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날신문 보기] ‘여성가족부’ 폐지될까?…탄생부터 위기까지
[옛날신문 보기] ‘여성가족부’ 폐지될까?…탄생부터 위기까지
  • 조서영 기자
  • 승인 2021.07.09 09:2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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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1년 그날, 인물·신문의 평가는

(시사오늘, 시사ON, 시사온=조서영 기자)

이번 열여섯 번째 ‘옛날신문 보기’는 2001년 ‘여성부 신설’이다.ⓒ시사오늘 김유종
이번 열여섯 번째 ‘옛날신문 보기’는 2001년 ‘여성부 신설’이다.ⓒ시사오늘 김유종

“역설이지만 여성부는 ‘여성부가 없어지는 그날’을 위해 일하는 부서였다(김대중 자서전 2권, 412쪽)”

드디어 ‘여성부가 없어지는 그날’이 온 걸까. 국민의힘 대선 주자인 유승민 전 의원과 하태경 의원이 여성가족부(여가부) 폐지 공약을 들고 나섰다. 이에 여권은 폐지에 반대하며, 여가부의 존폐 여부가 새로운 쟁점으로 떠올랐다.

2001년 김대중(DJ) 정부 시절 여성부가 신설됐다. 이후 여가부로 명칭이 변경돼 현재는 여성을 포함한 청소년 및 가족 정책을 총괄하고 있다. 여가부는 야권의 주장대로 20년간의 활동을 끝으로 수명을 다했을까. 아니면 여권의 반박처럼 여전히 여성의 권익 향상을 위해 해야 할 일이 남아있는 걸까. “늦게 태어난 막둥이” 여성부가 출범될 당시의 사회적 분위기와 언론의 평가를 살펴보고자 한다.

<시사오늘>은 과거의 인물, 그리고 과거의 사건에 대한 당대 신문들의 평가를 재조명하며, 보수와 진보 언론 양극단의 평가를 비교해왔다. 여기서 ‘어떤 평가가 옳은가’에 대한 가치 판단은 전면 배제한다. 판단은 ‘사상의 자유’를 만끽하면서도, 동시에 ‘과잉 이념’의 시대에 지쳤을 독자들에게 맡길 예정이다. 이번 열여섯 번째 ‘옛날신문 보기’는 2001년 ‘여성부 신설’이다.

 

‘막둥이’ 여성부가 탄생하기까지


처음으로 여성 정책을 담당하는 국가 기구가 탄생한 것은 1988년이었다. 노태우 정부 시절, 정무장관(제2)실이 출범했다. 이는 사회·문화에 관한 업무를 하되, 특히 여성의 권익에 영향을 미치는 법률안 및 정책 입안을 담당했다. 정무2실이 지금의 여가부 역할을 한 셈이다.

이후 김영삼(YS) 정부는 지금껏 정무2실에만 배정됐던 여성 장관의 수를 늘렸다. 보건사회부와 환경처 등 역사상 처음으로 3명의 여성 장관을 탄생시켰다. 또한 여성발전기본법(여발법)을 통해 양성평등을 처음 도입했다. 여발법은 현재 양성평등기본법으로 불린다.

이각범 전 청와대 정책기획수석은 지난해 <시사오늘>과의 통화에서 “YS는 모든 공직에 양성 평등이 돼야 한다고 한 분”이라며 “여발법을 만들고, 최초로 내각에 복수의 여성 장관을 기용한 것도 YS 때부터”라 설명했다.

문민정부가 갖춘 여성 정책의 총론과 청사진은, 국민의 정부에서 구체화됐다. 정부조직법에 의해 부처로 신설된 건 2001년의 일이다. DJ는 행정고시 및 외무고시 등에 여성채용목표제, 즉 오늘날 여성 할당제를 도입했다. 또한 1999년 정부조직법 개정을 통해 2001년 여성부가 신설됐다.

아울러 총론에 불구했던 여발법은 이후 ‘가정폭력 범죄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1988년 7월)’, ‘남녀차별금지 및 구제에 관한 법률(1999년 1월)’ 등 법안 마련으로 나아갔다. 이로써 사회의 모든 영역에서 남녀 차별을 금지하고, 피해자 권익 구제가 제도로 보장됐다.

ⓒ네이버뉴스 라이브러리 갈무리
1995년 9월 30일 자 <한겨레>ⓒ네이버뉴스 라이브러리 갈무리

<한겨레>는 1995년 9월 국정감사에서 화두가 된 여성부 신설안에 대한 여야 입장을 담았다.

