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BQ, bhc 매각後 8년…엇갈린 양사 운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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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BQ, bhc 매각後 8년…엇갈린 양사 운명
  • 시사오늘 편집국
  • 승인 2021.06.22 11: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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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오늘·시사ON·시사온= 시사오늘 편집국)

오는 7월이면 2013년 당시 국내 치킨업계 1위였던 BBQ(비비큐)가 계열사인 bhc(비에이치씨)를 매각한지 8년이 된다. 지난 8년 동안 양사는 모두 소송전, 가맹점주와의 갈등 등 수많은 우여곡절을 겪었다. 이 과정에서 부동의 1위를 달릴 것으로 예상됐던 BBQ는 업계 3위로 추락했고, 업계 7~8위권에 그쳤던 bhc는 업계 2위로 올라섰다. 도대체 무엇이 양사의 운명을 엇갈리게 만들었을까. 8년의 세월을 재조명해본다. 〈편집자주〉

1995년 미원그룹(현 대상그룹) 출신 윤홍근 제너시스BBQ그룹 회장이 설립한 BBQ는 주력제품인 황금올리브치킨을 앞세우며 치킨프랜차이즈업계에 큰 파장을 일으켰다. 2003년 지속된 경기 침체로 치킨업계가 큰 어려움을 겪고 있을 무렵 BBQ는 오히려 해외 진출의 첫 걸음을 뗐고, 그해 말 조류독감 파동으로 매출이 절반 가량 줄었을 때는 오히려 사세 확장을 단행했다. 2004년 당시 콜팝치킨으로 유명했던 bhc를 인수한 것이다. 이후 BBQ와 bhc는 한 지붕 아래 치킨 사업을 영위하며 인기 절정의 시기를 누렸다.

하지만 치킨 공동체의 수명은 10년에 그쳤다. 무리한 해외진출로 경영이 악화되자 BBQ가 재무구조 개선을 위해 2013년 7월 bhc를 미국계 사모펀드인 로하튼그룹에 매각한 것이다. 이 조치로 BBQ의 품 안에 들어갈 당시 업계 3위였던 bhc는 업계 순위 7~8위권으로 뚝 떨어졌고, BBQ는 bhc를 넘기면서 업계 1위를 수성할 수 있었다. 그러나 이후 양사의 운명은 크게 뒤바뀌게 된다.

(왼쪽부터) bhc, BBQ CI ⓒ 각 사(社) 제공
(왼쪽부터) bhc, BBQ CI ⓒ 각 사(社) 제공

새 주인을 맞아 독자경영을 시작한 bhc는 삼성전자 출신 전문경영인 박현종 회장의 지휘 아래 페이퍼리스 경영시스템을 구축하고, 연구개발과 물류·생산시설에 과감한 투자를 단행했다. 이를 바탕으로 탄생한 제품이 바로 '뿌링클'이다. 2014년 출시된 뿌링클은 2020년 기준 누적 판매량 5000만 개를 넘기며 bhc의 부흥을 견인했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bhc의 매출은 2013년 826억7273만 원에서 2016년 2326억4695만 원으로 181.40% 급증, 사상 첫 매출 2000억 원을 달성하며 그해 업계 2위로 올라섰다.

이후 bhc는 박 회장의 뒤를 이어 2017년 삼성전자 임원 출신 임금옥 대표를 영입해 전문경영인 체제를 더욱 공고히 했다. 박 회장이 닦은 기반 위에서 임 대표는 고객중시 경영과 품질경영에 주력하며 가맹본부-가맹점-고객으로 연결되는 신뢰 구축에 집중했다. 이 같은 경영원칙은 매출 상승으로 이어졌다. 2019년 매출 3000억 원을 돌파한 데 이어, 지난해에는 매출 4000억 원을 넘긴 것이다.

반면, BBQ는 매각 이듬해인 2014년 업계 1위 자리를 교촌치킨에 넘겨줬고, 2016년에는 2위 자리를 bhc에게 내주며 3위로 밀려났다. 매출 정체 현상도 나타났다. 교촌치킨, bhc 등 경쟁사들이 매출 앞 단위 수치를 경신하는 사이 제너시스BBQ의 매출은 2015년부터 2019년까지 2000억 원대에서 벗어나지 못한 것이다. 상위 3사 중 매출 3000억 원을 넘긴 시점(2020년)도 가장 늦었다. 황금올리브치킨이라는 든든한 대표 제품이 있지만 그외에는 이렇다 할 히트 메뉴를 시장에 선보이지 못한 탓이라는 평가가 주를 이룬다.

