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기로운 환자생활⑫] 항암제의 집중포화, 말할 여력도 없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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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기로운 환자생활⑫] 항암제의 집중포화, 말할 여력도 없어
  • 정명화 자유기고가
  • 승인 2021.07.04 11: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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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작용 퍼레이드 계속 이어져
소리가 안 나와 글로 의사 표현
원기 회복과 호중구 수치 숙제
고용량 비타민 주사 등 면역치료

(시사오늘, 시사ON, 시사온= 정명화 자유기고가)

항암의 고행길은 이미 고지한 대로 부작용의 폐해가 한 치도 벗어나지 않았다. 미리 예습을 충분히 했지만 정신없이 몰아치는 항암제 AC의 공격에 앞날은 오리무중이었다. 구토, 구내염, 설사 변비 그리고 결정타 탈모까지 갖가지 부작용이 어김없이 나타났고, 그 외에도 부작용 퍼레이드가 이어져 갈수록 첩첩산중, 세상에 홀로 남겨진 듯했다.

팬데믹 이전이었지만 거의 자가격리 돌입, 혼자만의 시간을 주로 보냈다. 시기적으로 더위가 한층 꺾이며 가을로 접어들어, 동면 준비중인 산천과 함께 자연스레 칩거 상태에 들어갔다. 산책 등 가벼운 운동을 하는 게 좋으나 그럴 정도도 못되어 살짝 마당에 나가 가을 햇살을 쬐며 불그스름하게 물들어가는 추색을 즐기는 게 야외에서 할 수 있는 유일한 여갓거리였다.

구름 드리운 산등성이처럼 내일은 오리무중이었다. ⓒ정명화 자유기고가
구름 드리운 산등성이처럼 내일은 오리무중이었다. ⓒ정명화 자유기고가

산쿠소 패치 도움받아

처지를 한탄한들 무슨 소용 있을까만은 가장 신경 쓰인 주적은 항암 치료 매회차 시 예상되는 구토와 오심이었다. 멀미와 입덧 같은 위 뒤틀림은 공포에 가까웠다. 병원에서 처방한 구토 방지제가 효과가 있기는 하는지 의심스러울 정도로 괴로웠다. 그런데, 환우들의 후기를 통해 몸에 붙이는 '산쿠소 패치'가 중증 구토 예방에 도움이 크다는 사실을 알았다. 하여 왜 나는 첫 항암에서 패치 처방이 없었을까 의아했고 종양내과 주치의가 원망스러웠다.

다행히 1차 항암 시 심각한 부작용 상태를 확인한 종양내과 주치의가 패치 처방을 내려줬다. 보통 항암제 투여 최소 24시간 전에 상완부 바깥쪽에 1매 산쿠소 패치를 붙이게 된다. 그리곤 항암제 투여 후 최소 24시간 경과 시에 패치를 제거하거나, 화학요법 기간에 따라 최대 7일까지 사용할 수 있다. 그래서인지 1차보단 2차시 부작용이 다소 진정된 것 같다.

한편, 다음 회차 항암에 들어가기 전 우선적으로 혈액검사가 진행된다. 이후 결과를 확인, 직접적으로 타격을 받는 백혈구, 적혈구, 혈소판, 호중구 수치, 간수치 등을 면밀히 체크한다. 항암제 투여 후 10일 정도 즈음에 최저치로 떨어진 각종 수치가 3주 차부터 회복기로 들어감에, 특히 백혈구와 호중구 수치, 간수치가 중요 바로미터다. 이들 수치가 적정치를 회복해야 다음 치료에 들어갈 수 있다.

호중구와 간수치

호중구는 백혈구 일종으로 그 수가 가장 많고 세균 및 곰팡이 감염에 대해 앞장서서 방어하는 세포다. 세균 감염이나 염증 반응, 골수 질환에서 급속도로 증가할 수 있으며, 심한 감염이나 화학요법을 시행할 경우 호중구가 감소할 수 있다. 다행히 나의 경우 호중구 수치가 최저 1500 정도라 다음 항암치료를 진행하는 데는 계속 합격선을 유지했다.

호중구 수치가 적정치 이하로 떨어지거나 간수치가 지나치게 상승하면 백혈구 수치 회복 주사를 맞거나 간장약을 먹어 회복된 후 다음 항암제 투여를 한다. 이에 약물치료 없이 호중구 수치를 회복시키기 위해 환우들 간 닭발이나 장어, 추어탕 같은 고단백질 음식 섭취를 권유한다.

나는 속이 불편하니 처음엔 전복죽으로 달래다가 추어탕은 소화가 쉬워 자주 그리고 계란찜, 북어 콩나물국과 문어 소고기 등으로 원기회복을 꾀했다. 3주 차 후부터 조금씩 오심이 가라앉아 물김치와 전복죽에 의지한 내 식탁이 지루해졌고 개운한 떡볶이 같은 음식이 당겼다. 마치 입덧하는 것처럼 식욕을 돋우는 음식이 달라져 냉면이나 비빔국수를 조금씩 먹어도 봤다. 속이 메스꺼우니까 그렇게라도 해야 음식을 넘길 수 있었다.