“여성부 신설” 야권 한목소리

여성부 신설을 이미 강령으로 규정한 새정치국민회의 쪽 의원들은 이날 여성부 신설 필요성을 목소리 높여 강조해 타 부처의 반발 등을 고려해 아예 질의에 나서지 않은 민자당 쪽 의원들과는 큰 대조를 보였다.

문희상 의원(국민회의)은 “뉴질랜드, 오스트리아, 탄자니아 등은 부처 간 여성 정책 조정·감독과 노동시장 관리 등을 담당하는 여성부를, 독일은 여성 관련 입법 제안권 등을 갖는 연방 여성 청년부를 두는 등 여성 관련 업무를 총괄하고 있다”고 외국 자료까지 제시하면서 여성부 신설에 대한 장관의 의지를 물었다.

(중략) 하지만 이날 민자당의 조용직·차화준·이승윤 의원은 여성부 신설에 대한 질의를 전혀 하지 않아 세추위가 그동안 추진해오던 여성부 신설안에 대해 부정적으로 검토하고 있다는 분석이 틀리지 않다는 추측을 불러 일으켰다.

- <한겨레>, 1995.09.30. 5면

여성부 신설은 점차 시대적 흐름이 됐다. 1997년 제15대 대선을 앞두고 각 후보들은 여성 공약을 쏟아냈다. 3개의 정당의 공통 공약에는 △여성 할당제 2~30% △여성부 신설이 있었다. 이후 2000년 DJ는 “21세기는 여성의 세기”라 강조하며, 여성부 신설에 대한 입장을 밝혔다.

“여성부 신설은 역사의 흐름이다”…김 대통령 강조

김대중 대통령은 21일 여성부 신설은 역사의 흐름이며 여성이 남성과 대등하게 국정에 참여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 대통령은 이날 오전 여성특별위원회로부터 업무보고를 받는 자리에서 21세기는 여성의 세기라는 점을 인식하고 세계 일류국가로 나가기 위해 여성이 역량을 발휘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중략) 김 대통령은 또 "전업주부들의 가정에 대한 공헌도도 국내 총생산(GDP)에 넣고 재산문제도 포함시켜야 한다면서 주부들이 물 전기 자동차 기름을 아끼는 아이디어를 내 이를 활용하는 것 자체가 신지식인"이라고 강조했다.

- <한국경제>, 2000.02.21.

 

“여가부를 위원회로” vs “女 평등 갈 길 멀다”


지금의 여가부 폐지 논쟁은 이미 20여 년 전에도 경험한 일이다. 예나 지금이나 여성부 신설에 대한 우려에는 ‘여성부의 역할’에 있었다. 과거에도 여성 정책 집행은 보건복지부나 노동부 등 여러 부처가 나눠서 해왔다. 이에 여성부 신설이 여성 정책 추진의 최선책인가에 대한 논란이 있어왔다. 결국 여성계의 ‘준사법권을 가진 독립된 전담 국가 기구가 설립돼야 한다’는 오랜 주장이 받아들여졌다.

당시 기각된 논란이 오늘날 다시 불거진 것은 유승민 전 의원과 하태경 의원의 주장에 의해서다. 유 전 의원은 “여성가족부가 과연 따로 존재할 필요가 있을까”라는 오래 전 질문을 던졌다.

그러면서 “인구의 절반이 여성이고, 정부의 모든 부처가 여성 이슈와 관계가 있다”며 “여성의 건강과 복지는 보건복지부가, 여성의 취업, 직장 내 차별, 경력단절여성의 직업훈련과 재취업 문제는 고용노동부가 (중략) 담당하면 된다. 이 사업들은 여가부가 아닌 다른 부처가 해도 잘할 사업들”이라 말했다. 그는 여가부가 타 부처와 중복됐던 예산은 의무 복무를 마친 청년들을 위해 쓰겠다고 공약했다.

하 의원은 여기서 한 발 더 나아갔다. 여성부 신설 당시에는 문제되지 않았던 ‘젠더 갈등’에 대해 지적했다. 그는 “시간이 흐를수록 여성 문제보다 다른 문제를 다루는 부처로 변질이 됐다”며 “게다가 젠더 갈등을 오히려 부추기는 일들도 많아졌다”고 비판했다. 여기에 이준석 대표가 “여가부가 꾸준히 예산을 받아 활동했음에도, 지난 10년간 젠더 갈등이 비약적으로 상승했다”며 동조했다.

두 대권 주자의 공약은 국민의힘 여성 의원들의 새로운 대안으로 이어졌다. 윤희숙 의원은 ‘위원회’로의 하향, 조수진 최고위원은 ‘양성평등부’로의 명칭 변경을 제안했다.

