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격의 현대건설, 모그룹 외면·눈치 속 ‘약진 앞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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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격의 현대건설, 모그룹 외면·눈치 속 ‘약진 앞으로’
  • 박근홍 기자
  • 승인 2021.05.12 16:4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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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엔지니어링으로 몰리는 그룹 일감, 구설수 오를까 공격적 영업활동 자제에도…
국내외서 연이은 수주고, 국내 사업은 연간 목표 50% 달성…'어닝 서프라이즈 가능성'
변수는 재무적 리스크…"빅배스 단행하지 않은 유일한 건설사, 손실 반영할 필요있어"

[시사오늘·시사ON·시사온= 박근홍 기자]

현대건설이 모그룹의 지배구조 개편으로 행동반경이 위축된 상황 가운데에도 눈에 띄는 성과를 거두고 있다. 증권가에서는 올해 어닝 서프라이즈를 이룰 가능성이 높다는 관측까지 나온다.

금융업계에 따르면 현대건설은 2021년 1분기 별도기준 매출 2조3182억 원, 영업이익 754억 원을 올린 것으로 추정된다. 전년 동기보다 매출은 1.96%, 영업이익은 33.21% 각각 증가한 수치로, 지난해 실적 부진을 말끔히 해소했다. 시장 예상치를 뛰어넘는 성과라는 게 지배적인 견해다. 국내 주택사업 호조 등에 따른 지속적 매출 발생과 수익성 개선을 통해 이룬 실적이라는 게 현대건설의 설명이다. 

수주 행보 역시 눈에 띈다. 해당 분기 현대건설은 싱가포르 SP그룹 라브라도 오피스 타워 1단계·변전소/관리동 신축공사, 사우디아라비아 하일-알주프 송전선 공사 등 해외사업과 신용산 도시환경정비2구역, 송도 6·8공구 A15블록 등 국내 사업으로 총 6조8561억 원(연결기준)을 신규수주했다. 이는 연간 수주 목표의 27% 규모다. 특히 별도기준 국내 주택수주는 이미 연간 목표의 절반에 이르는 것으로 전해진다.

상승세는 이번 2분기에도 이어지고 있다. 현대건설은 지난 10일 보도자료를 내고 '서울 용산구 한남시범아파트 소규모재건축정비사업'과 '경기 의정부 금오생활권1구역 주택재개발정비사업'을 동시에 수주하는 쾌거를 이뤘다고 전했다. 전자는 서울 용산구 한남동 일대에 지하 4층~지상 4층, 4개동 규모 공동주택 120가구와 부대복리시설을 짓는 프로젝트로, 한남동이라는 지역 특색에 맞춰 고급스럽고 미래지향적인 '디에이치 메종 한남'을 선보인다는 방침이다. 후자는 경기 의정부 금오동 일원에 지하 3층~지상 32층, 11개동 규모 공동주택 932세대와 부대복리시설을 신축하는 사업으로, 단지명은 '힐스테이트 루센트로'다.

이 같은 성과는 코로나19 사태 장기화 등 대외적 악재는 물론, 모그룹의 외면과 눈치라는 내부적 악재까지 이겨내며 일군 것이기에 더욱 높이 살 만하다는 게 업계 중론이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을 살펴보면 2020년 현대건설이 모그룹인 현대자동차그룹 주력 계열사로부터 거둔 매출(별도기준)은 현대자동차 598억5300만 원, 기아자동차 83억5100만 원, 현대모비스 114억8800만 원, 현대글로비스 1000만 원 등이다. 같은 기간 자회사인 현대엔지니어링이 모그룹 핵심 계열사로부터 올린 매출(별도기준)은 현대자동차 4094억5576만 원, 기아자동차 1173억3270만 원, 현대모비스 1657억6034만 원, 현대글로비스 109억3344만 원 등으로 현대건설에 비해 압도적으로 많다.

현대차그룹은 최근 현대엔지니어링의 코스피 상장작업에 나선 상태다. 정의선 회장의 보유 지분이 많은 현대엔지니어링의 상장을 통한 기업가치 제고로 경영권 승계를 위한 자금 확보, 나아가 '정의선 체제'를 공고히 하려는 지배구조 개편의 포석을 뒀다는 평가가 주를 이룬다. 현대엔지니어링으로 그룹 일감이 몰린 이유로 볼 수 있는 대목이다. 신성장동력도 현대엔지니어링에 편중되는 분위기다. 기업공개를 공식화한 지난달부터 현재까지 현대엔지니어링은 '자동화 AI설계 시스템 개발', '환경에너지사업', '미래건설 스마트팜', '스마트 주택사업' 등에 대한 업무협약을 여러 업체들과 연이어 체결했다. 상장을 앞두고 몸값을 높이기 위한 행보로 보인다. 반면, 같은 기간 현대건설이 배포한 업무협약 관련 보도자료는 단 한 건도 없었다. 

