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택배 논쟁’ 불러온 넷플릭스 소송에…엇갈리는 구글·디즈니+·웨이브 운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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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택배 논쟁’ 불러온 넷플릭스 소송에…엇갈리는 구글·디즈니+·웨이브 운명
  • 한설희 기자
  • 승인 2021.06.30 17:2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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망 사용료 논쟁…넷플릭스 "협상 의무 없다" 주장에 1심 '기각' 결정
구글·디즈니·HBO·아마존 '긴장' vs 국내 기업 "역차별 해소 환영"
넷플릭스 항소할 듯…"SKB, 서비스 제공 없어…투자한 1조 어디?"

[시사오늘·시사ON·시사온= 한설희 기자]

넷플릭스 소송 결과에 같은 해외 CP인 구글(유튜브), 디즈니플러스, HBO맥스, 아마존프라임 등이 긴장하고 있다. 반면 ‘역차별’을 주장하는 국내 동종 업계는 '역차별 해소'라고 기뻐하는 모양새다. ⓒ넷플릭스 CI
넷플릭스 소송 결과에 같은 해외 CP인 구글(유튜브), 디즈니플러스, HBO맥스, 아마존프라임 등이 긴장하고 있다. 반면 ‘역차별’을 주장하는 국내 동종 업계는 '역차별 해소'라고 기뻐하는 모양새다. ⓒ넷플릭스 CI

글로벌 온라인 동영상서비스(OTT) 넷플릭스가 최근 SK브로드밴드를 상대로 제기한 소송 1심에서 패소했다. 해외 CP라서 망 사용료 법망을 피해간 구글(유튜브)과 국내 상륙을 준비하고 있는 디즈니플러스, HBO맥스, 아마존프라임 등 'OTT 공룡'들은 일동 긴장 태세다. ‘역차별’을 주장하는 국내 동종 업계는 소송 결과에 내심 기뻐하는 모양새다. 

 

SKB ‘착불 내라’ vs 넷플 ‘선불로 냈다’…망 사용료 쟁점 톺아보기


30일 업계에 따르면 넷플릭스는 2년 넘게 끌어온 이번 소송 결과가 확정되면 적잖은 타격을 입게 될 전망이다. 

쟁점은 글로벌 콘텐츠 사업자(CP)와 국내 인터넷제공사업자(ISP)간 ‘망 사용료’다. 이용자들이 고품질 영상을 스트리밍 하는 데 필요한 통신 네트워크 투자비용을 누가 부담해야 하는지를 가리는 데서 시작됐다. 

SK브로드밴드는 주장을 관철하기 위해 재판에서 ‘택배’ 예시를 꺼내들었다. 넷플릭스(CP)가 망 이용대가를 내지 않는 것은 택배회사에 택배비를 부담시키는 것과 마찬가지라고 주장한 것.

반면 넷플릭스는 SK브로드밴드(ISP)의 이중과금이라고 반박했다. 넷플릭스가 제작·판매하는 물건을 물류센터에 가져다 놓는 비용(접속료)는 넷플릭스가 지불하는 만큼, 물류센터에서 물건을 가져가는 비용(전송료)은 SK브로드밴드가 내야한다는 입장이다. 

법원은 원고 패소 판결로 사실상 SK브로드밴드의 손을 들어줬다. 넷플릭스의 ‘망 사용료를 지급할 의무가 없다는 점을 확인해달라’는 부분을 기각한 것. 

재판부는 망 사용료 지급과 관련해 “계약자유의 원칙상 계약을 체결하거나 어떤 대가를 지급할지는 당사자 계약에 의해야 하고 법원이 나서 체결하라고 관여할 문제는 아니”라면서도 “넷플릭스가 제출한 증거만으로 협상 의무 확인의 이익이 인정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항소 여부가 변수로 남았지만, 판결 취지대로라면 넷플릭스는 망 사용료를 내라는 SK측 요구에 응해야 한다. 

넷플릭스는 패소 후 “공동의 고객을 위해 SK브로드밴드와의 협력을 이어가겠다”며 “콘텐츠 제공자(CP)와 인터넷 서비스 제공자(ISP), 소비자 윈윈할 수 있는 오픈커넥트(캐시 서버)에 대한 투자를 지속하겠다”고 밝혔다. 

