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병도의 時代架橋] 정치권 전체에 과제 던진 이준석 돌풍
스크롤 이동 상태바
[이병도의 時代架橋] 정치권 전체에 과제 던진 이준석 돌풍
  • 이병도 주필
  • 승인 2021.06.05 08:39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정치 변화·성찰의 기폭제로
민심 요구, 시대적 과제 대두
보수혁신·新지도력 촉매제 삼길
민주당도 위기 봉착 가능성
國益的 세대교체 출발점 돼야
경선 구태정치 극복도 과제

[시사오늘·시사ON·시사온=이병도 주필)

6·11 전당대회를 앞둔 국민의힘에 '이준석 돌풍'이 몰아치고 있다. 보수 진영의 세대교체를 넘어 한국 정치권 전체에 일대 파란을 몰고 올 수 있는 사건이다. 

대선 정국의 최대 화두로 떠오른 '윤석열 정치'의 국민의힘 입당 기류와 맞물려 당내 파장도 주목된다. '당 대표 이준석 적합성'에 대해선 의견이 선명히 엇갈리는 상태이기도 하다. 

과대 포장된 측면도 물론 있을 수 있다. 그러나, 4, 5선이 즐비한 국민의힘에서 재선은 고사하고 초선도 아닌 30대 후보가 당 대표를 넘보는 것은 헌정사에서 이례적이다. 

세대교체의 시대사적 상징성은 실로 크다. 야당 대선 후보에 도전해 한국 정치사의 한 획을 그었던 1971년 YS(김영삼 후보)의 ‘40대 기수론’이후 정확히 50년 만의 일이다. 

정치권은 물론 초미의 국민적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이준석 돌풍'이 설령 실패한다 해도 정당문화의 변화를 요구하는 민심의 준엄한 요구 자체는 시대적 과제로 남을 것이다. 

6·11 전당대회를 앞둔 국민의힘에 '이준석 돌풍'이 몰아치고 있다.ⓒ뉴시스
6·11 전당대회를 앞둔 국민의힘에 '이준석 돌풍'이 몰아치고 있다.ⓒ뉴시스

경직된 정당문화속 큰 파장 예고

현재 한국 정치문화의 본질은 심각하다. 경직된 정당문화는 여야가 소모적으로 대치하는 정치문화를 낳았고, 이로인한 국력의 손실과 민심의 분열은 극심했다. 

여야 대립이 해소할 수 없는 지경에 이른 현재의 정국 역시 이견을 허용하지 않는 여야 지도부의 낡은 세계관이 수십년 동안 충돌한 최종적인 결과로 볼 수 있다.

이런 가운데 나온 '이준석 돌풍'은 더욱 큰 파장을 예고한다. 국민의 힘은 최근까지 80대의 김종인 전 비상대책위원장이 이끌었다. 전신인 자유한국당 시절의 홍준표, 황교안 전 대표도 모두 60대였다. 헌정사상 처음으로 주요 정당에서 국회의원 경험이 전혀 없는 30대 대표가 탄생할지 주목된다. 

외국에선 젊은 지도자의 탄생을 종종 볼 수 있다. 프랑스 역대 최연소 대통령인 마크롱은 39세에 꿈을 이뤘다. 버락 오바마 전 미국 대통령은 47세에 대통령에 당선됐다. 영국 데이비드 캐머런은 39세에 당수로 보수당을 이끌었고, 44세에 총리가 됐다. 이제, 한국 민주주의 정치도 예외일 수는 없다.

여당도 위기감…정치풍토 바꾸는 계기로

이번 '사건'은 국민의힘의 변화는 물론 정치권 전체가 긴장할 수 밖에 없다. 상당한 후폭풍이 예상된다. 

오히려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을 더욱 크게 긴장시키고 있다. 차라리 민주당에서의 위기감이란 말이 더 정확할 듯하다. 단순한 '젊은 피 바람'으로 보기 힘들고, 확실한 세대교체 정치문화를 예고하고 있기 때문이다. 정치판은 그 반향으로 다시 요동칠 가능성이 높아졌다. 

실제로 이 전 최고위원이 당 대표가 된다면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에는 더 큰 충격이 될 것이다. 민주당 내에서는 '이준석 대표' 체제가 되면 대선 승리가 손쉬울 것이라는 주장이 나오고 있긴 하나, 50~60대의 여당 지도부가 30대 야당 대표와 마주 앉는 장면은 상상만으로도 곤혹스러운 일임이 틀림없다. 국민의 눈에 비치는 이미지만으로도 민주당은 큰 위기에 봉착하는 셈이다.

