을 쓰기도 했다.

이순신의 죽음을 지금과 비교한다면… 임진년은 아니지만 마지막 전투를 앞둔 무술년 1598년 음력 11월 17일자가 이순신의 난중일기 마지막. 출전 준비를 하는 그의 마음을 모두 알 수 없지만 올 임진년 12월 대선에서 필사즉생 필생즉사(必死則生 必生則死)의 정신으로 남은 선거를 임하는 사람은 누구인가?

박근혜, 김문수, 정몽준 그리고 이재오, 안철수, 문재인 등 더 미룰 수 없는 전투에서 ‘필사즉생(必死則生)’없이 ‘필생(必生)’ 만 있는건 아닐까.  민심을 기준해 볼 때 현재까지는 부정적이다. 12월 결과가 끝난 후 다시 확인 해보기로 해도 괜찮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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