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병도의 時代架橋] 윤석열 ‘정치선언’과 大權戰爭…愛國愛民의 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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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병도의 時代架橋] 윤석열 ‘정치선언’과 大權戰爭…愛國愛民의 길
  • 이병도 주필
  • 승인 2021.07.03 10:08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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尹 대선 선언, 행동·정책으로 승부를
여야 격돌 ‘X파일’ 수렁에 빠진 政街
장모 최모씨 사건, '정치적 재판' 우려
검찰총장·감사원장 정치 초유의 사태
비전과 정책으로 또 하나의 역사적 선택을
임기 끝 개헌론, 이러니 개헌 되겠나
기본은 지키자...‘정권 수사’ 차질 없어야
하반기 경제운용, '정치 배제'가 관건

[시사오늘·시사ON·시사온=이병도 주필)

윤석열 전 검찰총장의 정치참여 선언으로 대선정국이 본격적인 단계로 접어 들었다. 총장직에서 사퇴한 지 117일 동안 '전언정치'를 해온, 지지율 1위 윤 전 총장이 드디어 대권도전을 공개 선언했다. 파장이 크다.

사실상 대권전쟁(大權戰爭)의 시작이다. 경선 후보마다 민의를 잡기 위한 출사표를 고민하고 있다. 잠룡들의 대선 출마 선언과 함께 정국도 후끈거리고 있다. 이른바 'X파일'에서 그 징후를 드러내듯, 정치권에 망국적 포퓰리즘이 만연할 가능성이 가장 높은 시기이기도 하다.

이와 관련, 윤 전 총장의 장모 최모씨(74·여)가 요양급여 부정수급 혐의로 징역 3년형을 선고받고 법정구속되는 사건이 발생했다. 문제의 본질은 이 사건에 검사 윤석열이 개입했느냐는 여부다. 전혀 개입의 흔적이 없는 것으로 밝혀졌다. 그렇다면, 이 판결은 '정치적 재판'의 성격이 짙다는 것이 주변 인사들의 분석이다. 윤 총장의 '대권 항로'에 이상이 없어야 한다.

윤 전 총장은 지난 29일 '매헌 윤봉길 의사 기념관'에서 정권교체를 기치로 내걸고 정치 참여를 공식화, 내년 3월 대선 도전 의사를 밝혔다. 정치적 독립성과 중립성이 필수인 검찰총장직 탄압과 사퇴에 이은 4개월 만의 대선도전이다. 헌정사에 유례가 없는 일이다.

이제 링 위에 오른 이상, 국민들에게 정책 비전을 구체화하여 내놓고 한층 철저하게 자질과 도덕성 검증을 받을 각오를 다지는 것이 필요하다고 하겠다.

대권정국에 있어,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후보자들 가운데 옥석을 가려낼 유권자들의 ‘선구안’이다. 도덕성은 기본이고 정책의 실현 가능성, 현실 적합성 등을 찬찬히 뜯어봐야 한다. 특히 거창한 구호나 장밋빛 청사진에 현혹되지 않으려면 실사구시의 관점에서 보다 세밀하고 현실적인 판단 잣대가 필요하다. 각론에서도 정의(正義)와 공정(公正)은 역시 중요하다.

 

ⓒ시사오늘 권희정 기자
윤석열 전 검찰총장의 정치참여 선언으로 대선정국이 본격적인 단계로 접어 들었다.ⓒ시사오늘 권희정 기자

현 정권과 정면승부 - 통렬한 언어 가득

출마선언문에서 윤 전 총장은 보수 야권의 정체성을 선명히 한것으로 보인다. 4200자 분량의 '정치 참여 선언문'은 문재인 정권에 대한 통렬한 비판 언어로 가득 찼다. 현 정권과 정면승부를 택했다.

그는 회견에서 “무너진 자유민주주의와 법치(法治), 공정의 가치를 기필코 다시 세우겠다”고 했다. 그러면서, "문재인 정권은 권력을 사유화하고, 책임의식과 윤리의식이 마비된 먹이사슬을 구축하고 있다"고 지적하고 "반드시 정권교체를 이루겠다는 절실함으로 나섰다"고 밝혔다. "정권교체를 못할 경우 대한민국은 '부패완판' 대한민국이 될 것"이라고도 했다.

