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파트 리모델링 ‘10년 주기’ 활황, 근본 이유는 “집값·땅값 급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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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파트 리모델링 ‘10년 주기’ 활황, 근본 이유는 “집값·땅값 급등”
  • 박근홍 기자
  • 승인 2021.07.05 16:3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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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양가 상한제 적용에도 지가 상승으로 수익성 높아져

[시사오늘·시사ON·시사온= 박근홍 기자]

최근 아파트 리모델링 시장이 활기를 띠고 있다. 재건축 규제로 인한 풍선효과, 신축 아파트 희소성 증가 등 여러 가지 배경이 거론되고 있으나, 근본 이유는 집값과 땅값 폭등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지난 5월 한국건설산업연구원이 건설동향브리핑을 통해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전체 국내 주거 리모델링 시장(단독주택 등 포함)에서 아파트 리모델링이 차지하는 비중은 2010년 0.2%에서 2019년 14.7%로 확대됐다. 연평균 성장률은 2010~2015년 35.5%, 2015~2019년 90.7% 등으로 최근 들어 성장세가 뚜렷한 모양새다.

업계에서는 아파트 리모델링 시장 규모가 올해 17조 원에서 오는 2025년 23조 원, 2030년 30조 원 등으로 점차 커질 것으로 추정한다. 실제로 한국리모델링협회 통계를 살펴보면 아파트 리모델링을 추진 중인 전국 아파트 단지는 지난해 말 54곳(약 4만 가구)에서 지난 5월 기준 72곳(약 5만4000가구)으로 증가했다. 반년 새 30% 이상 늘어난 것이다.

공교롭게도 아파트 리모델링 시장은 2000년대 초중반, 2010년대 초중반, 그리고 현재 2020년대 초반 등 10년 주기로 활황기에 들고 있는 양상이다.

2000년대 초중반, 2010년대 초중반은 산업화 시절 준공된 서울 지역 아파트 노후화와 IMF 외환위기, 금융위기 등 외부 충격에 따른 건설사들의 국내 주택부문 침체, 수요자들의 비용 부담 증가 등이 맞물리면서 소규모 사업인 아파트 리모델링이 활성화됐다는 게 중론이다. 2020년대 초반은 노태우 정권의 공급 계획과 김영삼 정권의 준농림지 제도 도입으로 지어진 아파트들의 노후화와 문재인 정권의 재건축 규제 반사이익 등 영향으로 활기를 띠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아파트 리모델링 관련 규제 완화도 10년 주기 구축에 영향을 끼쳤다는 평가다. 2003년 주택법에 리모델링 제도 도입, 2005년 주택법 시행령상 전용면적 10분의 3 내 증축 허용, 2012년 주택법서 증축범위 확대와 세대수 증가 허용, 2014년 수직증축 허용, 2017년 리모델링 허가 동의 요건 완화, 그리고 2021년 수직증축 규제 완화 등이 대표적인 예다.

ⓒ pixab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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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진짜 숨은 이유는 따로 있다는 말이 나온다. 수익성 극대화가 가능한 땅값이 오르는 시기에만 조합, 건설사 등 공급자들이 아파트 리모델링 사업을 추진하다 보니, 부동산 시장에 도는 풍문인 '10년 주기설'에 맞춰 리모델링 시장이 활성화되고 있다는 것이다.

한국부동산원 R-ONE 부동산통계를 살펴보면 서울 지역 지가 상승률은 외환위기 직후인 1998년 -16.250%로 바닥을 쳤으나 2002년 15.810% 뛰면서 반등에 성공, 이후 2003~2006년까지 연평균 6%대의 상승률을 보였다. 아파트값도 마찬가지다. KB리브부동산에 따르면 서울 지역 아파트 가격은 2000년대 들어 가파르게 올라 2006년 상승률 약 24%로 정점을 찍었다.

