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로 보는 경제] 조선 ESG경영의 원조 임상옥과 한국 최고 부자 김범수
[역사로 보는 경제] 조선 ESG경영의 원조 임상옥과 한국 최고 부자 김범수
  • 윤명철 기자
  • 승인 2021.08.01 14:1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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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 내린 부자, 부 독점 혐오하며 이타적인 삶 추구

(시사오늘, 시사ON, 시사온=윤명철 기자) 

드라마 상도에서 임상옥 역을 맡았던 배우 이재룡(사진 좌, 사진제공=연합뉴스), 김범수 카카오 의장(사진 우, 사진제공=카카오 홈페이지)
드라마 상도에서 임상옥 역을 맡았던 배우 이재룡(사진 좌, 사진제공=연합뉴스), 김범수 카카오 의장(사진 우, 사진제공=카카오 홈페이지)

‘삼순구식(三旬九食)’이라는 말이 있다. 한 달에 아홉 번 끼니를 때울 만큼 가난한 삶을 뜻한다. 비슷한 의미로 ‘상루하습(上漏下濕)’도 있다. 위에서는 비가 새고 아래에서는 습기가 차 오르는 주거환경에서 산다는 뜻이다. 한 마디로 거지의 삶이다.

한민족의 5천년 역사 중 1960년대 산업화를 시작한 이후 60여 년을 제외하고는 거의 모든 백성들이 ‘삼순구식(三旬九食)’하며 상루하습(上漏下濕)’의 비참한 삶을 살아왔다. 특히 성리학을 절대 숭배했던 조선은 안빈낙도(安貧樂道)의 삶을 최고의 미덕으로 삼았다. 하지만 정작 지배층은 국부(國富)를 독점하며 사치와 향락을 즐겼으니 이율배반이 판을 쳤다.

당시 조선을 지배한 경제사상은 ‘중농억상’이었다. 기득권층 사대부들은 소중화에 빠져 붓의 나라임을 자부했지만, 이들이 숭상한 성리학 탓에 조선 백성들은 삼순구식(三旬九食)과 상루하습(上漏下濕)의 비참한 삶을 영위할 수밖에 없었다. 예나 지금이나 기득권을 독점한 지배층이 가장 큰 문제다.

하지만 조선시대 엄격한 신분제의 한계와 흙수저의 숙명을 극복하고 뛰어난 선천적 장사 수완을 발휘해 엄청난 富를 축적한 거상(巨商)이 있다. 조선 후기 자수성가로 조선 상권을 지배했던 임상옥(林尙沃)이다. 그는 富를 축적하는 데에만 몰두했던 졸부(猝富)가 아니었다. 민생고에 시달리던 민초들을 위해 자신의 재산을 아낌없이 베풀어 빈민구휼에 앞장섰던 ‘착한 부자’였다. 요즘으로 말하면 ‘조선 ESG경영’의 원조다.

임상옥은 조선 후기의 무역상으로서 국경지대 인삼무역권을 독점했다. 인삼은 자타가 공인한 한민족의 대표 수출품이다, 그는 천재적인 상업수완을 발휘해 청나라 베이징 상인단의 불매동맹을 무너뜨렸다. 청 상인단이 터무니없는 저가로 인삼을 매입하려다 오히려 임상옥에게 원가의 수십 배의 이윤을 선사했다. 

하지만 임상옥의 진가는 전혀 다른 곳에서 빛난다. 그는 청과의 무역에서 벌어들인 막대한 재화를 굶주리는 백성 및 수재민을 구제하는 데 아낌없이 베풀었다. 조선 정부도 임상옥의 공을 높이 사 관직을 내렸지만 기득권층의 반발로 짧은 공직 인생을 마감했다.

임상옥은 이에 굴하지 않고 초야로 돌아가 빈민구제와 저술에 전념하며 여생을 보냈다고 한다. <가포집> <적중일기(寂中日記)> 등의 저서를 남겨 후세에 칭송을 받았다. 조선을 빛낸 거상 임상옥의 삶은 지난 2001년 MBC드라마 <상도>로 부활해 공전의 히트를 쳤다.

얼마 전 미 블롬버그통신에 따르면 카카오 창업자 김범수 의장이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을 제치고 한국 최고 부자에 등극했다. 김 의장은 블룸버그 억만장자지수에서 순자산 약 15조4천억 원에 달해 약 13조9천억 원의 이재용 부회장을 넘어선 국내 1위에 올랐다.

김범수 의장의 대한민국 최고 부자 등극은 남다른 의미가 있다. 우리나라 역대 부자들은 ‘금수저’가 다반사였다. 이번에 2위로 밀린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은 대표적인 재벌3세로 금수저 중의 금수저다. 반면 김범수 의장은 3대에 걸친 여덟 식구가 단칸방에 살았던 흙수저 출신이다. 그는 어려운 유년시절을 보냈지만 열심히 공부해 대한민국 최고의 대학인 서울대에 진학했다. 재학 중에도 과외 아르바이트로 등록금과 생활비를 벌면서 학교를 마쳤다고 한다.

하지만 흙수저 김 의장은 통 큰 기부로 화제가 됐다. 올 초 김 의장은 빌 게이츠 마이크로소프트 창업자 부부와 워런 버핏 버크셔해서웨이 회장이 시작한 자발적 기부운동 ‘더기빙플레지’에 220번째 기부자로 이름을 올렸다. 또한 김 의장은 재산의 절반 이상을 사회에 환원하겠다는 약속을 남겼다.

‘부자는 하늘이 내린다’라는 말이 있다. 하늘이 내려준 금수저를 물고 태어났다는 뜻이 아니라, 하늘은 임상옥처럼 흙수저로 태어났어도 자수성가로 부를 축적해 빈민구휼 등 진정한 금수저가 돼야 한다는 명령이다. 하늘이 내린 부자는 부의 독점을 혐오하며 이타적인 삶을 추구했다. 김범수 의장이 자신의 약속대로 기부를 실천해 조선의 거상 임상옥과 같은 ‘하늘이 내린 부자’가 될지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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