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노조 현주소②] 강성노조에 멍들었던 중후장대 산업…올해는 다를까
[2021노조 현주소②] 강성노조에 멍들었던 중후장대 산업…올해는 다를까
  • 장대한 기자
  • 승인 2021.06.22 11: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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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성차 노조, “올해는 합당한 보상 받겠다”…정년연장 요구도 골머리
조선업계는 현대중- 대우조선 기업결합 반대에 상경투쟁 갈등 심화
강성 옷 벗는 철강업계, 올해 실적개선 흐름타고 노사관계 회복 기대

(시사오늘, 시사ON, 시사온=장대한 기자)

올해 초 SK하이닉스에서 시작된 성과급 논란을 기점으로 기업 노조들의 움직임이 심상치 않다. 최근 전자·IT업계에선 임금과 근로 관련 이슈들이 잇따라 불거졌다. MZ세대(1980~2000년대 생)를 기반으로 한 젊은 직원들은 새로운 노동조합을 통해 ‘공정 담론’을 내세우고 기업에 변화와 혁신을 요구하고 있다. 완성차 등 일부 업계에서는 강성 노조들의 투쟁으로 골머리를 앓고 있다. 기업의 천덕꾸러기였던 노조는 복덩이가 될 수 있을까. 〈시사오늘〉이 2021년 노사관계 현 주소를 진단했다.

지난해 6월 금속노조 현대자동차지부가 현대차 울산공장 광장에서 조합원 출정식을 열고 2017 임단협 교섭에서 승리할 것을 결의하는 모습. ⓒ 뉴시스
지난 2017년 금속노조 현대자동차지부가 현대차 울산공장 광장에서 조합원 출정식을 열고 임단협 교섭 승리를 결의하는 모습. 본문과 무관. ⓒ 뉴시스

국내 중후장대 기업들의 강성노조가 올해도 하투(夏鬪) 계절을 앞두고 본격적인 목소리 내기에 돌입한 눈치다. 지난해 코로나19로 인한 경영 어려움을 감안해 사측 입장을 배려했다면, 올해는 합당한 보상 요구를 통해 제 권리를 되찾겠다는 기조를 보이고 있는 것이다. 물론 무소불위의 강성노조도 이제는 기업 생존을 위한 미래 경쟁력 확보에 동참해야 하는 상황에 직면하면서 새로운 노사관계를 정립해 나갈 수 있을지 귀추가 모아진다.

완성차 업계에서는 현대차 노조가 올해 입단협 교섭의 포문을 열었다. 하기 휴가전 임단협 타결을 목표로 지난해보다 2달이나 빠른 지난달 26일 노사간 임단협 교섭 상견례를 갖는 등 속도전에 나선 것. 앞서 노조는 지난해 임금교섭에서 코로나19 위기 극복에 동참하고자 임금동결과 무분규 교섭이라는 대승적 결단을 내렸던 만큼, 올해는 충분한 보상를 요구한다는 방침이다.

하지만 현대차 노사는 올해 임단협 주요 안건으로 임금인상과 전년 당기순이익 30% 성과급 지급을 비롯해 정년연장안을 내세우고 있어 진통이 예상된다. 노조는 정년연장 국회입법화를 위한 국민청원에 나서는 한편, 지난 10일 임단투 출정식을 열고 합당한 보상이 이뤄지지 않을 시 강력한 투쟁에 나설 것임을 시사하고 있다. 하지만 사측은 최악의 청년실업과 경기불황 등의 사회적 분위기에서 정년연장을 논의하는 것 만으로도 강한 반감을 살수 있다며 난색을 보이는 등 팽팽한 줄다리기를 이어가고 있다.

한국지엠 노조의 경우에는 지난달 말 상견례를 시작으로 임금교섭에 본격 나섰지만, 강경 투쟁의 그림자가 드리워지고 있다. 노조는 구조조정 과정 속 3년간의 임금동결로 조합원들의 분노가 쌓여있음을 강조하며, 임금인상과 성과급 지급, 정년연장 등의 노조 제시안을 전향적으로 검토해 줄 것을 요구하고 있다. 다만 사측은 지난해에도 3000억 원이 넘는 적자를 본 터라 노조 요구에 응하기 쉽지 않은 형편인 것으로 전해진다. 한국지엠 노조가 지난해 코로나19 여파에도 불구하고 파업을 강행한 전력이 있음을 감안하면, 올해도 녹록치 않은 실정이다.

