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로 보는 정치] 한나라 유방의 ‘빠’ 소하와 윤석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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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로 보는 정치] 한나라 유방의 ‘빠’ 소하와 윤석열
  • 윤명철 기자
  • 승인 2021.07.11 13:31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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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정한 정권교체, ‘빠’와 ‘까’를 미치게 만들 소하가 필요

[시사오늘·시사ON·시사온=윤명철 기자]

사진제공=뉴시스
정치인 윤석열이 정권교체를 원하는 이들의 선택을 받으려면 누가 소하인지 아니면 한신인지 감별할 수 있는 안목과 정치력이 절대 필요하다. 사진제공=뉴시스

가수 나훈아는 “진정한 슈퍼스타는 까와 빠를 둘 다 미치게 만든다”라고 일갈했다. 자신의 팬이나 라이벌의 팬도 미치게 할 수 있는 인물이 진정한 슈퍼스타라는 명언이다.

영웅은 외롭지 않다. 영웅에게는 ‘빠’가 있고 ‘까’가 있다.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영웅에게는 ‘빠’와 ‘까’ 모두를 미치게 하는 마력이 존재했다.

한나라 고조 유방도 마찬가지다. 유방에겐 소하, 한신, 장량, 번쾌와 같은 ‘빠’가 있었다. 이들 한나라 건국 공신들은 유방의 ‘빠’답게 주군에게 미쳐 생사고락을 같이 하며 중원의 패자로 우뚝 세웠다. 

이들 중 한신은 원래 항우의 신하였지만, 자신의 능력을 알아보지 못하는 항우를 떠나 유방의 최측근이 된 인물이다. ‘까’에서 ‘빠’로 변신한 대표적인 경우다.

하지만 소하는 달랐다. 소하는 처음부터 끝까지 유방의 ‘빠’였다. 소하는 유방과 같은 패현출신으로 유방이 한량 시절에도 사람됨을 알아보고 도움을 아끼지 않았다. 특히 소하는 유방이 거병해 함양을 함락했을 때도 남들이 전리품을 챙기느라 동분서주해도 홀로 건국 후를 대비해 진나라의 각종 문서들을 수집·보관해 후일 한나라 국정의 기틀을 마련했다.

또한 소하는 라이벌이 될지도 모를 당대의 영웅 한신을 대장군으로 적극 추천했다. 소하는 뛰어난 무공을 자랑하는 장군이 아니었다. 그는 묵묵히 후방에서 유방 군대의 병력과 군수물자 지원을 맡아 최전선의 장군들이 마음껏 전투를 수행할 수 있게 해 통일 위업을 달성했다.

의심 많은 유방이 혹시라도 소하가 후방에서 반란을 도모할까 우려해 제거할 기미가 보이자 자신의 일가친척들을 최전선으로 지원케 하는 충성심을 보였다. 이는 통일 후 유방은 논공행상에서 소하를 최고 일등공신으로 선정하게 되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하게 된다. 

당시 유방은 후방병참지원만 한 소하의 공을 시기하는 최전방에서 공을 세운 무장들에게 ‘소하는 사냥을 지휘하는 사람이고, 너희는 사냥개에 불과하다’는 논리로 일거에 제압했다. 유방도 ‘빠’ 소하를 미치게하는 마력을 제 때에 발휘한 사례다.

소하의 머릿속에는 주군 유방과 한나라밖에 없었다. 한나라 건국 후 논공행상에도 별다른 욕심을 내지 않았다. 반면 한신은 논공행상에 불만을 품고 반란을 일으켰지만 소하는 유방을 끝까지 지키며 반란을 진압했다. 유방이 승하하자 후계구도 안정을 위해 끝까지 충성을 다했다. 

소하는 유방의 ‘까’인 항우의 부하와 백성들도 포용해 통일 후 흐트러진 민심 통합에 힘썼다. 민심도 유방에게 소하와 같은 진정한 ‘빠’가 있었기에 천하의 주인으로 선택했다고 볼 수 있다.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내년 대선 출마를 공식 선언했다. 보수 야권 대선 후보 1위로 독주하며 여권 이재명 지사와 엎치락뒤치락하는 치열한 경쟁 구도를 형성했다. 하지만 윤석열 주변에는 소하와 같은 진정한 ‘빠’가 안 보인다. 

보수 야권 정치인들은 누구나 윤석열의 선봉장이 되고자 한다. 겉으로는 윤석열을 정권교체의 최적임자로 추켜 세우고 있지만 실상은 자신의 정치생명을 위해 새로운 주군으로 윤석열을 선택했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만약 윤석열의 지지율에 비상이 걸리면 언제든지 등을 돌릴 수 있는 배신의 정치가 난무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지난해 황교안을 연호하던 이들이 최근 대권도전 선언을 한 황교안 캠프에 얼마나 있는지 매우 궁금하다.

윤석열에게는 한신이 아닌 소하가 필요하다. 정권교체에 나선 최전선의 지휘관과 장군들을 위해 묵묵히 병참지원을 하면서 집권 후 국민을 위한 마스터플랜을 준비할 소하와 같은 인물말이다.

윤석열 전 총장도 누가 ‘소하’인지 ‘한신’인지 알아볼 수 있는 안목을 보여줘야 한다. 정권교체를 원하는 이들의 선택을 받으려면 ‘인재’를 감별할 수 있는 안목과 정치력이 절대 필요하다. ‘검사 윤석열’이 아닌 ‘정치인 윤석열’은 소하가 있어야 한다. 

진정한 정권교체의 슈퍼스타는 ‘빠’와 ‘까’를 미치게 만들 수 있는 소하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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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과사 2021-07-11 13:40: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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