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30일] 게임 문외한 아저씨도 빠져들었다…로스트아크 체험기(上)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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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30일] 게임 문외한 아저씨도 빠져들었다…로스트아크 체험기(上)
  • 김병묵 기자
  • 승인 2021.06.03 15:54
  • 댓글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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향수마저 느껴지는 탄탄한 스토리…연출엔 ‘소름’
따라만 가면 되는, 꽉 들어찬 콘텐츠 종합선물세트

[시사오늘·시사ON·시사온=김병묵 기자]

ⓒ시사오늘=게임화면 캡처
스마일게이트 RPG에서 만든 〈로스트 아크〉실제 인게임 플레이의 한 장면. 던전 '왕의 무덤'에서 등장한다. ⓒ시사오늘=게임화면 캡처

세계 최고 수준의 게임강국 한국에선 매주 수많은 새로운 게임이 쏟아진다. 그 중에서 옥석(玉石)을 가려가며 보도하기는 만만치 않은 일이다. 직접 해보지 않고선 기사 쓰기가 어렵겠다 싶었다. [게임30일]은 '겜린이(게이머+어린이)' 기자가 약 한달간 직접 플레이해 본 솔직한 다큐멘터리 리뷰다. 여덟 번째 게임 리뷰는 상반기 뜨거운 화제가 됐던, 스마일게이트 RPG의 〈로스트 아크〉다.

ⓒ시사오늘=게임화면 캡처
스마일게이트 RPG의 〈로스트 아크〉로그인 화면. 기자의 캐릭터(50레벨 디스트로이어)다.  ⓒ시사오늘=게임화면 캡처

[게임3일]과 [게임7일]을 쓴 뒤 이 정도 시간으로 게임을 평가한다는 비판에 직면했다. 리뷰는 포기하고 다른 기사나 집중하라는 충언도 있었다. 다들 게임 리뷰를 포기했나 싶었겠지만 기자는 장기 프로젝트에 돌입해 있었다. 그것이 스마일게이트의 로스트아크다. 이 다음 기사 내용은 스포일러를 포함할 수도 있음을 일러둔다.

미리 고백하자면 기자는 MMORPG(다중 접속 역할 수행 게임)에 대한 편견이 있었다. 학창시절 즐겼던 게임류는 C&C로 시작해 모두 RTS(실시간전략시뮬레이션)였다. 위명이 쟁쟁한 리니지는 물론, 디아블로, 메이플스토리 등을 해본 적이 없다. 친구들의 등쌀에 떠밀려 월드오브워크래프트(WOW)를 3시간 정도 플레이해본 것이 전부였다. 그런 측면에서 로스트 아크는 정말 큰마음을 먹고 시작한 도전이었다. 

이러한 고백을 먼저 한 까닭은 로스트 아크가 이러한 초짜, 게임 문외한마저 빠져들게 만들었다는 데 있다. 한 달 간의 게임 플레이 여정을 키워드 세 가지로 압축해 꼽으면 몰입감·연출력·풍성함이라고 할 수 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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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마일게이트RPG의 〈로스트 아크〉의 주요 무대 중 하나인 루테란 성. ⓒ시사오늘=게임화면캡처

몰입감, 정통 RPG의 향수를 만끽하다

로스트 아크를 플레이하면서 레벨 50에 도달하기까지, 중간중간 내 레벨이 몇인지 체크한 적이 없음을 기사작성을 시작하며 깨달았다. 촘촘한 세계관 속에서 지역마다 펼쳐지는 모험에 몰입해 주인공이 된 채 이야기를 따라가다 보니 레벨은 자연히 올랐다. 

몰입감의 핵심은 스토리다. 초반 로스트 아크의 스토리는 어찌보면 소위 '판타지 세계'의 왕도와 유사하게 흘러간다. 선과 악이 비교적 뚜렷하고, 영웅적 서사가 큰 줄기를 이룬다. '파랜드 택틱스'로 RPG란 것을 처음 접했던 기자에겐 향수마저 불러일으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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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마일게이트RPG가 만든 〈로스트 아크〉게임화면. 게임 캐릭터의 호감도를 올리기 위해 면전에서 나팔을 연주하고 있다. ⓒ시사오늘=게임화면캡처

