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텔링] 윤석열 측의 ‘쥴리’ 해명, 왜 논란일까
[시사텔링] 윤석열 측의 ‘쥴리’ 해명, 왜 논란일까
  • 정진호 기자
  • 승인 2021.07.05 18:4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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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의적 소문에 직접 대응은 하지하책…대응 않고 다른 이미지 각인시켰어야

(시사오늘, 시사ON, 시사온= 정진호 기자)

뜬금없는 ‘쥴리’ 논란으로 정치권이 뜨겁다. ⓒ시사오늘 김유종
뜬금없는 ‘쥴리’ 논란으로 정치권이 뜨겁다. ⓒ시사오늘 김유종

뜬금없는 ‘쥴리’ 논란으로 정치권이 뜨겁습니다. 윤석열 전 검찰총장 부인 김건희 씨가 <뉴스버스>와의 인터뷰에서 자신의 과거와 관련한 소문에 직접 반박한 게 발단이었는데요. 김 씨의 인터뷰가 보도된 이후, 정치권에서는 여야를 가리지 않고 ‘성급했다’는 평가가 나오는 상황입니다.

일반적인 시각에서, 김 씨가 자신을 둘러싼 악의적 소문을 반박하고 나선 건 이상한 일이 아닙니다. 자신이 유흥업소에서 일했다는 유언비어(流言蜚語)가 퍼지면 그게 누구라도 해명하고 싶을 테니까요. 불과 열흘 전만 해도 ‘일반인’이었던 김 씨가 적극적으로 억울함을 토로한 건 어쩌면 당연한 일인지도 모릅니다.

문제는 정치권의 문법은 일반인들의 생각과는 좀 다르다는 데 있습니다. 정치는 근본적으로 국민의 ‘표’를 얻어야 하는 일입니다. 그래서 정치인들이 하는 행위의 첫 번째 기준은 ‘표에 도움이 되는가’입니다. 진실을 밝히는 것조차도 표에 도움이 되지 않으면 ‘정치적으로 옳지 못한 행동’이라는 평가를 받게 되죠.

김 씨의 대응에 부정적 평가가 나오는 이유가 여기 있습니다. ‘정치 문법’에서는 자신에 대한 나쁜 소문에 직접적으로 대응하는 걸 하지하책(下之下策)으로 봅니다. 당사자가 직접 뛰어드는 순간 언론을 통해 소문이 재생산되고, 국민들은 무의식적으로 그 사람을 볼 때마다 소문을 떠올리게 되기 때문입니다.

인지과학자인 조지 레이코프 UC버클리 교수는 자신의 저서 <코끼리는 생각하지 마>에 이렇게 씁니다.

“어떤 프레임을 부정하면 그 프레임이 활성화된다. 그리고 그 프레임은 자주 활성화될수록 더 강해진다. 내가 상대편의 언어를 써서 그의 의견을 반박할 때, 그 말을 듣는 사람들의 머릿속에서는 상대편의 프레임이 더 활성화되고 강해지는 한편 나의 관점은 약화된다.

인지과학이 발견한 근본적인 사실 중 하나는 사람들이 프레임과 은유를 통해서 생각한다는 것이다. 프레임은 우리 뇌의 시냅스에 자리 잡고 있으며, 신경 회로의 형태로 물리적으로 존재한다. 만약 사실이 프레임에 부합하지 않으면, 프레임은 유지되고 사실은 무시된다.

‘진실이 너희를 자유롭게 하리라’는 것은 진보가 믿는 흔한 속설이다. 만약 바깥 세계에서 벌어지는 사실을 모두 대중의 눈앞에 보여주기만 한다면, 합리적인 사람들은 모두 올바른 결론에 도달할 것이다. 그러나 이는 헛된 희망이다. 인간의 뇌는 그런 식으로 작동하지 않는다. 중요한 것은 프레임 구성이다. 한 번 자리 잡은 프레임은 웬만해서는 내쫓기 힘들다.”

레이코프에 따르면, 사람의 뇌 구조는 “코끼리는 생각하지 마”라고 강요받을수록 ‘코끼리’를 떠올리도록 설계돼 있습니다. 그래서 레이코프는 “선거 때 상대방이 공격한 단어를 반복해서 사용하면서 설명하는 행위는 가장 한심한 선거 전략”이라고 단언합니다. 김 씨가 ‘쥴리’ 소문에 반격한 것이, 역설적으로 사람들이 김 씨를 볼 때마다 ‘쥴리’를 떠올리게 만들었다는 이야기입니다.

그렇다면 김 씨는 어떻게 해야 했을까요. 프레임에 대한 이야기를 할 때마다 항상 등장하는 사건이 있습니다. 1970년대에 있었던 맥도날드의 ‘지렁이 패티’ 사건입니다. 당시 미국에서는 맥도날드가 지렁이 고기로 햄버거 패티를 만든다는 출처를 알 수 없는 괴소문이 퍼졌습니다. 이러자 맥도날드는 모든 홍보 채널을 동원해 지렁이 고기를 쓰지 않는다고 해명했고, 매장 앞에는 ‘Our hamburger meat does not contain earthworms(우리 햄버거에는 지렁이가 들어있지 않다)’는 안내문이 붙었습니다.

하지만 이 대응은 오히려 상황을 악화시켰습니다. 사람들은 맥도날드 햄버거를 볼 때마다 지렁이 고기를 떠올렸고, 매출은 폭락했습니다. 이때 맥도날드는 엄청난 돈을 들여 연구와 연구를 거듭한 끝에, 해결책을 발견합니다. 아예 소문에 대응하지 않고, 새로 개발한 밀크셰이크와 감자튀김 홍보에 집중한 겁니다. 이러자 사람들은 더 이상 맥도날드에서 지렁이를 연상하지 않게 됐고, 시간이 지나면서 매출도 회복됐습니다. 헛소문을 무시하고, 사람들이 다른 긍정적 이미지를 연상할 수 있도록 해주는 게 ‘해답’이었던 셈입니다.

담당업무 : 국회 및 국민의힘 출입합니다.
좌우명 : 인생 짧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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