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로 보는 정치] 靑 열린 통치의 상징 ‘범문정’과 국민의힘의 배신 정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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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로 보는 정치] 靑 열린 통치의 상징 ‘범문정’과 국민의힘의 배신 정치
  • 윤명철 기자
  • 승인 2021.08.22 18:1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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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열 정치는 국민에 대한 배신이고 폭망 지름길

[시사오늘·시사ON·시사온=윤명철 기자]

정권교체를 실현해야 한다는 목소리를 외면하면 만년 야당의 늪에서 빠져 나올 수 없다. 사진(좌) 천안문 사진제공= pixabay.com 사진(우) 국민의힘 이준석 대표와 더불어민주당 송영길 대표 사진제공=더불어민주당
정권교체를 실현해야 한다는 목소리를 외면하면 만년 야당의 늪에서 빠져 나올 수 없다. 사진(좌) 천안문 사진제공= pixabay.com 사진(우) 국민의힘 이준석 대표와 더불어민주당 송영길 대표 사진제공=더불어민주당

범문정(范文程), 명말청초의 한족 출신 정치가다. 범문정은 원래 한족이었으나 명나라가 부정부패로 망국의 길을 걷자 오랑캐 나라인 후금의 누르하치에게 투항했다. 요즘 한국 정치 분위기로는 ‘배신자’ 프레임에 갇혀 정치 생명이 끊어졌을 것이다.

하지만 중원의 새로운 패자 청의 건국자들은 범문정을 중용했다. 누르하치와 태종은 그를 총애해 내비서원대학사(內秘書院大學士)에 임명했다. 특히 누르하치의 아들이자 태종의 동생인 도르곤은 범문정을 국정 파트너로 삼아 청의 통치체제를 확립했다.

범문정은 ‘만한병용책’의 상징 인물이다. 청은 앞선 요, 금, 원 등 다른 이민족 왕조의 전통적인 이중지배체제를 답습하지 않았다. 지배민족인 다수의 한족과 분리하는 통치체제를 과감히 폐기하고 한족 중 유능한 인재들을 중용하는 ‘통합’의 정치력을 발휘했다. 그 결과, 청은 이민족 왕조 중 가장 오랜 기간 중원의 지배자로 군림할 수 있었다.

범문정은 현명했다. 청 건국자들이 집권 초기에 저지를 수 있는 살육과 약탈의 유혹을 근절시켜 한족의 민심을 얻는 데 주력했다. 특히 망국의 군주인 명 숭정제(崇禎帝)의 발상(發喪)을 건의해 명의 옛 기득권층의 마음을 얻었다. 이에 명의 지식인을 비롯한 기득권층들은 과거제 부활 등 청의 포용정책을 수용하기 시작했고 국정에 동참하게 됐다.

범문정은 舊기득권층의 이탈을 수습하자 곧바로 민생구제에 적극 나섰다. 예나 지금이나 백성에게 가장 민감한 주제인 조세 감면을 건의해 성공했다. 민생도 안정을 되찾자 청은 세계 최대 부자 국가로 발돋움하게 된다. 범문정이 없었다면 명말청초의 대혼란기를 극복하지 못해 조기에 멸망했을지도 모른다.

우리가 주목할 것은 범문정을 중용한 청의 건국자들이다. 이들은 무력으로 거대한 명 제국을 정복했으나 국가 경영의 전략도 비전도 없던 야만족과 다름없었다. 하지만 이들은 한족 지식인들을 자기편으로 포용하는 ‘열린 국정’의 중요성을 깨달았다. 청의 건국자들은 한족을 이용해 한족을 통치하는 통합의 시스템을 구축했다.

이번 대선에서 역대 대선과 급이 다른 참담한 막장 드라마가 펼쳐지고 있다. 사상 유례없는 막장 드라마로 국민들을 경악시키고 있다. 연일 ‘친일’, ‘바지’, ‘처가’, ‘녹취 폭로’에 드디어 ‘떡볶이 먹방’까지 등장하는 막장 드라마가 절찬리에 상영 중이다.
 
특히 정권 교체가 절박하다는 국민의힘은 내부총질이 더 절박한 모양이다. 30대 대표는 ‘자기 정치’에 몰두해 입만 열만 피아 구분 없이 360도 속사포를 난사 중이다. 또한 함량 미달의 당내 주자들은 자신들보다 국민의 기대가 높은 외부 인사들을 난장판에 끌어들이더니 기다렸다는 듯이 맹폭에 몰두하는 분열의 정치를 펼치고 있다. 정권교체를 원하는 국민은 안중에도 없다. 

하지만 국민의힘은 한 목소리로 ‘중도표심’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이준석 대표의 표현대로 버스에 다 태운다지만 현재 난장판 국민의힘을 보면 ‘범문정’과 같은 인물이 탑승할 마음이 생길까? 

미국의 석학 마이클 포터는 <권력의 배신>에서 미국 헌법의 최종 초안에 막 서명을 마친 벤자민 프랭클린의 일화를 통해 공화국에 임하는 국민의 자세를 일깨웠다.

“프랭클린이 독립기념관에서 걸어 나오자, 구경꾼들이 새로운 헌법을 엿보려고 모여 들었다. 그때 한 여인이 물었다. ‘그럼 우리가 만든 국가는 공화국인가요, 아니면 군주제 국가인가요?’ 프랭클린은 천천히 일어서며 재치 있게 대답했다. ‘당신이 지킬 수 있다면 공화국입니다.’”

국민의힘은 범문정과 같은 인재가 찾아올 수 있는 열린 정당을 만들어야 한다. 정권교체를 실현해야 한다는 목소리를 외면하면 만년 야당의 늪에서 빠져 나올 수 없다. 분열의 정치는 국민에 대한 배신이고 폭망의 지름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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