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노조 현주소➀] “머리띠 NO, 공정 YES” 입김 강해지는 MZ세대 新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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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노조 현주소➀] “머리띠 NO, 공정 YES” 입김 강해지는 MZ세대 新노조
  • 한설희 기자
  • 승인 2021.06.22 09: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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新노조 행보 뒤엔 MZ세대…"MZ세대, 공정성 중시…노조에 긍정적"
"MZ 공정 담론? 그저 합당한 보상 문제제기…머리띠 투쟁 벗어나"
SK하이닉스, 전문직노조 분회…LG전자, 최초의 사무직 노조 탄생
기업들, 연봉인상·간담회 등으로 MZ세대 달래기…"기민하게 반응 中"

[시사오늘·시사ON·시사온= 한설희 기자]

최근 전자·IT업계에선 임금과 근로 관련 이슈들이 잇따라 불거졌다. MZ세대(1980~2000년대 생)를 기반으로 한 젊은 직원들은 새로운 노동조합을 통해 ‘공정 담론’을 내세우고 기업에 변화와 혁신을 요구하고 있다.ⓒ시사오늘 김유종
최근 전자·IT업계에선 임금과 근로 관련 이슈들이 잇따라 불거졌다. MZ세대(1980~2000년대 생)를 기반으로 한 젊은 직원들은 새로운 노동조합을 통해 ‘공정 담론’을 내세우고 기업에 변화와 혁신을 요구하고 있다.ⓒ시사오늘 김유종

올해 초 SK하이닉스에서 시작된 성과급 논란을 기점으로 기업 노조들의 움직임이 심상치 않다. 최근 전자·IT업계에선 임금과 근로 관련 이슈들이 잇따라 불거졌다. MZ세대(1980~2000년대 생)를 기반으로 한 젊은 직원들은 새로운 노동조합을 통해 ‘공정 담론’을 내세우고 기업에 변화와 혁신을 요구하고 있다. 완성차 등 일부 업계에서는 강성 노조들의 투쟁으로 골머리를 앓고 있다. 기업에게 천덕꾸러기였던 노조는 복덩이가 될 수 있을까. 〈시사오늘〉이 2021년 노사관계 현 주소를 진단했다. 

 

“2030 비율”…노조 움직인 MZ세대 특징 ‘경쟁 싫어’&‘공정 최고’


21일 업계에 따르면 올해 노조 활동의 핵심 키워드는 '공정성'이다. 

이전까진 한 번도 제기되지 않았던 △성과급 책정 기준 △연봉 인상률 기준 △인사평가제 시스템 △차등적 복지 문제 등은 공정 원칙을 위반했기 때문에 촉발됐다. 기존 생산직 위주였던 노조가 최근 사무직노조나 전문직노조 등 구체적으로 분화된 것도 차별 받고 있다는 생각에서 비롯됐다는 분석이다. 

업계는 이같은 배경에 조직보다 개인을, 능력보단 공정을 중시하는 MZ세대가 있다고 평가했다. MZ세대가 타 부서, 타 기업과 비교해 불리한 조건을 참지 않게 됐다는 것.

IT 업계 노조 관계자는 “최근 들어 주니어 직급의 가입률이 높아진 것은 사실”이라며 “특정 노조에 가입하지 않더라도, MZ세대는 블라인드나 SNS를 통해 직장 내 불합리한 사건들을 고발하는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고 전했다. 

유준환(31) LG전자 사무직노조(사람중심 사무직 노동조합) 위원장은 "우리 노조도 2030 비율이 회사 전체 대비 높은 편"이라며 "그동안 도외시됐던 사무직군을 위한 노조의 MZ세대 가입률이 높아진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노조는 변화의 바람에 MZ세대가 있다고 평가했다. 공정성을 최우선 가치로 두는 MZ세대가 타 부서, 타 기업과 비교해 불리한 조건을 참지 않았기 때문이다. ⓒ사람인 제공
노조는 변화의 바람에 MZ세대가 있다고 평가했다. 공정성을 최우선 가치로 두는 MZ세대가 타 부서, 타 기업과 비교해 불리한 조건을 참지 않았기 때문이다. ⓒ사람인 제공

이조은 참여연대 사회경제국 선임간사는 "MZ세대로 정의되는 젊은 청년 노동자들은 조직 논리에 귀속되지 않고, 노동자로서의 권리를 기성세대보다 잘 자각하고 있다"며 "MZ세대의 활동은 사회의 노동권 감수성을 높이고, 노조 가입률을 높이는 사회적 분위기를 확산시킬 수 있다"고 평가했다.

실제 구인구직 플랫폼 ‘사람인’ 조사에 따르면 2030대 직장인 중 80.6%가 ‘근로자 대변기구로 회사 내 노조가 필요하다’고 답했다. 

이들은 노조의 역할로 ‘개인성과에 대한 적절한 보상체계 마련(69.1%)’을 꼽았으며, 회사에 바라는 점도 ‘공정한 성과 보상 제도(47.1%)’가 가장 많았다. 퇴사 충동 원인 1위도 ‘성과에 대한 보상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을 때(31.1%)’로 집계됐다. 

사람인 관계자는 “제조업을 기반으로 고성장을 이뤘던 시대의 직장인들에게는 생애주기에 최적화된 연공급과 고용 안정성이 중요한 화두였지만, 저성장과 치열한 경쟁 상황에 놓여 있는 MZ세대는 자원 배분의 공정성과 현재의 보상에 더 민감할 수밖에 없다”고 분석했다.

