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악포럼] 심규철 “文정부, 국민을 일사불란하게 통제하려 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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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악포럼] 심규철 “文정부, 국민을 일사불란하게 통제하려 해”
  • 정진호 기자
  • 승인 2021.05.20 16:5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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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의실에서 만난 정치인(180)〉 심규철 전 의원(국민의힘)

[시사오늘·시사ON·시사온= 정진호 기자]

“문재인 정부가 대한민국의 민주주의 헌정 질서를 파괴하고 있다.”

최근 국민의힘 소속 정치인들에게서 심심찮게 나오는 주장이다. 대선 후보들부터 초선 의원들에 이르기까지, 문재인 정부의 ‘독재성’을 규탄하는 목소리가 끊이지 않는다. 그렇다면 대한민국 보수는 왜 문재인 정부를 ‘비민주적’이라고 평가하고 있을까. 5·18 광주민주화운동 41주기였던 5월 18일. 국민대학교 정치대학원 북악정치포럼 연단을 찾은 국민의힘 심규철 전 의원의 입을 통해 그 이유를 들어 봤다.

 

“특정 사건 비판 막는 건 비민주적 사고”


국민의힘 심규철 전 의원이 5월 18일 국민대학교 정치대학원 북악정치포럼 연단에 섰다. ⓒ시사오늘
국민의힘 심규철 전 의원이 5월 18일 국민대학교 정치대학원 북악정치포럼 연단에 섰다. ⓒ시사오늘

제16대 국회의원을 지낸 심 전 의원은 ‘다독가(多讀家)’로 유명하다. 이를 증명하듯, 심 전 의원은 이날도 다른 나라의 역사를 근거로 들며 현 정부의 실정(失政)을 조목조목 지적했다.

“1859년, 영국의 사상가이자 경제학자인 존 스튜어트 밀이 <자유론>이라는 책을 썼다. 당시 영국은 정치적으로는 이미 자유가 만개한 나라였다. 국가권력이나 정치권력이 국민을 탄압하고 제약하는 일이 거의 없었다. 언론의 자유도 거의 보장돼 있었다. 심지어 당시 칼 마르크스가 망명을 와 있었는데, 프로이센이 마르크스를 송환해 달라고 요청하자 ‘영국의 법으로는 송환할 근거가 없다’면서 거부할 정도였다. 그만큼 자유로운 사회였다. 이런 상황이었는데도 밀은 왜 <자유론>을 써야만 했을까. 밀은 ‘다수의 힘에 의해 개인의 자유가 침해될 수도 있다’는 점에 착안했다. ‘지구상에서 단 한 사람만 다른 의견을 갖고 있다고 하더라도, 그 한 사람의 의견을 억압해서는 안 된다. 개인의 모든 행위는 남에게 피해를 주지 않는 한 자유로워야 한다’는 것이 밀의 생각이었다.”

밀의 사상을 소개한 심 전 의원은, 이를 근거로 5·18 민주화운동 등에 관한 특별법 개정과 역사왜곡방지법 제정 움직임을 강하게 비판했다.

“얼마 전 더불어민주당 주도로 5·18 민주화운동 등에 관한 특별법이 개정됐다. 5·18에 대해 절대 부정적인 얘기, 비판적인 얘기를 해서는 안 된다는 내용이다. 또 몇몇 의원들을 중심으로 역사왜곡방지법을 제정하려는 움직임이 있다. 이미 국회에 법안도 제출된 것으로 안다. 이 법은 3·1운동 같은 문제에 대해 엉뚱한 얘기를 하지 말라는 거다. 물론 우리나라 역사에 대해 엉뚱한 얘기 하는 걸 좋아하는 사람이 누가 있겠나. 하지만 학계에서는 특정한 문제에 대해 비판적으로 연구 논문을 쓸 수도 있는 거다. 자유민주주의 사회에서 100% 의견이 일치되는 건 불가능하다. 그런데 21세기 대한민국에서 특정 사건에 대해 아예 비판조차 하지 못하도록 하는 법을 만든다? 어떻게 이런 발상이 나오는지 알 수가 없다. 문재인 정부가 다양성을 불편하게 생각하고, 국민을 일사불란하게 통제하고자 하는 생각을 하고 있는 게 아닌가. 대한민국의 민주주의를 걱정하지 않을 수 없는 이유다.”

 

“민주주의의 역사는 재산권 보호의 역사”


다독가로 유명한 심 전 의원은 다른 나라 역사를 바탕으로 문재인 정부 실정을 비판했다. ⓒ시사오늘
다독가로 유명한 심 전 의원은 다른 나라 역사를 바탕으로 문재인 정부 실정을 비판했다. ⓒ시사오늘

이어서 그는 미국의 독립선언서를 언급하며 문재인 정부의 과세 정책에 대해서도 비판의 날을 세웠다.