민주당은 남의 당 일이라고 손 놓고 있을 때가 아니다. 지난 4·7 재보선에서 2030세대가 민주당을 심판한 연장선에서 이준석 바람이 나온 것으로 봐야 한다. 

이미 민주당이 충격적인 지난 재보선 이후 변화가 없다는 의견이 65%나 되는 여론조사가 나오고 있다면 어쩔 것인가. 이 모두가 당 안에서의 경직된 분위기가 망쳐놓은 것이다. 미래를 바라봐야 산다. 코앞의 대선이 그렇고, 거기서 멀지 않은 지자체 선거나 이후의 총선도 마찬가지다. 

이 전 최고위원 돌풍은 운동권 사고를 버리지 못하고 강성 지지층에 좌지우지돼온 여당에 매서운 채찍이 될 수 있다. 국민의힘에서 시작된 ‘젊은 피’의 세대교체 바람이 한국 정치풍토를 바꾸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

국민의힘, 절체절명의 전환점

‘이준석 돌풍’의 핵심은 한 마디로 변화다. 이준석 개인에 대한 지지가 아니라 제1야당인 국민의힘이 변해야 한다는 민심의 강한 요구인 것이다. 새로운 보수 혁신정당을 건설하라는 열망이다.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사태 이후 숱한 변화를 내걸었지만, 그 속도가 너무 더뎌 국민 피부에는 거의 와닿지 못했다. 

이제 9개월여 남은 대통령선거를 앞두고 국민의힘은 보수 야당의 수권 비전을 제대로 보여줘야 한다. 새 정치의 진정성을 입증하면서 변화의 기세를 당 환골탈태의 계기로 삼아야 할 것이다.

이준석 돌풍은 보수 지지층이 정권 교체를 위해 전략적 선택을 한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이 '돌풍'은 우리 정치권 전체에 ‘변화’라는 큰 화두를 던졌다. 청년층에서 시작된 이 전 최고위원의 상승세는 장·노년층에도 확산되고, 국민의힘 지지층에서도 선두권에 올라섰다. 

국민의힘에게 이번 전당대회의 의미는 그 어느 때보다 각별하다. 2018년 지방선거와 지난해 총선에서 잇단 참패 이후 당은 그야말로 지리멸렬한 모습이었다. 지난해 6월 김종인 비상대책위원회 체제를 꾸려야 할 정도로 당은 참담한 지경에 이르렀다. 그나마 김 비대위원장 체제 아래 치러진 지난 4·7 재보선에서 압도적으로 승리하면서 이제 겨우 오랜 혼란에서 벗어나는 모양새다. 1년 가까운 비대위 체제를 끝내고 정상적인 당 조직을 재건하는 전당대회인 만큼 당 안팎의 관심도 클 수밖에 없다. 

국민의힘이 당 재건에 성공하려면 이번 세대교체 바람을 혁신의 기회로 삼아야 한다. 이번에 선출되는 당 대표는 내년 대선을 승리로 이끌어야 하는 막중한 임무를 띠고 있다. 당으로선 그야말로 절체절명의 전환점인 셈이다.

계파 정치와 시대 여망

정치 수준은 아직도 문제다. 지도부 경선을 앞두고 이번에도 저질 정치는 노골화했다. 계파 정치 선동은 기승을 부린다. 그것도 ‘0선 30대’ 이준석 전 최고위원의 도전이 국민적 관심을 받자 중진이라는 사람들이 불을 질렀다는 점에서 더 나쁘다. 

국민에게 신뢰와 새 정치 희망을 주어야 할 경선이 이전투구로 전락하는 모습도 보였다.

예비경선이 흥행에 성공했다지만 그간 내재돼 있던 해묵은 계파 갈등이 수면 위로 드러난 것 또한 사실이다. 박근혜, 이명박 전 대통령의 수감을 겪으며 “더 이상의 계파는 없다”고 공언해 왔으나 상대 후보를 특정 계파와 연관 짓는 구태가 어김 없이 재현된 것이다. 이른바 ‘이준석 돌풍’에 위기감을 느낀 중진들이 견제에 나서면서 불거진 일이다. 

물론 ‘이준석 돌풍’이 과대 평가된 측면도 없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그 저변에 쇄신을 바라는 당 안팎의 열망이 깔려 있는 것은 부인할 수 없다. 계파주의, 지역주의, 논공행상 등 구태에서 벗어나 새 길을 모색하라는 국민 소망이 '이준석 돌풍'으로 나타났음을 지적치 않을 수 없다.