향수를 느낄 수 없다면 초반 스토리는 비교적 진부할 수 있다는 지적이 있다. 이러한 비판을 잠재울 수 있는 요소는 게임 내에 장치된 디테일함이다. 혼자 플레이하는 것을 기준으로, 내 캐릭터가 최대한 이 세계에 자연스럽게 녹아들게 만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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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마일게이트RPG가 만든 〈로스트 아크〉실제 게임플레이 화면. 맵에서 진행된 스토리와 아직 내가 알지 못하는 이야기가 표시된다. ⓒ시사오늘=게임화면캡처

내 캐릭터를 세계에 녹이기 위한 개발·운영진의 여러가지 장치들이 있었지만 기자가 특히 기억에 남는 것으로 하나를 꼽자면 퀘스트를 마친 뒤 NPC들의 반응이었다. NPC들은 내가 옆을 스쳐가기만 해도 한 마디씩 스토리 진행에 따라 상황에 맞는 말을 건네준다. 예컨대 전장에 나가기 전엔 격려를, 승리 뒤엔 칭찬을 건네는  식이다. 별 것 아닌 간단한 게임 서비스일 수 있지만 수많은 게임의 NPC들이 한 차례 '퀘스트'를 소모하고 나면 더이상 나와 볼 일이 없어져 버리는 것과는 다르다. 일회성으로 캐릭터와 완전히 분리돼 다른 세상으로 가버리는 NPC들과는 별개로, 이 세계가 계속해서 나와 이어져 있다는 느낌을 주는 것이다. 몇몇 로스트 아크를 플레이하는 지인들에게 취재해 본 결과 "그러고 보니 세계관을 더 자연스럽게 만든다"며 호평했다.

ⓒ시사오늘=게임화면 캡처
스마일게이트 RPG가 만든 〈로스트 아크〉에서 호평받은 연출 중 하나인 '왕의 무덤'에서 물이 빠지며 무덤이 드러나는 장면. ⓒ시사오늘=게임화면캡처

연출력, 소름을 부르고 눈물을 글썽이게 한다

스토리를 한층 더 살리는 것은 연출력이었다. 영광의 벽·광기의 축제·크라테르의 심장·베른 남부…로스트 아크의 연출력에 대해선 기자가 굳이 언급할 필요가 없이 이미 정평이 나 있다. 물론 어느 정도 정보가 있다 하더라도 직접 게임을 통해 겪어보는 것은 또 다르다.

로스트 아크에서 연출의 가치는 단순한 시네마틱을 통해 화려한 영상을 보여주는 것에서 그치지 않는다. 게임상에서, '내 캐릭터를 포함한' 연출들이 많다. 액션 영화에서나 나올 것만 같은 화려한 전장 이동을 직접 할 수 있다거나, 대규모 전장의 일부로 직접 참여할 수 있다. 배경인 줄 알았던 거대 로봇에 탑승하거나, 슈팅게임 같은 이동 방식도 게임의 일부로 자연스레 삽입됐다. 한 달간 이제 끝인줄 알았던 연출력은 뒤로 갈수록 진화하고, 또 다양해졌다. 현란한 카메라 워크와 적절한 배경음악(BGM)은 기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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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마일게이트 RPG의 〈로스트 아크〉에선 플레이 배경을 바꾸기 위한 이동조차 콘텐츠다. 배와 선원을 구하면 항해를 나설 수 있다. 직접 배를 조종해 대양을 가로질러 이동한다. ⓒ시사오늘=게임화면캡처

풍성함, 게임 한 가지로 누릴 수 있는 다채로움

MMORPG의 역사를 되살펴 보면, 단순한 전투만 있는 게임을 벗어나 높은 자유도 속에서 다양한 활동을 할 수 있는 방향으로 발전해왔다. WOW나 넥슨의 마비노기 등이 이러한 경향성에 한 획을 그은 작품으로 평가된다. 로스트 아크 역시 전투 이외에도 유저들의 마음을 사로잡을 수 있는 다채로운 콘텐츠가 마련됐다.

그런데 그 '다채로움'의 수준이 범상치 않다. 캐릭터가 강해지는 과정에서 마련된 콘텐츠들(이는 게임의 비즈니스 모델(BM)과도 연관성이 깊다)에 더해, 그야말로 게임 전체를 콘텐츠로 꽉 채웠다.

