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절체절명 쌍용차에 필요한 ‘한 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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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절체절명 쌍용차에 필요한 ‘한 방’
  • 장대한 기자
  • 승인 2021.06.04 09:5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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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기 속 마련한 ‘상생’ 무급휴업 자구안…부결시 구조조정 불가피
노조원들이 결정짓는 회사 지속가능성…비난 여론 뒤집을 기회

[시사오늘·시사ON·시사온=장대한 기자]

쌍용차 창원엔진공장 조립라인의 전경 ⓒ 쌍용자동차
쌍용차 창원엔진공장 조립라인의 전경 ⓒ 쌍용자동차

암운이 잔뜩 드리워진 쌍용자동차의 앞날에 볕이 들 수 있을까. '대한민국 대표 SUV 기업'으로 통했던 쌍용차지만, 이제는 '법정관리', '16분기 연속 적자', '완전 자본잠식' 등의 불운한 수식어들만이 꼬리표처럼 따라붙는 게 현실이다. 이를 타개하려면 새로운 주인찾기 만이 살 수 있는 유일한 길임은 분명해 보인다.

쌍용차도 절체절명의 위기 속 M&A에 필요한 골든타임을 확보하고자 마지막 카드를 꺼내들었다. 인력 절반에 대한 무급휴업을 2년간 시행해 고정비 부담을 대폭 줄이고, 인수의향자에 지속경영 의지를 재확인시켜 신속한 협상을 이끌어 낸다는 계획을 세운 것이다.

해당 자구안은 기술직 인원의 50%, 사무직의 30%를 대상으로 2년간 무급휴업을 시행하되, 1년 후 판매 상황에 따라 휴직 여부를 재협의하는 것을 골자로 한다. 인력 구조조정이 불가피한 상황이지만, 총 고용 유지를 위한 순환 휴직 방식을 택했다는 점은 노사 상생을 고려한 조치라는 점에서 큰 의미를 지닌다.

더불어 이번 자구안은 2019년도 합의 임금 삭감, 복리후생 중단 기간을 오는 2023년 6월까지 2년 연장하는 안 등을 담고 있다. 임원 급여도 20%를 추가 삭감해 총 40% 줄이기로 했다. 회사가 문 닫는 것을 막기 위해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해보겠다'는 결연한 의지로 해석할 수 있다.

물론 이번 자구안이 결정된 것은 아니다. 노사 합의가 뒷받침돼야 하는 만큼, 오는 7~8일로 예정된 조합원 찬반 투표를 통과해야 하기 때문이다. 무급휴업 등 뼈를 깎는 고통 분담을 근로자들이 반길 리는 만무하다. 그럼에도 이들의 전향적인, 대승적 결단만이 회사를 살릴 수 있는 방법임은 분명해 보인다.

이번 자구안이 부결될 경우에는 후폭풍이 몰아칠 수 있다. 최악의 상황에는 인적 구조조정 등의 더 큰 고통까지 감내해야 한다. 2009년 쌍용차 사태 등의 아픈 과거를 답습하지 않기 위해서라도 노사 상생을 최우선으로 한 이번 결과물을 현실적으로 바라봤으면 한다.

지금까지 쌍용차를 바라보는 여론은 싸늘하기만 했다. 기사에 달리는 "무분별한 혈세 지원은 안된다, 경쟁력 없는 기업은 문을 닫아야 한다"는 식의 댓글들만 봐도 그렇다. 이러한 목소리에 묵직한 '한 방'을 날려줬으면 한다. 쌍용차의 생존 의지를 알리는 마지막 기회를 노조원들의 손으로 살려냈다고 말이다. 이것이 쌍용차를 응원하는 지역사회의 기대와 믿음에 부응하는 길이다.

 

담당업무 : 자동차, 항공, 철강을 담당하고 있습니다.
좌우명 : 생각하는 대로 살지 않으면, 사는대로 생각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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