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호선, “참여민주주의 실현위해 창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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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호선, “참여민주주의 실현위해 창당”
  • 정세운 기자
  • 승인 2010.01.12 21: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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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무현 정신‘ 깃발든 천호선 국민참여당 서울시당위원장

박정희에서 전두환 독재정권으로부터 쟁취한 민주주의는 2010년 1월에서 보면 분명 만개(滿開)했다. 실상 지난 1997년 정권교체가 이뤄지면서 더 이상 민주주의에 대해서 의심하는 국민은 없다.

하지만 정치현실을 들여다보면 이에 대해 의심할 여지는 분명히 존재한다. 정치판은 영남당이라 불리는 한나라당과 호남당인 민주당만이 존재한다. 이들은 지역주의를 앞세워 권력의 ‘핑퐁게임’을 즐기고 있다? 거대한 지역정당 앞에 어떤 정치세력도 비집고 들어갈 틈이 없어 보인다.

때문에 항간에선 ‘절차적 민주주의를 이뤄냈지만, 진정한 민주주의는 아직 이뤄내지 못하고 있다’는 자조 섞인 말들이 들린다.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은 생전에 지역주의 타파를 기치로 내걸며 정치를 해왔다. 이런 관점에서 본다면 노 전 대통령이 추구한 ‘지역주의 청산’은 하위적 목표가 아니었는지 모른다. 지역주의를 극복해 진정한 민주주의를 이루고자 했던 것이 노 전 대통령의 생각은 아니었을까.

그런‘노무현 정신’의 깃발을 든 국민참여당이 17일 창당된다. 이들이 양존하는 거대 지역정당을 뛰어넘어 자리를 잡을 수 있을까.

이에 대한 의문을 풀고자 국민참여당 천호선 서울시당위원장과의 인터뷰를 요청했다. 천 위원장은 13대 국회에서 노무현 의원의 비서관을 지냈고 참여정부에서는 청와대 3대 요직인 국정상황실장, 의전비서관, 대변인 등을 역임했다. 오윤석 서울시당 사무처장의 주선으로 지난달 23일 천 위원장과 서울 마포구 창전동 당사에서 만남을 가질 수 있었다.

국민참여당은 아직 중앙당이 창당되지 않아 ‘국민참여당창당준비위원회’라는 이름으로 사이트를 열고 있다. 서울과 대전을 비롯한 일부 지역당은 창당이 끝났지만 중앙당은 1월 17일 창당을 위해 당직자들이 분주히 준비 중이다.

인터뷰가 있던 날에는 공직자비리수사처 설치, 군 복무기간 18개월 이하로 단축, 예비군 제도 폐지, 제2청와대 건립 등의 당 정책을 공개하고 당원들의 의견을 청취하기 시작했다.

창전동 당사 내부 곳곳에는 노무현 전 대통령의 사진이 붙어 있어 언론에서 국민참여당을 ‘친노신당’이라고 부르는 이유를 알 것 같았다.

천 위원장은 약속된 시간보다 10분 정도 늦게 당사에 도착했다. TV에서 보던 것보다 키가 훤칠하고 얼굴은 미인에 가까웠다. 무엇인가 분주한 일을 끝내고 온 것 같았지만 인터뷰 자리에 앉아서는 이내 여유를 찾은 모습이었다. 
 

▲ 천호선 국민참여당 서울시당위원장은 참여민주주의 실현을 위해 창당을 결심하게 됐다고 밝혔다 © 시사오늘 권희정
민주당은 낡은 조직이며 실패의 연속선상
 
-국민참여당의 창당 배경이 궁금합니다. 항간에는 민주당 내 지분싸움에서 밀려나 딴 살림을 차렸다는 얘기도 들립니다.

“저도 그런 말은 들은 적이 있는 것 같습니다. 쉽게 말하면 민주당에 남아서는 공천을 받기 힘드니까 선거 출마를 위해 새로운 당을 만들었다는 얘기죠. 전혀 아닙니다.”