윤 전 총장의 정부 비난에는 "무도한 행태" "소수의 이권 카르텔" "권력 사유화" "무능한 세력의 집권 연장과 국민 약탈" 등 최고 수준의 거친 언사가 동원됐다. 그동안 야당의 국회 연설이나 대정부질문, 언론들의 비판논조 보다 강도가 훨씬 강했다.

현 정치 상황이 이 지경까지 이른 데에는 빌미를 제공한 문 정권의 책임이 결코 가볍지 않다. 출마 선언에 드러났듯 경제 상식을 무시한 소득주도성장, 시장과 싸우는 주택정책, 탈법적인 탈원전, 매표에 가까운 포퓰리즘 정책 등 문 정권의 과오를 바로잡지 않으면 국가의 미래를 담보할 수 없을 것으로 보는 윤 전 총장의 절절한 심중이 읽힌다.

국민 눈높이에 맞는 구체적 행동을

그렇다면, 현 정부가 당초 거창하게 내세운 공정과 정의는 지금 실제 어떤 지경인가. 소득주도 성장은 고용 참사 등 숱한 부작용을 낳았고, 막무가내식 탈원전은 산업 생태계를 망가뜨렸으며, 주 52시간 근무제 및 ‘최저임금 1만원’ 공약은 자영업자와 노동약자들을 더 어렵게 만들었다. 미·중 패권 경쟁과 가중되는 북핵 위협 속에서 누가 국익을 지킬 혜안과 투철한 안보관을 가졌는지도 이번 대선의 중요한 기준이 돼야 함은 물론이다.

윤 전 총장은 많은 이의 관심이 쏠린 '국민의힘' 경선 참여 여부에 대해선 아예 대답하지 않았는데, 이 역시 그가 그리도 앞세우는 자유민주주의 정치체제의 근간이 정당정치 체제라는 점을 인식한다면 어떤 식으로든 제 생각을 밝혔어야 한다. 지금 봐선 일정 기간 당밖에서 민생 탐방과 대선 수업, 세력확장을 병행하며 지지율을 관리하다 유불리를 따져 입당 여부, 경선 참여 여부를 판단할 것으로 관측된다.

사실, 정치판에 뛰어든 윤 정 총장을 바라보는 국민의 시각에선 불안한 감이 없지 않다. 대중적 지지와는 별개로 아직 그에 대해 검증된 건 아무 것도 없다. 개인 이력을 봐도 검찰에 27년간 몸 담은 것을 빼면 아무런 경험이 없는 게 사실이다. 국민의 입장에선 그가 경제·사회·국방·외교 분야에서 어떠한 철학과 소신을 지녔는지도 궁금할 수밖에 없다. 총론만 있었지 구체적으로 보여준게 아무 것도 없다는 얘기와 진배없다. 대선이 멀지 않았다. 이제는 총론이 아니라 분야별 각론을 국민 눈높이에 맞게 구체적인 행동으로 보여줄 때다.

자유와 창의 - 문 정부 경제철학과 대비

특히 우리가 주목하는 것은 윤 전 총장이 경제를 보는 시각이다. 그는 문 정부 정책을 날카롭게 비판했다. 경제상식을 무시한 소득주도성장, 시장과 싸우는 주택정책, 세계 일류기술을 사장시킨 탈원전, 매표에 가까운 포퓰리즘 정책, 폭등하는 집값, 청년세대에 빚을 떠안긴 정부 부채 등을 조목조목 짚었다.

전체적으로 윤석열표 경제정책은 자유와 시장경제를 중시하는 것으로 보인다. 그는 "이제는 전쟁도 총이 아니라 반도체 칩으로 싸운다"면서 "청년들이 마음껏 뛰는 역동적인 나라, 자유와 창의가 넘치는 혁신의 나라"를 비전으로 제시했다. 이는 큰 정부와 시장개입을 옹호하는 문 정부의 경제철학과 대비된다.

