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라인 판매 시작’ 경륜·경정…기자가 해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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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라인 판매 시작’ 경륜·경정…기자가 해봤다
  • 박지훈 기자
  • 승인 2021.08.09 15:53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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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리하게 설계된 앱…곳곳에 ‘사행성 베팅 근절 캠페인’등 고심 엿보여
온라인 경마 허용도 관심사…“온라인 마권 판매 금지는 명백한 차별”

[시사오늘·시사ON·시사온=박지훈기자)

ⓒ경륜
6일 경륜·경정의 온라인 발매가 시작됐다.ⓒ스피드온

6일 경륜·경정의 온라인 발매가 시작됐다.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 19)로 인해 경륜·경정이 장기간 휴장하자 관련 직종 종사자들의 생계가 위태로워졌다. 공공기금 조성에도 악영향을 끼치는 등 사태가 심각해지자 지난 5월 21일 국회에선 경륜·경정 온라인 발매 서비스에 대한 내용을 담은 '경륜·경정법 개정안'이 의결됐다. 

경륜·경정의 온라인 진출은 경마가 ‘사행성 우려’로 온라인 오픈이 막혀있는 것과 대조적이다. 온라인 경륜과 경정은 어떤 모습인지, <시사오늘> 기자가 직접 경험해봤다.

 

첫인상, 편의성 좋고 깔끔한 앱


‘스피드 온’ 앱을 다운로드 받는데 절차가 조금 독특했다. 안드로이드 기준, 플레이스토어가 아닌 경륜이나 경정 누리집에 들어가서 다운로드 받을 수 있다.

인터페이스(UI)가 직관적으로 구성돼 이용자는 편리하게 온라인 표를 구매할 수 있고, 베팅 후 경주 결과와 최종 배당율을 확인하기도 간편했다. 기자같은 문외한을 위해 용어설명이나 이용안내가 부족한 것이 살짝 아쉬웠던 개인적 감상을 제외하면 ‘앱’ 그 자체로는 합격점을 줄만했다. 입금도 간편했다. 입금을 위한 가상계좌를 발급받고, 베팅 성공 시 환급받을 계좌를 입력하면 된다. 약 5분여 만에 이 과정이 완료됐다. 평소 경륜·경정에 밝은 회사 동료에게 조언을 얻어 기자가 직접 베팅을 해봤다. 경기 시작 직전까지도 베팅이 가능했으며, 몇 백원 단위의 소액만 할 수도 있어 심리적인 부담이 상당히 경감됐다.

다만 낯선 용어와 숫자로 표기된 칸은, 단순하고 보기는 쉽지만 대신 설명이 생략돼 경륜·경정 유경험자가 아니면 선뜻 이용하긴 어려워 보였다.

 

‘사행성 방지’ 고심 돋보였다


ⓒ스피드온 화면
기자가 가장 관심을 두었던 부분은 과연 온라인 경륜∙경정이 ‘사행성 논란’을 어떻게 돌파했을지였다. 국민체육진흥공단 측은 이 부분을 3 단계를 거쳐 부각시켰다.ⓒ스피드온 화면

기자가 가장 관심을 두었던 부분은 과연 온라인 경륜∙경정이 ‘사행성 논란’을 어떻게 돌파했을지였다.

국민체육진흥공단 측은 이 부분을 3 단계를 거쳐 부각시켰다. 우선 스피드온 어플리케이션을 다운 받은 후, 회원가입 시 '건전이용 서약서 동의'란이 나타난다. 이 동의란은 스크롤을 끝까지 내려야 동의할 수 있게 설정됐다. 동의를 마치면 가입이 완료된다. 다음으로 가입이 끝나면 ‘건전구매지킴이’라는 정보입력 단계를 거쳐 자신의 성향을 진단해 게임 몰입도에 알아보고 승자투표권 구매를 위한 기간별 자기한도 설정을 필수로 입력해야 한다. 마지막으로 '게임중독 예방교육' 동영상을 끝까지 시청해야 본격적으로 베팅을 할 수 있다. 3단계를 걸쳐서 경고를 표시하는 모습에서 국민체육진흥공단의 사행성에 대해 어떻게 고지할 것을 고심했는지 엿볼 수 있다.

