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양유업, 비상경영체제 돌입했지만…갈 길 먼 ‘쇄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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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양유업, 비상경영체제 돌입했지만…갈 길 먼 ‘쇄신’
  • 안지예 기자
  • 승인 2021.05.10 15:4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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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유-경영 분리 지배구조 개선 요청…폐쇄적 가족경영 종지부 찍을까

[시사오늘·시사ON·시사온=안지예 기자]

홍원식 남양유업 회장이 최근 자사 유제품 불가리스가 코로나19 억제 효과가 있다는 발표로 빚어진 논란과 관련해 4일 오전 서울 강남구 도산대로 남양유업 본사 대강당에서 대국민 사과를 발표하며 고개 숙이고 있다. ⓒ뉴시스

남양유업이 불가리스 파장 이후 비상대책위원회 체제로 전환하고 경영 쇄신을 추진한다. 구체적인 쇄신안은 순차적으로 나올 것으로 보이는 가운데, 오너일가의 지분 매각 등 실질적 조치가 이뤄지지 않는다면 ‘보여주기식’ 쇄신안이라는 비판을 피할 수 없을 전망이다.

남양유업은 지난 7일 긴급 이사회를 소집해 비대위(이하 비대위)를 꾸려 경영 쇄신책을 마련하기로 했다고 10일 밝혔다. 비대위는 우선 대주주인 홍원식 회장에게 소유와 경영 분리를 위한 지배구조 개선을 요청하기로 했다. 

비대위원장은 정재연 남양유업 세종공장 공장장(부장)이 맡을 예정이며 비대위 구성은 아직 이뤄지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3일 사의를 표명한 이광범 현 대표이사는 법적 절차에 따라 후임 경영인 선정 시까지만 자리를 유지하기로 했다.

남양유업은 앞서 열린 긴급 이사회에서 경영진 사퇴에 따른 방안을 논의했다. ‘불가리스의 코로나19 억제 효과 발표’에 따른 후폭풍이 커지며 홍 회장이 회장직에서 사퇴했으며, 이 대표까지 사임의사를 밝히면서 경영 공백이 불가피해졌기 때문이다. 

업계에서는 남양유업의 긴급 이사회 소집 이후 경영진 선임, 경영 쇄신안 등 구체적인 후속 조치가 나올 것으로 예상했으나, 이날 발표된 내용은 비대위 구성이 전부였다. 지난 4일 대국민 사과문을 발표한 홍 회장도 “모든 책임을 지고자 회장직에서 물러나겠다”고 말했지만 결국 실질적인 대안은 제시하지 않았다는 지적이 나온 바 있다.

당시 홍 회장은 “온 국민이 코로나로 힘든 시기에, 당사의 불가리스와 관련된 논란으로 실망하시고, 분노하셨을 모든 국민들과 현장에서 더욱 상처받고 어려운 날들을 보내고 계신 직원, 대리점주 및 낙농가 여러분들께 진심으로 사과드린다”며 “2013년 회사의 밀어내기 사건과 사회적 물의를 일으킨 저의 외조카 황하나 사건, 지난해 발생한 온라인 댓글 등 논란들이 생겼을 때 회장으로서 보다 적극적인 자세로 나서서 사과드리고 필요한 조치를 취했어야 했는데 부족했다”고 고개를 숙였다.

또한 “자식에게도 경영권을 물려주지 않겠다”며 “저의 사퇴를 계기로 지금까지 좋은 제품으로 국민의 사랑에 보답하려 묵묵히 노력해온 남양유업 가족들에 대한 싸늘한 시선은 거두어 주시길 간곡히 부탁드린다”고 말했다. 홍 회장의 장남인 홍진석 기획마케팅총괄본부장 상무는 보직 해임된 상태다.

이와 관련, 업계에서는 홍 회장의 지분 처분이 이뤄지지 않는 이상 폐쇄적인 가족 경영 구조가 계속될 것이라는 지적이 끊이지 않고 있다. 남양유업도 비대위를 구성하면서 소유-경영 분리를 쇄신안 첫머리로 꼽았지만 향후 실효성 있는 방안이 담길지는 미지수다. 강도 높은 쇄신이 이뤄지지 않는다면 소비자의 싸늘한 시선도 계속될 수밖에 없다. 

남양유업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홍 회장이 보유한 회사 지분은 51.68%에 달한다. 경영 일선에서 물러나도 최대주주로서 영향력 행사가 가능하다. 남양유업의 특수관계인 지분까지 합치면 홍 회장의 지분은 53%다. 이사회도 오너 일가가 장악하고 있다. 사내이사 4명, 사외이사 2명 총 6명으로 이뤄진 이사회에서 홍 회장 본인과 어머니 지송죽 씨, 아들 홍진석 씨가 사내이사에 올라있다. 

기업분석 전문업체 한국CXO연구소에 따르면 이사회에 오너 일가 참여 비율이 높으면 다소 폐쇄적인 경영을 한다고 해석할 여지가 높다. 가족 단위로 이사회를 구성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반대로 오너가 비율이 낮으면 투명한 경영 시스템을 구축하려는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는 것으로 풀이될 수 있다. 

오일선 한국CXO연구소 소장은 “독자적인 경영권을 행사할 수 있는 기업일수록 최대주주를 견제하고 투명한 경영을 실현하기 위해 이사회 구성을 전문성을 가진 비(非)오너가 사내이사와 사외이사로 다수 구성하는 것이 현실적 대안 중 하나가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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