향후 과제는 윤 전 총장이 이 같은 비전을 어떻게 구체적 정책으로 뒷받침할 것이냐다. 비판은 쉽다. 소주성, 집값, 국채에 의존하는 포퓰리즘 정책이 잘못이라는 걸 대부분 유권자가 안다. 비판을 넘어, 자기 정책을 세우고 유권자를 설득하는 과정은 또 다른 문제다. 지지율 1위 윤 전 총장은 그만큼 책임이 크다. 단순 비판을 넘어 대안을 제시하는 정책능력을 보여주기 바란다.

반면교사(反面敎師)의 어려운 선택

대선정국 전체를 조망할 필요가 있다. 대통령 선거전이 본격적인 단계에 접어들었다. 야권 주자 중 여론조사 지지율 1위인 윤석열 전 검찰총장은 29일 출마를 선언했다. 여권 주자 중 지지율 1위인 이재명 경기도지사도 1일 출마를 선언했다. 야권 잠재 주자인 최재형 감사원장은 28일 감사원장직을 사퇴했다.

이 밖에도 여권에서 가나다순으로 김두관·박용진·양승조·이광재·이낙연·정세균·최문순·추미애 등이 출마를 선언하고 지지율 끌어올리기에 나섰다. 야권에서는 김동연·안철수·원희룡·유승민·하태경·홍준표 등이 출마를 선언했거나 저울질하고 있다.

후보군이 넘쳐난다. 여야를 통틀어 15명이 넘어 가히 대선 잠룡 '풍년'이란 말이 실감날 정도다. 이 중에서 국가의 미래를 이끌고 나갈 수 있는 비전과 역량을 모두 갖춘 지도자를 가려내야 한다. 경선을 둘러싼 논란이 일단락된 만큼 이제는 민심에 귀 기울이는 ‘진짜 정치’를 위한 비전과 정책 대결에 나서야 한다.

국민의 입장에선 반면교사의 어려운 선택일 수밖에 없음을 거듭 강조한다. 잘못된 선택을 할 경우 크나큰 고통으로 되돌아온다는 사실을 현 정부를 통해 충분히 경험한 국민들이다.

지도자 선택, 국민 삶의 질 좌우

실제 그 고통의 실상은 어떤가. 경제 교과서에도 없는 소득주도 성장을 한답시고 고용참사 부작용을 불렀는데도 그에 대한 잘못을 아직도 인정하지 않는다. 주52시간 근무제, 최저임금 1만원 공약은 양극화 심화를 초래해 자영업자와 경제적 약자의 삶을 더욱 궁핍한 상황으로 내몰았다. 대다수 국민과 전문가 의견을 무시한 채 강행한 '탈원전 정책'은 산업 생태계 파괴는 물론이고 천문학적인 손실을 안겼다.

현 정부의 실정(失政)을 통해 뼈저리게 느낀 사실은 지도자 선택이 국민의 삶의 질을 절대적으로 좌우한다는 것이다. 대선 주자를 가려낼 때 진흙탕 속 옥석을 구분하듯 신중해야 하는 이유다.

이번 주부터 내년 3월 9일로 예정된 대통령선거일까지 8개월 동안은 거의 모든 정치 활동이 대선전을 중심으로 이루어질 것이 분명하다. 국민 관심도 여기에 집중될 것이다.

민주국가에서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 이런 기본 의무를 망각하고 선거철 바람과 선심공세에 흔들린다면 나라 미래는 어두울 수밖에 없다. 각 당에선 후보들의 정책과 도덕성을 꼼꼼하게 검증해 가장 유능한 후보를 뽑을 수 있도록 공정한 룰을 만들고, 국민 관심을 높일 수 있는 경선 방식·일정을 마련해야 할 것이다.

윤석열 X파일(괴문서), 정치공작 냄새

이른바 윤석열 X파일은 정국의 또 다른 블랙홀이 돼 가고 있다.