하지만 이러한 제안 또한 23년 전 겪어왔던 진통 중 하나다. 국민의 정부는 출범과 동시에 여성부를 신설한 것이 아니다. 1998년 대통령 소속 ‘여성특별위원회’를 신설해 여성 정책을 담당했다. 그러나 위원회는 행정부 자격을 갖추지 못해 조직과 기능, 인력과 예산 등의 한계가 있었다. 이에 여성 단체들은 “여성은 표일 뿐”이냐며 반발한 바 있다.

ⓒ네이버뉴스 라이브러리 갈무리
1998년 4월 24일 자 <한겨레>ⓒ네이버뉴스 라이브러리 갈무리

국민정부 여성정책 기대 큰 만큼 실망

김대중 정권의 여성정책에 기대를 걸어온 여성계는 정권 출범 초 일단 지켜보자던 입장에서 최근 들어 김영삼 정권 때보다 퇴보하는 것 아닌가 하는 의구심을 감추지 않고 있다.

(중략) 여성부 신설은커녕 오히려 정무2장관실이 폐지되고 공식 행정부 자격을 갖추지 못한 여성특별위원회를 신설하는 것으로 대체했다.

김 대통령이 조직 면에서는 축소됐지만 대통령 직속기구로서 상당한 권한을 갖고 일하게 하겠다던 여성특위는 여성 차별에 대한 준사법적·준입법권을 갖지 못해 성차별에 대한 시정조처가 얼마나 효과를 거둘 수 있을지 의문이다.

- <한겨레>, 1998.04.24. 11면

우여곡절 끝에 준사법권 및 준입법권을 갖춘 여성특별‘위원회’에서 여성‘부’로 승격됐다. 이처럼 야권은 국민의 정부의 초기 방향으로 되돌리려는 셈이다.

여권에서는 과거 여성계의 주장을 되풀이하고 있다. 이낙연 전 대표는 “아직도 우리 사회에는 여성의 권익을 신장하고 여성의 참여를 끌어올려야 할 분야들이 많다”며 “뿌리 깊은 성차별과 가부장적 문화로 인한 갈등도 지속적으로 개선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여가부 존폐 논쟁에 대한 우려는 이미 2000년도 언론에서 지적된 바 있다.

[연합시론] 신설 여성부에 바란다.

신설 여성부가 정부 각 부처의 여성정책을 총괄. 조정하는 기능을 갖는 것은 물론 전국적인 차원의 남녀차별 실태조사와 시정까지 할 수 있는 권한을 갖게 된 것은 다행이다. 그러나 여성부 신설안을 보면 여성정책을 위한 정부의 의지가 담긴 큰 틀을 새로 짰다기보다는 각 부처의 여성관련 업무를 한곳에 모으는데 급급했다는 인상이 짙다. 어렵사리 여성부를 신설하게 됐는데 과거 정무2장관실의 경우처럼 있으나마나한 부처가 되거나 새 정부가 들어서 정부개편안을 다시 짤 때 확고한 자기 위치를 갖지 못해 존폐가 논의되는 부처가 되지 않을까 우려된다. 따라서 신설되는 여성부는 정체성을 찾는 일부터 해야 할 것이다. 여성부만이 할 수 있고 해야 하는 고유의 업무를 개발해 한 독립부처로서 영역을 확립해야 한다.

무엇보다 중요한 일은 아직도 우리 사회 곳곳에 뿌리 깊이 박혀있는 남존여비, 가부장제 의식을 개혁하는 일이다. 물론 당장 눈에 보이는 남녀차별의 시정도 해야겠지만 눈에 보이지는 않아도 통념과 관행으로 자리잡아 많은 여성의 덜미를 잡는 남녀차별 의식을 불식시키는 작업을 여성부가 나서서 지속적으로 펼쳐야 한다. 지식정보의 시대인 21세기의 역군으로 여성이 남성과 평등하게 살고 일할 수 있도록 발판을 마련하는 일을 여성부가 해야 한다.

- <연합뉴스>, 2000.12.26.

여성가족부는 지난 20년 간 독립 부처로서의 정체성을 찾았는가. 그간 여성의 덜미를 잡는 남녀 차별 의식을 불식시켰는가. 여성과 남성이 평등하게 살고 일할 수 있는 발판이 이제는 마련됐는가. 뿌리 깊은 남존여비, 가부장적 문화는 없어졌는가. 여가부의 존폐 여부를 두고 20여 년 전 질문에 다시금 답해야 할 때다.

담당업무 : 정치부 기자입니다
좌우명 : 행복하게 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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