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空約’ 판치는 북가좌6구역… “관계당국 사전점검 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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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空約’ 판치는 북가좌6구역… “관계당국 사전점검 필요”
  • 박근홍 기자
  • 승인 2021.08.09 16:1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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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L이앤씨-롯데건설, 모두 실현 불가능 空約 내세워
향후 입찰 취소 등 사업 늦어질 시 조합원 피해 우려

[시사오늘·시사ON·시사온= 박근홍 기자]

올해 하반기 서울 도시정비사업 중 최대어로 평가되는 서대문구 북가좌6구역 재건축사업 수주전에 '공약'(公約)이 아닌 실현 불가능한 '공약'(空約)이 판을 치고 있다. 조합원들의 피해뿐만 아니라, 도시정비사업시장 전반에 부작용이 우려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으나 관계당국은 사실상 손을 놓고 있는 모양새다.

달콤한 사업제안들…따지고 보면 실현 가능성 '미지수'

DL이앤씨(구 대림산업)가 북가좌6구역 조합에 제시한 공약들 ⓒ 독자 제공
DL이앤씨(구 대림산업)가 북가좌6구역 조합에 제시한 공약들 ⓒ 독자 제공

9일 업계에 따르면 북가좌6구역 사업에 입찰한 DL이앤씨(구 대림산업)는 '인테리어 업그레이드 1000만 원 제공', '조합원 분양가 최소 60% 이상 할인', '조합원 분담금 입주 2년 유예' 등을 조합 측에 제안했다. 정비업계 관계자들은 DL이앤씨의 이 같은 제안에 문제의 소지가 있다고 입을 모은다.

우선, 인테리어 업그레이드 1000만 원 제공 공약의 경우 조합원들에게 시공과 전혀 관련이 없는 금전·재산상 이익을 제공해 표를 사려고 한다는 지적이다. 국토교통부 정비사업 계약업무처리기준에서는 건설업자 등은 입찰서 작성 시 이사비와 이주비 등은 물론, 시공과 관련 없는 금전이나 재산상 이익은 제공하거나 제안을 해서도 안 된다고 규정한다.

정비업계의 한 관계자는 "수주전에서 보이고 있는 전형적인 매표 행위에 불과하다"며 "인테리어는 시공사의 기본적인 업무 범위에서 벗어나 도정법(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에서 금지하고 있는 재산상 이익 제공에 해당한다"고 꼬집었다.

조합원 분양가 최소 60% 이상 할인 조건도 무리가 있다는 게 지배적인 견해다. DL이앤씨는 해당 조건을 통해 조합원들에게 10억 원 이상의 프리미엄을 제공하겠다는 계산이지만, 조합원 분양가는 조합에서 관리처분계획에 따라 결정하는 사안이기에 시공사가 결정할 수 없어 실현 가능성이 희박하다는 것이다.

익명을 요구한 한 대형 건설사 관계자는 "분양가는 역시 분양가 심의위원회를 통해 일반 분양가를 정한 후 이에 맞춰 감정평가를 통해 조합원 분양가를 결정하는 것이지 시공사가 결정할 수 있는 사안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아울러 아파트(935평), 상가(700평)의 분양면적을 추가 확보해 수입을 극대화하겠다는 약속도 감언이설이라는 평가가 주를 이룬다. DL이앤씨는 이를 통해 아파트 467억 원, 상가 350억 원의 이익을 낼 것이라고 내세우나, 인허가가 완료되지 않는 사항에서 분양수입 증가 여부는 불투명하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확정적으로 이익을 보장하겠다는 것 역시 법 위반 사항이다. 

특히 조합원 추가분담금 입주 2년 후 납부 제안에 대해서는 북가좌6구역 조합 내부에서도 회의적인 반응이 상당한 것으로 전해진다. 공사비를 어떻게 조달할 것인지 이해하기 어렵다는 이유에서다. DL이앤씨는 해당 금액에 대한 금융비용을 수익자가 부담한다는 조건을 내걸었다. 신탁 형식으로 진행되는 이번 사업에서 추가분담금 납부 연기는 결국 시공사가 시행사인 신탁사로부터 공사비를 받는 시기를 미뤄야 한다는 의미다. 그러나 현재 DL이앤씨는 해당 이자비용에 대해 조합이나 한국토지신탁과 협의한 사항이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익명의 한 신탁사 관계자는 "DL이앤씨가 시공 입찰제안서에 명시한 추가분담금 입주 2년 후 납부 내용은 전혀 협의된 바 없다"고 밝혔다. 또한 앞선 대형 건설사 관계자는 "DL이앤씨가 조합원 분담금 2년 유예와 후분양제, 분양 수입금 내 기성 등 3가지 조건을 내걸었는데, 이를 모두 충족시 공정률 70%까지 DL이앤씨는 공사비를 전혀 받지 못한다. 도대체 어떤 자금으로 공사를 수행하겠다는 건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공약(空約)이 판을 치는 건 경쟁사인 롯데건설도 마찬가지다. 롯데건설은 스카이 커뮤니티 4개소, 복합몰 연계 개발계획, 공원부지 내 기부채납시설 제공 등을 조합 측에 제안했다. 하지만 조합이 제시한 가이드라인을 살펴보면 주동과 주동을 연결하는 스카이브릿지 설치는 불가능하며, 주동 최상부에 설치하는 커뮤니티 시설은 3개소로 계획해야 한다고 명시돼 있다.

복합몰 연계 개발계획 역시 가능성이 희박해 보인다. 롯데건설은 DMC역 복합역사와 북가좌6구역을 연계하겠다는 조건을 내세웠으나, 이는 서울시 건축심의 기준과 정비계획 기준에 따라야 하는 사항이어서다.

"서울시·국토부 직접 나서야 조합원 피해 줄여"

북가좌6구역 조합에 DL이앤씨(왼쪽), 롯데건설이 각각 제안한 투시도 ⓒ 독자 제공
북가좌6구역 조합에 DL이앤씨(왼쪽), 롯데건설이 각각 제안한 투시도 ⓒ 독자 제공

이처럼 실현 가능성이 떨어지는 공약들로 인해 수주전이 과열되고 있지만 이를 감시·감독해야 할 서울시, 국토부 등 관계당국은 사실상 손을 놓고 있는 상황이다. 물론, 서울시는 최근 서대문구청에 '주택재건축 사업시행 관련 관리·감독 철저 요청' 공문을 보내긴 했으나 보다 적극 나서지 않으면 조합원들의 자칫 피해가 커질 수 있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일례로 용산구 한남3구역 재개발 사업의 경우 관계당국이 구경만 하는 과정에서 수주전이 과열됐고, 결국 뒤늦게 서울시와 국토부가 뛰어들면서 시공사 선정이 6개월 가량 늦춰졌다. 당시 입찰 참여사들은 사업비·이주비 등 무이자 지원, 분양가 보장 등 공약(空約)을 제시해 사회적 물의를 빚은 바 있다.

또 다른 정비업계 관계자는 "정부가 시공권 수주과정에서 3회 이상 비리를 저지른 건설사를 정비사업에서 영구 퇴출하는 제도를 추진하고 있지만 실제 제도가 제대로 운영되고 있는지 의문"이라며 "시공사들이 일단 수주하고 보자는 식의 제안으로 결국 시공사 계약해지나 사업 지연 등이 피해가 늘고 있어 관계당국의 적극적인 감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담당업무 : 건설·부동산을 중심으로 산업계 전반을 담당합니다
좌우명 : 隨緣無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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