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노조 현주소③] 4차산업 파고에 갈등 불씨 커진 노사관계…회복 방안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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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노조 현주소③] 4차산업 파고에 갈등 불씨 커진 노사관계…회복 방안은?
  • 장대한 기자,한설희 기자
  • 승인 2021.06.22 13: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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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오늘·시사ON·시사온=장대한 기자, 한설희 기자]

올해 초 SK하이닉스에서 시작된 성과급 논란을 기점으로 기업 노조들의 움직임이 심상치 않다. 최근 전자·IT업계에선 임금과 근로 관련 이슈들이 잇따라 불거졌다. MZ세대(1980~2000년대 생)를 기반으로 한 젊은 직원들은 새로운 노동조합을 통해 ‘공정 담론’을 내세우고 기업에 변화와 혁신을 요구하고 있다. 완성차 등 일부 업계에서는 강성 노조들의 투쟁으로 골머리를 앓고 있다. 기업의 천덕꾸러기였던 노조는 복덩이가 될 수 있을까. 〈시사오늘〉이 2021년 노사관계 현 주소를 진단했다.

공정 담론, 미래산업 고용 불안에 둘러싸인 노조…‘노동참여’ 카드로 배수진

전국금속노동조합과 완성차 3사 지부조직 대표들은 지난 18일 청와대 앞에서 '자동차산업 정의로운 미래전환 협의체 마련 요구' 기자회견을 가졌다. ⓒ 전국금속노동조합
전국금속노동조합과 완성차 3사 지부조직 대표들은 지난 18일 청와대 앞에서 '자동차산업 정의로운 미래전환 협의체 마련 요구' 기자회견을 가졌다. ⓒ 전국금속노동조합

대한민국 산업계가 4차산업혁명에 따른 대변혁기를 마주하면서, 기업 노조들의 움직임 역시 바빠진 모습이다. 이전까지만 하더라도 사측에 맞서 임금 교섭과 이를 관철시키기 위한 파업 등 단편적 투쟁에 치중해왔다면, 이제는 젊은 MZ세대의 공정 담론과 미래산업 전환 속 고용 불안 등에 둘러싸이며 막중한 과제를 받아들었기 때문이다.

기업들 역시 공정한 대우를 위한 보상 체계 마련으로 인해 고정비 부담이 꾸준히 증가하고 있는 것은 물론, 미래 신사업 방향 설정에 있어서도 양질의 일자리 보장과 생존을 부르짖는 노조의 강해진 입김으로 인해 경영 리스크가 늘어나고 있다. 결국 노사간 갈등의 불씨가 오히려 커지고있다 해도 무방한 상황으로, 관계 회복을 위한 대안 마련의 필요성 역시 절실해지고 있다.

실례로 올해 국내 완성차 업계의 노사문제 화두는 '노동참여'로 귀결되고 있다. 사측이 미래 친환경차 산업 육성을 위한 각사별 사업재편에 속도를 내고 있는 만큼, 노조 측에서는 이에 수반되는 고용불안을 막고 양질의 일자리를 보장받을 수 있도록 노동자들의 결정권과 참여 폭을 넓혀달라고 목소리를 내고 있다.

이를 위해 금속노조와 현대차, 기아, 한국지엠 등 완성차 3사 노조는 지난 18일 '자동차산업의 정의로운 미래전환을 위한 노사정 협의체 구성 요구안'을 청와대에 전달했다. 이들은 현대차, 기아 등 특정 재벌을 중심으로 한 정부의 산업 전환 정책이 노동자들의 고용불안은 물론, 대·중소기업간 양극화 조장과 자동차산업 생태계의 위기 대응력을 훼손시키는 등의 부작용을 초래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금속노조 측은 "글로벌 경쟁력 강화를 위해 자동차 산업전환의 방향이 기업을 위한, 기업에 의한 산업정책으로 흘러가서는 안된다"며 "자동차산업의 정의로운 미래전환을 책임 있게 논의할 노사정 협의체 마련을 통해 전환 과정에서의 주체들간 참여를 보장하는 '틀'을 만드는 것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노조 세대갈등 도화선 ‘정년연장안’…청년 시각 가미로 시너지 효과 기대도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완성차 3개사 정년 연장 법제화 청원에 반대합니다'라는 제목의 글이 올라왔다. ⓒ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 갈무리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완성차 3개사 정년 연장 법제화 청원에 반대합니다'라는 제목의 글이 올라왔다. ⓒ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 갈무리

다만 노조의 요구안은 기업의 경영 자율성을 침해할 소지가 다분한데다, 사회적 비난과 세대갈등을 불러일으킬 수 있는 65세 정년연장 사안 등을 포함하고 있다는 점에서 첨예한 대립·진통을 야기할 소지를 높인다. 이들의 '정의로운 전환' 요구가 자칫 그들만을 위한 '불공정' 프레임으로 오용될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 기존 노조가 내세운 정년연장안은 공정 담론을 강조하고 있는 MZ세대 노조와의 갈등을 유발하고 있다. 2030 생산직·사무직·연구직 직원들의 정당한 급여와 성과급 상승이 저해되고, 50대 직원들의 밥그릇만 챙긴다는 비판에서다.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완성차 3개사 정년 연장 법제화 청원에 반대합니다'라는 제목의 글이 올라왔다. 완성차 3사 중 한 곳에서 근무하는 MZ세대라고 주장하는 청원인은 "젊은 세대를 생각하지 않고 단기적 관점으로 추진하는 정년 연장에 반대한다"고 취지를 밝혔다.

