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혼란의 북가좌6구역, 국토부·서울시 ‘공정관리’ 나서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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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혼란의 북가좌6구역, 국토부·서울시 ‘공정관리’ 나서야
  • 박근홍 기자
  • 승인 2021.08.09 16:4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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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계당국, 제도 마련 전이라도 지금 당장 할 수 있는 일 해줘야

[시사오늘·시사ON·시사온= 박근홍 기자]

재개발, 재건축 등 도시정비사업은 규모가 크고 얽힌 사람이 많다 보니 늘 시비가 끊이지 않고, 탈법 불법 소지도 항상 있어 왔다. 사회적 이슈로 부각되는 경우가 다반사인지라 업계에서는 자발적으로 투명하고 합리적인 경쟁을 강조하기도 하고, 정부가 나서서 공정한 개발을 언급하기도 한다. 하지만 조합원 중 달콤한 이익을 제공하면 쉽게 자기편으로 만들 수 있는 사람들이 있다는 걸 아는 건설사 입장에서는 이 같은 유혹을 완전히 걷어 내기란 참으로 힘든 일이다. 그래서 재개발·재건축 사업장에서는 늘 잡음이 생기고, 지금도 계속되고 있다. 과거에 비해 맑아지고 있긴 하지만, 여전히 '공정한 심판'이 필요한 혼탁한 시장이다.

때문에 문재인 정부는 시공권 수주과정에서 3회 이상 비리를 저지른 건설사를 도시정비사업에서 영구 퇴출하는 내용의 '삼진아웃' 제도를 최근 다시 추진 중에 있으며, 정비계획 수립 시 주민의 분담금 추산액 등 정보를 사전에 제공하는 방안도 도입할 예정이다. 국토교통부는 2021년 주거종합계획에 정비사업 투명성·공공성 강화 방안을 마련하고, 올해 말까지 관련 법안을 강구한다는 방침을 밝혔다. 입찰 공정성을 확보하기 위해 분양가 보장 등 시공과 관계없는 제안 금지사항을 구체화하고, 처벌기준도 제시한다. 구체적으로는 분양가상한제 회피나 재건축부담금 대납, 분양가 보장, 임대주택 제로 등을 제안하는 행위를 금지한다는 계획이다. 또한 지방자치단체와 합동점검을 지속적으로 시행하고, 지자체의 관리·감독 강화를 위해 '조합점검 매뉴얼'에 대한 안내와 교육도 실시한다.

그러나 진정성은 떨어지는 것으로 여겨진다. 당장 벌어지고 있는 일에도 손을 놓고 있기 때문이다. 현재 진행되고 있는 서울 서대문구 북가좌6구역 재건축사업 수주전 현장에서는 잡음이 지속 발생하고 있다. 때문에 현행 법 테두리 안에서라도 선제적 관리감독에 나서야 한다는 지적이 끊이질 않는 실정이다. 북가좌6구역에서는 DL이앤씨(구 대림산업)와 롯데건설의 2파전으로 시공권 경쟁이 치열하게 펼쳐지고 있다. 이달 중 시공사 결정을 앞두고 있는 두 회사의 제안 내용에 법이나 조합규약을 벗어난 부분이 많은 것으로 보인다는 게 업계 관계자들의 주된 견해다(관련기사: ‘空約’ 판치는 북가좌6구역… “관계당국 사전점검 필요”, http://www.sisaon.co.kr/news/articleView.html?idxno=130352).

DL이앤씨 금전적 이익 제공, 노골적 제안
롯데건설 '대안설계', 가이드라인 벗어나진 않았지만…

DL이앤씨는 '분양가를 60% 할인해 주겠다', '조합원 분담금 100% 2년간 유예하겠다', '가구당 인테리어 업그레이드 비용 1000만 원을 책정하겠다'는 등 조합 측에 직접적인 경제적 이득을 제안하고 나섰다. 현행법에서는 정비사업 입찰 과정에서 시공과 관련 없는 금품, 재산상의 이익 제공 등을 금지하고 있다. 국토교통부 정비사업 계약업무 처리기준에 따르면 건설업자 등은 입찰서 작성 시 이사비, 이주비 등은 물론, 시공과 관련 없는 사항에 대한 금전이나 재산상 이익을 제공하는 제안을 해선 안 된다. 