이 기간 동안 쌍용건설(방배 궁전), SK건설(현 SK에코플랜트, 도곡 삼호), 삼성물산 건설부문(방배 신동아) 등이 리모델링 사업을 수주했다. 효과는 주효했다. 국내 리모델링 아파트 1호인 방배 궁전아파트를 예로 들면 해당 단지 매매가(전용면적 115㎡ 기준)는 리모델링 사업을 본격 진행한 2003년 3억 원 후반대에서 방배 쌍용예가클래식으로 간판을 바꾼 직후인 2007년 9억 원대 초반으로 150% 가량 뛰었다.

두 번째 활황기도 마찬가지다. 2000년대 후반부터 2013년까지(2008~2013년 서울 지역 연평균 지가 상승률 약 0.4%) 서울 지역 부동산 시장이 안정기에 있을 때는 조용했으나 2014년(지가 상승률 2.662%)을 기점으로 다시 상승기에 접어들면서 리모델링 시장도 활기를 되찾았다. 포스코건설(개포 대청, 이촌 현대 등), 쌍용건설(둔촌 현대3차) 등이 2014~2015년 아파트 리모델링 사업을 대거 수주했다. 이 시기에는 2012년 세대수 증가가 허용된 게 큰 영향을 끼친 것으로 보인다. 일반분양을 통해 얻은 이익을 조합과 시공사가 나눠 가질 수 있게 돼서다.

반대로 최근 활황기에는 집값·땅값 폭등 영향이 더 컸다는 분석이다. 아파트 리모델링에 따른 일반분양에도 분양가 상한제를 적용하는 규제가 도입됐음에도 리모델링 시장 열기가 식지 않고 있어서다. 분양가 상한제 하에서 분양가 산정은 땅값에 건축비 등을 합쳐 산출되는데, 땅값이 크게 오르면서 분상제 적용에도 조합과 시공사가 적잖은 이윤을 볼 수 있게 된 것이다.

일례로 한국부동산원 R-ONE 부동산통계를 살펴보면 2017~2020년 서울 지역 연평균 지가 상승률은 5.129%로 급등했는데, 이 기간 내내 지가 상승률 5%대 이상을 유지한 유일한 자치구는 성동구(2017년 5.221%, 2018년 7.377%, 2019년 5.882%, 2020년 5.129%)다.

성동구는 아파트 리모델링 사업이 활발하게 추진되고 있는 지역 중 하나다. 삼성물산 건설부문과 현대건설이 컨소시엄을 구성해 수주에 나선 금호 벽산아파트, 현재 리모델링 조합 설립을 추진 중인 금호 두산아파트 등이 대표적인 예다. 벽산아파트가 위치한 부지 개별공시지가는 2017년 1㎡당 382만 원에서 2021년 571만1000원으로 49.50% 증가했으며, 같은 기간 두산아파트의 토지 개별공시지가도 49.45% 급등했다.

이와 관련, 한 대형 건설사 관계자는 "아파트 리모델링 사업의 경우 시공사가 가져가는 수익이 정말 적다. 남들이 하고 있으니 우리도 따라서 하자 이런 분위기가 있는 게 분명한 사실"이라면서도 "다만, 최근 감정평가 땅값이 굉장히 많이 올라서 향후 일반분양 시 확보 가능한 이윤이 늘어난 부분도 있다. 남는 게 없는 장사를 누가 하겠느냐. 요즘 대전, 부산 등에서 리모델링 사업장이 나타나고 있는 것도 지가가 상승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아파트 리모델링은 규모가 큰 재건축·재개발과는 달리, 부동산 시장이 과열 흐름을 보일 때나 조합원과 시공사 모두 이득을 보는 게 가능한 사업이다. 그렇지 않을 때 추진하면 건설사가 아예 수주에 나서지 않거나, 조합원 분담금이 크게 늘어난다. 집값·땅값이 폭등한 지금이 적기라는 의미"라며 "차기 대선과 지방선거라는 정치 이벤트로 인해 재건축 규제 완화 등 변수가 있긴 하지만 오는 2024~2025년까지는 당분간 아파트 리모델링 시장이 계속 확대될 전망"이라고 내다봤다.

담당업무 : 건설·부동산을 중심으로 산업계 전반을 담당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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