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럭셔리’ 날고, ‘로드샵’ 추락…화장품시장 ‘양극화’ 심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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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럭셔리’ 날고, ‘로드샵’ 추락…화장품시장 ‘양극화’ 심화
  • 안지예 기자
  • 승인 2021.06.22 16:2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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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오늘·시사ON·시사온=안지예 기자]

화장품시장이 코로나19 유행과 트렌드 변화에 따라 양극화 현상을 보이고 있다. 럭셔리 제품과 온라인 채널을 중심으로 하는 해외 시장은 연일 실적 고공행진 중이지만 중저가 제품과 오프라인이 기반인 국내 로드샵들은 고사 위기에 놓인 것이다.

럭셔리 화장품은 수출 고공행진 중이지만 로드숍은 고사 위기에 몰리며 시장 양극화가 뚜렷해지고 있다. ⓒ김유종

K-뷰티 수출 호황…올해 중국 618도 특수

최근 국내 화장품 기업들은 해외 무대를 중심으로 코로나19 위기를 타개해나가고 있다. 전 세계적으로 백신 접종이 본격적으로 시작된 데다, 온라인 판로를 적극적으로 개척하면서 실적 회복 물꼬를 트는 분위기다.

특히 중국에서 입소문이 난 한국 럭셔리 화장품 브랜드들은 지난해 코로나19 위기 속에서도 성장을 지속하며 국내 화장품업계 실적을 뒷받침해주고 있다. 최근 열린 중국의 ‘618 쇼핑축제’에서도 한국 화장품은 판매 호실적을 냈다. 618 쇼핑축제는 중국 상반기 최대 온라인 쇼핑 행사로, 광군제와 함께 중국의 쇼핑 대목으로 꼽힌다. 

LG생활건강은 지난 20일 마감한 중국 상반기 최대 온라인 쇼핑 행사인 ‘618 쇼핑 축제’에서 티몰(Tmall) 기준으로 후, 숨, 오휘, 빌리프, VDL, CNP 등 6개 럭셔리 화장품 브랜드의 매출이 전년 대비 70% 신장한 5억800만RMB(약 893억 원)를 기록했다. 후는 전년보다 72% 신장했다. 후의 대표 인기 제품인 ‘천기단 화현’ 세트는 티몰 전체 카테고리 중 단일 제품 매출 기준으로 아이폰12, 그리에어컨에 이어 3위를 기록했으며, 화장품 카테고리에서는 1위에 등극했다. 이밖에 ‘숨’은 90%, ‘오휘’는 55%. ‘CNP’는 57%, ‘빌리프’는 68%, ‘VDL’은 209% 성장하는 등 럭셔리 화장품 브랜드를 중심으로 전년 대비 높은 성장을 보였다.

애경산업은 618 쇼핑축제에서 ‘티몰 국제 애경 플래그십 스토어’ 기준 전년 대비 25% 성장하는 성과를 거뒀다. 가장 인기가 높았던 제품은 ‘AGE 20’s’(에이지투웨니스) 에센스 커버 팩트’로 행사 기간에 22만5000개가 판매됐다. 특히 AGE 20’s와 중국 유명 왕홍인 비야(微娅, Viya)가 함께 기획한 ‘AGE 20’s 618 기획세트’는 준비된 물량인 2만5000세트가 사전예약 기간에 완판됐다. 아모레퍼시픽도 럭셔리 브랜드 ‘설화수’의 자음생 라인이 전년 대비 두 자릿수 성장한 것으로 알려졌다. ‘마몽드’는 중국 왕홍(인플루언서)과 연계한 제품들의 판매 호조로 전년보다 매출이 약 25% 올랐다. 

화장품 수출액 규모도 지속적으로 증가 중이다. 식품의약품안전처에 따르면 지난해 화장품 수출액 규모는 8조2877억 원으로, 전년 대비 16.1% 증가했다. 수출액 규모로는 프랑스(1위), 미국(2위)에 이어 세계 3위에 해당한다.

로드샵은 몰락 중…가맹본부와 갈등도

한국 화장품이 해외 시장에서 훨훨 날고 있지만 로드샵 가맹점주들에게는 먼 나라 이야기다. 2000년대 황금기를 누렸던 1세대 로드샵들은 시장 상황이 급변하면서 실적이 계속 쪼그라들었다. 특히 여러 브랜드 상품을 판매하는 헬스앤뷰티(H&B) 스토어가 시장에 등장하면서 한 회사 제품만 취급하는 로드샵으로의 발길이 끊기기 시작했고, 최근에는 온라인 채널에 소비자를 빼앗겼다. 매장에서 상품을 테스트해본 뒤 온라인에서 구매하는 행태도 늘고 있다.

코로나19 유행은 오프라인 채널을 중심으로 운영하는 로드샵에 더욱 치명적이었다. 미샤·어퓨 등을 운영하는 에이블씨엔씨는 올해 1분기에도 적자를 벗어나지 못했다.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에이블씨엔씨는 2021년 1분기 연결기준 영업손실 60억 원, 당기순손실은 36억 원을 기록했다.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20% 감소한 666억 원으로 집계됐다.

토니모리는 올해 1분기 연결 기준 매출액이 274억 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7.26% 줄었다. 영업손실은 19억 원을 냈다. 전년 동기(-77억 원) 대비 적자를 줄였지만 흑자전환에는 실패했다. 아모레퍼시픽 로드샵 에뛰드는 올해 1분기 기준 5억 원의 영업손실을 냈고, 에스쁘아도 3억 원의 영업손실을 내며 적자전환했다.

이처럼 영업 환경과 실적이 악화되면서 생존권을 요구하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특히 로드샵 가맹점주들은 온라인 전환 정책을 놓고 가맹본사와 갈등을 빚기도 했다. 가맹본사가 온라인에 제품을 싸게 공급한 탓에 온·오프라인 간 가격이 벌어지면서 가맹점 수익이 더욱 악화됐다는 게 가맹점주들 주장이다. 해당 논란은 지난해 국정감사에서도 이슈가 됐다.

한 업계 관계자는 “럭셔리를 표방하는 고가의 프리미엄 화장품과 온라인 채널에서 판매되는 저렴한 화장품에 밀린 로드샵은 경쟁력을 잃었다”면서 “재정비를 통해 자체 경쟁력을 확보하지 않으면 시장에서 사라지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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