간은 해독 작용을 하니 항암제로 인해 과부화가 걸릴 수 있고, 항암 기간 동안 보충제 특히 즙류는 간수치를 상승시키므로 섭취에 조심해야 한다. 나 역시 비타민 C, D, 오메가 3 등 영양제를 복용했기에 간수치를 각별히 신경 썼고 상승 조짐이 보이면 간장약을 먹어 조절했다. 다행히 호중구와 간수치는 정상 범주에서 계속 머물러 항암 치료 진행상 지체는 한 번도 없었다.

말 대신 글로 의사 표현

다만 구토와 탈모 등 항암제 부작용에 이어 극도로 컨디션 난조 상태였다. 그렇다 보니 잠에서 깨어나도 눈을 제대로 뜰 기력조차 없었다. 각성 상태지만 오래 눈을 뜰 수 없어서 활자보단 TV를 혹은 음악 감상을 친구 삼았다. 잠시 눈을 떴다가도 감은 채로 하루를 보내는 나날들이 길어졌다. 마치 시체놀이하듯 침대랑 한 세트가 되어, 시간이 빨리 지나가기만 염원하며 일상을 채웠다.

게다가 에너지 저하가 심하다 보니 소리를 낼 기운도 없어서, 누군가가 가까이에 와 직접 귀를 기울여야 내가 내뱉는 소리를 들을 수 있었고 나중에는 글을 써서 의사 전달을 했다. 전화 통화도 할 수 없을 정도로 쇠잔해졌으니, 억지 묵언수행이라고 할까, 그 시간이 상당히 오래갔다. 시력도 나빠져 TV 화면이 맑아졌다 흐려졌다를 반복해 앞으로 회복되기는 할까 걱정이 앞섰다. 그만큼 항암제 부작용의 집중포화를 맞았다. 항암 치료기간엔 글쓰기조차 내려놓아야 할 정도로 인지기능도 떨어졌다.

결국 부작용을 부드럽게 넘기고 컨디션 회복을 위한 묘책으로 고용량 비타민 C 주사를 맞기로 결정했다. 항암치료로 인해 발생한 후유증을 줄이기 위해 통합면역치료를 진행한다. 관리를 위해 환자들이 주로 암 요양병원에 입원하여 면역치료를 받거나 아니면 외부에서 정기적으로 병원에 가서 다양한 면역주사를 맞는다.

면역 치료

항암제 투여기간 중 면역주사나 비타민 등 보충제 사용에 대해서는 효능상 찬반 이론이 있지만, 방법으로는 고용량 비타민C나 고주파 온열암 치료, 미슬토 면역주사, 셀레늄, 글루타치온 등 다양하다. 이러한 면역치료를 통해 암세포의 성장과 전이를 억제시키며 면역 세포를 활성화시키고 면역 조절 인자의 분비를 활성화시켜 식욕부진이나 오심, 구토 등을 줄여 삶의 질까지 높일 수 있다.

그중에서도 고농도 비타민C는 항암제의 효능을 높일 수 있으며 신체의 면역 계통을 강화시키는 역할이 크다고 한다. 또한 고주파 온열치료는 암세포의 온도차를 활용하여 종양 조직에만 열을 가해 이를 괴사시키거나 스스로 죽게 만드는 방식이다. 암세포는 38.5~42도 사이에서만 파괴되나 정상적인 세포는 큰 문제없이 살아남게 된다. 이러한 온도차를 이용해 암세포의 주변 온도만 42도 이상으로 상승시켜서 종양 세포의 증식을 막고 괴사, 생존율을 높이며 수술 이후 회복의 속도를 높일 수 있다.

이에 나 역시 항암제 투여후 일주일에 2번~3번씩 가정의학과로 향해 고용량 비타민 C 주사 등을 맞았고, 또 왕쑥뜸 외 한방 요법까지 병행하며 회복과 완치를 위해 혹독한 나날을 보냈다. 그렇게 항암제 AC와의 치열한 싸움 후 3주에 한 번씩 6회 차, 3개월 여의 시간이 지나며 겨울이 깊어졌다. 이제 항암산 절반을 오른 셈이다. 그러나 고지가 바로 저긴데 빨간약 항암제 AC 주사는 갈수록 버거웠고 항암제 독성은 쌓여갔다. 이렇게 너덜너덜해진 내 육신은 언제쯤 정상궤도로 진입할 수 있을까.

<다음 편에 계속>

정명화는…

1958년 경남 하동에서 출생해 경남 진주여자중학교, 서울 정신여자고등학교를 졸업했다. 연세대 문과대 문헌정보학과 학사, 고려대 대학원 심리학 임상심리전공 석사를 취득했다. 이후 자유기고가로 활동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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