-그럼 창당의 배경을 설명해 주시죠.

“저도 민주당에서 20년을 몸담았습니다. 사무국장도 했었고요. 민주당은 낡은 조직입니다. 참여민주주의를 실현할 수 있는 정당이 아니라고 봅니다. 실패의 연속선상에 있다고 볼 수 있을 겁니다. 군사정권 이후 문민정부-국민의 정부-참여정부가 이어졌는데 이름마다 뜻이 있습니다. 문민정부는 군정을 종식시켰다는 말이고 국민의 정부는 국민을 정치의 주체로 인식했다는 뜻이 있습니다. 그리고 참여정부는 국민이 주체가 돼서 정치적 발언권을 행사한다는 의미입니다.

열린우리당이 실패하기는 했지만 전국정당을 지향하고 만들어진 당이었습니다. 노무현 전 대통령은 지역주의와 기회주의 극복을 자신의 정치 이념으로 삼은 분입니다. 아직도 영호남 지역주의가 견고하다 보니 당내 공천 경쟁만 있을 뿐 지역 내 경쟁은 없는 것이 현실입니다. 주민을 대상으로 한 경쟁이 없다보니 후보가 어떤 사람인지 문제의식을 갖지 않습니다.”

-그러면 국민의 참여를 모토로 창당했다고 보면 되겠습니까.


“45세 이상 세대의 정치 의식은 지도자가 모든 책임을 지는 대신 권한도 혼자 행사한다고 여기고 있습니다. 돈을 마련하고 공천권을 행사하는 것이 지도자 한 사람에게 집중됩니다.
 
당원은 동원의 대상일 뿐입니다. 그러나 20~30대 세대는 생각이 다르죠. 특히 2002년 이후 ‘내 돈 내고 내 발언권을 갖는다’는 의식이 싹텄습니다. 대표적 실례가 노사모와 개혁당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당시 개혁당 당원이 약 4만 명이었죠. 노무현 전 대통령이 대통령이 될 수 있었던 이유도 국민참여경선제가 실시됐기 때문입니다. 이전처럼 당내 선출 방식이었다면 대통령이 될 수 없었습니다.”

-모든 당원의 발언권이 동등해야 한다는 사고까지 가능하겠네요.

“민주주의 원칙을 고려하면 모든 당원이 동등한 발언권을 행사하는 것도 가능합니다. 그러나 평당원과 당직자, 시도당 위원장의 발언권이 차별화 된다고 해서 민주주의 원칙에 어긋난다고는 말할 수 없습니다.”
 
촛불’ 보며 창당 결심
 
-창당을 결심한 것은 언젠가요.

“앞에서 20~30대 세대가 참여의식을 갖고 있다고 말씀드렸는데 참여의 절정은 작년 ‘촛불’입니다. 저는 촛불을 보면서 창당을 결심했습니다. 수십만 명이 촛불을 들고 거리를 메운 광경에서 참여민주주의의 가능성을 발견했던 겁니다. 정치의 중심이 40, 50대에서 발언권을 주장하는 20, 30대로 바뀌었고 여성도 남성과 동등한 참여권을 누리게 된 것이죠.”

-당이 생존하려면 무엇보다 내년 지방선거에서 가시적 성과를 내는 것이 급선무입니다. 민주당이나 진보진영과의 연대가 필요하지 않겠습니까.

“민주당도 민주 진영 중 하나인 것은 틀림없고 현재의 한국 정치구도에서 당분간 자기 역할을 해야만 합니다. 한나라당을 이기기 위해 필요하다면 민주당이나 민주노동당, 진보신당, 시민단체와 연대할 의사가 있습니다.”

필자는 이 순간에서 다소 실망감을 느꼈다. 국민참여당은 확실한 정체성을 가지고 있는 정당이 아니다. 국민참여당은 ‘지역주의를 극복해 진정한 민주주의를 이뤄내야 한다’는 거대담론을 담고 있어야 성공할 수 있다는 게 필자의 생각이다. 때문에 국민참여당의 타도대상은 한나라당과 더불어 민주당이어야 한다. 만약 국민참여당이 민주당과 손잡는다면 제2의 열린우리당에 불과할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민주당과의 연대가 영남에서는 참패를 가져오지 않을까요. ‘민주당 2중대’라는 비판을 들을 가능성도 있습니다.