현대건설은 보이지 않는 눈치도 견딘 것으로 전해진다. 오너일가의 경영권 승계에 방해가 될 수 있는 요인을 사전에 차단하고자 과거 한남3구역처럼 구설수에 오를 여지가 있는 수주전에는 아예 참여하지 않는 영업전략을 세웠다는 후문이다. 수익성은 좀 떨어져도 정부의 시선과 여론으로부터 비교적 자유롭고 경쟁과 리스크도 덜한 현장을 공략하는 것이다. 실제로 현대건설은 올해 마수걸이 수주로 경기 용인 수지 신정마을 9단지 리모델링사업을 택했으며, 앞서 거론한 한남동 소규모재건축사업은 수의계약 방식으로 시공권을 확보했다. 의정부 주택재개발사업 역시 경쟁이 거의 없었다. 현대건설은 해당 현장에서 금호건설과 맞붙었는데 조합원 투표 결과 득표율 97.2%를 얻으며 큰 차이로 승리했다.

이처럼 어려운 경영환경을 거치면서도 좋은 성적표를 거두자 내부 단결력도 강화된 눈치다. 현대건설은 2021년 현대자동차그룹 계열 중 가장 먼저 임금·단체협약 체결을 완료했다. 당시 현대건설 노사는 "노사 이전에 우리라는 한마음으로 합심해 모든 난관을 극복하겠다"며 "앞으로 현대건설을 최고의 기업으로 키우고 업계 최고의 대우를 받는 회사로 만들어 나가겠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이와 관련, 증권가에서는 올해 현대건설이 시장 기대치를 상회하는 실적을 올릴 것이라는 전망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국내 사업은 물론, 현대건설의 강점인 해외사업도 점차 회복될 것이라는 이유에서다.

이선일 BNK투자증권 연구원은 "올해는 해외부문 수주 성과가 매출로 이어져 실적으로 본격화되는 시점"이라면서 "초대형 프로젝트들의 기성이 2분기부터 시작되면서 2021년이 정체 국면에서 벗어나는 분기점이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송유림 한화투자증권 연구원도 "양호한 수주 성과가 지속되는 가운데 올해부터 시작될 본격적인 실적 성장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관측했다.

다만, 일각에서는 현대건설이 지속가능한 성장을 이루기 위해서는 재무적 리스크를 미리 해소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현대건설의 재무건전성은 비교적 우수한 편이다. 올해 1분기 연결기준 부채비율은 105.3%, 2020년 말 별도기준 부채비율은 114.7%다. 매출채권, 차입금 의존도 등도 최근 3년 동안 계속 감소했다. 그럼에도 재무 리스크 해소 필요성이 거론되는 이유는 해외사업 때문이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현대건설은 보수적인 회계처리를 한다고 하는데 금융당국에서 2017년에 괜히 회계감리에 나섰겠느냐. 막상 들추니까 소폭이지만 4개년도 누적 실적이 줄었다"며 "대형 건설사 중에 빅배스(big bath·대규모 손실 처리)를 단행해 대대적으로 부실을 털지 않은 건 현대건설밖에 없다. 코로나19 사태 장기화에 최근에는 자재 조달 문제까지 악화되고 있기 때문에 해외사업 부실 위험이 심화되고 있는 상황이다. 이때 한번 털고 가는 게 중장기적인 차원에서 바람직하다고 본다"고 말했다.

실제로 국내 상장 5대 건설사 가운데 GS건설은 2013년 대대적으로 잠재 손실을 선반영한 바 있으며, DL이앤씨(DL E&C)는 2014년 대림산업 시절 손실을 선반영했다. 삼성물산은 2015년 호주 로이힐 등에서의 손실을 떨어내는 빅배스를 단행했다. 대우건설은 사장이 교체될 때마다, 또는 매각을 앞두고 거의 매번 빅배스를 실행에 옮겼다. 현대건설은 빅배스를 단행한 적은 없으며, 앞선 관계자의 말처럼 2017년 금융감독원이 회계감리에 착수하면서 자발적으로 2013~2016년 사업보고서를 정정공시한 바 있다. 일종의 '스몰배스'(소규모 손실 처리)는 한 셈이다.

현대건설의 연결기준 미청구공사는 2018년 2조6797억 원에서 2019년 2조2824억 원으로 줄었다가 지난해 2조2867억 원으로 다시 늘었다. 또한 올해 1분기는 2조4896억 원으로 지난해 말 대비 8.9% 확대됐다. 아울러 현대건설은 지난해 사업보고서를 통해 '아랍에미리트(UAE) 미르파 담수복합화력발전' 현장에 대해 452억5600만 원의 대손충당금을 새롭게 설정했다고 밝힌 바 있다. 

담당업무 : 건설·부동산을 중심으로 산업계 전반을 담당합니다
좌우명 : 隨緣無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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