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병도의 時代架橋] 서민생활 악화 vs 경제위기 도화선…雪上加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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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병도의 時代架橋] 서민생활 악화 vs 경제위기 도화선…雪上加霜
  • 이병도 주필
  • 승인 2021.09.11 12: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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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은, 외환위기 직전 수준 경고
'정부 효율' 34위로 추락
민생 안정위한 선제대응 절실
밥상물가 OECD 3위…가계빚 1800조
'요식행위' 전락한 국가재정회의
낙관 말고 종합 대책 내놔야
가전·양궁에서 경제위기 해법을

[시사오늘·시사ON·시사온=이병도 주필)

물가 상승세가 심상치 않다. 특히 서민 생활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장바구니 물가가 큰 폭의 오름세다. 이미 초인플레 수준이다.

우리나라 '밥상물가'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가운데 3위를 기록했다. 38개 OECD 회원국 중 터키와 호주에 이어 세 번째로 높은 수치이고, 국내 2분기 기준으로 봐도 10년 만의 최고치다.

코로나19 4차 유행은 설상가상이어서 경기회복의 불확실성이 커져 자칫 물가만 오르는 스태그플레이션까지 점쳐지는 상황이다. 국가경제 전반의 적신호와 연결된다.

지금과 같은 금융시장 불균형이 지속되면 최악의 경우 몇 년 내에 마이너스 성장률을 다시 경험하게 될 것이라고 한은은 경고했다. 1997년 외환위기,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때 경험한 것처럼 금융으로 인한 경제위기는 국민의 삶에 깊은 상처를 남긴다. 

물가 상승세가 심상치 않다.ⓒ연합뉴스
물가 상승세가 심상치 않다.ⓒ연합뉴스

가계빚은 경제위기 도화선

향후 금리 인상이 본격화하면 가계부도 위험은 더 커질 것이다. 가계빚이 경제 충격을 넘어 사회문제로 비화할 것이 우려된다.

한국은행은 사상 최대로 불어난 가계 빚과 집값 급등으로 금융 상황이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가장 불안한 상태로 악화했다고 진단했다.

코로나19 이후 급증한 민간 부채, 자산가격 상승과 관련해 한국은행은 “금융 시스템의 취약성이 커졌다”며 경계경보를 울렸다. 밖으로 터져 나오지 않고 있을 뿐 속으로는 금융시스템의 균열이 커지고 있다는 경고다.

가계빚은 자산거품 붕괴나 외부 충격 때 경제위기의 도화선으로 작용할 게 뻔하다. 금리가 1%포인트 오르면 가계의 이자 부담은 12조원 늘어난다. 코로나19로 빚 수렁에 빠진 영세 자영업자 등 취약계층이 급증하니 걱정스럽다. 

생활물가의 고삐를 꽉 잡을 대응책이 회급하다. 하지만 정부는 날씨나 유가 탓만 하면서 별다른 대책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정부, 비효율의 재정폭주 중단을

악화된 일상의 국민경제 상황속에서 문재인 대통령은 또 ‘재정확장론’을 폈다. 논란과 우려 속에 4년간 견지해온 ‘슈퍼 팽창예산’을 끝까지 이어가겠다는 것이다. 2022년 예산짜기도 그런 기조로 밀어붙이겠다는 뜻이다. 

정부는 결국 그런 기조로 2022년 예산안을 발표했다. 정부는 스스로 ‘확장 재정’이라고 밝혔다. 우파 정치인과 보수 언론들은 부채가 1000조 원이 넘었다며, 복지 지출 등을 삭감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현재 집값과 마찬가지로 정부의 주장을 믿는 소비자와 전문가는 찾아보기 힘들다. 여러 지표들을 종합하면 기업이 노력해 순위를 끌어올리는 동안 정부부문의 비효율이 국가경쟁력을 갉아먹었다는 점을 어렵지 않게 확인할 수 있다. 

금리 인상, 유동성 회수 등 근본적 해법도 필요하겠지만 이에 앞서 안정적 물가관리를 위한 방안이 절실하다. 보다 적극적이고 긴밀한 관리가 요구되는 시점이다.

