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초코파이 정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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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초코파이 정책
  • 박근홍 기자
  • 승인 2021.06.02 11:3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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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오늘·시사ON·시사온= 박근홍 기자]

ⓒ 오리온
ⓒ 오리온

평소에 단맛이 나는 과자나 음료를 즐겨 먹지 않는다. 어렸을 적부터 그랬다. 군것질 자체를 그닥 좋아하지 않았다. 그럼에도 단 과자와 청량음료가 당겼던 시절이 잠시 있었다. 군(軍)복무를 위해 논산육군훈련소에 입영했을 때였다. 그토록 싫어했던 사탕, 초콜릿이 고팠고, 과자도 얼마나 먹고 싶었는지 모른다. 그렇다 보니, 매 주말을 손꼽아 기다렸다. 종교활동에 가면 간식이 나왔기 때문이다. 말만 잘 들으면 2~3개씩 줬다. 특히 이전엔 입에 잘 대지도 않았던 '초코파이'가 어찌나 맛있었는지 모른다. 희한하게도 훈련소 생활을 마친 후 자대배치를 받자 점차 군것질이 줄었고, 어느 순간부터는 다시 예전처럼 단 과자와 음료를 잘 찾지 않게 됐다. 초코파이는 아예 쳐다도 안 봤다. 아마 제대·전역자들 대부분이 공감할 것이다.

훈련소에서는 왜 그렇게 초코파이가 맛있었을까. 이에 대해 나무위키에서는 '훈련소는 식생활이 열악한 환경 가운데 가혹하게 구르기 때문에 체내 당분이 적자 가계부이기 때문'이라고 설명한다. 고된 훈련으로 체력 소모가 심하기에 열량을 빠르게 보충할 수 있는 당류가 당길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맞는 말이지만 이보다는 심리적 요인이 크다고 생각된다. 물 한 잔 마음대로 마시지 못하고, 화장실조차 꼬박꼬박 허락을 받고 가야 할 정도로 개인의 자유가 극도로 억압된 상황에서 주말에만 만나볼 수 있는 달콤한 초코파이는 유일한 낙이다. 군(軍)에서 이 부분을 잘 이용(?)하는 것 같다는 생각도 든다. 강제로 데려와서 최저임금도 주지 않고 4~5주 동안 굴려 심신을 지치게 만들고는 주말 초코파이 하나로 '퉁'치는 게 아닌가. 그리고 그게 실제로 통한다. 감사한 마음으로 초코파이를 받은 훈련병들의 몸과 마음이 마시멜로처럼 녹아 풀린다. 심리적 요인이 확실하다.

최근 차기 대선을 앞두고 표심을 선점하기 위한 정치권 내 정책 대결이 치열하다. 그중에서도 가장 이목을 끌고 있는 건 역시 180석의 힘을 가진 정부여당이다. 문재인 정부와 더불어민주당은 지난 1일 2차 추가경정예산 편성을 추진하겠다는 방침을 밝히면서 '2차 전국민 재난위로금', '백신 유급휴가비', '자영업자 손실보상' 등에 최대 30조 원 규모 예산을 투입하겠다고 예고했다. 지난 21대 총선에서 재미를 크게 봤던 전략을 다시 활용하려는 것으로 보인다. 이에 앞서 민주당은 부동산 민심을 잡고자 재산세 감면 확대, 금융규제 완화 등 주택시장 안정화 방안을 발표하기도 했다. 또한 종합부동산세 과세 기준을 공시가 상위 2%로 완화하는 방안도 제시했다. 아울러 송영길 민주당 대표는 조만간 자신의 부동산 정책인 '누구나집'을 선보일 예정이다. 누구나집은 시세 10%에 해당하는 자금을 조달할 수 있는 청년과 신혼부부들에게 10년 거주 후 최조 공급가에 내 집 마련 기회를 제공하는 정책이다. 여권의 유력 대권주자인 이재명 경기지사도 '기본주택'을 본격 추진 중이다. 기본주택은 무주택자라면 누구나 시세 대비 저렴한 임대료를 내고 30년 이상 장기 거주할 수 있는 주거모델이다.

구체적인 재원 마련 방안이나 각종 법 개정 문제 등은 일단 접어두자. 내용은 나쁘지 않다. 지속된 경기 침체, 코로나19 사태 장기화, 문재인 정부의 소득주도성장과 부동산대책 실패 등으로 국민생활이 열악한 환경 가운데 다들 어떻게든 입에 풀칠을 하려고 가혹하게 구르고 있는 실정이기 때문이다. 국민 입장에서 수십만 원 남짓 지원금, 소폭의 규제 완화, 누구나집이나 기본주택 등은 조금이나마 숨통을 트게 만들 수 있는 참으로 달콤한 정책이다. 정부여당에서 이 부분을 잘 이용(?)하는 것 같다는 생각도 든다. 집값 폭등, 장바구니 물가 폭등, 백신 조기 도입 실패 등으로 4~5년 동안 심신을 지치게 만들고는 선심성 정책들로 '퉁'치는 게 아닌가. 그리고 그게 실제로 통한다. 감사한 마음으로 정책 수혜를 받아 몸과 마음이 마시멜로처럼 녹아 풀린 국민들이 정부여당에 180석이라는 힘을 실어주지 않았는가.

다 좋다. 다 좋은데 정부여당이 한 가지 유의할 게 있다. 초코파이 '약빨'은 훈련소 기간 4~5주, 길어야 이등병 때까지다. 그 다음부터는 아예 쳐다도 안 본다. 더욱이 요즘은 건강과 체중 관리를 위해 당 섭취를 줄이는 사람들이 많다. 정권재창출을 이루고자 한다면 맛있으면서도 건강하고 균형 잡힌 식단을 국민들에게 제시해야 하지 않을까 싶다.

담당업무 : 건설·부동산을 중심으로 산업계 전반을 담당합니다
좌우명 : 隨緣無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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