르노삼성은 서바이벌 플랜을 통해 고강도 구조조정을 진행하고 있는 가운데, 노사갈등이 장기화되며 살얼음판을 걷고 있다. 지난해 임단협조차 마무리 짓지 못한 데다, 일방적인 희생 강용와 기본급 동결을 거부하고 있는 노조의 파업이 지속되고 있어서다. 르노삼성은 경영정상화를 이끌 XM3의 유럽 출시로 말미암아 수출 물량이 증가하고 있는 만큼, 임단협 타결을 통한 조속한 노사관계 회복이 시급한 과제로 떠오른다.

르노삼성 부산공장의 전경. ⓒ 르노삼성자동차
르노삼성 부산공장의 전경. ⓒ 르노삼성자동차

이에 대해 업계는 자동차산업 경쟁력 약화의 주된 요인인 노사갈등과 저효율 고비용 문제를 개선해야 한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정만기 자동차산업연합회장은 지난 5월 열린 '제18회 자동차의 날' 기념식 자리에서 "호봉제 유지와 외국과 달리 연례화된 임단협 교섭주기, 잦은 파업 등이 글로벌 경쟁에서 밀리는 요인"이라며 "경영층과 근로자, 협력업체들 모두 '한 팀'이라는 인식을 갖고 적극적인 협력을 이뤄가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완성차 업계와 마찬가지로 조선업계의 악화된 노사관계 상황도 별반 다르지 않다. 현대중공업과 대우조선해양 노조가 일제히 기업결합 반대 투쟁을 벌이고 있는 데다, 임단협 교섭마저 애를 먹고 있다. 특히 현대중공업은 올해 임금교섭을 포함해 3년치 임단협을 해결해야 하는 등 적잖은 부담을 안고 있다. 더욱이 노조는 오너가의 사익편취와 편법승계를 겨냥한 상경 투쟁을 벌이는 등 갈등의 골을 키우고 있다. 

물론 급격한 산업 트렌드 변화와 비우호적인 대내외 환경 속 노조도 바뀌어야 산다는 여론이 형성되면서, 그간의 투쟁 일변도의 노조 강경 노선에도 변화가 감지되고 있다는 평가다. 앞선 르노삼성의 사례만 보더라도 회사 생존을 위해 파업은 피해야 한다는 노조원들의 공감대가 확산되면서 소수 인원으로만 진행되는 파업이 동력을 잃고 있다. 법정관리에 들어간 쌍용차도 총고용 유지를 위해 노사가 2년 무급 휴업에 전향적으로 동참하는 등 강성노조의 구태 모습과는 차별화된 행보를 보이고 있다.

철강업계도 포스코와 현대제철, 동국제강 등의 업체들이 지난해 임금협상에서 일제히 임금동결을 이루는 등 위기 극복에 합심하고 있다. 현대제철이 해를 넘겨서야 지난해 임협을 뒤늦게 마무리 지었지만, 시황 회복과 실적 반등을 통한 올해 노사관계 회복 가능성이 점쳐진다. 동국제강 노조는 올해 임금협상도 사측에 위임하며 지난 4월 말 '27년 연속' 평화적 임금협상 타결이라는 새로운 이정표를 세웠다.

한 철강업계 관계자는 "올해 철강사들이 제품가 상승과 수요산업 경기 회복 등의 호재를 통해 수익성 회복에 전념하고 있다"며 "이같은 기조에 힘입어 노사간 교섭 테이블에서도 예년보다 원활한 대화가 이뤄질 수 있지 않을까 기대한다"고 전했다.

장세욱 동국제강 부회장(오른쪽)과 박상규 노조위원장이 ‘2021년 임금협상 조인식’을 갖고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 동국제강
장세욱 동국제강 부회장(오른쪽)과 박상규 노조위원장이 ‘2021년 임금협상 조인식’을 갖고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 동국제강

 

담당업무 : 자동차, 항공, 철강을 담당하고 있습니다.
좌우명 : 생각하는 대로 살지 않으면, 사는대로 생각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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