 

눈치보는 구글·디즈니+·HBO·아마존…국내 OTT "역차별 이제 그만" 방긋


유튜브로 높은 트래픽을 유발하는 구글과, 국내 진출을 준비하고 있는 디즈니플러스, HBO맥스 등은 국내 통신사들과 망사용료를 협상할 처지에 놓였기 때문이다. ⓒ유튜브 CI
유튜브로 높은 트래픽을 유발하는 구글과, 국내 진출을 준비하고 있는 디즈니플러스, HBO맥스 등은 국내 통신사들과 망사용료를 협상할 처지에 놓였다. ⓒ유튜브 CI

이번 판결은 넷플릭스뿐 아니라 다른 해외 CP들에도 상당한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유튜브로 높은 트래픽을 유발하는 구글과, 국내 진출을 준비하고 있는 디즈니플러스, HBO맥스 등은 국내 통신사들과 망사용료를 협상할 처지에 놓였기 때문이다. 

영국 IT 관련 시장조사업체 ‘텔레지오그래피’에 따르면, 한국 망 사용료는 Mbps당 평균 9달러 수준이다. 아시아 평균(23달러/Mbps)보다 낮지만, 주력 시장인 유럽(2달러/Mbps)이나 미국(1달러/Mbps)에 비해 5배 이상 비싸다. IT 공룡들이 한국 기업에 지불해야 하는 대가도 높아진 셈이다. 

업계 관계자는 “1심이 확정되면 지금까지 묵묵부답으로 일관했던 구글(유튜브)은 본격적으로 통신사와 협상을 시작할 것”이라며 “트래픽에 따라 산정되면, 비용 부담도 크게 높아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페이스북을 제외한 구글 등 해외 사업자들은 국내법상 부가통신사업자가 아니라서 그동안 망 사용료 협상에서 제외돼 왔다. 행정력 집행이 국내 IT 기업들에게만 향한 것. 

반면 네이버·카카오·웨이브·티빙·시즌 등 국내 IT 업계는 매년 막대한 망 사용료를 통신사에 지불하는 것으로 알려져, 이번 ‘역차별’ 논란의 불씨가 됐다. 현재 네이버(700억 원), 카카오(300억 원), 아프리카TV(150억 원) 등은 국내 통신사(ISP)에 억대 사용료를 지불 중이다. 

애플과 페이스북도 망 사용료를 내고 있지만, 2019년 당시 국정감사 자료에 따르면 국내 CP 대비 6분의 1 수준의 이용료를 내고 있어 국내 업체들의 불만이 큰 상황이다.

국내 CP 업계 관계자는 “망 사용료는 당연히 해외 기업이 더 지불해야 하는 것”이라며 "트래픽 사용량의 급이 다른데, ISP와 정부가 국내 기업에게만 지금껏 역차별로 돈을 걷어 왔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 발표에 따르면 지난해 4분기 국내 트래픽 사용량은 △구글(25.9%) △넷플릭스(4.8%) △네이버(1.8%) △카카오(1.4%) △웨이브(1.2%) 순이다. 국내 업체인 네이버·카카오·웨이브를 모두 합친 것보다 넷플릭스 트래픽량이 높다. 

해외 IT 업계 관계자는 “아직 별다른 협상 움직임은 없다. 소송 내용을 지켜보고 있다”며 조심스러운 입장을 전했다.  

애플과 페이스북도 망 사용료를 내고 있지만, 2019년 당시 국정감사 자료에 따르면 국내 CP 대비 6분의 1 수준의 이용료를 내고 있어 국내 업체들의 불만이 큰 상황이다.ⓒ뉴시스
애플과 페이스북도 망 사용료를 내고 있지만, 2019년 당시 국정감사 자료에 따르면 국내 CP 대비 6분의 1 수준의 이용료를 내고 있어 국내 업체들의 불만이 큰 상황이다.ⓒ뉴시스

한편, 넷플릭스가 망 사용료 지급과 관련해 부당하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어, 항소를 통한 결과 불복과 지지부진한 협상 과정이 예상된다. 

넷플릭스 관계자는 “넷플릭스가 약 1조 원을 투자한 오픈커넥트를 사용하면, SK브로드밴드를 비롯한 국내 ISP로 전송되는 넷플릭스 트래픽은 최소 95% 줄어든다”며 “국내 CP(네이버·카카오 등)는 SK브로드밴드로부터 인터넷 전용회선, IDC 서비스 등을 제공받지만, 넷플릭스는 SK브로드밴드로부터 어떠한 서비스도 제공 받지 않았다”고 강조했다. 

이 관계자는 “넷플릭스 콘텐츠 수요와 트래픽 증가로, SK브로드밴드의 수익과 서비스 가입자도 역시 증가했다”며 “망 이용대가에 대한 (SKB의) 일방적인 해석과 주장으로 인해 정작 공동의 소비자 이익 증진을 위한 논의는 가려지는 안타까운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담당업무 : 통신 및 전기전자 담당합니다.
좌우명 : 사랑에 의해 고무되고 지식에 의해 인도되는 삶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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