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합진보당 사태 해결의 열쇠는 ‘사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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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합진보당 사태 해결의 열쇠는 ‘사과’
  • 윤명철 기자
  • 승인 2012.05.09 17:3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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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변명과 핑계라면 국민들로부터 외면당해

[시사오늘·시사ON·시사온=윤명철 기자]

미국의 닉슨 대통령은 워터게이트 사건이 발생했을 때 사건을 은폐하고 무마하기에 급급하다 보니 미 역사상 초유의 탄핵위기에서 스스로 물러나는 비극을 초래했다.

반면에 케네디 대통령은 쿠바 피그만 침공이 실패로 끝나자 텔레비젼 성명을 통해 공개적으로 “제 실책입니다. 저희가 피그만을 공격했습니다. 질문 있습니까”라며 명백히 자신의 잘못을 인정하였고, 그 결과 위기를 벗어났을뿐 아니라, ‘사과’를 통해 자신의 정치적 입지를 더욱 강화시킬 수 있었다.

그런데 우리나라에도 닉슨의 비극이 재연될 것 같다.

이번 통합진보당 비례대표 경선에선 전국 투표소 218곳 중 128곳에서 대리·부정 투표가 벌어졌다고 한다. 특히 온라인 투표에선 똑같은 컴퓨터를 통해 서울, 대구, 전주 등 다른 지역에 사는 40명 이상이 투표했다는 통합진보당 진상조사위의 조사결과가 나왔다.

하지만 이정희 공동대표는 진상조사위의 조사결과에 대해 “의혹만 있고 합리적 추론도 없다”며 조사결과를 부정했다.

이어 김재연 비례대표 당선자는 “일반 비례대표 경선인 경쟁 명부가 아닌, 청년 비례대표 경선으로 자신이 선출됐기에 전국운영위원회의 사퇴 요구에 자신이 포함되지 않는다”며 비례대표 사퇴를 거부했다.

이에 대해 한진중공업 사태 때 고공 크레인 위에서 309일간 농성했던 민주노총 김진숙 부산지역본부 지도위원은 5일 트위터에 "현장에 가보면 활동가들 어깨가 바닥까지 처져 있다. 조합원들이 (진보당에 낸) 후원금을 돌려달라, 탈당한다, 난리란다"라고 했다.

작가 공지영씨는 "표가 아까운 건 처음이다. 평생 처음 조카들에게까지 권했는데… 수준이 한심하다"고 비난했다.

동양대 진중권 교수도 "아예 드러누워 배 째라는군요"라며 "진보를 위해, 통합을 위해 이석기·김재연 반드시 낙마시켜야 한다"고 분노를 표현했다.

더 나아가 서울대 조국 교수는 "정당투표에서 통합진보당 찍은 사람들이 이 꼴 보려고 4번을 택한 게 아니다.“라며 ”수가 많다고 하여 계파의 이익이 당의 이익을 압도·지배하는 것, 정당 바깥 진보적 대중의 눈을 외면하는 것은 망하는 지름길"이라고 트위터에 썼다.
 
만약 이정희 공동대표를 비롯한 당권파가 사건 초기에 케네디 대통령처럼 자신의 잘못과 책임을 깨끗하고 확실하게 인정했다면 김진숙, 공지영, 진중권, 조국과 같은 대표적인 진보세력 내부뿐만 아니라 많은 국민들의 공분을 사지는 않았을 것이다.

그러나 당내 진상조사위원회에서 명백한 선거부정이 밝혔졌는데도 불구하고 누구 하나 책임지고 사과하는 사람들이 없다.

그러면 사태 해결의 열쇠는 무엇일까?

국민들이 원하는 것은 진정한 ‘사과’의 한마디라고 생각한다.

 ‘사과’라는 의미의 ‘pology'는 원래 그리스어 ’pologia'에서 유래되었으며, 이 말은 ‘po(떨어지다)’와 ‘ogos(말)’가 합쳐진 단어로 ‘죄로부터 떨어지기 위한 말’이라는 의미를 갖고 있다고 한다.

통합진보당의 죄로부터 떨어지기 위한 최선의 노력은 ‘국민 여러분께 죄송합니다. 다시는 이런 불행한 사건이 재발되지 않도록 노력하겠습니다“는 사과가 아닐까 한다.

그러나 국민들의 감정을 상하게 해놓고 사과도 안하고 변명과 핑계만 일삼는다면 앞으로 통합진보당은 국민들로부터 사상 최악의 점수를 받게 될 것이다.

담당업무 : 산업1부를 맡고 있습니다.
좌우명 : 人百己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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