“민주당과 무조건 연대하겠다는 것이 아니고 국민의 요구가 있는지를 먼저 고려해야 합니다. 영남에서는 국민참여당의 지지도가 높게 나오는 지역이 상당수 있을 것으로 보기 때문에 지지도를 조사해서 굳이 민주당과의 연대가 필요 없으면 안 할 수도 있습니다. 호남에서는 독자 후보로 밀고 나갈 방침입니다. ‘민주당 2중대’ 식의 공격은 예상하고 있지만 아직 중앙당도 창당되지 않은 단계이기 때문에 나중에 고민해도 될 겁니다.”
 
▲ 천 위원장은 다가오는 지방선거에서 시도지사 중 최소 한군데에서 당선자를 낼 것이라고 말했다  © 시사오늘 권희정
“시도지사 중 한 군데 당선 기대”

 
-단체장 선거에서 어느 정도 당선자를 낼 것으로 봅니까.

“일단 16개 모든 시도에 후보자를 낸다는 방침은 분명합니다. 국민참여당의 여건에서 단체장 선거 당선이 쉽지 않다는 건 압니다. 시도지사 중 1군데, 기초단체장도 몇 군데는 당선 가능하다고 봅니다.”

-단체장은 어렵더라도 지방의회 선거에서는 당선 가능성이 비교적 높지 않을까요.

“지방의회 선거는 아시듯이 한 개의 선거구에서 복수의 후보를 선출합니다. 따라서 국민참여당 후보가 1위를 못하더라도 2위로 당선될 여지는 충분히 있습니다. 영호남 모두 2위 당선 가능성에 기대를 걸고 있습니다. 당선자 수로 전국적으로 3위, 영호남 각각 2위를 기록할 것으로 봅니다.”

-천 위원장이 서울시장 선거에 출마한다는 말도 있는데 출마의사가 있나요.

“출마선언을 할 단계는 아닙니다. 유시민 전 보건복지부 장관의 거취와도 관련된 문제이고요. 또한 서울시장 선거는 서울시당만의 문제가 아니라 당 전체에 영향을 미치는 문제이기 때문에 당의 판단을 기다려봐야 합니다.”

-서울시장 선거에서 야당 후보들 간의 단일화가 성사돼야 한나라당을 이길 수 있을 것으로 봅니다. 후보단일화에 대한 계획은 있습니까?

“후보단일화도 후보를 내고 나서 얘기할 수 있는 일 아니겠습니까? 구체적으로 인물이 정해지면 토론하려고 합니다.”

-민주노동당의 경우 당 정체성이 분명해 일정한 지지를 확보하고 있습니다. 국민참여당의 정체성이 뚜렷하다고 볼 수 있습니까.


“민주노동당은 노조의 지지 기반이 있는 것이 사실입니다. 그러나 노선을 정해놓고 같은 노선의 사람들만 받아들이는 것은 잘못이라고 봅니다. 미국의 민주당은 급진적 사회주의자에서부터 공화당 친화적 인물까지 다양한 세력이 공존과 타협을 하고 있습니다. 국민참여당은 기본적으로 진보적 성향입니다만 당의 정강, 정책이 확정되지 않은 단계에서 당의 정체성을 말하기는 좀 이른 듯하네요.”

-최근 이슈에 대해 몇 가지 묻겠습니다. 친일청산 문제가 다시 대두되고 있습니다. 친일인명사전도 발간 됐는데요. 어떤 견해를 갖고 있는지요.


“워낙 포괄적인 질문이라 답변하기가 곤란하네요. 친일 청산보다는 ‘정리’라고 하는 것이 적절할 듯합니다. 하나하나의 구체적 사례에 대해 평하기는 어려워도 전체적으로 정당하다고 봅니다.”
 
