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업 채비 나선 완성차 노조…사측은 경영 부담 가중 ‘골머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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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업 채비 나선 완성차 노조…사측은 경영 부담 가중 ‘골머리’
  • 장대한 기자
  • 승인 2021.08.09 15:0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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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아 노조, 10일 파업권 확보 위한 쟁의행위 찬반투표 돌입
한국지엠 노조, 잠정합의안 부결 대책 마련 위한 간부회의
르노삼성 노조, 전향적 제시안 없으면 쟁위행위 착수 검토

[시사오늘·시사ON·시사온=장대한 기자]

여름 휴가 전 임단협을 매듭짓지 못한 국내 완성차 업체들이 노조 파업 리스크 부상으로 골머리를 앓고 있다. 반도체 수급난 지속에 수입차들의 공세까지 겹치며 판매·생산이 모두 어려워지고 있는 가운데 노사관계 회복마저 요원해지고 있어 경영 부담이 가중되고 있기 때문이다.

9일 업계에 따르면 국내 완성차 업계의 올해 상반기 판매대수는 전년 동기간 대비 6.2% 감소한 7만6631대로 집계됐다. 점유율도 85%에서 81.9%로 감소했다. 해당 자료를 발표한 한국자동차산업협회는 "반도체 부족 속에서도 양호한 판매량을 기록했으나, 수입차 판매량이 역대 최대치를 기록하는 등 국내외 업체간 양극화가 심화되고 있다"며 우려감을 표했다.

이같은 상황에서 노사간 임단협이 파행으로 치닫고 있는 일부 완성차 업체들의 위기감 역시 더욱 높아진다. 하반기 판매 회복에 집중해야 하는 중요 과제를 받아들었음에도, 노사 임단협 줄다리기로 인해 불필요한 소모전을 지속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마나 여름 휴가 전 임단협 조인식을 마친 현대차와 기업 회생 갈림길에서 무분규 노선을 택한 쌍용차는 해당 리스크를 피해갔다. 다만 기아와 한국지엠, 르노삼성은 노조 파업까지 치달을 수 있는 가능성이 제기되는 등 악화일로를 걷고 있다.

기아의 경우, 최근 실적 호조세가 오히려 독이 됐다. 노조가 기본급 9만9000원 인상과 정년연장, 노동시간 단축 등을 요구한 것 외에도 지난해 영업이익의 30%를 성과급으로 돌려달라며 목소리를 높이고 있는 것. 나아가 기아 노조는 오는 10일 조합원들을 대상으로 쟁의행위 찬반투표를 진행, 사측에 대한 압박수위를 높여갈 전망이다. 

이번 찬반투표가 가결되면 노조는 파업권을 확보, 협상에서 유리한 고지를 점하게 된다. 사측 역시 최근 출고 물량 적체 해소를 위한 증산이 절실한 시점에서, 마냥 노조 요구를 무시하기 어려워져 파업을 막기 위한 절충안 마련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지난달 22일 한국지엠 노사간 14차 본교섭이 열린 모습. ⓒ 한국지엠 노동조합
지난달 22일 한국지엠 노사간 14차 본교섭이 열린 모습. ⓒ 한국지엠 노동조합

기아 노조가 쟁위행위 찬반투표에 나서는 10일, 한국지엠 노조 역시 본사 홍보관 강당에서 확대간부합동회의를 열고 향후 임단협 대책 수립에 돌입한다. 지난달 잠정합의안을 마련해 찬반 투표가 이뤄졌으나 조합원들의 지지를 얻지 못해 부결된 만큼, 향후 투쟁 방향을 정한다는 방침이다.

다만 노조가 주장하는 △기본급 9만9000원 인상 △성과급 통상임금의 150% 지급 △격려금 400만원 지급 등의 요구안과 앞서 부결된 잠정합의안(기본급 3만 원, 격려금 450만 원 지급 등)간의 격차가 상당해 추가 접점 마련에 진통이 예상된다. 여기에 내년 8월 이후 생산일정을 잡지못하고 있는 부평 2공장의 물량 확보 여부도 관건으로 떠오른다.

르노삼성은 경영난으로 인해 고강도 구조조정을 지속하고 있어, 노사 임단협이 더욱 열악한 처지에 놓였다. 그나마 사측은 여름 휴가전인 지난달 11차 본협상 자리에서 기본급 동결과 일시금 500만 원 지급 등을 제시했으나, 노조가 강하게 반발해 수포로 돌아갔다. 노조는 기본급 7만1687원 인상, 격려금 700만 원 지급 등을 요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며, 이번주 예정인 협상 결과에 따라 쟁의행위 절차에 착수할 전망이다.

업계는 협상여력이 있는 기아와 달리 수익성 악화를 겪고 있는 한국지엠과 르노삼성은 노사간 임단협 잠정합의안 마련에 상당한 시일이 걸릴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경쟁력 회복이 우선'이라는 사측과 '회사를 위해 참을만큼 참았다'는 노조의 입장차가 팽팽해서다. 다만 파업으로 치달을 경우, 회사 구성원 모두에게 '독'이 될 수 있는 만큼 조심스러운 접근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나온다.

한 업계 관계자는 "노조 리스크를 바라보는 국민 여론의 악화는 결국 브랜드 경쟁력 저하로 이어질 수 밖에 없다"며 "여름 휴가 전 교섭이 실패했지만, 추석 전까지 최대한 합의안을 도출해 파업이라는 최악의 상황을 피할 수 있도록 노사 모두 노력해야 한다"고 전했다.

담당업무 : 자동차, 항공, 철강을 담당하고 있습니다.
좌우명 : 생각하는 대로 살지 않으면, 사는대로 생각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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