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달궈질 하반기 IPO시장 ‘화상주의보(火傷注意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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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달궈질 하반기 IPO시장 ‘화상주의보(火傷注意報)’
  • 정우교 기자
  • 승인 2021.06.16 16: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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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수 더 늘고 환경 열악…냉정한 시각 찾아야

[시사오늘·시사ON·시사온=정우교 기자]

상기 이미지는 기사 내용과 관련 없습니다. ©시사오늘 정우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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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소 설거지하면서 투자 관련 라디오 방송을 켜놓는다"

"노래가 흘러 나오는 방송도 좋지만, 주식을 하는 사람으로서 신문을 봐도 경제면부터 본다"

지난 4월 SK아이이테크놀로지(이하 SKIET) 일반 공모주 청약 당시, 한국투자증권 여의도 본점에서 만난 한 투자자 A씨의 이야기다. 평범한 60대 주부라고 자신을 소개한 A씨는 HTS·MTS가 활성화되지 않았던 시절부터 꾸준히 정보를 수집하고 주식과 공모주에 관심을 두고 있다고 소개했다. 

A씨는 그렇게 습득한 정보를 바탕으로 자신만의 투자 기준을 세우고 있었다. 자세한 투자 방법이나 수익률을 알려주지 않았지만, A씨는 20~30대 투자자들도 평소 투자에 관심을 가졌으면 하는 바람을 전했다. A씨를 따라간 미래에셋증권 여의도 지점에도 많은 투자자들이 아침부터 대기하고 있었으며, 이들도 A씨와 비슷한 이야기를 들려줬다. 그렇게 SKIET 일반 공모주 청약은 이틀간 81조 원이라는 자금이 몰리면서 '대흥행'을 기록했다. 

IPO(기업공개) 시장은 SKIET의 바통을 이어받아 하반기에도 뜨거워질 것으로 보인다. 배틀그라운드로 유명한 크래프톤이 16일 증권신고서를 제출하면서 중복청약을 할 수 있는 '진짜 마지막 기회'가 됐고, 카카오페이·카카오뱅크의 모회사 '카카오'의 시가총액은 네이버를 넘어섰다. 투자자의 '투심'을 자극할만한 소식이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 증권사들도 'AGAIN SKIET'가 재현된다면 추가 수익을 기대해볼 수 있다. 

이러한 현상이 반갑지만, 한편으로는 짚고 넘어가야 할 부분이 있다. 기업 간 '양극화'가 대표적인데, IPO 흥행을 거둔 기업은 대규모의 자금이 몰리겠지만, 그렇지 못한 곳은 제대로 된 가치를 평가받을 수 없게 된다. 곧 '공모주 고평가 논란'과 '수익률 저하'로 귀결될 수 있을만큼 중요한 문제다. 

실제 81조 원의 증거금이 몰린 SKIET도 실제 상장 첫날 공모가의 2배 이상인 22만 2500원까지 치솟았지만 이후 급락하며 지금까지 고평가 논란이 계속되고 있다. 게다가 상장 첫날 일부 증권사의 MTS가 접속장애를 일으키면서 제때 매도하지 못한 투자자들이 속출하기도 했다. 

지난해 상장했던 '카카오게임즈'도 마찬가지였다. 당시 카카오게임즈는 상장 이후 이틀간 소위 '따상상'을 기록했지만 이내 주가가 떨어졌다. 당시 한 증권사 리서치센터 연구원은 보통 게임주는 신작에 영향을 받는데, 출시 전(2020년 10월 기준)인 '엘리온'이 갖는 모멘텀이 주가에 선반영됐으며, 관련 지수도 좋은 흐름은 아니었다고 평가한 바 있다. 자연히 투자자들은 당시 손실을 입을 수 밖에 없었다. 

실제 상장 기업들의 수익률도 낮아지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김수연 한화투자증권 연구원은 "올해 상장한 코스피·코스닥 기업들의 공모가 대비 3개월 후 종가 평균 수익률은 각각 20.8%, 39.1%를 기록했다"며 "(이는) 지난해 상장한 코스피·코스닥 기업들의 3개월 평균 수익률 64.3%, 64.2%보다 낮아진 수준"이라고 분석했다. 덧붙여 "IPO시장이 과열되면서 기업들의 공모가는 높아지고 있다"며 "공모가가 높아질수록 발행자는 유리하고 유통시장 참가자(투자자)는 먹을 것이 사라진다"며 공모주에 대한 눈높이를 낮출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앞으로 IPO시장은 생각보다 더 변수가 많을 전망이다. 생각만큼 수익을 거둘 수 없다는게 복수 관계자의 결론이다. 증권사들의 부실한 시스템은 여전하고 '중복청약 제한' 등 정책이 지금의 과열을 막을 수 있을지도 불투명하다. 지난해와 올해 시장의 상황도 분명 다르다.

달궈진 시장에서 투자자들이 자칫 화상(火傷)을 입을 수도 있다. 앞선 A씨처럼 항상 라디오를 켜놓지 못하겠다면 지금은 차가운 시각으로 자신의 투자 기준을 점검해야 할 때다.

 

담당업무 : 증권·보험 등 제2금융권을 담당합니다.
좌우명 : 우공이산(愚公移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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