기득권 세력이 아닌 시대변화에 민감한 리더십과 세대교체를 원하는 국민과 당원의 바람이 반영된 결과일 것이다. 

돌풍의 진원, 제1야당의 ‘무사안일’

이번 '이준석 현상'은 한국 정치에선 놀라운 순간이다. ‘30대 유력 정치인’은 아주 오래전에나 있었기 때문이다. 

김영삼 전 대통령이 37세에 야당 원내총무(지금의 원내대표)로 선출됐을 때가 1964년이었다. 야당 대선 경선에서 ‘40대 기수론’이 구상유취(口尙乳臭·입에서 아직 젖 냄새가 난다)로 취급됐을 때가 그로부터 6년 뒤였다. 산업화·민주화를 거치며 정치엘리트들도 나이가 들어 386이 대거 충원됐던 2004년 총선을 제외하곤 2030은 늘 극소수였다. 30대 당수(黨首)는 먼 서유럽 국가의 얘기일 뿐이었다.

이준석 돌풍 분위기는 감지됐지만 이 정도로 압도적인 표차가 날 줄은 아무도 예상하지 못했다.

이 같은 일반 국민들의 여론에 당원들의 표심이 호응한다면 한국 정당사에 전례 없는 변화와 세대교체 바람이 보수정당에서 시작될 것이다. 

이 전 최고위원은 5선의 주호영, 4선 출신 나경원 전 의원 등 쟁쟁한 중진 후보를 두 배 가까운 격차로 멀찌감치 따돌리고 선두에 나섰다. 원내 진출 경험도 없는 30대 청년이 당권에 바짝 다가섰다는 자체만 해도 보수정당에선 전례 없는 일이고 대단한 변화다. 

이준석 돌풍의 진원을 찾는다면 낡은 지역·계파 구도에 안주하면서, 다급할 때면 ‘태극기 부대’ 같은 극우세력과도 손잡고, 선거를 앞두고는 집권여당의 실정에 기대어 반사이익만 챙기려는 데 급급했던 제1야당의 ‘무능’과 ‘무사안일’이 지목될 수 있을 것이다. 

한국 정치 바꾸는 청량제로

민주주의가 결핍된 정당 문화에 환멸을 느낀 국민은 오래전부터 정치인의 세대교체와 정치문화의 혁명적 변화를 갈구해왔다. 그런 민심이 국민의힘 대표경선에 겁 없이 도전장을 내민 원외와 초선의원들에 대한 전폭적인 지지로 나타난 것으로 봐야 한다. 

국힘의 당대표 선거일은 6월 11일이다. 30대 이준석 바람이 어떤 결과를 낳을지는 미지수다. 찻잔속 태풍이 될 지, 새 흐름이 될 지 모를 일이다. 초반 돌풍이 거세도 결과는 뚜껑을 열어봐야 안다. 나이 지긋하고 중량감 있는 인사가 선출될 수도 있다. 결과가 어떻게 나오든 여야를 떠나 젊은 바람이 한국 정치를 바꾸는 청량제가 되길 바란다.

현실적으로 6·11 전당대회는 국민의 큰 주목을 받고 있다. 당의 얼굴인 당 대표 선거에서 신진들이 돌풍을 일으키고 있기 때문이다. 

선두권에서는 30대 원외인 이준석 전 최고위원이 화려한 경력의 나경원 전 의원과 주호영 의원을 압도하고 있다. 추격권에서는 초선인 김웅, 김은혜 의원이 다선 중진인 홍문표, 윤영석, 조경태 의원에 앞서고 있다.

이들 젊은 세대들은 야당이 전통적 지지 기반인 영남을 넘어서고, 다른 한편으론 2030세대의 취약한 지지를 끌어내는 데 유리하며, 원죄처럼 따라다니며 수시로 폭발하는 탄핵 찬반 시비에서도 자유롭다. 

보수층 위기감, '이준석' 통해 표출

국민의힘 당대표 선거 예비경선(컷오프)은 전당대회에서 어떻게 반영될 것인가. 예비경선 상황은 36세의 이준석 전 최고위원이 1위로 통과했다. 이번 컷오프는 일반 국민 2000명, 당원 2000명을 대상으로 2개 기관이 진행한 여론조사를 1 대 1 비율로 합산해 반영한 결과다. 이 전 최고위원이 41%를 기록했고 2위인 나경원 전 의원은 29%였다. 원내 경험이 없는 1위와 4선 의원 출신인 2위의 격차가 10%포인트가 넘었다. 뒤이어 주호영(5선), 홍문표(4선), 조경태(5선) 의원이 3∼5위로 본경선에 올랐다. 

