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정의당發 세대교체 열망, 이준석 돌풍만들다
[기자수첩] 정의당發 세대교체 열망, 이준석 돌풍만들다
  • 조서영 기자
  • 승인 2021.06.25 16:4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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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대교체 열망의 발화점은 어디서 시작됐을까

(시사오늘, 시사ON, 시사온=조서영 기자)

ⓒ시사오늘 김유종
세대교체를 향한 열망은 정의당의 미풍에서 이준석 대표의 돌풍으로 이어졌습니다.ⓒ시사오늘 김유종

세대교체에 대한 열망은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의 출마로 증명됐습니다. 하지만 그 열망이 이 대표로부터 시작됐다고 할 수 있을까요. 물이 끓으려면 100℃에 도달해야 하듯, 하나의 의제가 폭발력을 가지려면 민심의 온도를 올리기까지의 과정이 필요합니다. 99℃의 물을 끓어 넘치게 한 것은 그였을지 몰라도, 차가운 물을 90℃ 언저리까지 올린 것은 ‘정의당’이었습니다.

 

선거철 단골 소재, ‘세대교체’…그러나 21대 총선은 달랐다


세대교체는 모든 집단의 필연입니다. 시간이 흐름에 따라, 한 시대를 풍미한 노장들이 일선에서 후퇴하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었습니다. 비록 그것이 양보하는 형태인지 쫓겨나는 형태인지에 따라 다르긴 했습니다만, 각 시대 전환기엔 반드시 세대교체가 있었습니다.

민주화 이후엔 선거 때 도드라졌습니다. 세대교체는 선거철 단골 구호로 사용됐으며, 10여 년 전부터는 청년 정치인 영입이 본격적으로 시작됐습니다. 제21대 총선 역시 마찬가지였습니다. 지난해 총선에서도 영입 인재와 비례대표라는 ‘뻔한’ 방법으로 변화를 보여주려 했다는 점에서 동일했습니다. 그러나 정의당 청년 의원들의 이후 ‘뻔하지 않았던’ 행보와 활약이 변화에 대한 열망을 이어갈 동력이 됐습니다.

먼저 거대 양당부터 살펴보겠습니다. 더불어민주당은 인재 영입과 비례대표를 통해 20~30대 의원 8명을 당선시켰습니다(더불어시민당 포함). 미래통합당(現 국민의힘)은 젊은 인재를 뜻하는 퓨처메이커(FM·Future Maker) 16명을 뽑고, 지정된 청년 벨트에서 경쟁을 통해 공천을 확정했습니다. 그러나 보수 정당의 험지에 배치된 청년들은 전원 낙선했습니다. 유일하게 살아남은 지역구 후보는 퓨처메이커가 아닌 단수 추천된 배현진 의원이며, 이외에 비례대표 2명이 당선돼 총 3명이 당선됐습니다(미래한국당 포함).

ⓒ뉴시스(공동취재사진)
정의당 청년 의원들의 이후 ‘뻔하지 않았던’ 행보와 활약이 변화에 대한 열망을 이어갈 동력이 됐습니다.ⓒ뉴시스(공동취재사진)

정의당 역시 비례대표 제도를 활용했다는 점에서 거대 양당과 다르지 않습니다. 당시 정의당의 1~2번은 각각 1992년생 류호정 의원과 1987년생 장혜영 의원이었습니다. 80~90년대 생을 앞 번호로 내세웠다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의미가 있지만, 더 큰 의의는 이들의 이후 행보에서 드러납니다.

그간 언론은 20대 여성인 류 의원이 입은 ‘복장’에만 주목했습니다. 국회 본회의장에서 입은 분홍 원피스와 멜빵 바지, 그리고 본청 앞에서 입은 등이 노출된 보라색 드레스가 그 예입니다. 그러나 그가 50대 정장 차림의 남성 중심 본회의장에 ‘탈 권위’를 내세울 수 있었던 건 90년대 생이기에 가능한 일이었습니다. 기성세대에게 낯선 소재인 타투 합법화를 입법할 수 있었던 것도 마찬가지입니다.

류 의원은 “낯선 정치인 류호정이 국회 경내에서 낯선 풍경을 연출한다”며 “누군가는 제게 ‘그런 거 하라고 국회의원 있는 게 아닐 텐데’라고 훈계하지만, 이런 거 하라고 국회의원 있는 게 맞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사회·문화적 편견에 억눌린 시민의 목소리를 대변하는 스피커, 반사되어 날아오는 비판과 비난을 대신해 감당하는 샌드백 역할을 하겠다”고 강조했습니다.

