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기로운 환자생활⑩] 드디어 항암 치료의 세계로 진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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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기로운 환자생활⑩] 드디어 항암 치료의 세계로 진입
  • 정명화 자유기고가
  • 승인 2021.06.20 11: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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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암 시작 디데이를 기다리며
부작용 점검과 예습 과정 거쳐
탈모에 대비 가발과 모자 준비
항암산 등정 마음의 태세 다져

[시사오늘·시사ON·시사온= 정명화 자유기고가)

무더운 여름의 끝자락 9월. 작열하던 태양의 기세가 한풀 꺾이고 코스모스가 한창인 계절에 들어섰다. 자연의 섭리는 거스를 수 없듯이 나에게도 거부할 수 없는 공포의 시간이 다가오고 있었다. 수술로 암 덩어리는 제거했으나 아직 갈 길이 멀다.

극복하고 거쳐야 할 힘든 과정이 기다렸다. 다름 아닌 가장 두려워한 항암 치료가 바로 눈앞에 닥친 것이다. 이제 당분간은 수술을 주관하고 전체적인 치료를 관장하는 유방외과가 아니라 항암 치료를 담당할 혈액종양내과로 치료 테이블이 옮겨졌다.

여름의 끝자락, 항암 치료라는 공포의 시간이 도래했다. ⓒ정명화
여름의 끝자락, 항암 치료라는 공포의 시간이 도래했다. ⓒ정명화

수술 후 다음 치료 코스를 앞두고 환우 카페와 인터넷 서핑을 통해 열공모드였다. 학창 시절 입시 준비를 그토록 열심히 했다면 최고 학부로 진학하지 않았을까 싶을 정도로 몰두했다. 무엇보다 환우들이 남긴 엄청난 분량의 투병기가 제일 큰 도움이 됐다.

여기에다 다양한 자료를 규합하고 예습 반복에 시뮬레이션까지, 실제 항암제 투여 후 나타날 신체 변화를 가늠하며 예측해봤다. 과연 어떤 화학적 반응이 내 몸에 나타날지 모르나, 피할 수 없으면 즐기자는 듯 문제점을 샅샅이 살폈다.

항암 화학요법(Chemotherapy)

항암 화학요법이란 약물을 사용하여 암을 치료하는 방법이다. 수술, 방사선 치료와 함께 암 치료법 중 온몸의 암세포를 공격할 수 있는 전신 치료법에 해당된다. 암세포들은 성장이 비정상적으로 빠르고, 주위 조직으로 침투하며 멀리 떨어져 있는 다른 조직이나 장기로 퍼져나간다. 이때 항암제는 세포 성장이나 증식을 멈추게 하여 암세포를 파괴하고 소멸시키는 역할을 한다.

보통, 치료 시작 전 선 항암이냐 후 항암이냐를 먼저 결정하게 된다. 이는 환자의 암세포 종류와 크기, 진행 병기에 따라 정해진다. 나처럼 수술 먼저 한 다음에 항암 치료에 들어가는 경우는 후 항암이며, 수술 후 늦어도 4~6주 경과 즈음이 최적의 타이밍이다. 수술로 암세포를 제거한 후 보이지 않으나 잔존하는 미세 암세포를 화학요법으로 제거해야 완치할 수 있다.

선 항암 후 수술인 경우는 되도록 빨리 항암 치료를 시작한다. 선 항암 요법은 암의 크기나 범위가 넓은 경우에 항암제를 먼저 투여, 암 사이즈를 줄인 후 수술이나 방사선 치료가 용이하도록 하는 방법이다. 그렇게 되면 유방암 환자들이 유방 전절제술 대신 유방보존 수술이 가능하게 된다. 

항암 치료 기간과 횟수

항암제에는 여러 가지 종류가 있고 작용하는 기전도 다양하다. 항암제 선택은 환자의 암 종류, 증식 정도, 또 같은 암이라도 암세포의 성격이 어떤가에 따라 달라진다. 항암 치료 기간과 횟수는 암의 종류, 항암제의 종류, 치료에 대한 반응 정도가 좌우한다. 매일, 매주, 혹은 매월 단위로 항암제를 투여받게 된다. 그리고 몸에서 건강하고 새로운 세포를 증식하고 회복할 수 있도록 평균 3~4주의 휴식 기간을 두고 다음 회차를 이어간다. 

