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오너리스크…남양유업, 새 출발 진정성 ‘물음표’
또 오너리스크…남양유업, 새 출발 진정성 ‘물음표’
  • 안지예 기자
  • 승인 2021.08.02 15:5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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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대주주 홍원식 전 회장, 임시주총 일방적 연기
시장 신뢰 곤두박질…한앤컴퍼니 법적 대응 예고

(시사오늘, 시사ON, 시사온=안지예 기자)

홍원식 남양유업 회장이 5월 4일 서울 강남구 남양유업 본사에서 최근 자사 유제품 불가리스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억제 효과가 있다는 발표로 빚어진 논란과 관련해 대국민 사과를 하는 모습 연합뉴스
홍원식 남양유업 회장이 5월 4일 서울 강남구 남양유업 본사에서 최근 자사 유제품 불가리스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억제 효과가 있다는 발표로 빚어진 논란과 관련해 대국민 사과를 하는 모습 ⓒ연합뉴스

홍원식 전 남양유업 회장이 매각 절차를 돌연 연기하면서 남양유업의 새 출발에 빨간불이 켜졌다. 우여곡절 끝에 매각이 마무리된다고 하더라도 이미 소비자들은 또 한 번 등을 돌린 상황이라 이미지를 다시 끌어올리기는 사실상 힘들 것으로 보인다. 

2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남양유업은 지난달 30일 열릴 임시주주총회를 오는 9월 14일로 연기하겠다고 밝혔다. 당초 남양유업은 이날 임시주주총회에서 정관 변경, 윤여을 한앤컴퍼니 회장 등 신규 이사 선임 건을 의안으로 상정할 예정이었다. 

홍 전 회장을 비롯한 남양유업 오너일가는 지난 5월 27일 한앤컴퍼니에 지분 53%를 매각하는 주식매매계약을 체결했다. 한앤컴퍼니는 공정거래위원회의 기업결합승인을 포함한 모든 사전절차를 완료하고 이날 예정돼 있던 주식매매대금 지급 준비도 완료한 상태였다. 하지만 남양유업 측은 임시주주총회 당일 입장을 바꿔 거래종결 장소에 나오지 않았다. 주총 당일 매수인과 협의도 없이 일방적 통보로 일정이 연기되는 경우는 전례를 찾아볼 수 어려운 일이다.

남양유업은 “쌍방 당사자 간 주식매매계약의 종결을 위한 준비에 시간이 필요하다”고 연기 이유를 설명했지만, 한앤컴퍼니 측은 “매수인과의 협의는 물론 합리적 이유도 없이 임시주주총회를 6주간이나 연기토록 한 것은 주식매매계약의 명백한 위반”이라고 반발했다.

업계에서는 홍 전 회장의 의중을 정확히 알 수는 없으나 매각이 무산될 가능성도 있다고 보고 있다. 홍 전 회장이 변심한 이유로는 낮은 매각가가 거론된다. 오너일가가 보유한 전(全)지분을 약 3107억 원에 넘기기로 했지만 업계 일각에서 남양유업 몸값이 저평가됐다는 견해가 제기됐고, 이에 홍 전 회장 마음이 바뀐 것 아니냐는 시선이다. 매각 자체를 무산시키거나 더 비싼 가격에 팔려는 의중이라는 것이다.

구체적인 연기 배경을 떠나서 남양유업 오너 일가의 새 출발 의지에 진정성이 있었는지는 또 한 번 의문 부호가 붙은 것만은 분명해 보인다. 홍 전 회장이 대국민 사과 기자회견을 열었을 때도 반신반의하는 시선이 있었으나, 회사가 새 주인을 맞게 된다는 사실에 시장 기대감도 커진 게 사실이다. 하지만 이번 일로 소비자들은 완전히 등을 돌리게 됐다. 앞서 오너 일가의 지분을 매각하겠다는 발표에도 홍 전 회장이 3000억 원을 손에 쥐고 책임을 회피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이미 나온 바 있다.

홍 전 회장의 대국민 사과도 ‘보여주기식’이 아니었냐는 비판을 피할 수 없게 됐다. ‘불가리스의 코로나19 억제 효과 발표’에 따른 후폭풍이 커지며 홍 전 회장은 대국민 사과 이후 사퇴했다. 당시 홍 회장은 “온 국민이 코로나로 힘든 시기에, 당사의 불가리스와 관련된 논란으로 실망하시고, 분노하셨을 모든 국민들과 현장에서 더욱 상처받고 어려운 날들을 보내고 계신 직원, 대리점주 및 낙농가 여러분들께 진심으로 사과드린다”며 눈물까지 보였다. 또한 “저의 사퇴를 계기로 지금까지 좋은 제품으로 국민의 사랑에 보답하려 묵묵히 노력해온 남양유업 가족들에 대한 싸늘한 시선은 거두어 주시길 간곡히 부탁드린다”고 말하기도 했다.

경영 공백 역시 문제다. 앞서 불가리스 논란으로 홍 전 회장이 회장직에서 사퇴했고 이광범 대표도 사의를 표명한 상황이다. 회사 측은 주총이 정상적으로 진행됐다면 이달부터 한앤컴퍼니 주도 하에 경영 쇄신에 본격 나설 계획이었다.

남양유업은 그동안 폐쇄적인 기업문화와 오너 일가 중심 경영으로 크고 작은 논란이 발생해왔고 결국 매각 작업에서까지 리스크로 작용했다는 게 업계 중론이다. 한앤컴퍼니가 남양유업을 인수한 뒤 자연스레 오너리스크를 해소하고 이미지 개선 작업에 나설 계획이었지만, 또 한 번 터진 대형 오너리스크에 시장 신뢰는 바닥을 치고 있다.

한앤컴퍼니는 이번 사태가 주식매매계약의 명백한 위반인 만큼 남양유업에 법적 조치를 포함한 모든 대응 방안에 대한 검토가 불가피하다는 입장이다. 

한앤컴퍼니 측은 “임시주주총회에서 경영권 이전 안건을 상정조차 하지 아니하고, 현 대주주인 매도인의 일방적인 의지에 의해 6주간 연기된 점에 대해 한앤컴퍼니는 깊은 유감을 표명한다”며 “하루빨리 주식매매계약이 이행돼 지난 2개월간 남양유업의 임직원들과 함께 경영위기 극복을 위해 수립해온 경영개선계획들이 결실을 거둘 수 있게 되기를 고대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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