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정치권, ‘수연무작’의 지혜 발휘하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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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정치권, ‘수연무작’의 지혜 발휘하길
  • 박근홍 기자
  • 승인 2021.05.19 10:0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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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오늘·시사ON·시사온= 박근홍 기자]

ⓒ pixab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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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연무작(隨緣無作), 불교 경전 중 하나인 화엄경에 언급되는 말로 연못에 뜬 연꽃이 잔잔한 물결에 고요하게 움직이는 것처럼, 세상을 살아가면서 인연을 조작하듯 맺고 끊을 게 아니라 조용히 인연에 따르고, 무엇인가 얻으려고 억지를 부릴 게 아니라 자신의 능력과 순리에 따라야 한다는 뜻이다. 불교 신자는 아니지만 그 뜻이 참으로 심오하고, 그렇게 살고 싶다는 마음에 오래 전부터 좌우명으로 쓰고 있다. 정치권에선 국민의힘 주호영 의원이 카카오톡 프로필에 언급해 한때 화제가 됐던 말이기도 하다.

깊은 의미를 가진 사자성어인 만큼, 얕은 인간 군상들이 모여 사는 현실 세계에서는 실천에 옮기기가 너무나 어렵다. 특히 연고와 이권개입에 기반한 정치권력과 자본권력이 모든 걸 좌우하고 결정하는 경우가 잦은 우리나라 사회에서는 더욱 그렇다. 동향, 동창, 동문이라는 억지 인연, '~계', '~파', '~회', '~단체' 등 패거리를 앞세워 이득을 챙기려는 문화, 모두 수연무작과는 거리가 먼 세태다. 오히려 수연무작의 마음으로 살기 위해 노력하는 사람들이 손가락질을 받고 멍청하다는 소리를 듣는 세상이다.

한데, 수연무작은 세상을 살아가는 데 있어 어리석은 철학처럼 보이나 사실은 그렇지 않다. 그 안에는 지금 우리나라에서 가장 중요한 시대정신으로 평가되면서도 점점 사라지고 있는 '평등'과 '공정'이 있다. 지금 우리 사회는 조작된 인연과 패거리 이권 투쟁으로 불평등과 불공정이 만연해 있다. 자연스러운 인연과 순리, 그리고 개인의 역량에 따른 성장사를 찾아보기 힘든 실정이다. '개천에서 용 났다'는 말을 들은지 오래다. 이제는 '개천에서 행복한 붕어·개구리·가재가 되자'는 말이 그 자리를 대신했다.

이 같은 상황에서 적어도 정치권만큼은 수연무작의 지혜를 발휘할 필요가 있다는 생각이다. 정치의 사전적 의미는 '권력을 행사하는 활동으로 국민들이 인간다운 삶을 영위하게 하고 상호간 이해를 조정하며, 사회 질서를 바로잡는 따위의 역할'이다. 정치인들은 수연무작 아래 권력을 행사하고 의견을 표명해야 하며, 평등하고 공정한 사회 실현에 보탬이 되는 정책을 펼치기 위해 절치부심해야 한다. 그런데 우리나라는 정치인들이 공정과 평등을 늘 부르짖어도 현실은 반대로 흐르는 경우가 수많다. 선거철마다 억지로 표심을 잡기 위한 억지 정책들이 판을 치기 때문이다. 

그렇다 보니, 사회적 논란을 불식시켜야 할 정치권이 논란을 야기하는 경우가 다반사다. 대표적인 예가 최근 불거진 GTX-D 논란이다. 영향권 내 지역 주민들이 거세게 반발하고, 유력 대권주자가 주무부처 장관에게 전화를 걸자 정부가 수정을 검토한다고 한다. 주민들의 반대가 심하면, 거물급 정치인이 압력을 행사하면 정책을 뒤집는 게 과연 합리적이고 합당한 처사인가. 다른 사안, 다른 지역에서 비슷한 일이 벌어지면 또 정책을 뜯어 고칠 것인가. 반대 목소리를 경청하고 심도 깊게 다시 논의한 뒤 정책을 수정하고, 경제성 등에 대한 평가 기준을 투명하게 공개해 반대하는 사람들을 설득하며 잡음을 최소화하는 게 순리가 아닐까.

19일인 오늘은 부처님 오신 날, 석가탄신일이다. 불교계가 세상에 설파하고자 하는 자비와 평화 정신(사실 조계종은 뭘 전달하려는지 모르겠지만)으로 우리 사회가 코로나19 사태라는 국난을 극복하길, 그리고 정치권이 수연무작의 마음으로 국민들에게 진정한 행복과 평안을 안겨주길 진심으로 바란다.

담당업무 : 건설·부동산을 중심으로 산업계 전반을 담당합니다
좌우명 : 隨緣無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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