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두타산 그리고 베틀바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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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두타산 그리고 베틀바위
  • 최기영 피알비즈 본부장
  • 승인 2021.07.21 07:05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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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기영의 山戰酒戰〉 Dhuta, 비워야만 보리라

[시사오늘·시사ON·시사온= 최기영 피알비즈 본부장)

전망대에서 본 두타산 베틀바위. 뾰족하고 기다란 바위가 연달아 이어져 있는 모습이 실로 장관이다 ⓒ 최기영
전망대에서 본 두타산 베틀바위. 뾰족하고 기다란 바위가 연달아 이어져 있는 모습이 실로 장관이다 ⓒ 최기영

지난 6월 두타산의 베틀바위와 협곡 마천루를 볼 수 있는 새로운 길이 조성돼 등산객들을 맞았다. 베틀바위 전경이 하도 빼어나 길이 없는데도 사람들은 그곳을 찾았지만, 워낙 험하고 위험해서 그간 사고도 빈번했었다. 새로운 길이 열렸다는 소식을 듣고는 벼르고 있다가 드디어 두타산의 베틀바위를 보기 위해 강원도로 달려갔다. 

두타산(1353m)은 강원 삼척과 동해의 경계에 있다. 청옥산(1404m)과 함께 백두대간 길이기도 하다. 나도 몇 차례 두타산을 올랐다. 두타산에서 청옥산을 거쳐 무릉계곡으로 내려오기도 했고, 청옥산으로 가기 전에 박달령에서 하산하기도 했었다. 그런데 이번에는 두타산 정상에서 베틀봉을 거쳐 베틀바위를 보고 하산할 요량이었다. 

산행은 삼척에 있는 댓재에서 시작했다. 댓재는 대나무가 많은 고개라는 뜻이다. 댓재에서 오르는 길은 다정한 숲길이다. 터리풀이 피어있는 모습도 정겹다 ⓒ 최기영
산행은 삼척에 있는 댓재에서 시작했다. 댓재는 대나무가 많은 고개라는 뜻이다. 댓재에서 오르는 길은 다정한 숲길이다. 터리풀이 피어있는 모습도 정겹다 ⓒ 최기영

산행은 삼척에 있는 댓재에서 시작했다. 댓재는 ‘대나무가 많은 고개라는 뜻’인데 지금은 대나무 조형물이 설치돼 있어 그 의미를 쉽게 짐작할 수 있었다. 두타산을 올 때마다 느끼는 것이지만 산행이 그리 녹록지 않다. 특히 무릉계곡으로 하산하는 길은 너덜 길도 많고 굉장히 가파르다. 댓재의 높이는 해발 810m이고 하산하려는 무릉계곡이 해발 약 220m 정도 되니, 당연히 댓재에서 정상으로 가는 길이 훨씬 수월하다. 

댓재에서 오르는 길은 흙길이 많은 정겨운 육산의 느낌이다. 키 큰 소나무들도 많고 원시림을 지나는 듯 짙은 녹음이 에워싸고 있는 숲길이 이어진다. 통골재를 지나면서 꽤 긴 깔딱 길을 올라야 하지만 산을 좀 타본 사람이라면 그 정도 난이도는 견딜 만하다. 능선에 들어서자 시야가 트이며 이내 정상에 도착했다. 청옥산이 약 50여 m 정도 높다. 엄연히 이곳의 주봉인데도 사람들이 두타산과 청옥산을 퉁 쳐서 두타산이라고 부른다. 아마도 청옥산 정상 조망이 전혀 없기 때문인지도 모르겠다. 

9부 능선에서 본 시원한 두타산의 산세 ⓒ 최기영
9부 능선에서 본 시원한 두타산의 산세 ⓒ 최기영
두타산 정상 표지석 ⓒ 최기영
두타산 정상 표지석 ⓒ 최기영

이날 아침에 세찬 비가 내렸었다. 그러더니 이곳에 도착할 때쯤 비가 그치고 태양이 내리쬐었다. 정말 뜨겁고 후텁지근했다. 산길을 걷는 내내 온몸에 땀이 비 오듯 흘렀다. 그러나 정상에 불어오는 산바람이 여느 에어컨 못지않게 시원했다. 땀을 식히며 간식을 먹고 한참을 머물렀다. 그런데 그때 여기저기 겹겹이 늘어서 있는 산봉우리에서 마치 하얀 연기를 뿜어내듯 구름이 피어올랐다. 그러더니 이내 하늘을 덮고 비가 내렸다. 길도 험한데 걱정이 앞섰다. 

댓재에서 정상까지 걸은 후, 무릉계곡 이정표를 따라 내려가는 하산 길은 아까의 다정했던 두타산의 느낌과는 다르다. 너무도 가파른 데다, 날카로운 바윗길도 많다. 거기에 비까지 내리니 긴장감은 배가 됐다. 다리에 힘껏 힘을 주며 조심조심 하산을 이어가다 베틀봉 방향으로 길을 잡았다. 