민주당에선 파일의 실체가 있는 것 같다면서 출마 포기를 운운하고 있고, 국민의힘 쪽에선 ‘공작정치’설을 제기했다. 게다가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X파일이 공기관과 집권당에서 개입해 작성한 것이라면 불법사찰”이라고 반발하고 나서면서 대치 전선이 더 확대됐다. 여야는 파일의 실체가 있다면 속히 공개해야 마땅하다. 윤 전 총장도 파일을 확보한다면 내용의 사실 여부를 설명해야 할 것이다.

정치권 전체가 야권 유력 주자인 윤 전 총장을 겨냥한 ‘X파일’ 수렁에 빠져 이전투구 양상을 보이는 것도 우려스럽다. 유력 대선주자들마저 미래 비전을 놓고 경쟁하기보다는 X파일 공방에 빠져들고 있으니 한심하기 짝이 없다. ‘X파일’에서는 유력 주자의 이미지에 흠집을 내려는 음습한 정치 공작 냄새가 풍긴다. 민생 현안이 산적해 있는데 여야 정치권이 실체가 있는지 없는지조차 모르는 것을 두고 논란을 벌여선 안 된다.

윤 전 총장의 장모 최모씨 사건도 정확이 조명돼야 한다. 장제원 국민의힘 의원은 윤석열 전 검찰총장의 장모 구속에 대한 여당의 공세를 '야만적 비난'이라고 규정, 윤 전 총장을 옹호하고 나섰다.

장 의원은 "검찰총장 인사청문회를 앞두고 장모 사건에 대해 윤 전 총장의 개입여부를 집중적으로 조사·탐문했지만 이 사건에 윤 전 총장이 개입한 어떠한 정황도 발견하지 못했다"고 밝혔다. 장 의원은 특히 "이번 판결을 윤 전 총장과 연관지어 비난하는 것은 '야만적 비난'"이라면서 "나이 50이 넘어 사랑하는 사람을 만나 결혼 하면서 상대 어머니의 직업 혹은 삶까지 검증하고 결혼 결정을 할 사람은 없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한편, 윤 전 총장 장모 측 손경식 변호인은 윤 전 총장의 장모 최모씨가 법정구속되자 입장문을 발표, “재판부의 판단은 핵심 관계자들의 법정진술 등 증거에도 반하고, 법리적으로도 판례의 취지에 반하는 판단”이라고 항소이유를 요약했다.

이어 “최씨가 자신의 억울함을 토로하는 것을 ‘공범에게 책임을 전가하고 범행을 부인’하는 것으로 판단하는 재판부의 판결이유는 도저히 납득할 수 없다”며 “특히 75세의 노인에 대하여 증거인멸 및 도주의 우려가 있다고 판단하는 것은 이해하기 어렵다”고 했다.

대선가도에서 이제는 여야 모두 음모론 등 구태 정치를 탈피, 시대정신과 비전을 두고 정정당당히 승부하겠다는 각오를 다져야 한다.

국리민복 정책 경쟁이 최우선 돼야

선거는 결과 못지않게 과정이 중요하다. 공명정대한 과정을 거쳐야 선거 이후에도 지지를 얻을 수 있다. 선거를 보는 국민의 수준도 과거와 달라졌다. 민주주의를 한 단계 더 끌어올리는 장으로 대선 정국이 돼야 한다.

대선은 직접적인 선거비용 외에도 다양한 사회경제적 비용을 초래하는 행사다. 민주정치의 핵심 중 핵심인 대선은 그 모든 비용과 걱정을 감수하고라도 잘 치러내지 않으면 안 된다. 그 과정에 민주정치다운 격조가 있고 그 결과가 국력 재결집에 생산적이면 금상첨화일 것이다.

그렇게 되려면 주자들과 그 캠프들부터 구태에서 벗어나야 한다. 상대방을 깎아내리려는 폭로나 비방보다 주자 본인의 강점을 유권자에게 알리는 소통에 주력해야 한다. 나라 곳간 사정은 아랑곳 않고 국민 세금을 이런저런 명목으로 자기 돈처럼 나눠주겠다는 식의 선심성 공약은 자제해야 마땅하다. 오로지 국리민복을 증진할 정책 경쟁이 최우선이어야 한다.