이런 상황에서도 여권의 재정중독증은 갈수록 심각해지니 걱정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내년까지 확장적 재정정책 기조를 유지해야 한다”고 했다. 대선주자들도 자고 나면 망국적인 선심성 정책을 쏟아낸다. 이제는 재정 폭주를 중단하고 경제·금융 안정을 기해야 할 때다. 

추경 규모도 재정 건전성을 훼손하지 않는 선에서 합리적으로 재조정하기 바란다. 정부는 “일시적 현상”이라는 기대 섞인 말만 내세울 게 아니라 보다 종합적인 대책을 제시해야 한다. 

선제적이고 치밀한 대응 중요

서민경제의 핵심은 역시 물가다. 농축수산물 물가는 1991년 이후 30년 만의 최대 상승을 기록했다. 실제로 주식인 쌀을 비롯해 달걀, 사과, 돼지고기에 이르기까지 안 오른 품목이 거의 없다. 주부들 사이에선 추석을 맞아 "장 보기가 겁난다"는 말이 팽배하다. 

서민의 생활에 직결되는 장바구니 물가가 천정부지로 치솟아 더 걱정이다. 실제로 지난달 농축수산물 가격은 1년 전보다 9.7%나 상승했다. 계란은 무려 57%나 급등했다. 계란은 올 1월부터 7개월 연속으로 두 자릿수 상승률을 이어 가고 있다. 정부가 가격 안정을 위해 올 상반기에만 2억 개가 넘는 계란을 수입했지만 별무소용이었다. 

사과나 배도 50% 넘게 올랐고, 마늘이나 고춧가루 같은 양념류는 30~40%대 상승률을 보였다. 매일 식탁에 올라가는 식품 가격이 일제히 급등하고 있다. 식품 외에도 휘발유 같은 생활필수품의 가격도 줄줄이 오르고 있어 서민들의 시름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코로나19 대유행과 폭염에 지칠대로 지친 서민들은 이제 천정부지 밥상물가 고지서까지 날아오면서 한숨만 깊어지고 있다. 게다가 국제유가 상승분까지 국내물가에 반영되면 전방위적 물가상승마저 우려되는 상황이다. 

앞으로가 더 걱정이다. 5차 재난지원금 집행까지 맞물리면서 인플레는 가속화될 것으로 우려된다.

추석을 앞두고 지급될 5차 재난지원금이 물가상승을 부채질할 가능성이 큰 것이다. 작년 5월에 정부가 처음으로 전 국민에 1차 재난지원금을 지급한 뒤 농·축·수산물 가격이 오른 전례가 있었다. 

코로나19의 4차 대유행에 따른 사회적 거리두기와 영업규제의 강화로 서민들이 겪는 어려움이 커지는 가운데 물가 상승까지 지속하면 체감하는 고통은 더 클 수밖에 없다. 생활 물가 안정을 위한 정부의 선제적이고 치밀한 대응이 어느 때보다 중요한 시점이다.

가계 빚 연착륙 유도 정밀 대책을

전문가들 사이에선 장바구니 물가가 이미 인플레이션 국면에 접어들었다고 보는 시각도 있다. 인플레이션 우려로 금리 상승 압력이 높아지면 근근이 대출로 버텨 온 영세기업·자영업자·소상공인들과 취약계층에 부담이 집중될 수밖에 없다. 

특히, 가계빚은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은행 등 금융회사 대출과 신용카드 사용액을 합친 가계신용 잔액은 지난 3월 말 1765조원으로 1년 새 153조6000원 늘었다. 총규모와 증가액 모두 사상 최대다. 

정부와 은행권이 대출을 옥죄고 있지만 증가세는 꺾일 줄 모른다. 코로나19 생활고에 쪼들리는 데다 20·30세대까지 내 집 마련을 위한 ‘영끌(영혼까지 끌어모으기)’대출에 나서고 주식·가상화폐 열풍에 편승한 ‘빚투(빚내서 투자)’가 만연한 탓이 크다. 주택담보대출은 무려 72조8000억원이나 불어났다. 25차례 부동산대책이 실패를 거듭했다는 방증이다.

정부는 7월부터 개인별 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규제를 강화해 가계부채 증가율을 올해 5∼6%, 내년 4% 수준에서 억제하기로 했다. 대출 규제가 능사는 아니다. 과도한 대출 억제는 신용경색을 야기해 가계 파산사태로 이어질 수 있다. 금융당국은 가계빚 연착륙을 유도하는 정밀한 대책을 세워야 한다. 

