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텔링] 최재형과 이회창의 평행이론…결과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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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텔링] 최재형과 이회창의 평행이론…결과는?
  • 정진호 기자
  • 승인 2021.08.11 16:5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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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고-서울대 법대-사법고시 출신 엘리트…밀려난 비주류에 손짓하는 정치 행보도 유사

[시사오늘·시사ON·시사온= 정진호 기자]

최재형 전 감사원장의 행보가 이회창 전 한나라당 총재를 떠올리게 한다는 평이다. ⓒ시사오늘 김유종
최재형 전 감사원장의 행보가 이회창 전 한나라당 총재를 떠올리게 한다는 평이다. ⓒ시사오늘 김유종

최재형 전 감사원장은 여러모로 이회창 전 한나라당 총재와 닮았습니다. 경기고와 서울대 법대를 졸업하고 사법고시에 합격하는 전통적 ‘엘리트 코스’를 밟은 것부터, 감사원장을 지내는 동안 권력에 타협하지 않는 소신 있는 모습을 보여 대권주자로 떠오른 것도 유사합니다. 강단 있는 ‘원칙주의자’ 이미지도 비슷한 점입니다.

그런데 최근 최 전 원장의 행보를 보면, 정치적인 면에서도 이 전 총재를 떠오르게 하는 부분이 있습니다. 최 전 원장은 지난 6일 경북 구미 상도동에 있는 박정희 전 대통령 생가를 찾아 이렇게 말했습니다.

“박정희 전 대통령은 우리나라 산업화와 오늘날 우리가 누리는 이 번영의 기초를 닦았다. 새마을 운동을 통해 우리도 잘살 수 있다는 자신감을 불어넣어 줬고 선진국 반열에 오를 수 있는 정신적 토대를 닦았다.”

그러면서 이렇게 덧붙였습니다.

“문재인 대통령이 국민 통합을 원한다면 오늘이라도 박근혜 전 대통령 사면의 용단을 내려야 한다.”

보수 진영 대권주자들이 대구를 찾아 박정희 전 대통령을 기리는 건 정석(定石)과도 같습니다. 그러나 박근혜 전 대통령 사면을 주장하는 건 조금 다른 문제입니다. 지난달 26일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두 전직 대통령 사면에 대해 “(문재인) 대통령이 헌법이 부여한 고귀한 권한을 좋은 뜻에서, 국민통합을 위해 잘 행사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던 것을 상기해 보면, 최 전 원장의 발언은 조금 더 두드러집니다.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이후 전국 단위 선거에서 연전연패(連戰連敗)한 국민의힘은, 지난 4·7 보궐선거를 통해 당내 주류 세력을 교체했습니다. 중도보수를 자처하는 오세훈 서울시장과 박형준 부산시장의 경선 승리는 그 상징이었고, 이명박·박근혜 전 대통령 구속과 직접적으로 연관이 있는 윤 전 총장의 ‘야권 대선주자 1위’ 등극도 같은 맥락에서 이뤄진 사건이었습니다.

문제는 당내에 이미 ‘중도보수의 상징’인 대선주자가 많다는 점입니다. 유승민 전 의원과 원희룡 전 제주지사는 물론, 태생적으로 박근혜 전 대통령에게 다가가기 어려운 윤 전 총장도 중도보수 쪽에 ‘지분’을 갖고 있죠. 이러다 보니 최 전 원장은 ‘레드오션’인 중도보수보다 무주공산(無主空山)인 구 주류세력을 타깃으로 삼은 모양새입니다.

최 전 원장이 “선친께서 박정희 전 대통령이 국가재건최고회의 의장 시절에 2년 동안 총비서관으로 가까이에서 모신 개인적인 인연이 있다”거나 “어렸을 때 연말에 청와대에서 비서관들이 모여서 연말 파티할 때 같이 청와대에 가서 파티를 즐겼던 기억이 있다”며 박정희 전 대통령과의 인연을 강조하는 건 ‘박정희 향수’를 간직하고 있는 TK(대구·경북)에 보내는 러브콜이나 다름없죠.

그리고 이 장면, 제15대 대선을 앞두고 이회창 전 한나라당 총재가 사용한 전략을 떠오르게 합니다. 1990년, ‘3당 합당’을 단행하며 ‘호랑이굴’로 들어간 YS(김영삼 전 대통령)는 민주자유당 내에서 군부독재세력의 후예격인 민정계를 몰아내기 시작했습니다. 그렇게 민정계는 당내 주도권을 잃고 뒷방으로 밀려나게 됩니다.

하지만 이 전 총재가 1997년 대선에 도전하면서 분위기가 달라집니다. 당내 세력이 없었던 이 전 총재는 비주류로 전락한 민정계와 손을 잡았고, TK를 중심으로 세를 불려나가기 시작했습니다. 그 결과 이 전 총재는 민주계 후보들을 꺾고 신한국당 대선 후보가 될 수 있었죠.

다만 이 전 총재는 짙어진 보수 색채로 인해 중도보수의 표를 잃을 수밖에 없었고, 설상가상으로 아들 병역 면제 의혹이 터지면서 ‘최종 관문’을 통과하는 데는 실패했습니다. 과연 최 전 원장은 ‘구 주류’의 손을 잡고 국민의힘 대선 후보가 될 수 있을까요. 대선 후보가 된다면, 본선에서는 이 전 총재의 실패를 극복할 수 있을까요.

담당업무 : 국회 및 국민의힘 출입합니다.
좌우명 : 인생 짧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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