본선 바로미터 호남 민심

최대 관심사는 역시 유권자의 선택이다. 대권 레이스가 본격화되면서 역대 대선과정에서 본선 바로미터 역할을 했던 '호남민심'의 향배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레이스가 본격화될 수록 후보자들의 호남구애도 치열해질 것으로 전망된다. 민주당 후보군은 이미 광주를 방문했거나 방문을 예고하고 있고, 야권도 최근 서진정책의 연장선에서 구애행렬이 보다 거세질 것이란 전망이다.

유권자 입장에서는 후보들이 어떤 비전과 정책을 제시할 지가 최대 관심사다. 여야를 막론하고 각 후보진영과 후보자들은 구태의연하고 소모적인 상호비방, 음모론, 세몰이, 줄세우기는 유권자의 외면을 받는다는 사실을 직시하기 바란다. 새롭고 설득력 있는 국가 비전과 정책을 놓고 선의의 경쟁을 펼쳐 자신의 실력을 평가받아야 할 것이다.

여당 주자들은 지난 수개월간 경선 룰을 놓고 싸우느라 정책 경쟁은 뒷전이었다. 그나마 내놓은 공약들도 이익공유제, 손실보상제, 기본소득, 기본대출, 생애주기별 소득 지원 등 ‘퍼주기’에 치중할 뿐이었다.

야권 유력 주자들도 그동안 출마 여부를 놓고 연기만 피우는 바람에 나라의 미래를 맡길 만한 재목인지 판단할 근거를 보여주지 못했다. 이제 대선전이 본격 시작되는 만큼 미래비전과 국민통합 등을 위해 치열하게 경쟁하길 바란다.

정권 비리 수사 악순환 막아야

한편, 대선정국의 와중에 박범계 법무부 장관이 정권 관련 주요 수사를 담당해 온 수사팀장을 대거 교체한 것을 두고 “정권 보호를 위한 방탄 인사”라는 비판이 이어지고 있다.

최근 검찰 인사는 차장·부장검사 등 중간 간부의 90% 이상을 이동시킨 역대 최대 규모였다. 청와대 기획 사정 의혹과 김 전 차관 불법 출국금지 의혹, 월성 원전 1호기 경제성 평가 조작 의혹, 이상직 의원의 횡령·배임 의혹 사건 등의 수사를 지휘한 검사가 모두 교체됐다.

껄끄러운 수사의 책임자를 바꾸는 동시에 김 전 차관 불법 출국금지 혐의로 기소돼 피고인 신분인 이규원 검사를 부부장 검사로 승진시키는 등 친정권 성향으로 꼽힌 인사들을 요직에 앉혔다. 비난 여론을 감수하고라도 임기 말에 문재인 대통령과 청와대 등으로 향하는 칼날을 무디게 하려는 의도라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어느 정권에서나 검찰 내에 줄서기가 있었지만, 그 폐해로 수사의 중립성을 의심받고 조직 자체가 개혁 대상으로 오르내린 것을 잊어선 안 된다.

검찰 인사 이후 야권에서는 벌써 차기 정권에서의 재수사에 대한 언급이 나오고 있다. 국민의힘 대선주자 중 한 명인 원희룡 제주지사는 페이스북에 “지은 죄를 덮을 수는 있어도 없앨 수는 없다. 누가 되든 다음 정권에는 온 천하에 드러날 것”이라는 글을 올렸다.

한국 정치에선 정권을 잡은 후 이전 정권의 비리를 다시 파헤쳐 처벌하는 양상이 반복돼 왔다. 악순환을 끊기 위해서라도 수사와 사법적 판단을 거치는 과정이 제약을 받아선 안 된다. 대선의 쟁점이 돼야 마땅하다. 건강한 국가운영을 위해 법치의 기본은 지켜져야 한다.