또한 bhc와 달리, 전문경영인 체제를 확립하는 데에 실패한 점도 영향을 끼쳤다는 분석도 나온다. 2017년 BBQ는 전문경영인 체제를 도입하기 위해 이성락 전 신한생명 사장을 대표이사로 영입했으나, 이 대표는 취임 3주 만에 BBQ를 떠났다. 이어 2018년 대표이사로 선임된 윤학종 대표도 취임 9개월 만에 돌연 사임했고, 2019년 1월 공동대표로 온 백영호 전 대우산업개발 외식부문본부장 역시 그해 9월 대표직을 내려놨다. 3년 연속으로 신임 CEO가 1년을 넘기지 못하고 물러난 것이다. 현재 BBQ의 사령탑은 윤홍근 회장의 동생인 윤경주 부회장이 맡고 있다.

bhc와 BBQ의 운명은 양사 간 소송전에서도 극명하게 엇갈렸다. bhc를 인수한 로하틴그룹은 인수 매매계약서에 기재된 가맹점 숫자와 실제 가맹점 숫자가 다르다는 이유로 BBQ를 ICC국제상공회의소에 제소했다. 이에 ICC는 BBQ가 bhc에게 96억 원을 배상해야 한다는 판결을 내렸다. 해당 판결 후 BBQ는 bhc 매각 당시 체결했던 물류용역과 상품공급 계약을 해지했고, bhc는 이에 대한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했다. 양사의 줄을 잇는 민형사 소송전의 시작이었다.

제너시스BBQ의 감사보고서를 살펴보면 BBQ의 주요 소송사건은 2020년 말 기준 18건(이중 1건 상고 취하로 소송 종결)으로, 14건은 BBQ가 소송을 제기한 것이고 나머지 4건은 피고로 있는 사건이다. 이중 bhc와 직간접적으로 연루된 소송은 17건, 소송가액은 약 4000억 원에 달한다.

문제는 최근 진행된 재판에서 BBQ가 계속 패소하고 있다는 데에 있다. bhc가 제기한 상품 공급대금 소송에서 재판부는 BBQ의 계약 해지사유를 인정하지 않고 290억 원과 이자 50억 원을 bhc에 손해배상하라고 판결했으며, BBQ가 원제기한 손해배상 청구 소송 2건에서조차 모두 패소했다. 특히 현재 1심이 진행 중인 bhc가 제기한 물류용역대금 청구 소송은 손해배상액만 2400억 원 가량으로, 그 결과에 따라 BBQ가 크게 흔들릴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물론, BBQ에게 악재만 있었던 건 아니다. 제너시스BBQ는 지난해 연결기준 매출 3255억5754만 원, 영업이익 549억7788만 원을 기록했다. 매출은 전년 대비 32.11%, 영업이익은 119.27% 각각 늘은 수준이다. 상위 3사 가운데 실적 상승세가 가장 가파르다. 코로나19 사태 속에도 핫황금올리브치킨 시리즈, 메이플버터갈릭 치킨 등 MZ세대 고객을 타겟한 신제품 출시와 '네고왕' 등 과감한 마케팅 투자로 창사 이래 최대 실적을 달성했다는 게 제너시스BBQ의 설명이다. 앞으로 BBQ의 행보가 기대되는 동시에, 지난 8년의 시간이 아쉽게 느껴지는 대목이다.

이처럼 운명이 엇갈린 양사, 향후에는 어떤 모습을 보일까. 우선, bhc는 올해부터 해외진출을 본격적으로 펼친다는 계획을 밝혔다. 또한 시너지를 기대할 수 있는 저평가 업체라면 M&A도 시도한다는 방침이다. BBQ는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과 해외시장 확대 등을 기반으로 한 기하급수적 성장을 모색할 예정이다. 아울러 취약점으로 평가되는 기업문화 개선에도 적극적으로 나설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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