나는 7월 말에 수술했으니 8월 말부터는 치료에 돌입하는 게 보편적인 치료 스케줄에 해당되고, 최대한 늦어도 8주 후까지는 시작하는 게 바람직하다. 그런데 이비인후과 침샘암 추가 수술이 중간에 예정되어 9월 말로 시작점을 잡았다. 여기에다 추석 명절도 들어 있어 아이들에게 그동안 상황을 알릴 시간도 필요했다. 항암 치료는 보통 6개월의 시간이 소요되기 때문에 은밀히 진행하는 게 한계가 있다. 또한 그 과정에서 아이들 도움이 필요할 수도 있어서 공개하기로 맘먹었다. 

항암 전 준비사항

그사이 항암 치료에 들어가기전 챙겨야 할 준비 사항이 뭔지도 항암 치료를 거친 환우들의 경험담을 통해 파악했다. 다양한 부작용이 예측되는데 그중 가장 확실하고 우려스러운 부작용이 구토와 탈모였다. 구토는 미리 준비할 것은 없고 닥치는 대로 대처하는 수밖에 없으나 탈모는 준비물이 필요하다.

유방암의 경우 항암제 투여시 대충 첫 항암 후 14~15일 즈음이면 전신 탈모가 진행되므로 가발과 모자를 준비해야 한다. 또 잇몸 질환도 심해질 수 있으니 미리 치과 치료를 받는 게 좋다. 여기에 대상포진,  폐렴 등 예방주사와 눈썹 문신의 필요성이 강조됐다. 몸에서 모발이란 모발은 다 빠지니 그나마 당장 눈에 보이는 눈썹 문신을 하는 게, 여자로서 최소한의 모양새를 유지하는데 도움이 된다.

이와 더불어 항암제를 투여하면 갖가지 부작용으로 일상생활이 완전히 붕괴되기에, 이를 대비하고 컨디션 관리를 위해 어떻게 할지 방향을 정한다. 집중 케어를  도모해 암 요양병원에 입원하거나 아니면 집에서 요양할 경우 챙겨줄 인적 시스템을 갖추느라 가족들간 스케줄을 조율하며 머리를 조아린다.

예상되는 부작용

항암제 투여후 부작용들을 구체적으로 살펴보자면 개인차가 크다. 또 사용하는 항암제의 종류, 투여하는 용량, 그리고 같은 항암 화학요법을 반복하는 경우에도 치료 회차마다 다를 수 있다.

암세포만 공격하는 표적 항암제가 아닌 일반 항암제는 암세포뿐 아니라 정상 세포에도 일시적으로 영향을 미친다. 그 과정에서 항암제의 독성으로 부작용이 나타나는데 대개 부작용은 치료가 완료되면 서서히 사라지기 시작하고 건강한 세포가 정상적으로 증식하면서 2-3 주 사이에 회복기에 접어든다.

보통 부작용들이 일시적이지만, 심장, 폐, 신장, 신경계 등에 일어난 부작용들은 몇 년간 지속될 수 있다. 대부분의 항암제는 빠르게 분열하는 세포를 손상시키는 기전을 가지고 있는데, 우리 몸의 정상 세포 중에서 끊임없이 혈액을 생성하는 골수에 영향을 미쳐 혈액 속의 백혈구, 적혈구, 혈소판의 생산이 일시적으로 감소하게 된다.

특히 백혈구는 외부의 세균 감염에 대한 방어 역할을 하는 혈액 세포로, 백혈구 수치가 정상보다 낮아지면 균에 의해 쉽게 감염될 수 있다. 따라서 항암제 투여 후 열이 나면 반드시 백혈구 감소 여부를 확인하여야 한다. 적혈구는 우리 몸 곳곳에 산소를 공급하는 역할로 적혈구 수치가 낮아질 경우, 신체 각 부분에서 충분한 산소를 공급받지 못하여 피로감이 쉽게 올 수 있고 숨이 찰 수도 있다.