경제, '선거논리' 배제가 최대 관건

국민적 최대 관심사는 역시 경제다. ‘2021년 하반기 경제정책방향’을 보면 정부의 상황 진단과 전망이 상당히 낙관적이다. 하반기에 추진하겠다는 ‘3+2 정책방향’은 가짓수가 여전히 많다. 하지만 의미 있는 방향 전환이나 새로운 정책은 잘 보이지 않는다.

구조개혁 아젠다에서도 네 가지 과제를 제시하기는 했다. 하지만 노동·재정·공공 부문 혁신안은 민간과는 인식차가 너무도 현격하다. 노동개혁 이슈만 해도 기껏 ‘주 52시간제에 따른 지원 지속과 보완’ 정도일 뿐, 노조 쪽으로 확 기운 노동시장 전반을 바로잡겠다는 내용은 없다.

하반기 경제정책 운용에서 보다 중요한 것은 ‘정치 배제’와 ‘선거 배제’다. 경제를 경제로 보지 않고 정치적으로 접근하거나 표를 잣대로 삼으면 혁신은커녕 속병만 키우게 될 것이다. 8개월여 남은 내년 대통령선거와 바로 이어지는 지방선거에 따른 ‘정치리스크’가 그만큼 크다.

용처도 확정하지 않은 채 물경 33조~35조원을 더 풀겠다는 올해 2차 추가경정예산이 단적인 시금석이 될 것이다. 여당 주도의 선심성 나눠주기로 끝나면 하반기 경제운용도 헛구호에 그치게 된다

부실기업 대출상환 문제도 선거논리 배제가 최대 관건이다. 선거가 다가올수록 경제를 정치의 하위수단 정도로 여기는 목소리가 커질 것이다. 정치·선거 리스크를 극복하는 데 경제관료들이 전력을 다해야 할 때다.

끊임없는 감사원 정치화

다음은 사정기관 수장의 정치참여 문제다. 특히 최 감사원장의 사퇴가 남다르다. 검찰청법에 임기(2년)가 명시된 검찰총장과 달리 감사원장은 헌법이 임기(4년)를 보장한 헌법기관장이다. 헌법은 삼권분립을 위해 국회의원과 대통령·대법원장의 임기를 명시하고 있는데, 감사원장에 대해서도 그렇다.

문재인 정권은 끊임없이 감사원을 정치화했다. 문 대통령이 임명한 5명의 청와대 민정수석비서관 가운데 김조원·김종호·김진국 등 3명이 감사원 출신이다. 김조원은 전직 사무총장이었지만, 김종호는 현직 사무총장, 김진국은 현직 감사위원 신분일 때 데려갔다.

청와대가 감사원 사무처를 직접 상대할 수 있는 모양새가 됐다. 최 원장이 정치적 중립을 이유로 김오수 전 법무차관의 감사위원 제청을 거부하자 문 대통령은 검찰총장에 앉혔다. 문 정권의 무도한 행태가 없었다면 최 원장은 그런 거부의 생각을 하지 않았을 것이다

검찰총장과 감사원장 등의 임기를 보장한 취지는 정치적 외압에 흔들리지 말고 꿋꿋이 정의를 구현하라는 국민적 명령이었다. 그럼에도 또 임기를 못 채우고 떠나는 것은 이 나라 정치가 대통령을 포함, 입법 사법 행정 3부를 망라해 아직 성숙하지 못했다는 점을 반증한다.

사태 자초 1차적 원인은 文정권

문재인 정부가 임명한 두 사정기관의 수장이 임기를 마치지 못하고 정치 참여에 나서는 기현상은 그렇게 나타났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두 사람의 정치 참여를 비난만 할 수 없는 게 작금의 상황이다. 사태를 자초한 1차적 원인이 문재인 정권에 있기 때문이다. 문재인 정권은 조국 전 법무부 장관 일가 비리 수사나 월성 원전 조기 폐쇄 사건에 대한 감사를 집요하게 방해했다. 인사권을 휘둘러 두 기관의 정치적 중립성과 직무상 독립성을 무너뜨리고 궁지로 몰았다.