일반 국민 조사에서 이 전 최고위원(51%)은 나 전 의원(26%)을 압도했다. 당원 조사에서는 1, 2위 순위가 역전됐으나 그 격차는 1%포인트 정도에 불과했다. 적어도 당심에선 중진들이 우세할 거라는 일반적 예측이 빗나간 것이다. 보수 야당의 체질도 근본적으로 바뀌어야 한다는 당원들의 절박한 기대가 이준석 바람에 투영된 것으로 분석된다.

이준석 돌풍을 이끈 것은 두말할 나위도 없이 변화와 쇄신에 대한 당원과 보수층의 바람이다. 일반 국민의 눈에는 여전히 기득권에 집착하는 '꼰대 정당'으로 비친다. 차기 대통령 선거가 채 1년이 남지 않았는데 당내에 지지율 두 자릿수의 후보가 한 명도 없을 정도로 유권자의 기대감은 바닥이다. '이대로는 안된다'는 보수층의 위기감이 이 전 최고위원을 통해 표출된 것이다. 합리적 대안 보수 정당에 대한 국민의 여망이 투영된 결과로 보는 것이 타당할 것이다.

특히, 이번 예비경선의 일반 국민 여론조사에서 이 전 최고위원이 51%의 지지율로 압도적 1위를 기록한 것만 해도 예사로 볼 일이 아니다. 주로 2030세대 남성 입장을 대변해왔던 그의 돌풍이 다른 세대로까지 넓어지고 있다는 신호이기 때문이다. 

‘국민·중도 정당’…당 체질 환골탈태(換骨奪胎)를

본경선에서도 돌풍을 이어갈지는 불투명하다. 예비경선보다 당심 비중이 큰 데다 나 전 의원과 주 의원 등 중진들의 후보 단일화 가능성이 변수로 남아 있어 결과를 예측하기 힘들다. 개혁 바람을 막기 위한 기득권 세력의 제휴로 비쳐선 곤란하다.

국민의힘 당원 구성을 보면 영남권 선거인단이 절반이 넘고 고령층 비중이 높다. 다선 중진 후보들의 탄탄한 당내 기반을 뛰어넘기가 쉽지 않은 구조다. 그러나, 지금의 기세라면 원내 경험 없는 ‘0선’의 30대 당대표 탄생을 완전히 배제할 수는 없다. 

물론, 예비경선 과정에서 불어닥친 당내 쇄신 바람이 본경선까지 이어질지 미지수이긴 하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이 같은 국민적 열망을 외면해서는 결코 국민의힘이 새롭게 태어날 수 없다는 점이다.

경선 방식도 허술하다. 당원 여론조사 방법은 황당하다. 현재의 당원 비율을 반영했다고 하지만, 호남에 0.8%의 비중을 두고 ‘40대 이하’를 뭉뚱그려 27.4%로 하기로 했다고 한다. 통계청장 출신의 유경준 의원은 여론조사 방식의 심각한 오류를 제기했는데, 타당한 지적이다. 뒤늦게 호남과 40대 이하 비중을 찔끔 조정했지만 그것으로 되지 않는다. 국민의힘은 말 그대로 환골탈태가 필요하다. 이번 경선에 보수정당 사활(死活)이 걸렸다. 이제라도 경선 방식을 보완해야 할 것이다.

국민의힘 대표·최고위원 경선은 단순한 당권 경쟁 차원을 넘어선다. 문재인 정권 폭주에 맞설 대안 형성 가능성을 가늠할 시금석이기 때문이다. 2016∼2017년 박근혜 탄핵 사태와 2018년 지방선거, 2020년 총선을 거치며 보수 정치세력은 영남 일부 지역을 제외하고 사실상 궤멸했다. 따라서 야당은 이번 경선을 통해 이념적·지역적으로 광범위한 지지를 받는 ‘국민·중도 정당’ 의지를 과시하는 게 급선무다. 

고질적 구태 벗어나 합리적 보수로

무엇보다 고질적 구태가 완전히 사라져야 한다. '이준석 돌풍'이 불자마자 고질적인 구태가 불거진 점은 실망스럽다. 유권자들이 젊은 정치인의 도전을 흥미롭게 바라보는 국면에서 난데없이 해묵은 계파 논쟁이 등장했다. 