단순 보여주기 식 퍼포먼스에 그치지 않았습니다. 다른 청년 정치인들과 달리 정책과 입법으로 주목받은 것 역시 류 의원이었습니다. 국정감사에서 어느 국회의원도 질타하지 못한 삼성을 향해 중소기업 기술 탈취 문제를 지적했습니다. 이외에도 기후위기, 최저주거기준 상향, 청년 노동 문제 등에 앞장섰습니다. 이렇듯 90년대 생이기에 가능했던 행보와 주목할 수 있었던 의제들은, 세대교체의 온도를 조금씩 올려놨습니다.

 

‘의제정당’ 정의당…그러나 한계 뚜렷


ⓒ뉴시스(공동취재사진)
이번 대통령선거 피선거권 연령 하향에 정의당 류호정·장혜영 의원과 강민진 청년정의당 대표가 앞장섰습니다.ⓒ뉴시스(공동취재사진)

정의당에서만큼은 세대교체의 구호가 공허하지 않을 수 있었던 건 당의 부단한 노력도 있습니다.

정의당은 첫 번째 총선 공약으로 ‘청년기초자산제도’를 발표했습니다. 만 20세가 되는 모든 청년들에게 각 3천만 원의 출발 자산을 국가가 제공하는 것으로, 자산 격차와 불평등의 대물림을 완화하려는 취지였습니다. 이 제도에 대해 당은 “정의당이 오랜 기간 준비해온 청년 공약의 핵심적 집약체”라고 설명했습니다. 여전히 제도는 통과되지 못했지만, 당이 얼마나 청년 세대에 관심을 갖고 있는지 확인할 수 있는 대목입니다.

뿐만 아니라 지난 4~5기 이정미·심상정 전 대표 시절부터 꾸준히 제안됐던 ‘청년정의당’도 출범시켰습니다. 이에 강민진 창당준비위원장이 청년정의당 대표로 당선돼 활동 중입니다. 비슷한 시기 거대 양당도 당내 청년당을 출범시켰습니다. 민주당은 전국청년위원회를 전국청년당으로 승격했으며, 국민의힘은 청년국민의힘(청년의힘)을 발족했습니다. 그러나 의제를 발굴하고, 뚜렷한 행보를 보인 것은 청년정의당이었습니다.

이번 대통령선거 피선거권 연령 하향(만 40세)에 앞장선 장본인이 바로 강민진 청년정의당 대표입니다. 여기에 류호정·장혜영 청년 의원들도 동참했습니다. 각 당 대표들이 동의하며 하나의 의제로 부상한 것은 이들의 노력 덕분입니다. 청소년 시절 ‘만18세 선거권’ 운동에 뛰어들었던 강 대표는 지난 총선 때도 국회의원선거 피선거권 연령 제한(만 25세) 역시 삭제하자고 주장한 바 있습니다.

ⓒ뉴시스
정의당의 한계는 뚜렷합니다. 결국 입법의 성공 유무는 양당의 의지 없이는 불가능하기 때문입니다.ⓒ뉴시스

이렇듯 정의당 내부의 세대교체에 대한 공감대와 꾸준한 관심, 청년 의원들과 청년정의당의 뚜렷한 행보가 세대교체의 열망을 90℃ 언저리까지 올려놨습니다. 그러나 정의당의 한계는 여기까지입니다. 나머지 10℃를 올리는 것은 거대 양당의 몫이기 때문입니다. 좋은 의제를 발굴해 국민들의 관심을 이끌어내는 것까지는 정의당이 할 수 있지만, 입법을 통해 본회의에서 통과시키는 것은 양당의 의지가 없다면 불가능하기 때문입니다.

그렇게 포기하고 좌절된 법안만 여럿입니다. 차별금지법이 대표적인 예입니다. 또는 본회의를 통과했으나, 거대 양당의 입맛에 맞춰 변형되는 경우도 많았습니다. 2019년 선거법 개혁이 그랬습니다. 심상정 당시 대표는 조각난 법안 앞에서 “그동안 정의당은 작은 힘이지만 불가능했던 선거제도 개혁에 사력을 다해 여기까지 밀고 왔다”며 “하지만 6석의 작은 의석의 한계 속에서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은 여기까지인 것 같다”고 안타까워한 바 있습니다.

정의당의 작은 미풍, 세대교체는 어떻게 될까요? 정의당은 미적지근했던 열망을 따뜻하게 만들었고, 이는 국민의힘을 통해 뜨겁게 타오르기 시작했습니다. 이준석 대표의 돌풍은 민주당과 청와대의 각성으로도 이어졌습니다. 하지만 정의당의 역할은 ‘여기까지’입니다. 이 열망을 차별금지법처럼 좌절시키는 것도, 선거법처럼 조각내버리는 것도 모두 양당에 달려있습니다.

담당업무 : 정치부 기자입니다
좌우명 : 행복하게 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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