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이턴´과 민주통합당 이해찬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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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이턴´과 민주통합당 이해찬 대표
  • 윤명철 기자
  • 승인 2012.06.11 18:0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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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분노보다는 사랑으로 세상을 바꾸자

[시사오늘·시사ON·시사온=윤명철 기자]

캐나다 신민주당의 잭 레이턴 당수(黨首)가 남긴 유서가 많은 이들에게 잔잔한 감동을 주고 있다고 한다. 그가 죽기 이틀 전에 작성했다는 A4 용지 3장 분량의 편지의 수신자는 국민이었다.

"친구들이여, 사랑은 분노보다 낫고, 희망은 두려움보다 낫습니다. 낙관은 절망보다 낫습니다. 서로 사랑하고 희망을 가집시다. 낙관적이 됩시다. 그렇게 세상을 바꿔 나갑시다."
 
그가 소속된 신민주당은 급진적인 자본주의 폐지와 사회주의 계획경제 실현을 강령으로 무장하고, 공산주의 활동가들이 넘치는 정당들의 합당으로 만들어진 정당이었다. 그러나 레이턴이 당수가 되면서 이념보다는 국민의 삶의 질 향상에 모든 역량을 쏟아 부었다고 한다. 레이턴 당수가 2003년 당대표로 선출될 때는 당의 의석이 13석이었고, 2008년 37석에 이어, 작년 5월 총선서 308석 중 103석을 얻어 제1야당으로 우뚝 섣다. 캐나다 언론은 "레이턴이 당의 급진적인 뿌리로부터 벗어나 국민들의 생활을 파고든 게 승인(勝因)"이라는 평가를 내렸다.

하지만 대한민국의 제1야당은 분노와 분열로 시작할 모양이다. 지난 10일 민주당 전당대회 대표 경선에서 모바일 투표로 극적인 역전승을 거둔 이해찬 신임 대표는 당선 직후 기자간담회에서 "김한길 후보에 역전한 반전의 계기"를 묻는 질문에 "종북주의였다. 새누리당의 종북주의 공세가 나까지 끌어들인 게 결정적 계기"라며 새누리당의 종북주의 공세에 대해 강력한 대여투쟁에 나설 것을 천명했다.

또한 10일 서울광장에서 열린 '6·10 민주화운동 25주년 기념식' 참석한 그는 이명박 정권을 '패악정권'이라고 했고, "정권을 찾아와 2013년 체제를 만들겠다"고 했다. 그리고 일부 의원들의 종북주의 논란으로 창당이후 최대의 위기를 맞은 통합진보당에 대해 이 대표는 "민주진보진영은 다 같이 연대해야만 겨우 승리할 수 있다. 단독으로 승리한 일은 아주 드물다"며 "진보당이 거듭나길 진심으로 기대한다"고 했다, 결국 다수 국민의 의사와는 아랑곳없이 대선승리만을 위해 통합진보당과의 야권연대 틀을 깨지 않겠다는 강한 의지를 표했다.

▲ 신임 이해찬(오른쪽) 민주통합당 대표와 김한길 최고위원 ⓒ뉴시스
하지만 그가 주장한 경선 결과와 당면 과제에 대한 당내 분위기는 그리 호락호락하지 않다. 이해찬 대표 체제는 강력한 대여투쟁과 통합진보당과의 야권연합에 앞서 당내 분열을 봉합하는 것이 우선일 것 같다.

이번 경선에서 대의원 투표에서 승리하고도 모바일투표에서 패해 막판 역전패를 당한 김한길 신임 최고위원은 전당대회 직후 "당심과 민심을 왜곡한 결과가 우려스럽다"며 "이래선 12월 대선승리가 어렵다고 생각해서 열심히 왔다갔다 하긴 했는데 (친노) 조직의 힘을 뛰어넘지 못했다"고 밝혔다. 이어 10일 페이스북을 통해 "당심과 민심을 외면한 엉뚱한 선거 결과 때문에 사실 많이 걱정이 된다"며 이해찬 대표 체제의 순탄치 않은 출발을 예고했다.

경선당시 김 최고위원의 대변인을 맡았던 정성호 의원도 지난 10일 자신의 트위터에서 “정당의 당원이 비당원인 일반국민과 차이가 없고, 대의원이 아닌 동원된 조직에 의하여 당의 지도부가 결정되는데 어떻게 정당이 유지될 수 있을까”라며 “당원의 자발적 참여동기가 없는데 민주당이 과연 정치결사체로서 대선후보를 만들수 있을까. 외부 인기인을 데려올수밖에.”라며 이번 경선결과를 강력히 성토했다.

또한 대선 출마를 선언한 김영환 의원은 자신의 홈페이지에 '위대한 국민과 모발심(모바일 투표로 나타난 민심)의 왜곡'이란 글을 올려 "민심과 당심의 간극을 메우기 위해 만든 모바일 경선이 민심을 왜곡 시켰다"며 "모바일 투표에 나타난 '모발심'이 여론수렴이 아닌 민심역행으로 나타났다. 중대하고 심각한 문제로서 분석과 검토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이는 대선을 앞둔 상황에서 과거의 문제가 아니라 내일의 문제"라고 강조했다. 이어 그는 "국민이 원하는 후보가 아닌 특정 진영이 원하는 후보가 당선될 수 있다"며 "이 시스템 하에서 민심과 다른 결정이 이어지면 민심과 다른 후보가 결정될 가능성이 있고 대선필패로 이어질 것이기에 심각하게 생각해야한다"고 전했다.

모바일투표 부진으로 턱걸이로 당선된 우상호 최고위원 역시 모바일투표의 문제점을 지적했다. 우 최고위원은 "저도 김한길 최고위원처럼 당심과 민심이 잘 반영되지 못한 결과로 6등을 했다"고 불편한 심기를 나타냈다.

이렇듯 당내에 당원·시민선거인단 모바일투표와 관련한 논란이 사그라지지 않은 상황인데도 이해찬 대표는 강력한 대여투쟁과 자중지란에 빠진 통합진보당과의 야권통합에 우선수위를 두고 있는 상태이다.

하지만 무엇보다도 자당의 분열을 먼저 해결해야 할 것이다. 그리고 대선승리만을 위한 ’그들만의 분노와 연합’에 당력을 집중해 산적한 민생문제를 외면한다면 냉엄한 국민들의 심판을 받을 것이다. 다 차려놓은 밥을 스스로 뒤엎은 4.11 총선 패배의 쓰라림을 벌써 잊은 모양이다.

우리에게도 ‘레이턴’과 같은 참된 진보 정치인이 필요한 시기이다. 그를 먼저 세상을 떠나보냈다는 사실은 모든 캐나다 국민들에게는 슬픔이겠지만, ‘레이턴’ 같은 참다운 진보 정치인을 갖지 못한 것은 모든 대한민국 국민들의 불행이다.
 

담당업무 : 산업1부를 맡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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