▲ 세종시 문제와 관련해 천 위원장은 원안 고수를 주장했다  ©시사오늘  권희정
“세종시 수정되면 혁신도시도 무너져, 원안대로 가야”

 
-세종시 문제는 노 전 대통령의 최대 공약 사업이었습니다. 원안 관철을 주장한다고 보면 될까요.

“그렇습니다. 세종시는 원안대로 가야지 수정돼서는 절대 안 됩니다. 세종시와 혁신도시는 서로 얽혀 있는 수레바퀴와 같아서 세종시가 수정되면 지방에 건설하려는 혁신도시들도 무너지고 맙니다. 제가 노 전 대통령 의전비서관을 2년 동안 하면서 전국을 다 다녀봤기 때문에 지방 사정을 잘 압니다.”

-세종시 수정론자들은 행정 효율성을 고려할 때 수정론이 불가피하다고 하는데 타당성이 없습니까.


“국회가 세종시로 가면 부산 지역 의원들도 하루에 국회로 출퇴근을 할 수 있을 겁니다. 생각해 보십시오. 효율성을 문제 삼을 수 있는 사람들이 누굽니까? 극소수의 고위 공무원들 뿐입니다. 극소수를 빼고는 행정 효율성이 문제되지 않는다는 말입니다. 그 극소수가 자신들의 기득권을 놓지 않으려고 수정론을 내세우는 것이지요.”

-수정론을 고집하는 다른 이유는 없을까요. 수도권 거주자들의 정서적 박탈감 같은 것 말이죠.

“저는 세종시로 중앙부처가 이전하면 서울의 아파트 가격이 떨어지지 않을까 하는 서울시민들의 불안감이 작용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관청이 이전한다고 해서 아파트 가격이 떨어지지는 않을 겁니다.”
 
“4대강 사업은 수백 년간 국민의 원망 들을 것”
 
-이명박 정부가 역점을 두고 추진하는 4대강 사업을 어떻게 보고 있습니까.

“국토에 흉한 상처를 남기는 일이고 수백 년간 국민의 원망을 듣게 될 겁니다.”

-한명숙 전 총리가 노무현재단에서 뇌물수수 의혹에 대한 기자회견을 연 이유가 뭔가요.

“한 전 총리는 노무현재단 이사장으로 있는데다 노무현재단에 자신의 사무실이 있습니다. 민주당 상임고문이어서 민주당에서 기자회견을 안 한 것을 의아해 하는 분들도 있는 것 같은데 ‘한명숙 전 총리 대책위원회’에는 민주당뿐만 아니라 민주노동당, 진보신당, 시민단체 모두 참여하고 있어서 한 전 총리 의혹은 민주당만의 문제가 아닙니다.”

-천 위원장은 노 전 대통령을 오랫동안 모셨는데 대통령이 아니라 ‘국회의원 노무현’은 어떤 인물인지 소개해주시죠.

천 위원장은 학생운동권 출신이다. 그러다가 두 번의 투옥생활을 했고, 한 때는 먹고 살기위해 학원강사를 했다. 수려한 외모 때문인지 수강생이 6백명에 달하는 ‘스타강사’였다. 하지만 직접 수원의 신혼집까지 찾아온 노무현 전 대통령의 설득으로 정치권에 입문했다.
그는 희미하게 옛 추억을 떠올리며 이렇게 답했다.

“오래 전 일이어서 기억을 떠올려봐야겠습니다. 제가 비서관을 했는데 국민을 위한 열정에 가식이 조금도 없는 분이었습니다. 가식과 덧칠이 없었습니다. 의원시절부터 대통령까지 참 투명하게 사셨습니다.”

인터뷰를 마치면서 천 위원장은 대중적 인지도를 높일 여러 조건들을 두루두루 갖췄다고 필자는 생각했다.

‘노 전 대통령과의 정치생활, 수려한 외모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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