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3세대의 현주소와 마지막 ´미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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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3세대의 현주소와 마지막 ´미션´
  • 윤명철 기자
  • 승인 2012.06.05 00:3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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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독선은 국민적 저항 불러옴을 다시 일깨워야

[시사오늘·시사ON·시사온=윤명철 기자]

이명박, 김덕룡, 이재오, 서청원, 손학규, 고 김근태, 정대철, 이부영의 공통점은 6.3 항쟁의 주역이라는 것이다.

5.16 군사정변으로 권력을 장악한 박정희 정권이 1964년 한·일 국교정상화 회담을 시작했다. 대일청구권 협상을 목적으로 한 한·일회담을 대일굴욕외교라고 외치며 거리로 나선 학생들과 시민들의 저항이 바로 6.3항쟁이다. 이에 박정희 정권은 6월 4일 비상계엄령을 선포하고 4개 사단 병력을 서울 시내에 투입해 시위를 진압했다. 당시의 주역들은 빨갱이로 몰렸었고, 50년이 지나서야 민주화운동으로 인정받았다.

6.3 항쟁이 일어난 지 48년이 흘렀다. 1964년 당시 박정희 군사정권에 맞서 한일 국교정상화 반대시위를 주도했던 6.3 세대들은 아직도 우리 사회 각 분야의 중추로서 마지막 불꽃을 태우고 있다.

특히 정치권에서는 대표적으로 이명박 대통령을 배출했고, 대부분 여야 정당과 행정부의 주도적 위치에서 아직도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
 
고려대 상대 학생회장이었던 이 대통령은 6월3일 국회의사당 앞 점거시위를 주도한 구국투쟁위원회의 부위원장으로, 사건 직후 체포돼 서대문구치소에서 6개월간 복역했었다.

이후 학생운동권을 떠나 현대건설에 투신하여 샐러리맨 신화를 만들며 승승장구해 현대건설회장, 국회의원, 서울시장을 거쳐 지난 2007년 17대 대통령 선거에서 화려하게 당선됐다. 하지만 임기를 8개월을 남긴 현재, 친족과 측근들의 비리로 고단한 말년을 보내고 있다.

여권에는 김덕룡 민족화해협력범국민협의회(민화협) 대표상임의장과 이재오 의원, 서청원 전 한나라당 대표가 있다.

김덕룡 민화협 의장은 6.3 항쟁에 참여하여 투옥당한 후, 민주화 운동에 투신하여 신민당과 통일민주당 등 야당활동 당시 김영삼 전임 총재의 최측근으로 활약했다. 1992년 대선 당시, 김영삼 대통령 당선의 일등공신으로 문민정부의 실세였고, 이명박 대통령 당선에도 큰 기여를 했다. 현재는 12월 대선의 밑그림을 그리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재오 의원은 이명박 정부 탄생의 일등공신으로서 6.3 동지인 이 대통령의 두터운 신뢰를 바탕으로 여권의 2인자로 활약했으며, 지난 4월 총선에서 당선돼 5선의 중진으로 이번 18대 대선 출마를 선언한 상태이다.

▲ 6·3 동지회 2011년 정기총회 ⓒ뉴시스
서청원 전 한나라당 대표는 6.3항쟁 당시 박근혜 전 비대위원장의 부친인 박정희 정권 타도에 앞장섰지만, 현재는 일명 ‘7인회’의 핵심멤버로 ‘박근혜 대통령 만들기’를 위해 마지막 불꽃을 태우고 있어 새삼 격세지감을 느끼게 해주고 있다.

민주 통합당 등 야권에서도 6.3세대는 화려한 인맥을 자랑한다 `범6.3 세대'로 분류되는 손학규 전 민주당 대표를 비롯, 고 김근태 전 의원, 정대철 전 의원, 이부영 전 의원 등이 대표적 인사다.