그것도 나 전 의원, 주 의원 등 당의 중심을 잡아야 할 중진들이 앞다퉈 나섰다. 아무리 선거가 급해도 당이 모처럼 국민의 관심을 받는 상황에서까지 계파 갈등을 부추겨 정치적 이득을 챙기려는 시도는 책임 있는 공인의 자세라고 볼 수 없다. 

흥행 조짐을 보이는가 싶던 국민의힘 대표 경선이 이전투구로 변질됐다. 5선의 주호영 의원은 이준석 전 최고위원을 겨냥해 “유승민계가 전면에 나서 계파정치의 주역으로 복귀하고 있다”고 했다. 4선 경력의 나경원 전 의원도 “특정 계파에서 2명(이준석, 김웅)이 나왔다”며 대선주자인 유 전 의원을 끌어들였다. 이들이 난데없이 계파 논쟁에 불을 붙인 건 일반 여론조사에서 밀리자 본경선의 70% 비중을 차지하는 당원투표에서 반전을 꾀하겠다는 것으로 구태에 가깝다.

신진 후보들의 대응도 거칠긴 마찬가지다. 이 전 최고위원은 나 전 의원을 향해 “구친박계의 전폭 지원을 받고 있다”고 쏘아붙인 데 이어 주 의원까지 싸잡아 “탐욕스러운 선배들”이라고 노골적으로 비난했다. 새로운 보수의 길, 보수혁신에 대한 비전 경쟁은 찾아볼 수 없고 중진과 신진 후보들이 뒤엉켜 저질 난타전을 벌이는 모습에 눈살이 찌푸려진다.

이 당의 근본적 한계를 다시 상기시키는 장면이다. 대응 차원이라고는 하나 "구 친박계의 전폭 지원을 받는 나 후보가 대표가 되면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상당히 주저할 것 같다"는 이 전 최고위원의 발언도 지나치게 정치공학적이다. 이러니 그가 '10년 차 중고 신인'이라는 말이 나오는 것이다. 생물학적 나이와 국회의원 선수를 기준으로 한 세대교체를 진정한 세대교체라고 할 수 있겠느냐는 힐책까지 나왔다.

최근 며칠간의 양상은 실망스럽기 그지없다. ‘새로운 미래가 온다’는 슬로건을 내걸고는 과거의 ‘유령’을 불러들이는 구태를 반복했다. 대표적인 게 친이·친박·비박으로 이어져 온 계파 갈등의 재연이다. 10년 만에 집권했던 보수세력을 다시 궤멸 직전으로까지 내몰았던 요인 중 하나가 계파 갈등이었다. 전국 선거에서 4연패(2016년 총선, 2017년 대선, 2018년 지방선거, 2020년 총선)를 하고 나서야 겨우 잠잠해졌다.

수권능력 출발점

시대정신과 미래에 대한 비전 제시는 등한시한 채 오로지 정권 교체만을 외치면서 유력 대권 후보인 윤 전 총장 영입 능력을 대단한 자질인 양 내세우는 행태도 한심하다. 국민의 힘이 왜 다시 권력을 잡아야 하는지, 그럴 준비는 돼 있는지, 집권하면 어떤 세상을 만들겠다는 것인지를 묻는 유권자의 질문에 먼저 답해야 한다. 

이번에 선출되는 당 대표는 차기 대선을 관장하게 된다. 다음 대선의 키포인트는 누가 더 변화를 주도할 수 있는지가 될 것이란 전망이 지배적이다. 모처럼의 기회인 만큼 이번 당 대표 선거를 철저한 혁신과 미래 비전으로 수권 능력을 입증하는 무대로 만들길 바란다.

국민들은 이번 전대를 보수 야당의 쇄신과 변화를 가늠할 시금석으로 보고 있다. 이번 전당대회에선 진흙탕 싸움으로 얼룩졌던 과거 당내 경선의 양상이 재연되어선 안 된다. 이준석 바람이 이번 전대에 던진 분명한 메시지다.

국민의힘은 진정 수권정당임을 입증해야 한다. 지름길은 없다. 계파 싸움이라는 구태에서 벗어나 미래에 대한 비전과 대안을 놓고 정정당당하게 경쟁하는 것, 그게 시작이다.

국민의힘은 지난 4·7 재·보궐선거에서 2030 젊은층, 합리적 중도층의 지지를 얻어 승리했다. 이들의 지지는 뼈를 깎는 혁신을 통해 합리적 보수로 거듭나지 못하면 언제든 철회할 수 있는 ‘조건부 지지’였음을 되새겨야 한다.