1년여 동안 윤 전 총장을 내쫓기 위해 벌인 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의 무리수나 최근 박범계 장관의 정권 수사를 무력화하기 위한 검찰 중간간부 인사 등이 대표적이다. 최 원장은 월성 원전 감사를 하다가 민주당 의원들로부터 사퇴 압박을 받았고, 시민단체의 고발로 수사 대상에 오르는 처지로 내몰렸다. 사실상 감사원·검찰의 제도적 근간을 흔드는, 도저히 있을 수 없는 비정상적인 상황을 초래했다.

현대 민주주의에서 유독 법치가 강조되는 이유는 선출 권력이 다수의 폭정으로 치달을 위험성 때문이다. 감사원과 검찰은 권력의 독주를 견제할 중요한 제도적 장치다. 그걸 위해서 감사원에 대해선 ‘대통령에 소속하되, 직무에 관하여는 독립의 지위를 가진다’고 못박았고, 검찰은 형사사법을 담당하기에 준사법부로 대우한다.

청와대는 최 원장 사퇴에 “바람직하지 않은 선례”라고 했다. 그러나 문재인 정권의 전횡과 폭주, 법치의 훼손이 이들을 정치의 길로 불러냈다는 사실은 부인할 수 없을 것이다.

그러자 여권에서 비난이 쏟아졌다. 특히 더불어민주당 대선 주자인 이광재 의원은 최 원장과 윤석열 전 검찰총장을 싸잡아 "임명권자의 등에 칼을 꽂는 기회주의자"라고 비난했다.

문재인정부에서 감사원장·검찰총장을 지낸 인물들이 연달아 범야권 유력 대선 후보로 정치행보에 나서는 것은 정상이 아니다. 이 지경으로 만든 여권이나 이 와중에 정치에 뛰어들 생각만 하는 감사원장을 보는 국민은 참담할 따름이다. 이들의 권력욕 탓인지, 이들을 정치판으로 내몬 현 정부의 잘못 탓인지는 이제 국민들이 판단해야 할 일이다.

여권 중심 떠오르는 개헌론

이번 대선정국에서 또 하나 대두한 것은 개헌 문제다. 여권을 중심으로 경쟁적으로 개헌론을 띄우고 있다. 박병석 국회의장도 최근 담대하게 개헌에 나설 때라며 여야 각 정당과 지도자의 결단을 촉구하고 나섰다. 분권형 개헌을 주장했다.

더불어민주당의 최대 친문(親文) 의원 모임인 ‘민주주의 4.0’도 권력 구조 개헌안을 갑자기 내놓았다. 2032년 대선·총선을 동시에 실시하고 대선 결선 투표를 도입하며 여소야대(與小野大) 시 야당에 총리를 맡기는 방안이라고 한다.

대통령제는 심각한 문제를 안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평범한 사람이 운이 좋아 대통령이 되면 갑자기 왕이나 된 듯이 나라를 뒤집고 파헤치고 있다. 점령군이 된 아마추어들이 나라에 끼치는 해악이 이루 말할 수 없을 정도다. 하지만 개헌은 국민의 뜻을 모아야 한다. 임기 내내 다른 사람들을 무시하며 권력을 실컷 휘두르다가 끝이 되니 개헌하자고 하면 국민이 동의하겠나.

현행 헌법은 34년 전인 1987년 개정 및 공포되었다. 1987년 이후 우리나라는 사회 전반에 많은 변화가 있었고, 당시 만든 헌법이 그 변화에 부응하지 못하는 면이 많다. 특히 권력구조와 분권, 국민 기본권 등은 오래전부터 수정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많았다. 그런 만큼 개헌에 대한 열린 토론과 협의는 시대적 요구라고 할 수 있다.

국정 실패 책임론에 몰린 '개헌 카드'

그러나 지금은 아니다. 민주당은 이 시점에 개헌론을 들고나와 시대적 요구를 '정치셈'으로 변질시키고 있다. '개헌론'이 대선 정국에서 문재인 정권의 모든 과오를 삼키는 '블랙홀'이 된다면 '개헌'은 미래를 설계하는 '작업'이 아니라 '정치공학'으로 전락한다. 무엇보다 헌법은 대통령 선거, 국회의원 선거 주기와 맞물려 있기에 현실적으로 2032년부터나 적용 가능하다. 내년 대선을 치르고, 차기 대통령 임기 상반기 중에 개헌 논의에 들어가도 늦지 않다.

