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텔링] “與 투기 의혹 명단, 마치 컷오프 명단 같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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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텔링] “與 투기 의혹 명단, 마치 컷오프 명단 같아”
  • 박근홍 기자
  • 승인 2021.06.08 14:0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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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오늘·시사ON·시사온= 박근홍 기자)

"의원들 이름을 살펴보니 투기 의혹 명단이 아니라 컷오프 명단 같아요."

국무총리 직속 기관인 국민권익위원회가 더불어민주당 소속 국회의원 174명과 그들의 가족 등 총 816명을 대상으로 부동산 거래 전수조사를 펼친 결과를 발표한 지난 7일 밤 여권의 한 핵심 관계자가 기자에게 꺼낸 말입니다. 이날 권익위는 브리핑을 열고 "부동산 거래·보유 과정에서 법령 위반 의혹 소지가 있는 사례는 국회의원과 그 가족을 포함한 기준 총 12명, 16건으로 확인했으며 특별수사본부에 수사의뢰 또는 고발 조치했다"고 말했습니다. 단, 권익위는 그 명단을 아직 공개하진 않았으며 정부 합동특별수사본부와 민주당에만 전달했다고 합니다.

민주당은 무척 당혹스러운 분위기입니다. 앞서 "본인·직계 가족의 입시·취업 비리, 부동산 투기, 성추행 연루자는 즉각 출당 조치하고 무혐의 확정 이전까지 복당을 금지하겠다"고 공언했던 송영길 대표는 권익위 발표 직후 출연한 KBS〈사사건건〉에서 투기 의혹에 연루된 의원들에 대한 조처에 대해 "개인이 결정하는 게 아니다. 당 지도부와 함께 상의한 뒤 결정하겠다. 권익위는 수사권이 없기 때문에 의심은 가지만 정확한지 모르니까 확실하게 밝혀달라고 수사기관에 이첩·송부한 상황이다. 사안을 보고 잘 판단할 것"이라고 애매한 답변을 했습니다. 강병원 최고위원은 8일 CBS〈김현정의 뉴스쇼〉에서 "국민 앞에 했던 약속은 지켜야 한다"면서도 "의혹만 갖고서 출당 조치를 하는 건 너무 과한 거 아니겠느냐"는 단서를 달기도 했습니다.

김태응 국민권익위원회 조사단장이 지난 7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 합동브리핑실에서 더불어민주당 소속 국회의원 및 가족 부동산거래 전수조사 결과를 브리핑하고 있다 ⓒ 뉴시스
김태응 국민권익위원회 조사단장이 지난 7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 합동브리핑실에서 더불어민주당 소속 국회의원 및 가족 부동산거래 전수조사 결과를 브리핑하고 있다 ⓒ 뉴시스

난처하고 당혹스러운 건 이해가 갑니다. 그런데 말입니다. 왜 앞서 소개한 여권 관계자의 말처럼 당내 일각서 이번 조사의 공정성에 의구심을 품은 목소리까지 나오고 있는 걸까요.

본지가 복수의 취재원을 통해 파악한 바에 따르면 이번 명단에 포함된 의원 중 상당수가 민주당 유력 대권주자 A, B, C와 얽히고설킨 것으로 전해집니다. 우선, 지난달 출범한 대권주자 A의 연구모임에 가입한 수도권 지역 ㄱ의원, ㄴ의원, ㄷ의원과 비례대표인 ㄹ의원, A의 측근으로 분류되는 ㅁ의원과 ㅂ의원 등이 명단에 이름을 올린 것으로 전해집니다. 또한 대권주자 B에 대한 지지 의사를 직간접적으로 밝힌 ㅅ의원, 21대 총선 당시 B가 후원회장을 맡은 ㅇ의원 등도 해당 명단에 있다고 합니다. 아울러 명단에 이름이 오른 ㅈ의원은 현재 차기 지방선거에 출마하기 위해 준비 중인데, 그가 향후 경쟁을 펼치게 될 경선 라이벌들이 대권주자 C를 지지하는 인사라고 하네요.

이처럼 투기 의혹에 연루된 것으로 전해지는 일부 의원들의 면면을 살펴보면 현재 민주당의 유력 대권주자 3인 중 한 사람이 이번 명단을 통해 나머지 두 사람을 견제·저격하는 것 같은 느낌이 들기에, 마치 '컷오프 명단'처럼 보인다는 얘기가 돌고 있는 겁니다. 

아쉽다는 생각이 듭니다. 이번 조사는 민주당이 부동산 민심을 잡기 위해 투기 근절 의지를 천명하며 권익위에 직접 의뢰한 사안입니다. 민주당은 지난 3월 권익위에 전수조사를 요청하면서 "조사 결과를 있는 그대로 공개하고, 문제가 있는 의원에 대해서는 단호하게 법적·정치적 책임을 묻겠다"고 밝히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조사 결과는 있는 그대로 공개되지 않고 있으며, 위와 같은 확인되지 않은 말들마저 당내에 확산되고 있습니다. 차기 대선을 앞두고 친문-비문, 주류-비주류 간 세력 경쟁이 본격적으로 전개되면서 수많은 국민들이 공분하고 있는 부동산 문제마저 누군가 정략적으로 악용하는 것 같기에, 국민의 한사람으로서 너무나 아쉽고 안타깝네요.

*이 기사는 8일 오후 2시 45분 더불어민주당이 고용직 수석대변인의 브리핑을 통해 명단을 공개하기 전 작성·보도됐습니다.

담당업무 : 건설·부동산을 중심으로 산업계 전반을 담당합니다
좌우명 : 隨緣無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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