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창민의 의학이야기> 모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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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창민의 의학이야기> 모기
  • 이창민 자유기고가
  • 승인 2012.05.29 11: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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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오늘·시사ON·시사온=이창민 자유기고가)

바야흐로 6월이 코앞에 다가왔다. 거리마다 펼쳐지는 초록의 풍성함이 보는 이로 하여금 넉넉하고 흐뭇한 마음을 가지게 한다. 하지만 이러한 호사롭고 여유로운 느낌도 잠시, 서서히 올라가는 수은 기둥의 높이에 따라 사람들은 옷을 한 꺼풀 한 꺼풀씩 벗어젖히고, 급기야 땀을 줄줄 흘리고 연신 헉헉거리며 열기를 내뿜는 여름이 오고야 만다. 여름임을 알 수 있는 기준은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모기의 날갯짓 소리가 귀에 거슬리기 시작하는 시점이 본격적인 여름의 문이 열리는 시기가 아닐까 생각한다. 

아직 이른 감은 있지만 여름은 의외로 빨리 찾아오기에 미리 우리의 영원한 친구이자 숙적기도 한 모기에 대해 알아보기로 한다. 아시다시피 모기는 온도에 민감하다. 하여 추운 계절에는 활동이 없다가 날이 따뜻해지는 5월 말부터 서서히 활동을 시작하게 되며 여름을 절정으로 가을까지 기승을 부린다.

아는바와 같이 피를 빨아 먹고 사는 모기는 모두 암컷이다. 사실 모기 자신만을 위해서라면 구태여 위험을 무릅쓰고 남의 피를 빨아야할 이유가 없다. 그저 식물의 즙을 빨아 먹고 사는 것만으로도 충분하다. 실제로 수컷 모기는 짐승의 피를 빠는 법이 없다. 우아하게 식물의 즙만을 빨아 먹을 뿐이다. 하지만 암컷의 경우는 숙명적으로 처절한 삶을 살 수 밖에 없다. 암컷 모기가 피를 빨아야만 하는 이유는 암컷의 뱃속에 있는 모기의 알이 정상적으로 발육되기 위해서는 동물의 피 속에 있는 고단백의 영양 성분이 반드시 필요하기 때문이다. 이러한 고단백의 영양소가 없다면 모기는 정상적으로 번식을 할 수 없는 것이다.

모기의 입장에서 사람을 포함한 동물에게 피해를 주면서 피를 빠는 행위는 매우 위험한 것이다. 하지만 후손을 위하여 무수한 죽을 고비를 넘겨 가며 필사적으로 피를 빠는 행위는 지금 이 순간에도 지구상 어디선가는 항상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세상 모든 어머니들의 위대함을 다시 한 번 느끼게 하는 실로 아름다운 대목이다.

하지만 모기에게 물리면 어쨌든 괴롭다. 모기가 우리에게 주는 피해는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가장 즉각적이고 괴로운 피해는 바로 참을 수 없는 가려움이다. 모기에 물리고 나면 물린 부위가 벌겋게 부어오르고 가려워서 잠을 설치게 된다. 모기에게 물리면 왜 가려울까.

모기는 우리 몸에 앉은 후 자신의 침모양의 입을 피부에 꽂아 흡혈을 한다. 우리의 피는 외부로 나가게 되면 쉽게 굳어 버리는 성질이 있다. 모기의 입장에서 굳은 피를 빨아들이는 것은 매우 힘들기 때문에 침을 꽂은 즉시 피가 굳지 못하도록 하는 성분을 우리의 체내로 분비하게 된다. 그러면 우리 몸에서는 모기에서 나온 이러한 성분을 이물질로 여겨서 즉각적으로 이에 대한 면역반응을 한다. 히스타민이라는 물질을 물린 부위에 보내게 되며 이에 따라 우리는 가려움을 느끼게 되는 것이다.

다시 말하면 가려움증 및 부어오르는 증상은 모기 자체의 균 때문이 아니고 우리 신체의 과민반응에 의한 결과이다. 과거의 경험을 잘 돌이켜 보면 모기에 물린 직후에는 대부분 가려움증이 없으나 약간의 시간이 흐른 후 모기가 한창 피를 빨고 있는 시점에 가려움증이 나타났다는 사실을 알 수 있을 것이다.
 모기는 때로는 심각한 질병을 일으키기도 한다. 하지만 엄밀히 말하면 모기는 질병을 옮기는 것이지 이러한 질병의 근본적인 원인은 아니다. 다음 회에서는 우리나라에서 모기에 의해 매개되는 대표적인 질병에 대하여 알아보도록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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