플레이 배경을 바꾸기 위한 이동조차 콘텐츠다. 배와 선원을 구하면 항해를 나설 수 있다. 직접 배를 조종해 대양을 가로질러 이동한다. 그 과정에서 파생되는 모험물, 항해 퀘스트 등은 '대항해시대'시리즈를 연상케 한다. 크게 세 가지로 분류하는 수많은 숫자의 섬에는 던전이 준비돼 있으며, 보물지도를 따라 모험을 떠날수도 있다. 다른 여러 유저들과 함께 수행해야 하는 항해 협동 퀘스트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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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마일게이트 RPG의 〈로스트 아크〉 게임 내 콘텐츠의 개성은 영지 시스템에 이르러 절정에 달한다.ⓒ시사오늘=게임화면캡처

로스트 아크 콘텐츠의 개성은 영지 시스템에 이르러 절정에 달한다. '영지를 하사받았다'는 설정을 거쳐 유저는 자신의 영지를 가질 수 있다. 마치 '심시티'와 같은 시뮬레이션게임처럼 내 영지를 가꾸고, 제작공방이라는 개념을 통해 아이템을 직접 만들어낼수도 있다. 영지를 통해 '힐링'을 한다는 유저들도 존재한다.

ⓒ시사오늘=게임화면캡처
스마일게이트 RPG의 〈로스트 아크〉에선 심지어 카드 덱을 수집하며 수집형 게임의 기쁨을, 캐릭터의 호감도를 올리는 데선 '연예 시뮬레이션'과 유사한 쾌감을 얻을 수 있었다. ⓒ시사오늘=게임화면캡처

심지어 카드 덱을 수집하는 데선 수집형 게임의 기쁨을, 캐릭터의 호감도를 올리는 데선 '연예 시뮬레이션'과 유사한 쾌감을 얻을 수 있었다. 카드를 모아 '덱'을 완성하면 내 캐릭터에 새로운 효과가 부가된다. 일부 NPC의 호감도를 올리면 숨겨진 퀘스트나 영상 등을 즐길 수 있다. 다양한 게임들의 강점 요소가 한데 모여 조화를 이루고 있는 것이다.

그 외에도 게임 내에선 '미니게임'이라고 불릴 만큼 독특한 방식으로 전개되는 게임 플레이 양상도 많다. 최근 업데이트된 레이드인 '쿠크세이튼'에선 아예 레이드의 진행 과정 안에 미니게임이 삽입돼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만족감 속에 굳이 아쉬움을 꼽자면, 던전의 난이도와 전투의 타격감이다. 레벨50까지 성장하는 동안, 특별한 긴장감 없이 대부분의 시나리오가 클리어됐다. 게임에 대한 재능이 절망적이라는 평을 받아온 기자에게조차 그리 어렵지 않은 난이도였다는 이야기다. 몰입감과 긴장감은 약간 별개의 요소다.

또한 '핵 앤 슬러시'장르에서 기대할 수 있는 수준의 시원한 액션 타격감은 있지만, '손맛'이라는 부분에서 조금의 아쉬움이 남는다. 최근 모바일 게임들의 타격감 발전을 감안하면 더욱 그랬다.

총체적으로 로스트 아크의 '역주행''대대적 흥행' 이유를 알 수 있었던 한 달이었다. 이정도의 몰입감을 선사하는 것이라면 최근 화제를 몰고 온 가상현실 '메타버스'의 뿌리라고 봐도 무방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감히 해 봤다.

최대한 한 달 간의 경험을 리뷰 기사에 압축해 담은 뒤에 한 지인으로부터 연락을 받았다. "제대로 된 레이드를 뛰어본 뒤에 한번 더 할 말이 있을 것"이라고 전했다. 그리하여 다음 [게임30일]은 로스트 아크 레이드 편이다. (다음편에 계속)

 

담당업무 : 게임·공기업 / 국회 정무위원회
좌우명 : 행동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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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동훈 2021-06-09 11:13:20
신선한 느낌의 기사네요. 좋은 기사 쓰시길.

손지원 2021-06-08 16:49:54
다음화 기다리겠읍니다 기자님,,,, 알피지를 하지 않으셨는데도 이렇게 제대로 즐기시다니,, 레이드에서 또 다른 재미를 느끼실거라 믿어 의심치않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