겹겹이 늘어서 있는 산봉우리에서 마치 하얀 연기를 뿜어내듯 구름이 피어올랐다. 그러더니 이내 하늘을 덮고 비가 내렸다 ⓒ 최기영
겹겹이 늘어서 있는 산봉우리에서 마치 하얀 연기를 뿜어내듯 구름이 피어올랐다. 그러더니 이내 하늘을 덮고 비가 내렸다 ⓒ 최기영
베틀봉으로 가는 길. 두타산성의 흔적인 석축 길을 걷기도 했다 ⓒ 최기영
베틀봉으로 가는 길. 두타산성의 흔적인 석축 길을 걷기도 했다 ⓒ 최기영

베틀봉으로 가는 길은 처음이었다. 역시 만만치 않았다. 두타산성의 흔적인지 석축 길이 나오기도 했다. 그렇게 베틀봉에 도착했지만 베틀봉에서는 그 어떤 것도 보이지 않는다. 왜 여기가 봉우리인지 가늠이 되지 않는다. 하여튼 다시 베틀봉에서 가파른 산길을 더 내려오니 드디어 나무 데크가 나타났다. 가파른 빗길을 온몸에 있는 대로 힘을 주며 내려왔던지라 그 반가움에 안도의 한숨이 절로 나왔다. 그리고 그 데크를 조금 더 걸어 내려가니 미륵바위가 나타났다. 정말 크고 기다란 바위에 눈, 코, 입을 정확하게 알아볼 수 있는 모양이 영락없는 미륵 부처였다.

미륵바위의 모습. 크고 기다란 바위에 눈, 코, 입을 정확하게 알아볼 수 있는 모양이 영락없는 미륵 부처였다 ⓒ 최기영
미륵바위의 모습. 크고 기다란 바위에 눈, 코, 입을 정확하게 알아볼 수 있는 모양이 영락없는 미륵 부처였다 ⓒ 최기영

미륵바위를 돌아지나니 아찔한 바위 저 아래로 깊고 깊은 무릉계곡의 모습이 산세와 신비롭게 어우러져 있었다. 산이 깊으면 골도 깊다더니 누군가 이곳을 바라보며 했던 말일 것이다. 그리고 드디어 베틀바위가 눈앞에 펼쳐졌다. 뾰족하고 기다란 바위가 연달아 이어져 있는 모습이 실로 장관이다. 신선이 있었다면 속세를 버리고 이 깊고 깊은 두타산으로 들어와 베틀바위 위에서 뛰놀다 저 아래 무릉계곡에서 몸을 씻고, 미륵바위 근처에서 도를 닦다가 분명 잠이 들었을 것이다. 비가 내리며 구름이 드리워져서인지 그 신비로움이 더했다. 

두타(頭陀)는 산스크리트어 ‘Dhuta’에서 유래되었다. 그 뜻은 ‘버리다, 비우다, 씻다’라는 뜻이라고 한다. 산에서는 아무리 불평불만을 터뜨려도 소용없었다. 오르막이 힘들고 내리막이 미끄럽다고 투덜대봤자 부질없는 짓이다. 비가 온다고 아무리 걱정을 해도 비는 그치지 않았다. 그저 마음을 비우고 그러려니 하며 참고 걷다 보면 산 정상이 나왔고 다시 내려와 내가 살던 도시로 돌아왔다. 그렇게 두타산은 마음을 비워야 걸을 수 있었고 베틀바위를 볼 수 있었다.

아찔한 바위 저 아래로 깊고 깊은 무릉계곡의 모습이 산세와 신비롭게 어우러져 있는 모습 ⓒ 최기영
아찔한 바위 저 아래로 깊고 깊은 무릉계곡의 모습이 산세와 신비롭게 어우러져 있는 모습 ⓒ 최기영
전망대에서 본 두타산 베틀바위. 뾰족하고 기다란 바위가 연달아 이어져 있는 모습이 실로 장관이다 ⓒ 최기영
전망대에서 본 두타산 베틀바위. 뾰족하고 기다란 바위가 연달아 이어져 있는 모습이 실로 장관이다 ⓒ 최기영

늦은 밤이 돼서야 서울에 도착했다. 온종일 다리에 어찌나 힘을 주고 걸었던지 이날 따라 유난히 무릎이 쑤셔댔다. 두타산에서 그리도 힘들게 애써 마음을 비웠다고 생각했는데 지하철역 계단이 나타나자 ‘아이고~’ 하는 곡소리와 함께 육두문자가 나도 모르게 튀어나왔다. 그새 내 마음에 뭔가가 차올라 있었던 모양이다. 

최기영은…

고려대 신문방송학과 졸업 

前 우림건설·경동나비엔 홍보팀장

現 피알비즈 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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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창남 2021-07-22 09:45:36
탐욕을버리고 온갖괴로움을참고...
수행을했구먼~~~
항상 우리에게 즐거움과 가르침을주는군.
코로나도 두타처럼 견디고 지나길 기원하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