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이윤영 “포용·배려의 철학 담은 보자기…세계화 꿈꿔”
[인터뷰] 이윤영 “포용·배려의 철학 담은 보자기…세계화 꿈꿔”
  • 조서영 기자
  • 승인 2021.06.22 17: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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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윤영 한국보자기아트협회 협회장
“아이유 ‘밤편지’ 뮤비 참여…감성 더할 수 있어 영광”
“전통의 세계화?…우리 것 자체로도 충분히 아름다워”
“문양과 색감 속 조상들의 생활방식과 생각 알리고파”

(시사오늘, 시사ON, 시사온=조서영 기자)

ⓒ시사오늘 권희정 기자
이윤영 한국보자기아트협회장과의 인터뷰는 21일 종로구에서 가졌다 ⓒ시사오늘 권희정 기자

보자기의 보는 ‘싸고 깔고 덮는 것(褓)’을 의미한다. 그러나 이보다 더 큰 의미는 ‘복을 싸서 선물한다(福)’는 뜻이다. 이윤영 한국보자기아트협회 협회장은 실용성과 아름다움을 넘어, 보자기가 가진 가치를 알리고자 노력하고 있다.

과거 보자기는 주머니가 없던 때에 물건을 옮기는 수단이자, 좁은 공간에 옹기종기 모여 살던 때에 물건을 보관하는 용도로 쓰였다. 시간이 흘러 주머니와 가방, 그리고 넓은 집의 수납공간이 그 역할을 대신하고 있다. 하지만 시간이 흘러도 여전히 보자기를 찾는 순간이 있다. 결혼을 앞두고 예단을 포장할 때, 친정을 찾은 딸에게 이것저것 싼 반찬을 담을 때 예쁜 보자기를 펼치곤 한다.

화려한 색과 문양은 보자기를 아름답게 만든다. 하지만 그보다 보자기를 더 아름답게 만드는 건 소중한 상대에게 전하려는 마음과 정성이 아닐까. 이윤영 협회장과의 인터뷰는 21일 종로구에서 가졌다. 다음은 일문일답.

ⓒ시사오늘 권희정 기자
이윤영 협회장은 “포용과 배려의 철학적 아름다움에 보자기가 끌렸다”고 밝혔다 ⓒ시사오늘 권희정 기자

- 어떤 계기로 보자기 아트를 시작하게 됐나.

“한국 전통의 색감과 문양에 매력을 느꼈다. 그러다 배색과 천의 아름다움을 구현할 수 있는 보자기에 관심을 갖게 됐다. 특히 보자기가 갖고 있는 철학적 아름다움에 끌렸다.”

- 보자기의 철학적 아름다움이란 무엇인가.

“포용과 배려의 철학이다. 보자기는 다양한 모양의 물건을 보자기 하나로 감싸 안을 수 있다. 또한 안에 어떤 물건을 담고 있느냐에 따라 이름이 바뀐다. 예를 들어 책을 쌌으면 책보자기, 책을 쌌던 보자기를 풀어서 이불을 싸면 이불보자기다. 이렇듯 모든 걸 감싸 안을 포용 정신과, 감싼 물건에 따라 본인의 이름을 바꾸는 배려의 철학이 보자기를 더 소중하게 만든다. 물건을 감싸고 깔고 덮는 보자기는 우리나라에만 있는 게 아니다. 그러나 철학적 의미를 가진 건 많지 않다.”

- 보자기 아트를 처음 만든 건가.

“보자기 아트란 게 없던 게 새롭게 생긴 건 아니다. 한국 전통 옷에는 주머니가 없었기 때문에 옛날에는 이동의 수단으로 사용했다. 또한 협소한 주거의 공간에서 물건을 보관하기 위한 용도로도 사용했다. 그랬던 보자기가 지금의 아트로 발전한 것이다. 보자기 아트를 처음 시작했다고 할 수는 없지만, 한국의 보자기아트협회는 처음 만들었다.”

- 2012년 ‘보자기꽃’ 사업을 시작으로, 2017년 협회 설립 후 현재는 12곳의 국내외 지회로 확장됐다. 성장 비결이 무엇인가.

“독점이 아닌 공유다. 보자기의 아름다움을 많은 사람에게 알리고 싶다는 마음이 첫 번째였다. 그래서 내가 가진 노하우를 수업을 통해 아낌없이 공유했다. 그러다보니 많은 분들이 보자기 아트를 어렵지 않게 생각할 수 있었던 것 같다. 예를 들면 매듭짓는 방법만 가르치고, 나머지는 영업 비밀로 했다면 접근하기가 어려웠을 거다. 그런데 매듭법뿐만 아니라 천을 어디서 사고, 무엇을 조심해야 하는지 등 모든 것을 공유했다.”