항암제는 지혈작용을 담당하는 혈소판 생성에도 문제를 일으켜 조그만 상처에도 쉽게 피가 나고 멍이 든다. 나는 이미 암 확진 전에도 다리에 여기저기 멍든 흔적을 발견해 왜 이럴까 의아해하면서도 간과했다. 이러한 부작용 때문에 다음 회차 항암치료 전에 매번 혈액검사로 백혈구, 적혈구, 혈소판 수치를 확인하여, 정상범위에 있지 않을 때는 항암제 용량을 조절 또는 치료를 연기하기도 한다.

구토와 탈모

괴로운 부작용 중 하나가 메스꺼움과 구토인데 가장 걱정한 지점으로, 입덧이 심했던 난 그 두려움이 상당했다. 메스꺼움과 구토는 항암제 자체가 위에 영향을 주거나, 뇌의 구토를 자극하는 특정부위를 자극하기 때문이며 개인차가 심하다. 최근에는 부작용 방지제가 개발되었지만 증상을 완화할 뿐 고통스러운 과정을 대부분 겪게 된다.

이와 함께 탈모는 유방암 환자들 모두가 제일 회피하고픈 부작용이다. 유방암 환자는 투여되는 항암제로 인해 100% 탈모에 이른다. 물론 항암 치료가 완전히 종료되면 3-4주 후 모발이 다시 자라지만, 그동안 우울감이 야기될 수도 있다.

다음 빠질수 없는 게 구내염이다. 구내염은 입안의 염증으로, 입천장, 볼 안쪽, 혀 등이 헐거나 건조하게 되는 상태를 말한다. 보통 항암요법 5~7일 후에 나타나고, 새로운 점막 세포는 항암제를 끊고 2-3주 후에 생성이 된다. 이 부작용으로 식생활에 어려움을 겪기도 한다.

또 다른 부작용으로 설사와 변비도 뒤따른다. 항암제가 장에 있는 점막 세포에 영향을 미쳐 설사가 생길 수 있고 어떤 항암제는 변비를 일으킬 수 있으며, 부작용을 예방하기 위한 약물이 변비를 초래할 수도 있다. 약물 투여로 식사량이 줄고, 물과 식이섬유 섭취 감소, 활동량 감소 등에 의해 생기기도 한다. 

신경계 부작용으로는 손발이 저리거나 쑤시는 느낌이 오는 것이 가장 흔하고, 손과 발의 감각 둔화, 얼얼한 느낌 등과 손, 발의 피부가 벗겨지거나 들뜨게 된다.

불임과 우울증 초래

어떤 항암제는 신장과 심장, 폐에도 독성을 일으킬 수 있다. 특히 대부분의 약물이 간에서 대사 되듯이 항암제도 간에서 대사 되기에, 쌓인 항암제 독성으로 간 손상을 일으키기도 해, 치료과정에서 중요한 변수다. 따라서 항암에 들기 전 간 기능을 검사하고 매회 혈액검사상 간수치를 매우 중요하게 체크한다. 만약 간수치가 적정치 이상이면 항암제 투여를 일시 중단, 간수치를 낮춘 후 치료를 진행한다.

한편, 생식세포에도 이상이 생길 수 있어 불임증을 일으키기도 하며, 혹시 항암치료 중 임신이 된다면 기형아가 생길 가능성 때문에 치료 중에는 피임을 권한다. 그 외 암의 진단, 치료 과정의 스트레스로 인하여 우울증이 발생할 수 있다. 우울증은 불면과 식욕부진을 초래하고 매사에 의욕이 떨어져 치료에 큰 지장을 일으키기도 하므로 적극적인 치료가 필요하다.

기술한 것처럼 이렇게 다양한 부작용을 미리 점검하며 첫 항암 치료의 시동을 걸었다. 유방암 환우들은 어려운 항암 치료 과정을 항암산이라 일컫는다. 나 역시 항암산을 오를 채비를 마친 후 두근거리는 가슴을 안고 암병원 주사실로 향했다. 내 몸에서 항암제는 어떤 작용을 할까. 두려움과 호기심이 교차되는 폭풍전야였다.

<다음 편에 계속>

정명화는…

1958년 경남 하동에서 출생해 경남 진주여자중학교, 서울 정신여자고등학교를 졸업했다. 연세대 문과대 문헌정보학과 학사, 고려대 대학원 심리학 임상심리전공 석사를 취득했다. 이후 자유기고가로 활동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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