이처럼 공정성과 합리성을 제1원칙으로 내세우는 MZ세대가 사회에 진출하면서 노사관계도 요동치고 있다. IT업계, MZ세대 조합원을 비롯한 신(新)노조는 사측을 향해 즉각적이며 공정한 보상, 기성 노조를 향해서는 평등한 기회를 주장하며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노동자들 사이의 세대 갈등에 대한 우려도 나오지만, 노조에는 시너지 효과가 발생할 수 있다는 긍정적 전망도 제기된다. 이조은 참여연대 사회경제국 선임간사는 "노조로서 조합원들의 이익은 시기나 상황에 따라 다양하다. MZ세대의 문화가 기성세대와 바뀌었다고 해서 노조의 힘이 약화되진 않을 것"이라며 "청년 노동자들의 사상이 가미되면서 오히려 일반 시민들도 공감하고 지지할 수 있는 노조 활동이 강력하게 전개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제한된 노사 대화 테이블 적극 활용해야…책임경영·노사 파트너십 발휘할 때

현대자동차 노사가 지난달 26일 울산공장 본관에서 2021년도 임금단체협약 교섭 상견례를 갖는 모습. ⓒ 뉴시스
현대자동차 노사가 지난달 26일 울산공장 본관에서 2021년도 임금단체협약 교섭 상견례를 갖는 모습. ⓒ 뉴시스

업계는 노사갈등을 효과적으로 극복하기 위해서는 임금교섭 등의 제한된 대화 테이블을 적극적으로 활용해야 할 것으로 보고 있다. 단순한 교섭을 위한 만남의 장이 아닌, 경영전략 변화에 대한 사전 정보 공유와 교감을 통해 직원 교육과 고용 문제 등을 함께 풀어가는 파트너십 관계를 도모해야 한다는 것이다.

한국노총은 지난해 말 발간한 '자동차산업의 구조변화와 정책과제' 보고서를 통해 "노사간 신기술 도입과 경영전략의 변화에 대한 정보를 사전 공유함으로써, 노사가 기업의 중장기적인 발전을 위해 대책을 강구할 수 있다"며 "이는 사회적 갈등과 비용을 줄이면서도 기업의 혁신에도 도움이 된다"고 제언했다.

일각에서는 노사 균형성 회복과 기업에 대한 사회적 인식도 바뀌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이원덕 노사공포럼 노사문화위원장은 지난 8일 열린 '개정 노조법의 문제점과 보완입법 방향' 토론회 자리에서 "지금 시대에는 노사관계의 운동장이 노조에게 유리하게 기울어졌다는 평가가 나온다"며 "사용자의 교섭력 강화를 위한 방안으로 제시되고 있는 파업시 대체 근로 제한 완화, 부당노동행위에 대한 형사 처벌 규정 삭제 등을 긍정적으로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피력했다.

이어 "기업들 스스로도 반기업 정서를 개선하기 위한 일자리 창출과 사회공헌, 윤리 경영, ESG 투자 등을 활발히 진행, 경영계에 우호적인 사회 분위기를 조성해 나가야 한다"며 "기업이 우리사회의 지속발전 주역이라는 인식을 확산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MZ 세대를 대변하는 유준환 LG전자 사무직노조 위원장은 "노조의 문제제기는 근로자의 권익뿐만 아니라 기업 전체의 생산성을 위해서도 필요한 일"이라며 "회사가 노조를 일시적인 혜택만을 베푸는 복지 정책의 연장선이 아니라, 노동자의 대표 기구로서 회사의 미래를 함께 고민해나가는 파트너로 봐야 한다"고 전했다.

정치권을 향해서는 "현재 생산직이 아닌 직군의 권익을 심각히 제한하는 법안들이 있다”며 “교섭창구 단일화 제도처럼 회사를 과하게 보호하는 법안을 검토할 때"라고 강조했다.

담당업무 : 자동차, 항공, 철강을 담당하고 있습니다.
좌우명 : 생각하는 대로 살지 않으면, 사는대로 생각하게 된다.
담당업무 : 통신 및 전기전자 담당합니다.
좌우명 : 사랑에 의해 고무되고 지식에 의해 인도되는 삶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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