국가경쟁력 동반 하락 

국가채무도 나라경제에 어두운 그림자를 드리우고 있다. 2017~2018년만 해도 10조원대였던 연간 재정적자가 지난해(119조원)와 올해(126조원) 잇달아 100조원을 넘어섰다. 2017년 660조원이던 국가채무는 올해 966조원, 내년엔 1000조원을 훌쩍 넘는다. 공무원연금과 공기업 빚까지 합친 국가채무는 2000조원에 달했다. 실감나게 계산해보면 나랏빚이 매일 3000억원씩 늘어나는 것이다. 그런데도 정부도, 국회도 위기감이 없다. 

한은이 어제 내놓은 ‘2021 상반기 금융안정보고서’에 따르면 한국의 ‘금융 취약성 지수’는 올해 1분기 58.9로 글로벌 금융위기 때인 2008년 4분기 60.0 이후 가장 높아졌다. 금융시장의 안정성, 금융기관의 복원력 등을 0∼100 사이로 평가하는 이 지수가 높으면 국내외의 충격이 발생했을 때 금융시장과 전체 경제에 미치는 부정적 영향이 크다는 뜻이다. 그중에서도 부동산, 주식 등 자산가격의 위험도를 보여주는 지수는 91.7로 외환위기 직전인 1997년 2분기의 93.1에 바짝 다가섰다.

이 정부의 자화자찬이 어제오늘 일이 아니지만, 스위스 국제경영개발원(IMD)의 국가경쟁력 평가 결과에 대한 아전인수식 해석은 듣기 민망하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을 포함한 64개국 대상 평가에서 한국은 작년과 같은 23위를 기록했다. 특별히 반길 것도, 딱히 실망할 것도 없는 성적표다. 그런데도 기획재정부는 장관과 차관이 하루걸러 언론에 등장해 ‘경제성과 부문 순위 급등’을 부각시키며 “정책 대응이 주효했다”는 자가발전에 여념이 없다. 이번 조사에서 ‘정부 효율성’ 순위가 급락(28위→34위)한 점을 고려하면, 이는 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리는 짓이다.

IMD 평가는 △경제성과 △정부 효율성 △기업 효율성 △인프라 등 4개 부문으로 조사하는데, ‘경제성과’ 순위가 9계단 상승(27위→18위)한 것은 맞다. 하지만 이는 정부가 정책 대응을 잘해서가 아니라 기업 등 민간부문의 선전 덕으로 판단하는 게 합리적이다. 기재부 홍보와 달리 정부 영역인 조세정책(19위→25위), 제도여건(29위→30위), 기업여건(46위→49위) 등은 동반 하락했다. 핵심인 노동시장(28위→37위), 국제투자(30→34위) 등 다른 영역에서도 ‘경쟁력 동반 하락’을 기록했기에 더욱 그렇다.

이번 국가경쟁력 순위의 세부 내용 중에도 가장 뼈 아픈 곳은 노동시장 분야다. 해마다 그렇지만 올해도 마찬가지다. 이 부문의 순위는 28위에서 37위로, 무려 9계단이나 내려왔다. 이번엔 경제활동인구 증가율(39위)이 순위 하락을 주도했지만 노사관계는 매년 빠지지 않는 아킬레스건이다. 노동시장의 유연성 확보와 건전한 노사관계는 기업 효율성의 핵심이다. 하지만 대책은 눈에 띄지 않는다.   

통화 재정정책 따로 놀면 경제위기 증폭 

대책이 시급하다. 각론 없는 총론 나열은 대책이 아니다. 앞으로 기획재정부를 비롯한 관계부처와 민간위원들까지 참석하는 ‘국가경쟁력 정책협의회’는 ‘국가경쟁력 순위 설명회의’로 이름부터 바꾸는 게 나을 듯하다. 좋아졌으면 홍보회의이고 떨어졌으면 해명회의다.

정부와 여당이 ‘슈퍼 추경’ 편성에 돌입했다. 박완주 더불어민주당 정책위의장은 그제 “2차 추가경정예산 규모가 33조∼35조원”이라며 “전 국민에 재난지원금을 지급하는 게 원칙”이라고 했다. 내년 대선을 겨냥해 추석 전에 돈 풀기를 강행할 뜻을 분명히 밝힌 것이다. 