 

기자가 직접 배팅하고 본 결과


기자는 광명돔 제 1경기에 베팅을 해봤다. 난생 처음하는 경륜인지라 큰 돈을 넣을 용기가 없어서 5000원을 충전했다. 어떤 선수가 더 잘하는지, 선수 등급에 대해 잘 몰라서 동료 기자에게 숫자를 불러달라하고 그 선수에게 단승 1000원을 배팅했다. 또한 안전하게 한명을 더 지목해서 총 2명에게 1000원씩 배팅을 했다. 아쉽게도 둘 모두 순위에 들지 못했다. 돈을 따지는 못했지만, 기자는 돈이 아깝다는 생각에 앞서 재미를 느꼈다. 또한 중독 방지를 위해 회원가입 전 설정해놓았던 한도 금액 덕에 과한 몰입을 피할 수 있어서 적절한 선에서 경륜·경정을 즐길 수 있었다. 이런 점을 고려하면, 스피드온은 적절한 선의 사행성과 재미를 모두 갖췄다고 생각한다.

국민체육진흥공단 측은 온라인 경륜·경정 판매를 일종의 '선제적 대응'으로 평가한다. 많은 고객들이 불법 도박으로 유입돼 합법 사행산업을 이용하던 고객들이 한 번 불법 도박 사이트로 유입되면 쉽사리 벗어나지 못한다는 설명이다. 다시 합법 사행산업으로 돌아온다고 하더라도 다시금 국내 프로스포츠 경기가 중단되었을 때 고객들이 불법 도박 사이트를 이용하지 않을 것이란 보장도 없기에 경륜경정 온라인 발매 서비스는 반드시 시행되어야 할 사항이었다.

또한 효과적이고 효율적인 공공재정 조성이 가능해졌으며, 고객들의 경륜경정 비대면 서비스 수요를 충족시킬 수 있게 되어 관중이 경기장을 찾지 못하는 상황이 오더라도 비관중 경기를 운영할 수 있게 되어 관련 종사자들의 생계유지도 어느 정도 해결을 할 수 있게 될 것이다. 코로나 19 이후 우후죽순 생겨나던 불법 도박 사이트에 대한 확산을 방지하여 안정적인 합법 사행산업 운영이 가능해질 것으로 예상된다.

 

온라인 경마도 충분히가능하다


취재 중 마사회의 온라인 마권 판매는 왜 이뤄지지 않는지 의문이 들었다. 경마도 경륜·경정과 비슷한 구조로 굴러가지만 왜인지 온라인 마권 판매는 여전히 시행되지 않는다. 온라인 마권 판매가 풀리지 않는 이유는 주관하는 단체가 다르기 때문이다.

경마는 농림축산식품부(농림부) 소속 마사회에서 운영하는 한편 경륜·경정은 문화체육관광부 산하 국민체육진흥공단 경주사업본부에서 운영한다. 둘의 주관사가 달라 경륜·경정 개정안이 발의됐을 때 온라인 마권 판매는 제외됐다. 온라인 마권 판매를 개시하기 위해 국회에 여야 국회의원들이 개정 법안을 발의 했으나, 농림부의 반대로 현재 법안은 계류 중이다. 농림부는 사행성 조장을 이유로 반대하는 입장이며 마사회는 농림부의 반대에 난처해졌다.

코로나 19가 창궐한 뒤 관중의 경기 관람이 금지되면서 마사회는 창립 이후 최대 규모의 적자를 보고 있다. 마사회와 연관된 2만 4000여 개의 업체도 현재 파산 위기에 몰려있다. 마사회는 현 상황을 타개하기 위해선 온라인 마권 판매를 해야 하는 입장이다.

마사회 한 관계자는 9일 본지 통화에서 “온라인 마권 판매는 전 세계적인 추세다. 코로나 19 이전부터 오프라인으로만 마권을 판매하는 건 우리나라와 말레이시아뿐”이라며 “코로나 19 이후 경마와 관련된 업체들은 줄도산 위기에 처해있다. 말 산업계 생존을 위해서 온라인 마권 발매는 필수다”라고 말했다.

이어서 해당 관계자는 “경륜·경정의 온라인 베팅은 허용해주고 비슷한 원리로 사업을 하는 경마의 온라인 마권 판매 금지는 명백한 차별”이라며 “비대면 사회로 가는 현 상황에서 온라인 마권 판매 금지는 차별이자 시대를 역행하는 것”이라고 아쉬움을 밝혔다.

 

담당업무 : 정경부 기자입니다.
좌우명 : 확실하고 공정하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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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경수 2021-08-11 21:38:42
솔직하고 생생한 온라인배팅 체험기를 보니 나도 한번 재미삼아 해보고싶네요.
남보다 앞서 행동으로 보여주신 기자님을 응원합니다.
마권도 온라인 우사회 우권도 온라인으로 구매하여 즐길수 있는 날이 오기를 기대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