특히 분담금 2년 후 납부와 분양가 할인 조건은 문제 소지가 커 보인다. 분양가 상한제 적용 지역에서 신탁사를 통해 사업이 진행되는 탓에 실현되기 어렵고, 시공과도 관련이 없어서다. 분양가 역시 분양가 심의위원회를 통해 일반 분양가를 정한 후 이에 맞춰 감정평가를 통해 조합원 분양가를 결정하는 사안인 만큼, 건설사가 일방적으로 정할 수 없는 부분임이 명백하다. 인테리어에 대해서는 기본적인 시공 영역이라는 긍정적 입장도 있다. 그러나 이는 엄밀히 말하면 조합원들이 지불하는 공사비 안에 다 들어가 있는 걸 마치 시공사가 선물하는 것인 양 홍보하는 것과 다를 게 없다는 생각이다. '과잉홍보' 또는 '거짓홍보'에 해당돼 지나친 행태라는 지적을 피할 수 없는 대목으로 보인다.

롯데건설은 제안 요청서에서 조합 측이 가이드라인으로 제시한 영역을 넘어선 제안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에 따르면 롯데건설은 스카이 커뮤니티 4개소, 복합몰 연계 개발계획, 공원부지 내 기부채납시설 제공 등 내용을 제안했는데, 이 같은 내용은 입찰제안의 요건을 벗어난 항목들로 판단된다. 향후 조합원 피해 등 문제가 발생하지 않도록, 적절한 '대안설계'로 볼 수 있는지 미리 점검하는 게 옳다는 생각이다. 또한 롯데건설은 DMC역 복합역사와 북가좌6구역을 연계하겠다는 청사진을 제시했다. 이를 두고 서울시 건축심의 기준, 정비계획 기준에 따라야 하는 사항을 개별 재건축에 적용하겠다는 건 무리수라는 지적이 상당하다.

이 같은 사항들에 대해 업계 관계자와 여러 언론에서는 "포괄적으로 봤을 때 DL이앤씨 측의 금품관련 제안들은 시공과 관련 없는 제안이고, 시공사가 분담금 납부 시기, 할인가 등을 임의로 제안했다가 추후 법적 문제가 제기될 수 있다"고 우려한다. 롯데건설의 제안에 대해서도 "나중에 탈락한 쪽에서 시비를 걸 소지가 다분하기 때문에 사전에 충분한 점검을 거치는 것이 좋다"고 꼬집고 있다.

재건축 지연은 조합원 직격타…관리감독 빠를수록 좋다 

언뜻 보면 양사 모두 조합원들에게 이익이 될 제안을 한 것 같지만, 실상은 그 반대가 될 가능성이 높다. 재개발·재건축은 많은 조합원들에게 오랜 시간 동안 계획하고 추진하면서 일생의 주거계획을 세우는 중대사안이다. 그 일정에 맞춰 임시 거처를 마련하고, 자금충당 계획을 세운다. 심지어 직장을 바꾸기도 한다. 그런데 그 일정이 지연되면 어떤 일이 벌어지겠는가. 시공사의 일탈적, 탈법적 제안과 조치는 당장 아무런 문제가 없이 진행된다고 해도, 사후 법적 소송이나 조합총회를 통한 시공권 박탈 등으로 이어질 수 있다. 이렇게 되면 그동안 조합원들이 추진해온 수많은 일정과 계획들이 모두 공염불이 된다. 처음부터 다시 시작하면 그나마 다행인데, 뒷수습에 세월을 보내다 사업 자체가 표류할 수 있다. 

이런 사태를 막는 방법이 합리적이고 공정한 과정을 통한 시공사 선정이다. 실제로 사상 최대 도시정비사업으로 꼽히는 한남3구역 재개발이 시공사 재선정이라는 사상초유의 사태를 맞은 것이 불과 얼마 전이고, 이번 북가좌6구역에 참전한 DL이앤씨의 경우 여러 가지 이유로 올해 들어서만 7차례나 확보한 시공권을 해지당했다. 이를 방지하기 위해서는 조합에서는 미리 꼼꼼히 시공사들의 제안서를 살펴보고, 규정을 어긴 부분이 있으면 시정을 요구하거나 입찰자격을 박탈하는 등 적절한 조치를 취해야 한다. 건설사들도 합리적이고 적절하게 선을 지키며 제안을 하고 시공에 나서야 한다. 

무엇보다 중요한 건 서울시와 국토부 등 관리감독 책임이 있는 기관에서 위법 가능성이 제기된 현장에 대해 선제적이고 합리적인 조치를 취해야 한다는 것이다. 돌이켜야 하는 또는 돌이킬 수도 없는 시점에 이르기 전에 '공정한 심판'으로서 역할을 하면 된다. 유권해석이 필요한 부분은 명확하게 해석하고, 행정적 법적 조치가 필요한 대목에서도 그리하면 된다. 법을 고치기 전이라도 먼저 실천할 수 있는 일들을 하는 것, 그것이 조합원들의 불필요한 손실을 막는 길이다. 

담당업무 : 건설·부동산을 중심으로 산업계 전반을 담당합니다
좌우명 : 隨緣無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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