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도지사직 유지와 대선행보…정말 괜찮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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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도지사직 유지와 대선행보…정말 괜찮나
  • 정진호 기자
  • 승인 2021.08.03 15:32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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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과 원희룡의 엇갈린 선택…도정 집중 어렵다면 사퇴해야

[시사오늘·시사ON·시사온= 정진호 기자]

이재명 경기지사와 원희룡 제주지사가 도지사직 사퇴를 두고 논쟁을 벌이고 있다. ⓒ시사오늘 김유종
이재명 경기지사와 원희룡 제주지사가 도지사직 사퇴를 두고 논쟁을 벌이고 있다. ⓒ시사오늘 김유종

제20대 대선 출마를 선언한 현직 지방자치단체장은 총 4명이다. 더불어민주당에서는 이재명 경기지사와 양승조 충남지사, 최문순 강원지사가 출사표를 던졌고, 국민의힘에서는 원희룡 제주지사가 나섰다. ‘지방정부’를 책임졌던 경험이 있는 데다 전국적 인지도까지 갖춘 만큼, 도백(道伯)들의 대선 출마는 자연스러운 흐름이다.

하지만 이들이 대선 경선을 대하는 자세는 전혀 다르다. 민주당의 경우, 세 사람 모두 도지사직을 유지한 채 경선을 치렀다. 예비경선에서 탈락한 양 지사와 최 지사는 다시 도지사로 돌아갔지만, 이 지사는 본선에 진출했음에도 아직 현직 신분을 유지하고 있다. 반면 원 지사는 대선 출마를 위해 1일 도지사직을 내려놨다.

원 지사가 사퇴를 선택한 건 “도지사직을 유지하면서 경선을 치르는 것은 공직윤리 면에서 납득이 안 된다”는 이유에서다. 반대로 이 지사는 “공무 때문에 선거운동에 제약이 크지만, 저는 제 정치적 이익을 위해 공직자의 책임을 버리지 않고 가능한 마지막 순간까지 최선을 다할 것”이라며 “태산 같은 공직의 책무를 함부로 버릴 수 없다”고 맞섰다.

두 사람의 말 모두 논리적으로는 납득이 가능하다. 다만 현실적인 측면에서 보면, 원 지사의 발언에 무게가 실린다. 과거 도지사직을 유지한 채 대선에 출마했던 한 지방자치단체 전직 공무원은 기자와 만나 이렇게 말했다. “도청에 일이 터졌는데 도지사는 다른 지방에 가있더라. 이러면 일이 안 되니까 공무원들도 그냥 손 놓고 있게 된다.”

우리나라가 지방자치제를 시행하는 이유는 지역의 특성을 고려한 정책을 펴고, 그 과정에서 신속한 의사 결정이 가능하게 하려는 것이다. 여름 휴가철을 맞아 주요 휴가지 지자체장들이 코로나19 확진자 추이를 지켜보면서 세밀하고 신속하게 거리두기 단계를 조정하는 건 지방자치제의 장점이 드러난 케이스다.

하지만 전 국민을 유권자로 하는 대선 후보는 관할 지역의 업무에만 집중할 수가 없는 입장이다. 실제로 이 지사는 7월 28일 TV토론이 끝난 뒤부터 30일 대구와 울산을, 31일 부산을, 8월 1일 전북과 충남을, 2일 충북을 찾는 등 전국을 누비고 있다. 본인의 의지와는 별개로, 경기도정에 차질이 불가피하다.

이렇게 지자체장이 외부로 돌기 시작하면 지역의 특성을 고려한 정책을 신속하게 집행하라는 지방자치제의 취지가 몰각된다. 또한 집중력이 분산되고 정책 결정 시 검토할 수 있는 정보의 양도 줄어들기 때문에, 합리적이지 못한 판단이 이뤄질 가능성도 높아진다. 당연히 그 피해는 도민에게 고스란히 돌아간다.

게다가 도정이 도민들을 위해서가 아닌, ‘대선 후보’인 지자체장의 필요에 의해 결정될 우려도 있다. 이 지사가 정부의 소득 하위 88% 재난지원금 지급안과 별개로 경기도민 전원에게 지원금을 지급하는 방안을 검토하겠다고 밝히자, 같은 당 김두관 의원이 “6명의 후보 가운데 유일한 현직 도지사가 집행권을 무기로 돈을 풀겠다는 게 ‘공정 경선’에 해당할 수 있겠느냐”며 “결정을 즉각 철회하라”고 반발한 게 대표적 사례다.

현직 지자체장이 대선에 나서는 걸 막을 수는 없다. 정권 재창출을 위해서든 정권 교체를 위해서든, 지자체장 역시 상황에 맞는 정치적 판단을 내릴 권리가 있다. 다만 현직 도지사가 신분을 유지하면서 대선에 출마하는 건 도민들에게 피해가 될 수밖에 없다는 점에서, 자신의 선택을 책임질 필요성도 분명히 있다. 이 지사와 원 지사의 논쟁을 주의 깊게 지켜봐야 하는 이유다.

담당업무 : 국회 및 국민의힘 출입합니다.
좌우명 : 인생 짧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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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퇴하고 2021-08-03 17:49:29
대선에 임해라. 그게 상식이지. 상식이 없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