중진은 중진의 장점이 있겠지만, 모두 보수 참패의 책임자들이다. 같은 얼굴, 같은 정치로는 결코 문 정권을 넘어설 수 없다. 영남이 중요한 보수 기반이긴 하지만, 그런 만큼 영남 출신들은 외연 확장에 백의종군해야 할 책임도 크다. 파격적 세대교체만으로도 국민 기대를 모을 것이다. 이번 경선은 출발점이다. 

당 혁신, 치열한 가치투쟁 과제

국민의힘이 대안세력으로 제 역할을 하려면 지역·이념·세대별로 고른 지지를 얻어야 한다. 그러려면 먼저 당이 변해야 할 것이다.

좋은 정부는 좋은 야당이 만든다. 국민의 힘은 정부ㆍ여당이 독선적이라고 비판하지만, 그 책임의 상당 부분은 야당 자신에 있다. 스스로 수권 정당으로서의 면모를 갖추는 것이 정도이다. 

더불어민주당의 조사에서 나타난 것처럼 국민의힘은 '돈과 권력을 중시하며 엘리트주의를 가지고 있는 50대 후반~70대 꼰대 남성'이라는 이미지가 각인돼 있다. 국민이 이제 겨우 가능성을 엿보는 정도의 상황이다. 최근 높아진 지지율도 여러 전제가 붙은 유보적인 지지로 봐야 한다. 

무엇보다 국민의힘은 전당대회 결과와 관계없이 ‘이준석 돌풍’이 시사하는 점을 끝까지 유념해야 한다. 

이번 세대교체 논쟁이 나이나 선수(選數) 차이를 뛰어넘는 보수혁신, 대선 국면에서 당을 어떻게 혁신하고 어떤 비전으로 2030세대와 합리적 중도층의 마음을 잡을 건지의 치열한 가치 투쟁으로 승화돼야 한다.

건강한 경쟁 정치문화 승화를

원외와 초선이 주도하는 국민의힘 대표 경선은 여야 정당사에서 전례없는 현상이다. 민주화가 완성된 87년 체제 이후에도 한국 정당들은 수직적 정당문화를 유지해왔다. 이런 문화에서 이견의 표출은 이단으로 취급받았고 당내 민주주의는 제한적 범위에서만 가능했다. 

이제, 이준석 돌풍은 여야를 막론하고 개혁 민심에 부응하는 긍정의 에너지로 작용돼야 한다. 

여야를 떠나 세대교체와 정당정치 개혁 등 자기 쇄신을 위한 치열한 토론과 실천이 뒤따라야 할 것이다. 변화를 두려워하지 않는 정당이 민심을 얻는다는 사실을 잊지 말기를 바란다.

제1야당에서 나타난 ‘세대교체’ 바람은 기존 정치권의 변화를 갈망하는 민심이 표출된 것으로 볼 수 있다. 코로나19로 생존 위기에 처한 민생을 외면한 채 당리당략에 빠져 있는 정치에 대한 분노가 치솟고 있음을 보여 준 것이다. 저질 패거리 정치, 이분법 진영 논리로 국민들을 분열시킨 기존 정치에 대한 준엄한 심판이 필요하다. 

청년 세대의 변화와 혁신의 갈망을 건강한 정치 문화로 승화시킬 필요가 있다. 시대 변화를 읽고 국민의 고른 지지를 받는 정당, 합리를 함께 갖춘 정치인이 간판인 정당이라면 국민은 지지하지 않을 이유가 없다. 제1야당 전대의 신예 돌풍이 정치세력 간 공정한 국민적 경쟁을 불러오는 ‘메기’ 역할을 하기 바란다.

 

이병도는…

부산고·서강대 신문방송학과를 졸업, 1979년 동양통신 정치부 기자로 출발한 후, 연합뉴스 정치·경제·외신부 기자·차장, YTN 차장, 평화방송(PBC) 정경부장, 가톨릭 출판사 편집주간을 지냈다. 연합뉴스 재직 중에는 한국기자협회 부회장으로 일했고, '홍콩 유령바이어 사기사건' 보도로 특종상을 수상했다. 일본 FOREIGN PRESS CENTER 초청으로 자민당을 연구하였고, 남북회담 취재차 평양을 방문하였다. 저서로는 <6공해제(解題)>, <최후의 승자>, <영원한 승부사>, <대한민국 60년> 등이 있다.


관련기사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