보편 지원은 소비 진작 효과가 미미하고 나라 살림만 축낸다는 건 입증된 지 오래다. 3년 내리 ‘슈퍼예산’과 습관적 추경 편성 여파로 국내총생산(GDP) 대비 국가채무비율은 현 정부 초기 36%에서 올해 48.2%, 내년 52.3%로 치솟는다. 올해 세수가 예상치보다 32조원가량 더 걷힌다는데 여당은 텅 빈 곳간을 채울 생각은 하지 않고 재정을 살포할 궁리만 한다. 추경 가운데 2조원을 국가채무 상환에 쓰겠다고 했지만 생색내기에 불과하다.

이주열 한은 총재는 “현재의 완화적 통화정책을 적절한 시점부터 정상화해 나가야 한다”고 했다. 거시경제 운용의 핵심수단인 통화와 재정정책이 따로 놀면 경제위기는 증폭될 것이다. 정부·여당은 한은의 경고를 허투루 들어선 안 된다.

혁신과 공정의 解法DNA 심어야  

오늘의 국가경제 서민경제 위기를 극복해 가려면 각별한 노력이 필요하다.

한국은 최근 K가전과 양궁이 세계 1위로 우뚝서며 안팎에서 주목받고 있다. LG전자는 올 상반기 기준으로 ‘가전의 역사’로 불리는 미국 월풀을 매출과 영업이익에서 모두 따돌리며 명실공히 글로벌 톱 기업으로 등극했다. 

한국 양궁은 여자단체전에서 ‘올림픽 9연패(連覇)’라는 위업을 달성하고 신설된 남녀혼성과 남자단체전까지 모두 휩쓸었다. 이들의 성공은 코로나 위기로 침체되고 흔들리는 한국 사회에 시사하는 바가 적지 않다. 엄정한 ‘기회의 공정’이 실력 있는 ‘젊은 피’ 수혈로 이어지며 올림픽 사상 어느 나라도 쓰지 못한 대기록을 가능케 한 것이다.

안타까운 점은 가전과 양궁에서 보는 혁신과 공정의 DNA를 한국 정치권에선 찾아볼 수 없다는 것이 문제다. 세계 1위 가전과 양궁에서 경제위기 극복의 해법을 찾아내야 할 때다. 우리는 할 수 있다. 더 큰 어려움도 극복해 왔다. 

국내외적 자산시장 관리에 철저를

금융 리스크가 커진 데는 글로벌 요인도 적지 않지만 우선 국내적으로 할 수 있는 대책만이라도 서둘러 추진해야 한다. 

과도한 공공부채와 가계부채, 기업대출의 고삐를 조이는 데 본격적으로 나설 필요가 있다.

장바구니 물가 상승은 서민 가계의 부담을 늘리면서 소비 위축까지 가져와 경기 침체를 더 심화시킬 수 있다. 서민들의 한숨이 깊어지고 있는 만큼 정부는 장바구니 물가 안정을 위해 전방위로 뛰길 당부한다.

생계형 대출에 대해서는 제도권 금융의 문턱을 낮추는 게 옳다. 무분별한 카드 대출을 억제하고 다중채무자 관리 등 선제적 대응책을 마련해야 할 것이다. 미국의 통화정책 변화가 국내 자산시장에 몰고 올 파장에 미리 대비하는 일도 소홀히 해서는 안 된다. 국내외적으로 자산시장 관리에 철저를 기해야 한다.

 

이병도는…

부산고·서강대 신문방송학과를 졸업, 1979년 동양통신 정치부 기자로 출발한 후, 연합뉴스 정치·경제·외신부 기자·차장, YTN 차장, 평화방송(PBC) 정경부장, 가톨릭 출판사 편집주간을 지냈다. 연합뉴스 재직 중에는 한국기자협회 부회장으로 일했고, '홍콩 유령바이어 사기사건' 보도로 특종상을 수상했다. 일본 FOREIGN PRESS CENTER 초청으로 자민당을 연구하였고, 남북회담 취재차 평양을 방문하였다. 저서로는 <6공해제(解題)>, <YS 대권전쟁>, <최후의 승자>, <영원한 승부사>, <대한민국 60년>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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