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태승 회장의 ‘근거 있는 자신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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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태승 회장의 ‘근거 있는 자신감’
  • 윤종희 기자
  • 승인 2021.08.13 13:2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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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오늘·시사ON·시사온=윤종희 기자]

유행어로 '근자감'이다. 다만 뜻은 세간에서 쓰이는 것과 조금 다르다. '근거 있는 자신감'이다. 요즘 손태승 우리금융지주 회장을 한마디로 표현하자면 그렇다.

손 회장은 지난 9일 열린 ‘하반기 그룹 경영전략 워크숍’에서 ‘시장의 판을 흔들자’고 주문했다. “모든 사업에서 최고의 속도를 내고 획기적인 전략으로 시장의 판을 흔드는 게임 체인저가 돼야한다”는 지론이다. 평소 침착하고 조용한 성격으로 알려진 그이기에 이 같은 ‘박력’이 새롭다는 평이 나왔다.

ⓒ 시사오늘 이근
ⓒ 시사오늘 이근

이날 손 회장은 “MZ세대는 그룹의 미래가 아닌 현재를 이끄는 주축 세대”라면서 “MZ세대가 공감할 수 있는 새로운 기업 문화를 함께 만들자”고도 강조했다. 비록 많이 달라졌지만 금융권이 여전히 다소 고전적인 사내 분위기를 유지하고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파격적인 언사다.

그 배경엔 손 회장의 강한 자신감이 있다. 손 회장은 앞서 지난 3일엔 우리금융지주 주식 5000주를 매입했다. 이로써 총 9만3127주의 자사주 보유자가 됐다. 손 회장은 2018년 3월 우리은행장에 취임한 이래 총 14차례에 걸쳐 자사주를 대거 사들이며 책임경영 의지와 함께 자신감을 표명했다. 

자신감의 근거를 의심할 새도 없었다. 우리금융은 올 상반기 1조4197억 원의 당기순이익을 기록, 지주 전환 이후 사상 최대 실적을 시현했다. 이는 1년 전(6605억 원)보다 무려 114.9%(7592억 원) 급증한 것으로, 6개월 만에 이미 지난해 전체 순익(1조3073억 원)을 넘어선 수치다.

당연히 그냥 나온 성과가 아니다. 시간을 거슬러 지난 2018년 3월 손 회장의 우리은행 취임 직전으로 가 보자. 우리은행은 안팎으로 꽤나 어수선한 분위기였다. 심지어 외부에서 새로운 수장을 영입해야한다는 목소리까지 있었을 정도다. 이런 상황에서 지휘봉을 잡은 만큼 그가 어떻게 방향타를 잡을지에 이목이 쏠렸다.

당시 손 회장은 ‘중심성성(衆心成成)’과 ‘일심전진 석권지세(一心前進 席卷之勢)’라는 한자성어를 내걸었다. 각각 여러 사람이 한마음으로 일치단결하면 아무도 넘볼 수 없는 강한 성이 될 수 있고, 모두가 한 마음 한 뜻으로 노력한다면 거침없이 휩쓸며 나갈 수 있다는 뜻이다.

이렇게 단합에 방점을 둔 손 회장은 직접 현장으로 직원들을 찾아다니며 단합을 호소하고 소통했다. 특히 인사 갈등 때문에 조직이 화합하지 못하는 점을 주목, 인사 기준을 과감하게 투명화 하는 개혁을 단행했다. 이런 노력은 주효했고 조직은 빠르게 안정화됐다.

이 같은 단합 리더십은 노조와의 좋은 관계로도 이어졌다. 매년 임금단체협상에서 순조로운 합의를 이뤘다. 지난 2019년 하반기 이후 파생결합펀드 손실사태로 위기에 처하자 노조가 ‘손태승 체제’에 지지를 표하기까지 하면서 주변 금융권의 탄성을 자아냈다. '손태승표 위기관리'의 시작이었다.

ⓒ우리금융지주
손태승 우리금융지주 회장은 2018년 3월 우리은행장에 취임한 이래 총 14차례에 걸쳐 자사주를 대거 사들이며 책임경영 의지와 함께 자신감을 표명했다. ⓒ우리금융지주

찾자면 사례는 많다. 파생결합펀드 논란 등이 불거졌을 때는 손실을 입은 고객들에게 즉각적으로 죄송한 마음을 전하며, 분쟁조정 절차에 적극 협조하는 등 책임 있는 자세를 보였다. 무엇보다 재발 방지를 위한 대책으로 성과평가제도(KPI)를 구체적으로 전면 개편, 위기를 오히려 혁신의 기회로 삼았다.

우리은행장 취임 직후 간부직원의 성추행 의혹 논란이 일었을 때 어느 누구도 예상하지 못한 단호함을 보여줘 주위를 놀라게 하기도 했다. 그는 즉각적인 내부조사와 함께 해당 직원에 대한 직무해제(대기발령) 조치를 내려 조직의 동요를 사전에 차단, ‘손태승의 단호함’이라는 말이 회자되게 했다.

이야기를 조금 정리해보자. 손 회장의 자신감의 근거를 잠시 엿봤다. 여러 위기상황 가운데서도 특유의 안정감과 결단력을 바탕으로 실적을 구현, 주주들의 높은 이익을 보장해왔다. 

이렇게 쌓아온  '근거 있는 자신감'으로 손 회장이 보폭을 넓이기 시작했다. 이젠 친환경과 사회적 책임, 지배구조 개선을 강조하는 ESG경영 시대를 리드하겠다는 태세다. 손 회장의 행보에서 〈소학〉풀이의 한 구절이 떠오른다. '오늘 내가 당당한 까닭은 어제 충실했기 때문이다'. 손 회장의 행보가 더 기대되는 이유다.

담당업무 : 大記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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