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설 안전관리자들, 광주 참사 영장심사 결과에 ‘안도 속 한숨’
건설 안전관리자들, 광주 참사 영장심사 결과에 ‘안도 속 한숨’
  • 박근홍 기자
  • 승인 2021.07.23 15: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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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 참사 안전관리자, 불법철거 '묵인·방조 혐의'로 구속영장 청구됐으나 '기각'
"구속영장 청구 자체가 아쉬워, '힘' 없고 '백' 없기에 '묵인·방조' 권한조차 없어"
"처벌 아닌 예방 중심 정책 요구…안전보건관리책임자·관리관독자 역할 강화 필요"

(시사오늘, 시사ON, 시사온= 박근홍 기자)

지난 9일 오후 광주 동구 학동 재개발구역에서 철거 중이던 5층 건물이 붕괴돼 지나가던 버스를 덮쳤다. 119 소방대원들이 무너진 건축물에 매몰된 버스에서 승객 구조 작업을 벌이고 있다 ⓒ 뉴시스
지난 6월 9일 오후 광주 동구 학동 재개발구역에서 철거 중이던 5층 건물이 붕괴돼 지나가던 버스를 덮쳤다. 119 소방대원들이 무너진 건축물에 매몰된 버스에서 승객 구조 작업을 벌이고 있다 ⓒ 뉴시스

건설업계 내 안전관리자들이 광주 붕괴 참사 원청 안전관리자에 대한 구속영장 기각 결정에 안도하면서도 착잡한 심정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건설현장에서 사실상 아무런 권한이 없는 안전관리자에게 무거운 책임이 돌아가는 사회적 분위기가 형성되고 있다는 것 자체에 한숨을 내쉬고 있는 것이다.

지난 22일 광주지법은 광주 동구 학동4구역 철거 건물 붕괴 사고 관계자인 원청업체 소속 현장소장 A씨, 안전부장(안전관리자) B씨에 대한 구속 전 피의자신문(영장실질심사)을 진행했다. 경찰은 두 사람이 시공사 책임자로서 하청업체가 불법 철거 작업을 펼치고 있는 것을 인지했음에도 이를 묵인 또는 방조했다고 판단해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이에 광주지법 박민우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A씨에게는 증거인멸 우려가 있다며 구속영장을 발부한 반면, B씨의 경우 주거가 일정하고 증거인멸·도주 우려에 대한 검찰 소명이 부족하다며 기각했다.

건설 안전관리자들은 일단 이번 영장실사 결과를 대체로 환영하는 모양새다. 안전관리자가 구속되고 형사처벌로 이어지는 사례가 발생하는 것 자체가 부담이라서다. 실제로 약 6000명 규모의 한 안전관리자 소모임에서는 영장실질심사가 열리기 직전인 지난 18일 SNS를 통해 '안전부장(B씨) 구속영장에 대한 의견'을 묻는 투표를 진행했는데, 그 결과 △안전관리자가 구속된다면 안전관리자라는 직업을 택하지 않겠다 △안전관리자의 구속은 바람직하지 않다 등에 표를 던진 안전관리자들이 가장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그럼에도 불안감과 우려는 줄지 않은 것으로 전해진다. 앞으로 이와 비슷하거나 더 심한 일들이 더욱 비일비재할 거라는 이유에서다.

한 대형 프로젝트 계약직 안전관리자는 "구속영장 청구 자체가 아쉽다. 현장 상황을 몰라도 너무 모른다. 안전관리자가 불법 요소를 목격해다 한들, 안전권리자에게는 그걸 중단할 권한도 없고 묵인 또는 방조할 권한조차 없다. 정규직이 아니라 비정규직이라면 더욱 그렇다"며 "위법한 행위를 두둔할 생각은 없다. 그저 저런 사유로 구속영장이 청구됐다는 게 황당하다. 중대재해처벌법이 시행되면 안전관리자들이 줄구속될 수밖에 없다는 생각에 한숨이 나온다"고 토로했다.

또 다른 안전관리자는 "법에서 정한 의무대로 지도·조언을 하고 건의를 해도 현장소장, 관리감독자, 현장 노동자들이 듣지도 않는 경우가 태반이다. 공기·비용 문제로 거절하기 일쑤고, 노조원이나 외국인 노동자와는 소통도 제대로 안 된다. 자꾸 태클을 걸면 다음 현장에서 써주질 않는다. 바로 모가지"라며 "음주운전을 삼가라고 조언할 권한만 있고 음주운전 자체를 막을 실질적 권한은 없는 사람에게 음주운전 사고 책임을 지라는 게 과연 옳은가. 음주운전을 못하게 할 권한이 있고 막을 수 있는 사람, 음주운전을 단속해야 하는 사람들에게 책임이 돌아가야 하지 않나"라고 꼬집었다.