반면 유 위원장은 "현재의 보상에 민감하다는 것은 왜곡된 해석"이라며 "공정한 평가 체계와 합당한 보상을 이뤄내는 과정에서 부당함이 있다면 자유롭게 문제제기를 할 수 있는 분위기를 만들자는 게 MZ세대의 최우선 과제"라고 주장했다. 

 

SK·LG·카카오·네이버 각양각색 新노조들…“우린 컴퓨터가 아니다”


최근 삼성전자·LG전자·네이버·카카오 등 주요 전자·IT기업 직원들은 노조를 통해 다양한 문제를 제기하고 나섰다. 

일명 ‘성과급 사태’를 촉발시킨 SK하이닉스는 변화의 중심에 섰다. SK하이닉스 직원들은 지난 1월 회사가 책정한 성과급(연봉 20%)에 반발, 투명한 산정 기준을 요구하면서 최태원 회장이 연봉을 반납하는 초유의 사태를 불러왔다. 특히 불만을 품은 전문대 출신 직원들은 기술사무직 노조 아래의 '전문직노조 분회'도 설립했다.

LG전자에선 올해 최초의 사무직 노조가 공식 출범했다. 해당 노조는 출범 한달 만에 조합원 3000명을 넘겼다. MZ세대가 모인 직장인 익명 커뮤니티 '블라인드'가 크게 기여했다. 초대 위원장을 맡은 4년차 연구원 유준환 씨는 블라인드로 통해 노조 설립을 알리고 가입 신청을 받았다. 

유 위원장은 "블라인드의 기업별 게시판은 익명이 보장되면서도 회사 메일 인증을 통해 회사 사람이란 것을 확신할 수 있어 홍보와 의견 수렴에 사용됐다"며 "음지로 홍보하는 현실이 안타깝지만, 불이익을 걱정하는 사람이 많았기에 어쩔 수 없었다. 절대 약자인 노동자의 입장에선 최선의 선택"이라고 전했다. 

한국의 IT 양대산맥으로 꼽히는 네이버와 카카오에선 동시다발적으로 근로 환경과 사내 문화에 대한 비판이 쏟아졌다. ⓒ각 사 CI
한국의 IT 양대산맥으로 꼽히는 네이버와 카카오에선 동시다발적으로 근로 환경과 사내 문화에 대한 비판이 쏟아졌다. ⓒ각 사 CI

한국의 IT 양대산맥으로 꼽히는 네이버와 카카오에선 동시다발적으로 근로 환경과 사내 문화에 대한 비판이 쏟아졌다. 국내 최대 게임업체 ‘넥슨’도 게임업계의 고질적 문제인 고용불안 이슈로 이달 집중 포화를 맞았다.

그 중심에도 노조가 있다. 최근 △네이버지회(공동성명) △넥슨지회(스타팅포인트) △카카오지회(크루유니온) △스마일게이트지회(SG길드) △웹젠지회(위드) △한글과컴퓨터지회(행동주의) 등은 ‘IT위원회’를 결성하고 IT업계의 근로 환경을 전반적으로 개선해야 한다는 성명서를 발표했다. 

IT위원회는 “우리는 망가지면 버려지는 컴퓨터가 아니”라며 △위계에 의한 과도한 업무와 괴롭힘 △52시간을 넘는 장시간 노동 △정규직임에도 불안정한 고용 △임산부의 연장근로 등이 만연하게 벌어지고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앞선 이조은 선임간사는 "특히 IT업계 노조에서 MZ세대의 목소리가 두드러지고 있다"며 "이들이 기존 노조처럼 띠를 머리에 두르고 투쟁하는 것에서 벗어나, 노동운동 캐릭터나 게임을 만드는 등 젊은 감각에 맞는 캠페인을 병행하면서 거부감을 줄인다는 것이 주목할 만한 특징"이라고 덧붙였다. 

발화점이 된 SK하이닉스는 역대 최대 연봉 인상률(8.07%↑)을 기록했다. 또한 전 직원에게 임금협상 타결 특별 격려금으로 250만 원을 지급하기로 합의했다. ⓒSK하이닉스
발화점이 된 SK하이닉스는 역대 최대 연봉 인상률(8.07%↑)을 기록했다. 또한 전 직원에게 임금협상 타결 특별 격려금으로 250만 원을 지급하기로 합의했다. ⓒ뉴시스

이들의 목소리는 최근 기업에도 닿는 모양새다. 

발화점이 된 SK하이닉스는 역대 최대 연봉 인상률(8.07%↑)을 기록했다. 또한 전 직원에게 임금협상 타결 특별 격려금으로 250만 원을 지급하기로 합의했다. 

삼성전자 완제품 세트 부문 사장단은 임직원들과 소통하는 ‘토크 투게더’ 간담회를 열었다. 이날 행사는 전사 생중계 형태로 전 직원들에게 공유됐다.

카카오는 잇따른 성과 보상·인사 평가 논란을 겪자 최근 인사 담당 임원을 교체했다. 여민수·조수용 공동대표도 직접 화상 간담회를 개최하고 직원들에게 인사제도 혁신과 처우 개선을 약속했다.

이조은 선임간사는 "MZ세대의 목소리와 접근 방식은 기존 노조보다 거부감이 적어, 일반 시민들로부터 공감과 지지를 받을 수 있다는 게 강력한 힘"이라고 분석했다. 

사측 관계자도 "아무래도 부정적 이슈가 인터넷 상에서 계속해서 회자되는 것은 회사 이미지에 좋지 않다고 여겨진다"며 "블라인드 등에서 불거진 이슈에 대해 최대한 기민하게 반응하고 빠른 답을 주려는 분위기가 형성됐다"고 전했다. 

담당업무 : 통신 및 전기전자 담당합니다.
좌우명 : 사랑에 의해 고무되고 지식에 의해 인도되는 삶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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