“1776년 나온 미국의 독립선언서는 이렇게 천명했다. ‘모든 사람은 평등하게 태어났고, 창조주는 몇 개의 양도할 수 없는 권리를 부여했으며, 그 권리 중에는 생명과 자유와 행복의 추구가 있다. 인류는 이 권리를 확보하기 위해 정부를 조직했다. 정부가 이런 목적을 이루지 못하면 인민은 언제든지 정부를 무너뜨릴 수 있다.’ 여기서 양도될 수 없는 천부인권은 존 로크가 주장한 생명권과 자유권, 재산권에서 재산권을 행복추구권으로 바꾼 거다. 실제로 독립선언서 초안을 작성한 토마스 제퍼슨이 존 로크로부터 아이디어를 얻었다고 시인했다. 어쨌든 로크는 재산권의 중요성을 말하면서 ‘대지와 자연, 모든 피조물은 만인의 공유물이지만 사람의 신체는 자신이 소유하는 것이다. 따라서 노동을 통해 얻은 대상물은 노동을 한 그 사람이 단독소유주가 된다’고 강조했다. 노동의 신성함과 재산권에 대한 존중, 이것이 영국 민주주의의 출발이었던 거다.

그래서 민주주의의 역사는 재산권 보호의 역사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부당한 세금에 대한 투쟁. 대헌장이나 권리청원이나 ‘시민 대표의 동의 없이는 함부로 과세를 해서는 안 된다’는 게 핵심 중의 하나고, 그 이후에도 재산권 보장과 법치를 중심으로 발전해왔다. 그런데 대한민국은 어떤가. 영국이라는 나라가 수백 년 전부터 이뤄왔던 민주주의의 모습이 21세기 대한민국에서는 얼마나 왜곡되고 있나. 문재인 정부 들어와서 재산권에 대한 침해가 심각하다. 과세권이 남용되는데, 이 정부 사람들은 이걸 심각하게 생각하지 않는 것 같다. 군대에서 ‘좌로 굴러, 우로 굴러’ 하듯이 25번이나 부동산 정책을 바꿨는데, 국민을 이렇게 함부로 대우해도 되는 건가.”

그러면서 심 전 의원은 조선의 사례를 들며 재산권 침해의 위험성을 재차 강조했다.

“영국 지리학자인 이사벨라 버드 비숍이 청일전쟁 무렵에 한국을 네 번 방문해서 <한국과 그 이웃 나라들>이라는 책을 냈다. 여기 보면, 자기는 처음에 ‘한국인들이 게을러서 못 사는 줄 알았는데 알고 보니까 조선은 재산권 보장이 안 돼서 못 사는 것 같다’ 이런 내용이 있다. ‘조선은 상민들이 돈을 벌면 가만히 놔두지 않고 기어코 양반들이 뺏어가더라. 그러다 보니까 상민들이 아예 재산을 모으려고 하지 않더라’는 거다. 재산권 보장이 얼마나 중요한지 생각해볼 수 있는 사례다.”

 

“보수의 위기, 문제해결능력 증명 못한 게 원인”


심 전 의원은 보수의 위기가 문제해결능력을 증명하지 못한 데서 촉발됐다고 분석했다. ⓒ시사오늘
심 전 의원은 보수의 위기가 문제해결능력을 증명하지 못한 데서 촉발됐다고 분석했다. ⓒ시사오늘

마지막으로 심 전 의원은 이날 강연의 주제인 ‘국가는 왜 존재하는가-대한민국의 보수, 제대로 그 요구에 부응해 왔는가’를 주제로 보수의 과거를 되돌아보며 강연을 마무리했다.

“그렇다면 제가 몸 담고 있는 우리나라 보수는 제대로 역할을 해 왔느냐. 반성을 하지 않을 수 없다. 얼마 전 서울대 박지향 교수가 쓴 <정당의 생명력>이라는 책을 읽었다. 영국 보수당의 역사를 쓴 책인데, 보수당이 자유당이나 노동당에 비해 집권 기간도 훨씬 길고 오래 존속한 비결을 밝히고 있다. 이 책의 결론은 보수당이 더 애국심이 강하고, 위기 시 문제해결능력이 다른 당보다 낫다는 걸 국민에게 인식시켰다는 거다.

그럼 우리 보수는 어땠나. 문민정부 이후만 돌아보면, 그렇게 성공적이지 못했던 것 같다. 1997년에는 IMF 외환위기를 막지 못했고, 2017년에는 박근혜 전 대통령이 탄핵을 당했다. 외환위기를 막지 못했다는 것, 탄핵을 당했다는 것은 보수에게 치명적인 사건이면서 국가적으로 불행한 일이다. 그래서 우리 보수가 영국 보수당이 받고 있는 평가, 그러니까 애국심이 강하고 문제해결능력이 좋다는 평가를 받는 데 실패한 게 아닌가 싶다. 보수의 위기도 바로 여기서 기인했다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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좌우명 : 인생 짧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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