ⓒ시사오늘 권희정 기자
이 협회장은 아이유의 밤편지 뮤직비디오에 참여했다 ⓒ시사오늘 권희정 기자

- 어떤 사람들이 관심을 갖고 찾나.

“결혼을 앞둔 분들이다. 예단과 함 포장이 주로 들어온다. 한동안 결혼을 간소화한다고 생략했던 것들인데, 코로나19 이후로 다시 증가하는 추세다. 비대면 시대에 예단과 함을 통해서라도 격식을 차리고, 마음을 전하려는 것 같다. 이외에 기업과의 콜라보도 많이 하고 있다.”

- 특별히 기억에 남는 게 있다면.

“가수 아이유 씨의 ‘밤편지’ 뮤직비디오 참여다. 촬영지는 부산에 있는 일본식 가옥인 정란각이었다. 미술 감독님께서 이에 맞는 예스러운 시대를 드러낼 소품을 요청하셨다. 하얀 보자기로 감싼 바구니를 소품으로 보내드렸다. 보자기로 곡의 감성을 더할 수 있어 영광이었다.”

- 어느덧 보자기 아트를 시작한지 10년을 앞두고 있다. 그간 어떤 변화가 있었나.

“보자기 아트 그 자체로서 인정받게 됐다. 초창기만 해도 보자기를 구매하면 매듭은 서비스란 인식이 강했다. 이제는 단순한 서비스 품목 혹은 포장의 개념에 그치지 않고, 하나의 예술로 인정받아 뿌듯하다.”

- 앞으로의 목표가 있다면.

“처음 시작할 때부터 보자기 아트 세계화를 꿈꿨다. 국내를 넘어 해외에도 천과 매듭의 아름다움을 알리고 싶다. 무엇보다도 문양과 색감에 묻어나는 조상들의 생활 방식과 생각을 알리고 싶다. 코로나가 끝나면, 더 많은 사람들에게 아름다움을 전하기 위해 외국에 나갈 생각이다.”

- 보자기 아트의 세계화를 위해 어떤 제도적 도움이 필요한가.

“예전에 비해 한국 전통 지원 사업이 많아졌다. 그러나 여전히 체계적인 교육은 부재하다. 보자기 아트의 경우에도 처음에는 공방 수준으로 운영했다. 그러다 발전하면서 협회를 만들고 자격증 과정이 나왔지만, 여전히 어려움이 있다. 단순히 전통 공예나 물품에 대한 지원을 넘어, 보자기 가진 철학적 의미를 생각할 수 있는 교육 제도가 만들어지면 좋겠다.

개인적으로는 전통공예스쿨을 꿈꾸고 있다. 일종의 한국 전통 문화를 교육하는 곳이다. 혼자는 어렵겠지만, 전통을 사랑하는 마음이 모이면 가능하지 않을까.”

이 협회장은 “오랜 고민 끝에 내린 결론은 우리 것 자체로도 충분히 아름답다는 것”이라 말했다.ⓒ한국보자기아트협회 제공
이 협회장은 “오랜 고민 끝에 내린 결론은 우리 것 자체로도 충분히 아름답다는 것”이라 말했다.ⓒ한국보자기아트협회 제공

- 전통에 대한 생각이 궁금하다. 고유의 것을 잘 지켜내야 할까 아니면 현대에 발맞춰 계승해야 할까.

“오랜 고민 끝에 내린 결론은 우리 것 자체로도 충분히 아름답다는 것이었다. 외국에서 인정받기 위해서 굳이 그들의 입맛에 맞춰 바꿀 필요는 없다고 생각한다. 예를 들어 조각보(남은 천 조각을 이어서 만든 것)만 보더라도 작가가 없다. 그런데도 세계로부터 아름다움을 인정받는 이유를 생각해봤다. 단순히 색 배열이 예뻐서? 틀에 맞춰 잘 배치해서? 그런 것보다도 조선시대 여인들이 가진 미적 아름다움과 삶이 인정받았다고 본다.

이처럼 보자기가 가진 오랜 정서적인 가치를 강조하고 싶다. 포장할 때 어떤 마음과 손길로 매듭을 지었을 지에 대한 마음을 지켜내고자 한다.”

- 끝으로 강조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보자기에 대한 관심이 높아진 건 한국 문화와 전통에 관심이 많아졌기 때문이다. 비단 보자기에 대한 관심뿐만 아니라 한국의 전통에 대한 애정이 계속됐으면 하는 바람이다.”

담당업무 : 정치부 기자입니다
좌우명 : 행복하게 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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