특히 손 전 대표는 지난해 대표직을 물러났지만 아직도 유력한 대권주자로서 12월 대선을 위해 날카로운 칼을 갈고 있다.

'6.3 세대'로 386 운동권 '대부'로 불렸던 고 김근태 전 의원은 작년 12월 29일 임종하기 전 "2012년을 점령하라"는 유언을 남겼고, 이번 총선에서 아내인 인재근 여사가 당선되어 그의 유지를 잇게 됐다.

민주당 정대철 전 의원은 참여정부 탄생을 이끌었으나 노무현 대통령 임기 첫해 불법 대선자금 혐의로 구속돼 형을 산 데 이어 18대 총선에서는 비례대표 공천에서 탈락하는 등 정치적 불운을 겪었으나 이번 19대 총선에서 아들인 정호준 의원이 당선돼 화려한 정치가문의 맥을 잇게 됐다.

열린우리당 의장을 지낸 이부영 전 의원은 이번 19대 총선에서 패배해 재기를 모색중이다.

6.3 항쟁의 주역들은 대한민국 현대사에 면면히 이어진 민주주의의 초석을 닦았다는 자평속에 남다른 애착을 갖고 있다.

특히 이명박 대통령은 2007년 대선에 나서기 전, "6.3세대는 이 나라에 마지막 봉사한다는 정신으로 잘사는 국민, 따뜻한 사회, 강한 국가를 만들기 위해 힘을 모아야 한다"며 "무조건적인 비판과 반대에서 벗어나 선진화된 사회에 맞는 지도자가 돼야 한다"고 시대변화에 따른 6.3세대의 역할을 강조한 적이 있었다.

서울대 문리대 학생회장으로 6.3항쟁을 주도했던 주역 중 한 명인 김덕룡 민화협 의장도 "4.19 혁명이 군사쿠데타로 좌절됐지만 6.3 항쟁을 계기로 3선개헌 및 유신개헌 반대, 광주민주화항쟁 그리고 1987년 6월 항쟁이라는 민주화운동의 명맥이 이어질 수 있었다"는 남다른 자부심을 나타냈었다.

손학규 전 민주당 대표는 “6.3세대는 줄기차게 민주화운동을 주도했다.”며 “학생운동과 민주화운동, 반독재 운동에 적극 참여했던 사람들이 우리 정치의 중심”이라고 밝힌 적이 있다.

물론 ‘우리 정치의 중심’이 아닌 ‘또 다른 기득권 세력’이 된 6.3세대에 대한 비난의 목소리도 있다. 임헌영 민족문제연구소장은 "6.3 세대 중 많은 사람들이 상위 1%의 이익을 위해 기울었다는 걸 부인할 수 없다"며 민주화를 외치며 기득권 세력을 통렬히 비판했던 주역들이 세월이 흘러 이젠 또 다른 기득권 세력으로 변한 세태를 꼬집고 있다.

한국 현대사에서 6.3항쟁의 주역들은 시대가 요청할 때 그 요청에 응했다. 민주화를 원할 때는 민주화를, 선진화를 원할 때는 선진화를 위해 온 몸을 던져왔다. 그런데 그들에게는 이번 대선이 대한민국이 준 마지막 미션(Mission)이 될 것이다.

그 미션은 대한민국의 미래를 위해 혼란스럽기만 한 현재의 대선 정국에 확실한 역사적 교훈을 가르쳐 주는 것이다.

‘국민의 의사를 무시한 국가의 독단적 정책결정은 반드시 격렬한 국민적 저항을 불러온다’는 것이다.

만약 여·야의 모든 대선주자들이 6.3세대들이 48년 전 거리로 나섰을 때의 열정적인 마음으로 만들어낸 이 역사적 교훈을 무시한다면 12월 대선에서 무시무시한 국민적 저항으로 역사속에서 영원히 사라질 것이다.
 

담당업무 : 산업1부를 맡고 있습니다.
좌우명 : 人百己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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