이 같은 안전관리자들의 현실에 대해서는 관계당국도 익히 알고 있다. 1993년 11월 김영삼 정부 하 이인제 당시 고용노동부 장관은 김도언 당시 검찰총장에게 '산업안전관리자의 법적책임 한계에 대한 협조 요청'이라는 제목의 공문을 보내고 "대다수 사업장의 안전관리자가 안전업무 관련 주요 사안 결정에서 소외되는 반면, 본연의 임무 외 사안까지 책임을 추궁받는 등 위축돼 있고, 법적책임이 과중해 안전관리 직무를 회피하는 실정"이라며 "사업장에서 발생한 사망사고와 관련해 형법상 업무상관실치사 등에 의해 안전관리자를 행위자로서 처벌할 수 있지만, 가능하다면 안전관리자를 스텝으로서의 임무수행 여부에 대한 책임만 묻도록 하고, 근로자 보호에 대한 직접적 책임은 사업주는 물론, 관리감독자(현장 부장, 과장, 직·반장)에게 물을 수 있도로 조치해 주면 고맙겠다"고 요청했다. 이에 검찰은 사업장에서 사망사고 등 발생 시 직접 책임은 사업주와 현장 관리감독자 등에게 묻고, 안전관리자에 대한 형법 조치는 하지 않겠다고 답변한 바 있다.

입법 노력도 최근 이어지고 있다. 대규모 사업장 안전관리 직고용 의무화, 안전관리자 안전관리 의무 전담 등 내용이 담긴 법안이 최근 잇따라 국회를 통과했으며, 건설업계의 경우 오는 2022년부터는 시공능력평가 200위권 내 건설사라면 의무적으로 안전보건 전담조직을 설치해야 한다. 안전관리자 선임 대상 공사현장도 산업안전보건법 개정에 따라 매년 확대되고 있는 상황이다.

하지만 이것만으론 안전관리자들의 처지를 개선하기 어려우며, 나아가 안전사고 방지에 대한 실효성도 거두기 힘들다는 지적이 나온다.

강래진 안전연구소장은 지난 19일 SNS를 통해 "건설 사업장에서 구조적으로 가장 '힘' 없고, '백' 없는 게 안전관리자다. 대부분 계약직, 현장채용직이다. 그들이 과연 법 규정대로 책임 있게 정규직인 현장소장을 보좌하고, 관리감독자에게 지도·조언하는 게 가능하겠느냐"며 "안전관리자가 법 규정을 준수하지 않아 처벌을 받는 것에 대해서 면죄부를 줘야 한다고 주장할 생각은 전혀 없다. 그저 법의 형평성을 이야기하려는 것이다. 사고 원인 제공자가 누구인지를 최우선 조사하고, 그들을 처벌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현장 사고 발생 시 사업주, 현장소장, 관리감독자에 대한 조사와 업무상 책임 여부를 묻는 게 우선이고, 그 다음 안전관리자, 근로자들이 법 준수 여부에 따라 처벌돼야 한다. 법적으로 선임된 안전관리자의 업무 수행에 지장을 주거나, 방해한 조직과 사람부터 처벌되는 게 공정한 법 가치 실현"이라며 "대부분 안전관리자들이 3D 업종이라며 회의감을 갖고 떠났거나, 이직하려고 한다. 그런 안전관리자들이 없도록 근무환경 개선도 필요해 보인다"고 강조했다.

보좌·지도·조언 의무만 있는 안전관리자가 아니라 산재예방계획 수립과 안전보건을 지휘·감독해야 할 '안전보건관리책임자'(보통 현장소장), 안전보건 점검·확인·감독과 안전관리자 지도·조언에 대한 협조 의무가 있는 '관리관독자'의 역할·책임을 강화해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된다.

지난 20일 한국보건안전단체총연합회는 문재인 정부가 중대재해처벌법 시행에 대비하기 위해 설립한 산업안전보건본부의 출범에 대한 성명을 내고 "현장 내 안전보건관리책임자, 관리감독자의 역할을 강화할 수 있는 정책과 제도를 마련해야 한다"며 "안전관리자·보건관리자는 지도와 조언을 하는 인력이다. 현장 내 실질적 안전보건 실행은 안전보건관리책임자·관리감독자 중심으로 이뤄져야 한다. 이들이 현장에서 실질적 안전보건활동을 추진할 수 있도록 모든 산업안전보건 정책이 계획돼야 한다"고 내세웠다.

이어 "현장에서 일하는 근로자, 관리감독자, 안전보건관리책임자, 사업주가 안전보건을 가장 중요한 문제로 생각하고, 안전이 확보되지 않으면 일할 수 없다는 마음을 갖도록 하는 게 가장 중요하다"며 "사후 차벌 중심으로 사업장을 관리하면 처벌을 회피하기 위한 표면적 사업만 추진하게 되고, 근본적 변화를 일으킬 수 있는 사업은 추진하기 어렵게 된다. 산업안전보건본부에서 장기적인 계획을 세워 사전 예방 중심으로 정책이 이뤄지도록 조직을 운영해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담당업무 : 건설·부동산 및 유통을 담당합니다.
좌우명 : 隨緣無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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