역대 정부는 임기 말 지지율이 떨어지고 국정 실패 책임론에 몰리면 어김없이 개헌 카드를 꺼냈다. 노무현 전 대통령은 임기 1년여를 남긴 2007년 초 느닷없이 4년 연임제 개헌안을 발의하겠다고 선언해 석 달 넘게 소모적 논쟁을 일으켰다. 박근혜 전 대통령은 2016년 10월 최순실 국정농단으로 코너에 몰리자 갑자기 임기 내 개헌을 추진하겠다고 했다가 하루 만에 유야무야됐다.

이번 개헌론도 다르지 않다. 문재인 정부 역시 국정 폭주와 경제·부동산 정책 실패, 내로남불 파렴치 행태로 지지율이 급락하고 선거에서 패하자 갑자기 개헌론을 꺼냈다.

박 국회의장은 “정치가 갈등과 혼란 속에 있는 요인은 헌법에 있다”고 했다. 개헌 초안을 공개한 최인호 의원은 “더 이상 소모적인 정쟁과 대결의 정치로 국가 현안 해결이 불가능해지는 상황이 지속돼선 안 된다”고 했다. 그동안 국회 상임위 18개를 독식하고 각종 부동산·경제 규제 법안과 선거법·공수처법 등을 일방적으로 밀어붙인 사람들이 한 번도 반성하지 않고 마치 헌법 탓인 양 하고 있으니 어불성설(語不成說) 이다.

날카롭고 미래지향적 선택을

국가의 장래는 지도자가 아니라 국민이 선택한다는 게 맞는 말이다. 국민의 올곧은 선택이 더욱 더 절실해졌다.

지역민의 날카롭고 미래지향적 선택이 그만큼 중요해진 것이다. 그것은 내년 3월까지 이어질 대선 레이스에 하나의 시그널로 작용할 것이다. 정치권에 무게감 있는 메시지를 줄 수 있다는 점에서 비전과 정책 중심의 엄정한 잣대가 뒤따라야 할 것으로 보인다. 이는 권력의 주인으로서 마땅한 책무이기도 하다.

이제부터 숙제는 ‘어떤 경선’을 만들어 가느냐이다. 안그래도 집값은 불안정하고, 코로나19 위기가 지속하면서 서민의 삶은 팍팍하기 그지없다. 국민에게 희망이 되는 정치를 기대한다. 시대 변화와 민심에 부응해 축제 같은 경선으로 국민의 뜻에 한 걸음 더 다가서는 대권 레이스가 되길 바란다. 그것은 결국 愛國愛民의 길로 연결될 것이다.

 

이병도는…

부산고·서강대 신문방송학과를 졸업, 1979년 동양통신 정치부 기자로 출발한 후, 연합뉴스 정치·경제·외신부 기자·차장, YTN 차장, 평화방송(PBC) 정경부장, 가톨릭 출판사 편집주간을 지냈다. 연합뉴스 재직 중에는 한국기자협회 부회장으로 일했고, '홍콩 유령바이어 사기사건' 보도로 특종상을 수상했다. 일본 FOREIGN PRESS CENTER 초청으로 자민당을 연구하였고, 남북회담 취재차 평양을 방문하였다. 저서로는 <6공해제(解題)>, <YS 대권전쟁>, <최후의 승자>, <영원한 승부사>, <대한민국 60년>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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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영업자 2021-07-04 17:41:59
헌법 제23조
①모든 국민의 재산권은 보장된다. 그 내용과 한계는 법률로 정한다.
②재산권의 행사는 공공복리에 적합하도록 하여야 한다.
③공공필요에 의한 재산권의 수용ㆍ사용 또는 제한 및 그에 대한 보상은 법률로써 하되,
정당한 보상을 지급하여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